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AMD보다 쳐지는 부분? 꽤 많습니다. 싱글스레드 성능은 동급이라 쳐도, 여전히 코어/스레드 수를 비롯한 멀티스레드 구성에선 쳐지고요. 스레드리퍼까지 갈 것도 없이 라이젠 선에서 정리가 되니까요. AMD는 CPU와 GPU에 7nm 공정을 가장 먼저 도입하는 위업을 달성했으나, 인텔의 10nm 공정은 전설이 됐습니다. 전설은 보기 힘들잖아요? 인텔의 10nm 공정 역시 그걸로 만든 제품을 보기가 참 쉽지 않더군요.

 

PCIe 규격도 있습니다. 인텔은 프로세서 제조사지만 동시에 메모리 제품 회사이기도 합니다. 플래시 메모리 제조사로서 PCIe 4.0로 작동하는 SSD를 이미 개발했으나, 자사 플랫폼에서 PCIe 4.0을 지원하지 않아 출시하지 못했다는 소문이 나왔었지요. '우리 SSD의 성능을 완벽하게 발휘하기 위해 PCIe 4.0을 지원하는 AMD 플랫폼을 써라'고 인텔이 말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진짜 모양 빠집니다. 그러니 이건 미뤄도 인정해 줍시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려는 메모리 규격입니다. AMD는 3세대 라이젠에서 지원하는 메모리 클럭을 DDR4 3200MHz로 올렸습니다. 하지만 인텔은 DDR4 2666MHz에 머물러 있죠. 그것도 Z390 같은 하이엔드 칩셋을 써야 나오는 클럭입니다. B360 이하에선 2400MHz이지요. 인텔의 메모리 클럭 지원이 지지부진한 건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9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정체는 8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알뜰하게 재활용한 것. 메모리 지원 규격 같은 핵심 스펙이 예전 제품 그대로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대로라면 몇 년 후 DDR5가 보급될 때까지 지금 스펙 그대로 버티는게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인텔의 여유에도 이유가 아주 없진 않습니다. 그 중 하나가 고클럭 표준 메모리의 부재입니다. 지금까지 3200MHz 이상의 클럭을 달성한 메모리가 없진 않았으나 전부 튜닝 메모리였습니다. 메모리 제조사가 칩을 선별하고 테스트를 거쳐서 3200MHz를 달성한 것이지, 메모리 칩 단계에서 3200MHz로 활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서 만든 건 아니었다는 소리죠. 그래서 일반 메모리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설정을 따로 해야 하며, 혹시 있을지 모를 호환성을 확인하는 등의 귀찮은 일이 필요했습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반도체의 작동 클럭은 딱 정해진 게 아닙니다. 일단 만들고 나중에 테스트를 해서 클럭을 정하는 제품이 꽤 있습니다. 제조 공정이나 설계 최적화를 통해 클럭은 더 오를 수 있습니다. 또 일정한 규격으로 대량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작동 스펙에 어느 정도 여유를 두기도 합니다. 이 부분을 공략해서 오버클럭을 하는 것이죠.

 

흔히 시금치 램이라고 부르는 평범한 램도 3200MHz 오버클럭은 그리 어렵지 않으며, 이를 통해 성능 향상을 이끌어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라이젠의 메모리 오버클럭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방법이기도 하지요. https://gigglehd.com/gg/6252014 하지만 오버클럭은 100% 된다고 보장하지 않으며(가능성은 매우 높지만요), 오버클럭이란 말에 괜히 겁을 먹거나 귀찮아하는 이들도 분명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인텔은 하이엔드 칩셋을 동원해도 정규 메모리 클럭이 2666MHz에 머무르지만 3세대 라이젠은 3200MHz까지 공식 지원합니다. 바꿔 말해서, 인텔보다 더 앞선 3세대 라이젠의 스펙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메모리 클럭을 3200MHz로 맞춰야 합니다. 그런데 3200MHz 튜닝 메모리는 비싸고, 오버클럭을 하기 귀찮거나 부담스러워하는 이들도 분명 있습니다. 라이젠을 쓰는 사람들이 모두 오버클럭을 뚝딱 해내는 하드웨어 매니아는 아니잖아요. 따라서 비싼 돈을 들이거나 추가 설정 없이도 3200MHz로 작동하는 메모리가 나온다면, 3세대 라이젠을 활용하기가 더욱 쉬워질 겁니다. 

 

 

그 방법이 이제야 열렸습니다. DDR4-3200MHz 규격의 표준 메모리가 판매를 시작했거든요. 그 선두주자는 마이크론 Crucial DDR4 8G PC4-25600 CL22입니다. 으리으리한 RGB LED나 묵직한 방열판처럼 튜닝 램의 색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수수한 녹색 기판의 램입니다. 그래서 쌉니다. 2020년 1월에 판매를 시작한 신제품의 최저가가 4만 2천원. 메모리 시장에서 가장 대표적인 제품인 삼성전자 DDR4 8G PC4-21300의 경우 2666MHz로 작동하는 메모리인데 39,620원입니다. 2666MHz에서 3200MHz로 업그레이드가 2500원. 택배비 한번 더 내면 되는군요.

 

2666MHz와 3200MHz 메모리의 성능 차이에 대해서는 이미 소개한 바 있습니다. 라이젠 램 오버클럭에 대한 글입니다. https://gigglehd.com/gg/6252014 다만 메모리를 오버클럭하는 것과 3200MHz 정규 클럭의 메모리는 램 타이밍이 다릅니다. DDR4 2666MHz 메모리의 경우 CL19의 램 타이밍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클럭을 올리지만, 마이크론 Crucial DDR4 8G PC4-25600 CL22의 램 타이밍은 제품명에 나온대로 CL22, 더 정확히 말하면 22-22-22-52입니다. 메모리에서 용량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이 클럭, 가장 마지막이 타이밍이라고 하지만 어쨌건 성능에 영향을 주는 요소임엔 분명합니다.
 

 

마이크론 Crucial DDR4 8G PC4-25600 CL22 메모리 http://prod.danawa.com/info/?pcode=10294017

 

대원 CTS에서 유통하는 제품으로 클럭 3200MHz, 용량 8GB, 전압 1.2V, 램 타이밍 CL22, 2020년 1월 현재 최저가는 4만 3400원.

 

 

은박지로 대충 싸서 주지 않고, 플리스틱 케이스 안에 넣었습니다. 케이스 아래 쪽에는 대원 CTS에서 유통하는 정품 A/S 보증 스티커가 있네요. A/S를 받으려면 램에 이걸 붙여야겠지요? 

 

 

메모리 전면. 녹색 기판, 메모리 칩, 그리고 스티커가 전부입니다.

 

 

기판 뒤쪽은 눈에 띌만한 큰 부품이 없군요.

 

 

메모리 모듈 왼쪽에 부착된 스티커. 제조사인 마이크론의 로고가 있습니다.

 

 

메모리 모듈 오른쪽의 스티커. 마이크론의 컨슈머 브랜드인 Crucial의 로고가 있습니다. 제품의 주요 스펙도 여기에 있습니다.

 

 

스티커를 살짝 들어내고 한 장. 9WJ75 D9WSM라는 각인이 있습니다.

 

그래서 소개하는 김에 테스트를 새로 했습니다. AMD는 보급형 플랫폼에서도 3200MHz가 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CPU는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의 가장 보급형 모델인 라이젠 5 3500을 골랐습니다. 메인보드도 대표적인 보급형 제품인 MSI A320M-A PRO를 썼습니다. AMD는 인텔과 다르게 비싼 메인보드를 쓰지 않아도 고클럭 메모리를 거뜬히 지원하거든요. 그래픽카드도 아주 높거나 낮은 건 피해서 지포스 RTX 2060 슈퍼로 조합, 풀 HD 해상도의 게임 성능 위주로 테스트했습니다.

 

 

CPU는 라이젠 5 3500.

 

 

MSI A320M-A PRO. 3200MHz 메모리에 A320 칩셋이면 충분합니다. 

 

 

그래픽카드는 MSI 지포스 RTX 2060 SUPER 게이밍 X D6 8GB 트윈프로져7 https://gigglehd.com/gg/5215697 

 

 

3200MHz 순정램(?)의 장점은 설정이 필요 없다는 겁니다. 메인보드가 3200MHz로 알아서 인식합니다. 설령 3200MHz로 설정이 되지 않았다 해도, 바이오스에서 3200MHz로 잡아주기만 하면 100% 작동합니다. 

 

 

CPU-Z에서 3200MHz 22-22-22-52로 인식했습니다. 8GB 모듈 2개를 꽂아 16GB 듀얼채널로 구성했습니다.

 

사실 테스트 결과는 매우 뻔합니다. 다들 알고 계신대로 3200MHz의 성능이 더 높습니다. 성능의 변화 폭은 게임마다 다르며, 게임에 따라서는 메모리 클럭이 올라도 성능이 변하지 않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고클럭 메모리를 조합했을 때 게임 성능이 더 오른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것도 많은 투자 끝에 나온 결과도 아닙니다. 고클럭 메모리를 쓰기 위해 비싼 CPU와 메인보드가 필요한 게 아니라, 보급형 CPU에 저가형 메인보드로도 충분합니다. 새로 출시된 3200MHz 일반 메모리의 가격은 2666MHz에 택배비를 붙인 수준입니다. 이쯤 되면 당연히 해볼만한 투자 아닐까요?

 

 

3D마크 타임 스파이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애쉬즈 오브 더 싱귤러래티

 

 

어새신 크리드 오딧세이

 

 

데이어스 엑스: 맨카인드 디바이디드

 

 

포 아너

 

 

기어즈 5

 

 

히트맨

 

 

미들어스: 쉐도우 오브 워

 

 

배틀그라운드

 

 

쉐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

 

 

토탈 워: 삼국

 

 

포르자 호라이즌 4

 

 

파 크라이 5

 

 

레인보우 식스: 시즈

 

 

디비전 2

 

 

경쟁 상대와 비교해도 성능 우위는 이어집니다. 예전에 했던 테스트라 굳이 그래프를 다시 옮기진 않겠으나, 3200MHz 메모리를 조합한 라이젠 3000 시리즈 프로세서는 인텔 9세대 코어 프로세서보다 성능은 더 낫고 가격은 더 낮습니다. 그 일등 공신은 역시 7nm 공정으로 제조된 젠 2 아키텍처겠지만, 고클럭 메모리와의 조합이 성능에 영향을 준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예전에 진행했던 인텔 CPU와의 비교 테스트는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세요. 

 

라이젠 5 3500 vs 코어 i5-9400F https://gigglehd.com/gg/6183499

라이젠 5 3500X vs 코어 i5 9500F https://gigglehd.com/gg/5933681

 

 

3200MHz의 고클럭 메모리는 라이젠 3000 시리즈의 성능을 100% 발휘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부품입니다. 뿐만 아니라 경쟁 상대인 인텔은 아직까지 정식 지원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라이젠 3000 시리즈만 지닌 장점이기도 합니다. 마이크론 Crucial DDR4 8G PC4-25600 CL22 같은 3200MHz 클럭의 일반 메모리는 기존의 2666MHz 메모리에 비해 크게 비싸지 않으며, AMD의 보급형 칩셋인 A320에서도 3200MHz의 클럭을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와 3200MHz의 메모리의 조합은 값이 싸고, 쓰기 쉽고, 성능은 높습니다. 최고의 가격 대 성능비가 무엇이라고 묻는다면 정답은 여기에 있습니다. 2020년 상반기를 휩쓸 새로운 국민 조합이 탄생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