최근 들어 국내의 인터넷 공급자(ISP)들에 대한 비판이 거셉니다. 특히 얼마 전에 국회 상임의원회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덕분에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관련해서 생각을 글로 옮기고자 여러번 시도를 해 보았지만, 재주가 없어서 그런지 글은 늘어지기만 하고 내용은 모호해지기만 하더군요. 그러다가 다른 커뮤니티에 댓글로 해당 주제에 대한 글을 가볍게 쓸 일이 있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간결하게 글이 써 졌습니다. 그래서 그때 썼던 댓글을 조금 다듬어서 하나의 글로 만들어 봅니다.
(아무래도 너무 각을 잡으면 될 일도 안 되는 모양입니다.)
* 저는 인터넷 공급자와 개인 사용자 이상의 관계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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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개인 사용자 입장에서 우리나라 ISP의 가격 대 품질비는 아주 높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망 대역폭이나 커버리지, 지연속도, 로스율부터, 그뿐만 아니라 신규 회선 가입이나 서비스도 당일 내지 바로 다음 날에 되는 곳이 어디 또 있을까요...
문제는 개인 사용자에게 부과되는 요금이 타 국가와 대비해보아도 낮은 편이라는 점일 것입니다. 알지는 못해도 어렴풋이 생각하자면, 이 원인에는 아마 정부 부처가 건 고삐가 있을 것입니다. 정보화 사회에서의 인터넷은 준 공공재이자 기본권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겠지요.
저 역시 개인 사용자인 만큼 물론 같은 품질의 서비스라면 더 낮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좋습니다. 뿐만 아니라 위 전제에도 전적으로 동의하기에 인터넷 요금제의 가격을 더 낮추던가, 그게 어렵다면 선별적 복지 차원에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인터넷 비용에 따른 가계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문제는 규제되는 시장가격에서 발생하는 인터넷망 사업자의 부담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전세계적으로 데이터 수입 국가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해외망 접속료의 문제에서 결국 ISP가 눈길을 돌린 곳은 기업 사용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웹 인프라 기업인 클라우드플레어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사업자 대상 망 사용료는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최대 15배까지 비싸다고 합니다. 당장 클라우드플레어의 주장을 제하더라도 웹사이트 호스팅을 생각해 보신 분들이라면 한번쯤은 경험해 보셨을 것 같습니다. 왜 국내에 위치한 VPS나 클라우드 서버 서비스의 가격은 그렇게 비싼지, IDC 서버 대여를 하더라도 대역폭 제한은 왜 그렇게 짠지. 왜 그렇게 트래픽 초과 페이지는 자주 뜨는지...
그 덕분에 엠엔캐스트로 대표되는 수많은 국내 중소 컨텐츠 사업자들이 고사할 수밖에 없었고, 인터넷 환경은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거대 포털의 서비스로 집중되었을 것입니다. 개인이 직접 웹 사이트를 만들어 호스팅하기보다는 네이버 블로그나 다음 카페를 이용하고, 쇼핑몰을 만들기보다는 옥션 등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이렇게 어찌 보면 단조로울 수 있는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사업자를 상대로 한 망 사용료가 큰 축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령 엠엔캐스트가 이러한 문제가 없었다면 현재의 유튜브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라는 물음에는 부정적입니다.)
지금까지 해외망 품질 문제나 컨텐츠 사업같은 부분은 개인 사용자 중에서 아주 일부분만의 문제였지만, 유튜브나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해외의 컨텐츠 서비스들이 대중화되면서 문제가 점점 더 대두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결국 입법된 방향대로 해외 컨텐츠 사업자들에게도 망 사용료를 동등한 수준으로 징수하는 것이 맞을지, 아니면 이제는 개인 사용자들의 요금을 올리는 것을 고려해야만 할 지 생각해봐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이 비대해지면서 동영상과 고화질 이미지가 미디어의 주류를 차지하게 되고, 웬만한 웹 페이지 한 장이 메가바이트급의 트래픽을 차지하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기대가 올라갔지요. 요금제에 가입된 회선 수도 그만큼 늘어났지만 이러한 부하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미 개인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가격 인상 역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지요. ADSL/VDSL에서 100Mbps 광랜으로 넘어오면서, 그리고 1Gbps로 넘어오면서요.
사실 기가랜 가격이 지금보다 1만원 정도는 올라가야 사업체 가격을 찔끔 낮출 수 있을까?? 싶습니다.
그나마 우리나라가 인구밀도가 높은 편이라서 망 구축에 드는 비용이 타국에 비해 낮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입니다만...
일단, 국내 트래픽의 큰 파이를 가지고 있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정도는 망 사용료를 내서 사업장의 부담을 다소 완화시켜줘야합니다.
소수의 사업자가 트래픽의 상당수를 차지하는데, 나머지 다수의 사업장이 손해를 보면 안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