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이 나오면 하드웨어 커뮤니티는 난리가 나기 마련입니다. 인텔 14세대 코어 프로세서도 당연히 출시되자마자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지요. 그런데 일반적인 신제품의 반응과는 거리가 꽤 있더라고요. 세대가 바뀐 만큼 성능이 나아졌다는 소리도 없고요. 요새 한참 뜨거운 이슈인 친환경에 맞춰서 전력 사용량이 줄었다는 소리도 없습니다. 그럼 가격이라도 싸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닙니다. 아직까지는 출시 초기라서 가격이 제 자리를 찾아가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긴 한데, 일단 지금 가격만 놓고 보면 거기서 거기입니다. 무엇보다 게임 성능이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는 말까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13세대와 14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같은 아키텍처를 쓰고 제조 공정도 같습니다. 세대마다 번갈아가며 이번에 공정을 업그레이드했으면 다음번엔 아키텍처를 바꾸는 게 인텔의 기본적인 전략, 틱톡인데 거기에 해당되지 않든다는 소리죠.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13세대와 14세대의 칩 그 자체는 같다는 소립니다. 왠일로 인텔이 소켓을 안 바꾸고 좀 길게 쓰나 싶었는데 사실은 바꿀 건덕지가 아예 없던 것이었습니다. 그럼 뭐가 달라졌길래 14세대라는 이름을 쓰냐고요? 우선 CPU의 작동 클럭을 높였습니다. 그리고 E 코어의 수를 늘렸습니다. 전부 다는 아니고 일부 모델에만 해당된 것이지만요. 뭐 여기까지는 좋다 칩시다. 문제는 이게 14세대로 이름을 바꿀 만큼의 변화가 맞냐는 것이죠. 

 

 

E 코어를 늘리면 성능은 당연히 오릅니다. 비록 CPU의 주인공은 아니고 뒷받침하는 역할일 뿐이지만, P 코어로도 모자라서 E 코어까지 동원하는 경우에는 분명 성능 향상이 있습니다. 문제는 클럭입니다. 14세대 코어 프로세서에서 싱글스레드와 전반적인 성능 향상을 이끌어낸 방법은 클럭 향상입니다. 코어 i9-14900K의 경우 전 세대의 스페셜 모델인 코어 i9-13900KS에서나 가능했던 6GHz를 실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인텔 프로세서는 뜨거웠습니다. 아니 최근이 아니라 벌써 몇 세대 째인지 모를 정도로 오랫동안 뜨겁다는 전통을 지켜 왔습니다. 인텔이 말하는대로 6GHz를 찍을 순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을까요? 360mm 라디에이터가 달린 대장급 수냉 쿨러를 달아도 로드만 걸리면 일단 95도부터 찍고 시작하는 게 요새 나오는 코어 i9 시리즈인데, 여기에서 허용 클럭을 높였다고 한들 과연 그게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까요?

 

CPU로 할 수 있는 일들은 참 많지만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특히 게임이 문제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게임에서 최고 클럭까지 쥐어 짜내는 상황이 과연 얼마나 자주 있을 것이며, 또 그렇게까지 클럭이 올라갔다고 한들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을까요? 그러니 6GHz 달성이라고 말하면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제 성능에 미치는 영향은 기대만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까지만 쓰고 끝내면 요새 트렌드가 인텔을 까는 것이니 덩달아서 같이 까고 끝내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아 테스트도 좀 해봤습니다. 테스트에 사용한 CPU는 3개입니다. 14세대 코어 프로세서 2개, 그리고 AMD 라이젠 7 7800X 3D.

 

 

플래그쉽인 코어 i9-14900K는 설명이 필요 없겠죠. 14세대의 최상위 모델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테스트에 넣을 이유는 충분합니다. 그리고 코어 i7-14700K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6GHz를 찍었다는 14900K보다 14700K가 오히려 더 주목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이유는 별 거 없습니다. 13700K보다 E 코어의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죠. 성능을 좌우하는 P 코어가 아니라 보조 역할인 E 코어라는 건 아쉽지만, 클럭만 올리고 끝인 다른 제품과 비교하면 선녀가 따로 없습니다. AMD는 라이젠 7 7800X3D를 골랐습니다. 코어 i7-14700K와 비슷한 가격에 판매되는 제품이지만, 게임 성능만 따지자면 이 이상이 나올 필요가 없습니다. 

 

하드웨어 커뮤니티는 게임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니 게임 성능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슈의 주인공인 게임 성능에만 집중해서 테스트했습니다. 그리고 CPU 성능 차이를 보는 것이 목적이니 게임 해상도는 1920x1080으로만 테스트했고, 레이 트레이싱이나 DLSS 같은 옵션은 쓰지 않았습니다. 또 게임 성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그래픽카드는 현 세대 최상위 모델인 지포스 RTX 4090을 썼습니다. 쿨러나 파워는 플랫폼마다 다르지만 성능에 영향을 줄 정도로 차이가 나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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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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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 스펙

DDR5-6000 32GB 듀얼채널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 4090

 

윈도우 설치용 NVMe M.2 512GB, 게임 설치용 SATA 6Gbps 2TB   

윈도우 11 21H2

드라이버: 545.84

 

 

게임 성능 위주로 보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신제품인데 일반 성능 테스트를 한개도 안 넣는 건 아니다 싶어서 최신 벤치마크인 시네벤치 2024를 넣었습니다. 싱글코어 점수는 고만고만해 보이지만 멀티코어 점수는 크게 차이가 나는데요. 코어 수가 다르기에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거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전기를 오지게 때려 부은 결과일 뿐입니다. 650W 파워라면 CPU 하나를 먹여 살리는데 다 쓰게 생겼군요. 전력 대 성능의 변화를 보고 있으니, AMD도 전기를 저렇게 쑤셔 넣으면 비슷한 성능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럼 게임에선 어떨까요? 

 

 

사이버펑크 2077입니다. 여기에선 라이젠 7 7800X3D가 좀 더 높은 성능을 보여주는데요. 여기서 성능보다 중요한 건 전력입니다.

 

 

14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게임 성능도 딸리는데 전기는 훨씬 더 많이 먹는다는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결론이 나왔으니 다른 게임은 성능만 보시죠. 

 

 

아토믹 하트

 

 

호그와트 레거시

 

 

바이오 해저드 RE4

 

 

F1 22

 

 

호라이즌 제로 던

 

 

P의 거짓

 

 

배틀그라운드

 

 

쉐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

 

 

레드 데드 리뎀션 2

 

 

로스트 아크

 

 

인텔은 이번에도 묵묵하게 제 역할을 해냈습니다.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방 한켠을 따뜻하게 데워줄 보일러를 기대하고 있었다면 14세대는 제법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 게임이 목적이라면 글쎄요. 제품 선택이야 개개인의 자유긴 한데 공정도 아키텍처도 성능도 그대로라, 출시된지 6개월이 넘어가는 라이젠 7 7800X3D 선에서 정리가 되는 걸 굳이 선택할 이유가 있나 잘 모르겠습니다. 뭐 이유야 어거지로 만들면 생기겠죠. 인텔 주식에 왕창 물려서 이렇게라도 도움을 주고 싶으신가요? 그런거라면 응원하겠습니다. 

 

김치찌개랑 카레는 한솥 가득 끓여두고, 하루 뒤에 다시 데워 먹으면 처음과는 완연히 다른 맛이 난다고 하지요. 재탕이 되는 건 딱 거기까지입니다. 인텔 14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리프레시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그닥 프레시해 보이지는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