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면 새 컴퓨터를 찾는 수요가 늘어납니다. 예전에는 새 컴퓨터가 있으면 공부를 잘 할거라는 동기 부여 차원이거나 숙제를 하기 위해 새로 샀다면, 이제는 코로나 때문에 필수가 되버린 비대면 원격 수업을 위해서 컴퓨터가 꼭 필요합니다. 스마트폰으로 대충 보라는 건 너무 안일한 생각이지요. 코로나가 언제 끝날 줄 알고 그 작은 화면으로 버티나요. 각 잡고 공부 좀 할라치면 컴퓨터가 필수입니다. 숙제가 아닌 과제를 하는 대학생이나 무슨 죄를 지어서 대학원에 갔을지 모를 대학원생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이제는 초등학교 1학년 조차도 학교 수업을 따라가려면 컴퓨터가 꼭 있어야 하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지금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보면 '컴퓨터가 필요하니 새로 사야하겠다' 이 한 마디로 정리가 되질 않습니다. 신학기에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오르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지금은 가격이 오른 수준이 아니라 폭등했습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 때문에 반도체거나 반도체가 들어간 제품이라면 뭐든지 가격이 오르거나 오를 예정이고요. 거기에 더해서 공급까지 딸리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독 심한 게 그래픽카드입니다. CPU는 제품에 따라서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도 있는데, 그래픽카드는 그냥 다 올랐습니다. 최신 제품이건 한 세대 지난 구형 제품이건, 중고 시장이건 가리지 않고 전부 말입니다. 

 

현재 그래픽카드는 정상 가격에 비해 훨씬 비싸게 팔릴 뿐더러, 그마저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지경이 된 이유야 여러가지를 붙여볼 수 있겠지만, 신제품 발표 이후 가뜩이나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제품의 상당수가 가상화폐 채굴에 끌려간 게 큽니다. 반도체 공급이 급격하게 나아지길 기대하긴 어렵고, 가상화폐 시세가 폭락하지 않는 이상 채굴장에 사로잡힌 인질들이 풀려나간 힘듭니다. 가상화폐 채굴에 하이엔드 그래픽카드뿐만 아니라 이를 탑재한 노트북까지 끌려가면서 중급형 모델들의 가격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고요. 그래서 당분간 제 값을 주고 그래픽카드를 구하긴 매우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컴퓨터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웃돈을 주거나 바가지를 쓴다는 찝찝한 기분을 안고 그래픽카드를 사서 달거나, 아니면 그래픽카드가 필요 없는 시스템을 사던가요. 그래픽카드가 필요 없다고 해서 화면이 안 나온다는 말은 아니고요. 내장 그래픽을 갖춘 CPU를 사라는 말입니다. 그럼 그래픽카드 가격만큼 컴퓨터 구입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겠죠. 물론 내장 그래픽의 성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본격 게임용도 아니고, 새로운 학기를 맞이하여 학업을 도와줄 도구로 컴퓨터를 활용려는데 값비싼 그래픽카드를 넣는 건 오히려 사치일 뿐입니다. 내장 그래픽으로도 충분하죠.

 

그렇다고 아무 CPU나 사서 내장 그래픽을 쓰면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우선 모든 CPU에 다 내장 그래픽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인텔의 경우 모델 넘버 끝에 F가 붙은 CPU는 내장 그래픽이 없습니다. 내장 그래픽 기능을 막아뒀다고 하면 되겠네요. 그 대신 가격이 좀 싸지만, 내장 그래픽을 쓰겠다면 F 시리즈는 피해야 합니다. AMD는 조금 다릅니다. 이쪽은 내장 그래픽을 갖춘 CPU가 아예 따로 나오거든요. 기본적인 아키텍처는 같지만 그 구성이나 세세한 스펙에서는 차이를 보이니 다른 CPU라고 해도 될 겁니다. 하지만 이쪽도 구분하긴 어렵지 않습니다. 제품명 뒤에 G가 붙어 있으면 내장 그래픽이 달린 CPU입니다.

 

여기까지는 내장 그래픽이 달린 CPU를 구분하는 방법입니다. 그 다음에는 성능을 따져 봐야지요. CPU마다 성능이 다르듯, 여기에 탑재된 내장 그래픽의 성능 역시 천차만별입니다. 뭘 골라도 내장 그래픽의 한계는 있습니다. CPU를 사면 끼워주는 내장 그래픽에서 비싼 그래픽카드 만큼의 성능을 기대해선 안되겠죠. 그렇다고 바탕화면 표시 이상의 성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제품을 고를 이유도 없습니다. 아무리 내장 그래픽이어도 어느 정도의 작업과 게임은 거뜬히 해내야 하진 않을까요? 그리고 이 조건을 위해서 어떤 CPU를 골라야 하는지, 하드웨어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 AMD입니다. 

 

 

인텔은 내장 그래픽 자체는 오래 만들었고 그 점유율도 결코 낮지 않지만, 고성능 그래픽카드 제품을 만든 적이 없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예전에 만들려다가 실패했고, 지금 다시 만들겠다고는 하는데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건 아닙니다. 그리고 CPU의 코어 수를 늘리길 아까워했던 것처럼, 내장 그래픽의 규모를 늘리는데도 인색했습니다. 그래서 바탕화면 표시나 동영상 재생 이상을 기대하기가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이에 비해 AMD는 CPU와 GPU 모두를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당연히 GPU의 개발과 제품에 많은 투자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만든 GPU 기술을 그대로 CPU에 넣으면 훌륭한 내장 그래픽이 만들어지겠지요.

 

AMD CPU 성능이 경쟁 상대보다 약세를 보이던 시절도 분명 있었지만, 그때도 내장 그래픽의 성능 하나 만큼은 인정을 받았었지요. 그리고 이제는 높은 내장 그래픽 성능 우위는 그대로 유지한채로 CPU 성능까지 인텔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발전했습니다. 특히 내장 그래픽을 갖춘 AMD 데스크탑 CPU의 최신 버전인 르누아르에서는 여러 부분에서 높은 성능 향상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니 내장 그래픽이 달린 CPU를 사겠다면 그냥 AMD를 고르세요...로 끝내는 건 아니고요. 좋다고 말만 하는게 아니라 얼마나 좋은지 보여드리면, 내장 그래픽에서 AMD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리라 생각됩니다. 

 

비교 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텔은 코어 i3-10100과 코어 i5-10400입니다. 각각 4코어 8쓰레드와 6코어 12쓰레드며, 가격은 13만원과 19만원입니다. AMD는 라이젠 3 프로 4350G, 라이젠 5 프로 4650G, 라이젠 7 프로 4750G를 썼습니다. 4코어 8쓰레드, 6코어 12쓰레드, 8코어 16쓰레드의 프로세서이며 가격은 각각 16만원, 23만원, 36만원입니다. 코어/쓰레드 수를 똑같이 맞추고 비교하면 AMD가 인텔보다 더 비쌉니다. 4350g는 10100보다 3만원, 4650G는 10400보다 4만원이 높거든요. 하지만 AMD CPU가 가격 이상의 성능 차이를 보여준다면 오히려 가성비가 더 우수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아래에서 확인해 봅시다.

 

 

시스템의 전반적인 성능을 평가하는 테스트인 PC마크 10입니다. 점수만 놓고 보면 인텔과 AMD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하나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는 아래의 세부 테스트를 봐야 되겠군요.

 

 

웹 서핑과 앱 시작, 영상 컨퍼런스 테스트입니다. 어떤 항목이건 높으면 높을수록 좋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특히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영상 컨퍼런스입니다. 코로나에 맞춰 원격 수업이나 재택 근무를 하면서 화상 회의에 해당되는 작업이 많이 늘었으니까요. 여기에 나온 모든 테스트에서 AMD 보급형인 라이젠 3 프로 4350G가 인텔의 더 비싼 CPU인 코어 i5-10400보다 높은 성능을 보여줍니다. 

 

 

최근 주목받는 분야는 또 있지요. 바로 컨텐츠 제작입니다. 동영상을 편집하고 포토샵을 다뤄 컨텐츠를 만드는 작업들이 모두 컨텐츠 제작에 포함되지요. 디지털 컨텐츠 크리에이션, 사진 편집, 렌더링/시각화, 영상 편집 테스트가 이 부분의 성능을 측정하는데요. 여기서도 인텔과 AMD 간의 성능 격차가 워낙 크다보니 굳이 뭔가를 더 설명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사무 작업과 관련된 테스트들입니다. 문서 편집은 라이팅, 엑셀 작업은 스프레드시트입니다. 많은 수의 코어와 쓰레드를 동원하는 작업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발휘하는 성능이 중요한 영역이다보니 상위 모델들이 낮은 성능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그래도 AMD와 인텔 사이의 성능 차이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3D마크 타임 스파이

 

 

3D마크 타임 스파이 익스트림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익스트림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울트라

 

PC마크10에서 CPU 성능 위주로 봤다면, 이제 본격적인 그래픽 성능으로 넘어가 봅시다. 3D마크는 그래픽 성능을 측정하는 프로그램으로, 타임 스파이는 다이렉트 X 12를, 파이어 스트라이크는 다이렉트 X 11 환경에서의 성능을 측정합니다. 그리고 익스트림과 울트라로 올라가면서 해상도가 높아지지요. 따라서 내장 그래픽에서 익스트림이나 울트라 환경까지 쓸 일은 없을 겁니다. 

 

어느 항목과 조건에서 테스트하건 결과는 큰 차이가 없는데요. 총점은 AMD, 그래픽 역시 AMD의 우세입니다. AMD 르누아르의 그래픽 성능이 우수하니 당연한 겨롸고요. 르누아르 중 가장 저렴한 라이젠 3 프로 4350G로도 코어 i3-10100은 물론, 코어 i5-10400보다 앞선 성능을 보여줍니다. CPU나 피직스 테스트에서는 10400보다 낮은 점수나 나오나, 이건 6코어 12쓰레드와 4코어 8쓰레드라는 CPU 스펙 차이에서 비롯된 겁니다. 

 

 

 

이제는 '최소한의 게임 플레이가 가능한 스펙을 갖췄느냐'라는 질문 대신 '롤은 되냐?'고 묻습니다. 위에서 인텔 내장 그래픽의 성능이 AMD보다 많이 낮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였으나, 그런 인텔 내장 그래픽도 리그 오브 레전드는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해상도나 옵션을 많이 타협할 필요도 없습니다. 풀 HD 해상도에 최고 설정의 그래픽에서도 가끔 60프레임 방어가 안 되서 그렇지 게임 플레이 자체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인텔 내장 그래픽이 쓸만한 모습을 보이는 건 딱 리그 오브 레전드까지입니다. 롤 다음부터는 힘들어지거든요. 오버워치를 내장 그래픽으로 하겠다면 인텔은 해상도를 낮추고 옵션도 가장 아래로 끌어 내려야 합니다. 그래도 30프레임을 사수하기가 쉽지 않지요. 코어 i5-10400은 되야 어떻게 비벼볼만한 수준입니다. 그에 비해 AMD는 30이 아니라 60프레임을 목표로 삼기에도 충분합니다. 움직임과 화면 전환이 빠른 하이퍼 fps 장르여도 60프레임만 안정적으로 뽑는다면 즐겜은 충분하겠지요.

 

 

 

욕심을 더 내서 배틀그라운드까지 돌려봤습니다. 인텔은 실행이 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두긴 어렵고요. 이 프레임에서 게임을 했다간 총 맞아 죽기 전에 홧병으로 먼저 쓰러질 것 같군요. AMD 르누아르는 이와 대조적으로 풀 HD에서 옵션을 낮추면 게임할 수준의 성능이 나옵니다. 해상도까지 1280x768로 낮추면 60프레임 사수까지 됩니다. 

 

 

신학기를 맞이하여 새로 컴퓨터를 장만하려는 수요가 많지만, 컴퓨터의 핵심 부품인 그래픽카드를 제 값에 구하기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컴퓨터가 꼭 필요하다면 내장 그래픽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물론 모든 내장 그래픽이 다 좋다는 건 아닙니다. 인텔 CPU의 내장 그래픽은 그 한계가 명확합니다. 부족한 성능 때문에 그래픽을 활용한 작업은 물론이고,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도 한정적입이다. 이에 비해 AMD 르누아르 기반 데스크탑 프로세서는 향상된 CPU 성능과 탄탄한 내장 그래픽 성능을 바탕으로, 작업부터 게임까지 모든 분야에서 높은 성능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둘 중 무엇을 골라야 하는지 그 답은 뻔히 나와 있다고 해도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