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기업은 문어발 확장이란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 시장에는 S와 L이라는 걸출한 두 기업이 있지요. 그래서 컴퓨터를 잘 모르거나, 관리하기 귀찮다면 아무런 생각 없이 대기업 제품을 고르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요. 게이밍 데스크탑에선 그게 불가능합니다. 이 두 회사가 관심이 없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게이밍 PC가 중소기업 상생 업종으로 지정되기라도 한건지, 그것도 아니면 게임 문화를 낮게 평가하는 한국 사회의 뿌리깊은 편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그 이유를 탐구할 여유까지는 없고요.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한국에서 게이밍 데스크탑을 사려면 조립 업체를 찾던가 직접 조립해야 한다고요.
그리고 게이밍 데스크탑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이 현재 판매 중인 컴퓨터 부품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조립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는 건 아닙니다. 이것이 게이밍 데스크탑 시장에서 조립 PC를 찾게 되는 이유지요. 심지어는 조립을 할 줄 아는데도 조립 PC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용도에 맞는 부품을 찾아보고 조립할 시간이 없거나, 까다로운 사람과 평생 A/S 셔틀이라는 귀찮은 관계로 엮이기 싫다는 이유에서 말입니다. 업체에서 조립해준 PC라면 부품의 호환성과 성능, 작동에 대한 기본적인 검증은 당연히 되어 있을테고요. 초기 불량이나 설정에 관련된 A/S까지는 대체로 해결을 해 주는 편이거든요.
시중에 판매되는 게이밍 데스크탑 조립 PC는 용도와 가격에 따라 다양한 제품이 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를 직접 조립할 만큼의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고가의 시스템을 서슴치 않고 지를 수 있는 용기나 돈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겠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격을 최대한 낮추면서도 괜찮은 성능을 내는 시스템을 사길 원합니다. 가격은 싸면서도 성능은 높아야 한다니 이게 참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라이젠 CPU와 라데온 그래픽카드의 속칭 라라랜드 조합으로 기본기를 다지고 여기에 FSR이나 AFMF 같은 기능을 더한다면 보급형 게이밍 PC에서도 체감 성능을 대폭 높일 수 있습니다.
포유컴퓨터 퍼포먼스PC 52 R5 7500F RX7600
저는 컴퓨터를 직접 조립하는 쪽이지, 조립된 걸 사는 쪽은 아닙니다. 그래서 조립 PC 업체 중에 어디가 좋고 어디는 별로라고 아는 척할 밑천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다나와 조립 PC의 인기 순위 중에 포유시스템의 이름을 달고 있는 제품이 제법 많다는 걸 확인하는데 조립 PC 업체에 대한 지식까지는 필요하지 않겠지요. 많은 히트 제품을 계속해서 뽑아내고 있는 업체인 만큼, 상품 기획부터 시작해서 조립과 포장, 배송과 사후 지원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많은 노하우를 쌓았을 거라고 기대해도 괜찮을 거라 생각합니다. 홈페이지에서 대한민국 조립PC 1등이라고 홍보하는 것도 나름의 자신감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겠죠.
조립PC라고 하길래 기껏해봤자 미들타워겠거니 했는데 거대한 박스가 왔습니다. 안에 들어있는 건 평범한 미들타워 PC가 맞지만, 케이스 박스 겉에 완충용 포장재와 대형 박스를 한번 더 둘렀습니다. 극단적인 환경보호단체가 보면 규탄을 금치 못할 광경이지만, 시스템 보호에는 제격이지요. 이 포장재는 시스템 외부 뿐만 아니라 안에도 꽉 채워져 제품 배송 중에 CPU 쿨러나 그래픽카드가 움직일 공간 자체를 주지 않습니다. 부품 구성의 경우 퍼포먼스PC 52 R5 7500F RX7600이라는 제품명답게 라이젠 5 7500F와 라데온 RX 7600 조합을 장착했고, 타워형 공냉 쿨러와 NVMe M.2 SSD, 600W 용량의 파워가 탑재됩니다.
정말 거대한 박스.
케이스 박스를 둘러싼 포장재.
작은 박스엔 전원 케이블을 넣었습니다.
본체 박스.
박스를 열면 가장 먼저 설명서가 나옵니다.
운송 중 파손을 막기 위해 완충제를 넣었으니 그것부터 빼고, 케이블과 스위치를 확인하라는 내용 되겠습니다. 혹시 불량이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문의할 수 있는지도 설명합니다.
케이스 포장.
어떤 케이스를 쓰는지 공식 스펙에서 따로 표기하진 않았지만, 테스트용으로 받은 제품은 앱코 G15 세이퍼 아크릴 케이스를 씁니다. 아크릴 창 너머로 안을 가득 채운 포장재가 보이는데요.
이것부터 빼줘야 합니다. 빼지 않고 그대로 썼다간 시스템 내부가 찜통이 되겠죠.
완충제를 제거한 시스템 내부.
타워형 쿨러 아래에 라이젠 5 7500F 프로세서가 장착됐습니다. 메모리는 16GB DDR5 모듈 하나가 장착됐습니다.
이 시스템에 장착된 쿨러는 잘만 CNPS9X PERFORMA, 메인보드는 기가바이트 A620M S2H입니다.
SSD는 마이크론 크루셜 P3 플러스 500GB 모델입니다.
그래픽카드는 사파이어 라데온 RX 7600 펄스 OC D6 8GB를 사용했습니다.
파워는 잘만 EcoMax 600W입니다. 시스템 구성을 고려하면 여유가 있는 수준을 넘어서 남아 도는 용량입니다.
케이스 전면에 3개, 뒷면에 1개의 쿨링팬이 기본 탑재됩니다.
반대편에선 잘 정돈된 케이블을 볼 수 있습니다.
시스템 뒷면.
설명서에 나온대로 위쪽 메인보드가 아닌 아래쪽 그래픽카드에 모니터를 연결하는 것만 잊지 않으면 됩니다.
전면 통풍구.
상단 먼지 필터.
하단 먼지 필터.
우측 패널.
최신 아키텍처의 가성비 6코어 12스레드와 M.2 SSD
CPU는 라이젠 5 7500F입니다. 라이젠 5 7600에서 내장 그래픽을 빼고 클럭을 100Mhz 낮췄지만 그 대신 가격을 조정해 가성비를 높인 모델이지요. 라이젠 5 7600에 버금가는 가성비와 높은 전력 효율은 이미 증명된 바 있습니다. https://gigglehd.com/gg/14611361 라이젠 5 7500F는 TDP가 65W라 발열이나 전력 사용량이 많진 않지만 여기에 번들 쿨러가 아닌 타워형 쿨러를 장착해 온도를 낮추고 소음도 억제해 전체적으로 쾌적한 환경을 구축했습니다. 메인보드 칩셋은 AM5 소켓의 가장 기본인 A620으로 PCIe 4.0 규격의 SSD를 지원합니다. 500GB 용량의 NVMe M.2 SSD와 DDR5 16GB 메모리를 장착해 작업 공간과 저장 용량 모두 큰 부족함이 없고요. 파워 용량은 600W로 장착된 구성에 비하면 여유가 넘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조합을 통해 게임은 물론이고 어느 정도의 작업까지도 거뜬히 처리해낼 수 있는 성능을 제공합니다.
라이젠 5 7500F 프로세서와 기가바이트 A620M S2H 메인보드
DDR5-4800 16GB 메모리
메모리 대역폭
SSD의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 성능 테스트. 읽기 4800MB/s, 쓰기 1900MB/s의 성능을 보여줍니다.
SLC 캐싱된 75%를 넘으면 성능 저하가 보입니다. 게임 로딩 정도의 작업이라면 괜찮은 성능을 체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CPU-Z
시네벤치
PC마크 10
소음
온도
시스템 전체 전력 사용량
게임 프레임 확실하게 불려주는 AMD AFMF
게이밍 PC의 주인공은 컴퓨터의 모든 부분에 관여하는 CPU도, 소중한 데이터를 저장하는 SSD도 아닌 그래픽카드입니다. 그래픽카드의 성능에 따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옵션과 해상도, 쾌적함을 결정하는 프레임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그래픽카드의 가격은 갈수록 오르고 있고요. 100만 원 대의 저렴한 시스템에 넣을 수 있는 그래픽카드의 종류는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최신 기술을 지원하는 신형 아키텍처 기준으로 NVIDIA는 지포스 RTX 4060, AMD는 라데온 RX 7600이지요. 양쪽 모두 풀 HD 해상도라면 60fps 정도의 프레임은 낼 수 있는 성능을 지녔는데요. 기왕 사는 거 좀 더 높은 성능을 쓰고 싶다면 라데온 RX 7600이 더 유리합니다. 보급형 그래픽카드에서 쓸 일이 많지 않은 레이 트레이싱 같은 부분을 제외하면 라데온의 성능이 더 높거든요. https://gigglehd.com/gg/14504060 가격 역시 라데온 RX 7600이 지포스 RTX 4060보다는 저렴한 편이고요.
여기까지 보면 성능 좋고 가격 저렴한 라데온 RX 7600 탑재 모델의 가성비가 좋다는 결론을 낼 수 있으나 아직 한 가지가 더 남아 있습니다. 이제는 순수한 성능만 가지고 그래픽카드를 평가하는 세상이 아니거든요. 설정된 해상도보다 낮은 해상도로 렌더링하고 이를 보간해서 높은 해상도로 그려낸 것처럼 표시하는 NVIDIA DLSS와 AMD FSR, 프레임 사이 사이에 추가 프레임을 끼워 넣어 더욱 부드럽게 보여주는 NVIDIA 프레임 생성과 AMD 플루이드 모션 프레임 같은 기능들이 등장했거든요. 그래서 그래픽카드의 실제 성능 그 이상의 해상도와 프레임으로 게임을 즐길 수가 있게 됐습니다. 깡성능이 떨어지는 보급형 그래픽카드의 체급을 올려주는 기술들이니 가격 대 성능비를 극대화하길 원하는 사용자라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그리고 여기에서도 AMD의 공세는 여전히 매섭습니다. 이런 기능들의 개발과 도입 자체는 NVIDIA가 먼저 했지만 AMD는 이걸 오픈 소스로 풀어버려서 경쟁사 제품에서도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인배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었고, 보다 많은 게임들이 이를 쉽게 추가할 수 있도록 판을 키웠습니다. 또 프레임을 생성해 끼워 넣는 기술의 경우 NVIDIA는 지원 게임에서만 쓸 수 있지만 AMD는 드라이버 차원에서 기능을 켜면 바로 적용되기에, 게임이 업데이트되길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AMD 플루이드 모션 프레임은 아직은 프리뷰 버전 드라이버에서만 지원하지만, 직접 써 보니 사용이나 효과에 큰 문제가 없었고요. 무엇보다 경쟁 상대인 프레임 생성 기술과 다르게 지원하는 게임에 제한이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고, 프레임의 상승 폭도 훨씬 높아 라데온 RX 7600의 체급 이상으로 부드러운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기본 장착된 라데온 RX 7600
비교용으로 사용한 지포스 RTX 4060
우선 기본적인 성능 확인을 위한 3D 마크입니다.
3D마크 타임 스파이
3D마크 타임 스파이 익스트림
3D마크 스피드웨이, 포트 로얄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익스트림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울트라
플루이드 모션 프레임 기능을 지원하는 프리뷰 버전 드라이버는 여기에서 받을 수 있고요.
https://www.amd.com/en/support/kb/release-notes/rn-rad-win-23-30-afmf-tech-preview
라데온 드라이버 소프트웨어의 게임 메뉴, 그래픽 탭에서 설정할 수 있습니다.
혹은 게임 내의 메뉴에서 설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NVIDIA의 프레임 생성이 이런 식으로 설정하지요. 이런 방식은 게임에서 지원하지 않으면 기능을 쓸 수 없지만, AMD의 플루이드 모션 프레임은 드라이버 차원에서 설정할 수 있어 기본적으로는 모든 게임에 적용 가능합니다.
아래 테스트 그래프는 순서대로 라데온 RX 7600 기본 설정, FSR 적용, FMF(플루이드 모션 프레임) 적용, 지포스 RTX 4060 기본 설정, DLSS 적용, FG(프레임 생성) 적용입니다. 기본값 외에 다른 항목은 게임에서 지원하지 않는 경우 빈 칸으로 남겨두었습니다. NVIDIA 프레임 생성 기능이 그런 항목이 많지요. 어떤 게임이건 가리지 않고 적용할 수 있는 플루이드 모션 플게임의 장점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토믹 하트
호거와트 레거시
발더스 게이트 3
바이오 해저드 RE4
사이버펑크 2077
F1 22
포스포큰
호라이즌 제로 던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
배틀그라운드
백만 원에 맞춘 쓸만한 게이밍 PC
가성비와 전성비를 모두 갖춘 라이젠 5 7500F로 기본기를 갖추고 경쟁 상대보다 더 높은 가성비를 자랑하는 라데온 RX 7600을 탑재한 게이밍 PC입니다. 이 조합만으로도 풀 HD 해상도에서 원활한 게임이 가능하지만, 여기에 폭넓은 게임에서 편리하게 적용되는 플루이드 모션 프레임을 적용하면 높은 주사율을 지닌 게이밍 모니터나 풀 HD 이상 해상도까지도 넘볼 수 있는 저력을 보여줍니다. 컴퓨터 조립에 관련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도 간단하게 쓸 수 있는 보급형 게이밍 PC입니다.
Normie
아라
까마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