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TX 2080 소식을 올리고 나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일좀 하려고 했더니만, 틀어둔 인터넷 방송이 끊겼습니다. 카카오톡에선 로그아웃됐고요. 

 

ASUS 공유기도 상태가 불량한건가 하고 봤더니만 KT 인터넷 모뎀에 생전 처음 보는 불이 들어왔어요. OPT에 빨간불. 네. 집으로 들어오는 광 신호 자체가 끊어진거죠. 누가 옥상에 올라와서 선을 잘랐을 가능성은 별로 없고. 아까부터 밖에서 쿵쾅거리는 공사 소리가 대단히 의심스럽지만, 그것과의 인과관계를 알아내기란 힘들죠.

 

그래서 일단 KT 고객센터에 전화. 내일 오후에 오겠데요. 지금 하루동안 인터넷을 쓰지 말라는 거냐는 말을 세번 반복하니 오늘 오후가 되네요. 제가 생각해도 진상처럼 보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어요. 이렇게 안하면 일을 못하는걸. 그리고 이렇게 하면 결과가 바뀌는걸요. 진상의 탄생은 그것을 받아주는 데서 시작하지요.

 

전화는 마쳤지만 그때까지 할 일이 없어서 40분 넘게 자리에 앉아있는데, 창문 바깥에 뭐가 획 하고 떨어지는게 보이네요. 다른집의 광 케이블 선이었어요. 오호라. 지금 옥상에서 누가 선을 만지고 있구나 하고 부랴부랴 옷 챙겨입고 나가니까 딱 봐도 KT 하청일을 하는 복장의 아저씨가 계시는군요.

 

선이 지저분해서 만지고 있다 하면서 가려고 하지만 일단 옥상 출입구를 몸으로 막고, 지금 인터넷이 예고도 없이 끊긴거 알고는 계십니까로 시작해서, 지금 왜 이런 일이 생겼느냐, 왜 예고도 없이 공사인가, 책임자가 누구냐, 전화번호를 내놔라를 꼬치꼬치 캐물었어요. 뭐 대답 안하고 배기나요. 출구가 하나 뿐인데. 

 

이후에 KT 고객센터에서 보낸 인터넷 기사, 위에서 연락처를 물어본 책임자, 그리고 누군진 모르겠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것 같은 사람까지. 3명이랑 전화 통화를 반복했는데 내용은 이렇군요. '앞의 교회 공사하면서 전봇대를 쳐서 우리는 수리 나온거임' '어쨌건 우리 책임 아님' '복구는 잠깐이면 될거임'

 

이런 영양가 없는 전화가 오가면서 결국 인터넷은 복구가 됐네요. 처음 기사양반 길막하고 이야기했을때는 전봇대를 옮기는 공사라고 했는데, 왜 그게 교회 공사하면서 전봇대를 쳤다로 말이 바뀌었고, 복구는 잠깐이라 했는데 아무리 성질 급한 한국인임을 감안해도 1시간 30분을 잠깐이라고 할 시간은 아닌데 거 참 의문점이 많이 남군요. 

 

예전에 수양이 덜 됐을 때는 전화를 끝까지 붙잡고 늘어졌겠으나, 지금은 인터넷 복구도 됐는데 그런데랑 통화할 시간이 어딨나요. 내 일이나 해야지... 일 못해서 손해보면 KT에서 물어줄 것도 아닌걸요. 

 

지역 케이블+TV 결합 쓰다가 케이블 인터넷이 사용 불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져서 KT로 건너온건데. 지금은 후회가 남네요. 약정 기간 채우려고 인터넷 요금 안 내고 TV 요금만 내고 1년 정도 봤지만 정작 인터넷은 안 끊었거든요. 한달 TV 요금이라 해봤자 몇 천원인데 그냥 그걸 냅뒀으면 비상용으로라도 쓸 것을.

 

일처리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역시 고객을 터는 KT 돈주고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커지지만, 대체제가 시원찮아 사실상 독점이라는 생각이 커지네요. 스마트폰도 그렇죠. 삼성이 여러 모로 지탄받을 기업임은 분명한데, 그렇다고 LG가 마냥 착한 기업이냐면 그건 절대로 아니고, 제품 자체의 완성도도 문제가 있고.. 요즘 세상에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은 필수품이나 다름 없으니 결국은 뭐가 됐던 써야 하는데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