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 시장은 두 개로 나눌 수 있습니다. 비싼 곳과 저렴한 곳. 고가형은 진작 승패가 갈렸습니다. 라이젠 5000 시리즈가 10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모든 성능에서 압살한데 이어, 11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새로운 아키텍처의 실력을 보여주기도 전에 높은 온도와 전력 사용량으로 외면받고 있습니다. 그 두개를 무시하고 순수하게 성능만 따져봐도 라이젠 5000 시리즈보다 나을 건 없지만요. 그래서 앞으로도 한 동안은 비싼 고급형 CPU 시장에서 무엇이 최선의 선택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저가형은 양쪽 진영 모두 1세대 전의 CPU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AMD는 라이젠 3000, 인텔은 10세대 코어 프로세서입니다. 11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저가형이라 해봤자 10세대의 리프레시 모델이라 근본적으로는 다를 것도 없지만요. 어쨌건 비쌀수록 성능이 좋다는 건 CPU도 예외는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고가의 CPU를 살 순 없지요. 굳이 비싼 CPU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보급형 CPU에 만족해야 하며, 오피스나 사무 작업, 간단한 게임 등에서는 보급형 CPU로도 충분합니다. 물론 시장에 판매 중인 모든 보급형 CPU가 다 같은 성능을 내진 않습니다. 시장에 판매중인 여러 제품 중에도 분명 성능이 더 좋고, 더 뛰어난 제품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여기에선 그게 어떤 CPU인지 알아보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테스트 조건
테스트에 사용한 CPU의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텔 코어i5-10세대 10400. 6코어 12쓰레드. 201,780원 http://prod.danawa.com/info/?pcode=11308551
인텔 코어i3-10세대 10100. 4코어 8쓰레드. 153,570원 http://prod.danawa.com/info/?pcode=11405337
AMD 라이젠5-3세대 3600. 6코어 12쓰레드. 173,590원 http://prod.danawa.com/info/?pcode=10861092
AMD 라이젠3-3세대 3300X. 4코어 8쓰레드. 127,080원 http://prod.danawa.com/info/?pcode=12625094
6코어 12쓰레드와 4코어 8쓰레드 제품을 인텔과 AMD에서 하나씩 골랐습니다. 인텔의 경우 내장 그래픽이 없는 F 버전은 더 저렴한 값에 살 수 있으며, AMD 역시 정품과 똑같은 쿨러와 A/S를 제공하는 멀티팩 버전을 싼 값에 판매합니다. 다만 이 점을 감안해도 AMD 쪽의 가격이 더 저렴한 편입니다. 물론 가격 하나만 보고 결정해선 안되죠. 여기에 성능을 더해야 합니다. 어쨌건 모두 20만원 이하에 판매 중이며, 현 상황에서 저렴한 CPU를 고르겠다면 한번 쯤 고려해봄직한 제품들입니다.
라이젠 5 3600과 라이젠 3 3300X
MSI MEG X570 갓라이크 https://gigglehd.com/gg/5201838 메인보드와 DDR4-3200MHz 16GB 듀얼채널 메모리
코어 i5-10400과 코어 i3-10100
MSI MPG Z490 게이밍 카본 WiFi https://gigglehd.com/gg/7201821 메인보드와 DDR4-2666MHz 16GB 듀얼채널 메모리
그래픽카드는 MSI 지포스 RTX 2060 SUPER 게이밍 X D6 8GB 트윈프로져7 https://gigglehd.com/gg/5215697 입니다.
그 외에 윈도우 10 20H2, 지포스 드라이버 461.72, SATA 6Gbps SSD를 사용했습니다.
시네벤치
시네벤치는 3D 모델링, 애니메이션, 렌더링을 수행하는 시네마 4D를 기반으로 하여 CPU 성능을 측정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따라서 3D 작업을 주로 하는 시스템이라면 시네벤치의 결과를 많이 참고하게 됩니다. 또 이 테스트는 CPU의 싱글 코어와 멀티 코어 성능을 나눠서 테스트합니다. 그래서 싱글 코어 테스트를 통해 코어/쓰레드 수와 관계 없는 순수한 CPU 아키텍처와 클럭 등에서 나오는 성능을 파악하고, 멀티 코어 테스트에서는 여러 코어와 쓰레드를 조합한 최대 성능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기존의 시네벤치 R15와 R20 버전에 더해서 최신 버전인 R23까지 테스트했습니다.
싱글 스레드에서의 성능입니다. 버전마다 점수는 다르지만 그 결과는 전부 같습니다. 어떤 버전이건 라이젠이 앞서는 성능을 보여줍니다. 라이젠 3000 시리즈의 구조가 인텔 10세대 프로세서에 비해 3D 렌더링 작업에서 더 유리하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또 코어 i3-10100과 코어 i5-10400, 라이젠 3 3300X와 라이젠 5 3600은 대체로 거의 같은 성능을 보여주었는데요. 이는 CPU의 코어/쓰레드 구성은 다르지만 근본적인 아키텍처는 같기에 싱글 코어 성능 역시 비슷하게 나왔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다음은 멀티 스레드에서의 성능입니다. 실제 환경에서는 하나의 코어만 사용해서 3D 렌더링을 수행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CPU에서 쓸 수 있는 모든 코어와 쓰레드를 전부 투입하지요. 그래서 이 테스트부터는 CPU 사이에 체급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데요. 코어 i3-10100은 가장 성능이 낮았고, 라이젠 3 3300X는 그보다 더 높은 성능을 보여줍니다. 코어 i5-10400은 라이젠 3 3300X보다 성능이 높은데, 4코어 8쓰레드와 6코어 12쓰레드의 규모 차이를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똑같은 6코어 12쓰레드여도 라이젠 5 3600이 훨신 더 높은 성능을 냅니다. 아키텍처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지요.
PC마크 10
PC마크 10은 컴퓨터 활용의 다양한 상황을 상정해서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기본 테스트에는 프로그램의 시작, 영상 회의, 웹 브라우징이 포함되고, 스프레드시트와 문서 편집, 사진과 동영상 편집까지, 컴퓨터를 사무용으로 쓴다면 떠올릴 법한 테스트 조건들이 모두 포함됩니다. 따라서 PC마크 10에서 높은 성능을 내는 시스템이라면 사무용 PC로 쓰기에 더욱 적합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아래에선 PC마크 10의 종합 점수 외에, 지나치기 쉬운 각 분야별 테스트 결과도 함께 소개했습니다.
PC마크 10의 전체 점수입니다. 코어 i3 혼자 점수가 크게 떨어지며, 나머지 3개의 CPU가 한데 모여 있습니다. 라이젠 3 3300X의 경우 4코어 8쓰레드 CPU지만, PC마크 10에서는 6코어 12쓰레드 CPU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낸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세부 점수에서도 결과는 비슷합니다. 어떤 상황이건 라이젠 5 3600이 가장 높고, 코어 i3-10100의 성능이 가장 낮습니다. 그리고 라이젠 3 3300X는 4코어 8쓰레드임에도 불구하고 6코어 12쓰레드인 코어 i5-10400을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특히 웹 브라우징과 스프레드시트 편집, 사진 편집 등이 대표적입니다. PC마크 10에서 다루는 부야에서만 사용할 사무용 PC라면 가장 독보적인 가성비를 보여주는 CPU는 라이젠 3 3300X라는 결론을 내기에 충분합니다.
어도비 프로그램
PC마크 10에는 사진과 동영상 편집의 성능 테스트가 포함되지만, 라이센스 때문에 상업용 프로그램이 아니라 오픈소스 프로그램으로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사진의 경우 ImageMagick, 동영상은 윈도우 미디어와 FFmpeg입니다. 그에 비해 실제 사진/영상 편집 작업에서는 어도비의 프로그램을 많이 사용하지요. 그래서 어도비 프로그램에서 플러그인을 실행해 성능을 테스트하는 PugetBench를 사용해서 어도비 포토샵, 프리미어 프로, 라이트룸 클래식의 성능을 테스트했습니다. PugetBench를 실행하면 실제 사용 환경을 상정해서 만든 일련의 스크립트에 따라 자동화된 작업을 반복 수행하며 성능을 측정합니다.
어도비 포토샵입니다. 여기에서도 코어 i3-10100은 독보적으로 낮은 성능을 기록했고, 라이젠 5 3600의 성능이 가장 높았습니다. 라이젠 3 3300X는 코어 i5-10400보다도 더 높은 성능이 나왔네요. 이 결과만 놓고 보면 다른 작업도 아니고 포토샵을 위해서 인텔 CPU를 선택할 이유는 전혀 없어 보입니다.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입니다. 여기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네요. 코어 i3-10100은 그 돈 주고 왜 저걸 사야하나 싶을 정도의 성능이 나왔고, 라이젠 5 3600은 20만원 이하 CPU에서는 최고의 작업용 CPU라 할만한 성능을 보여줍니다. 라이젠 3 3300X는 4코어 8쓰레드 CPU임에도 불구하고 6코어 12쓰레드인 코어 i5-10400에 근접한 성능을 뽑아냈습니다. 코어/스레드 수는 더 적지만 라이젠 3000 시리즈의 효율적인 고성능 아키텍처로 격차를 좁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도비 라이트룸 클래식입니다. PugetBench 테스트 중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요. 여기서 코어 i5-10400은 겨우 라이젠 5 3600과 같은 수준의 성능을 내줍니다. 하지만 앞서 보여준 다른 항목에서의 격차를 생각하면 굳이 라이젠 5 3600을 마다하고 코어 i5-10400을 선택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코어 i3-10100의 저조한 성능은 라이트룸에서도 여전하며, 라이젠 3 3300X는 코어/쓰레드 수의 근본적인 스펙을 넘어서는 성능을 보여줍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현재 PC 게임 인기 순위에서 부동의 1위는 리그 오브 레전드입니다. 비록 오래된 게임이나 그 동안 그래픽을 여러 차례 고치면서 요구하는 스펙이 은근히 높아진 게임이기도 합니다. 게임 프레임만 보면 오버워치와 비슷한 수준이죠. 따라서 리그 오브 레전드만 원활하게 잘 실행된다면 어지간한 멀티플레이 PC 게임을 즐기기엔 큰 문제가 없다는 말도 됩니다. 물론 게임 프레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그래픽카드지만, 그래픽카드의 제 성능을 뽑아내려면 CPU가 뒷받침을 해 줘야 합니다.
지포스 RTX 2060 그래픽카드를 장착하고, 풀 HD 해상도에 최고 옵션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를 실행했을 때의 성능입니다. 어느 CPU를 골라도 게임에 지장을 줄 정도로 성능이 안 나오진 않습니다. 가장 성능이 낮은 코어 i3-10100조차 평균 프레임이 200fps를 넘겼으니까요. 하지만 더 높은 성능을 내는 쪽은 역시 라이젠 3000 시리즈입니다. 라이젠 3 3300X는 더 비싼 모델인 코어 i5-10400보다도 높은 성능을 내주며, 라이젠 5 3600의 경우 그보다 30프레임 가까이 더 높은 성능이 나옵니다. 어떤 CPU건 리그 오브 레전드를 소화해낼 정도는 된다고 해도, 기왕이면 더 높은 성능을 내는 쪽을 선택하는 게 좋겠죠?
모바일 앱 플레이어
작업하는 틈틈이 모바일 앱 플레이어를 실행해서 자동 사냥이나 방치형 게임을 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개중에는 모바일 앱 플레이어를 하나 돌리는 데 그치지 않고, 동시에 여러 클라이언트를 함께 실행하는 경우도 있지요. 현재 나온 CPU는 어떤 제품이건 앱 플레이어 한 두개 실행하는데엔 문제가 없으나, 그 숫자가 늘어나면 CPU의 스펙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코어와 스레드 수가 중요하지요. 하지만 코어 수가 같다고 해서 앱 플레이어를 동시 실행하는 성능이 같진 않습니다. 이쪽 분야에선 예전부터 AMD 라이젠 프로세서가 동급의 경쟁 상대보다 더 높은 성능을 낸다고 알려져 있는데, 지금은 어떨까요?
여기에선 MSI 앱 플레이어를 사용해 리니지 2 레볼루션을 동시 실행해서 성능을 비교했습니다. 메인보드 바이오스에서 가상화 옵션을 켠 것 외에 특별한 설정은 하지 않않고, MSI 앱 플레이어의 기본 값 그대로 테스트했습니다. 성능 비교의 기준은 작업 관리자의 CPU 점유율입니다. 작업 관리자에서 보여지는 CPU 점유율이 100% 정확한 값을 보여주진 않는다 해도, 동시에 여러 앱을 실행하는 환경에서는 참고할만한 값을 보여준다고 판단했고요. 또 PC 게임처럼 프레임을 측정하는 건 의미가 없어서입니다. AMD 라이젠의 성능이 우세하다고 알려져 있으니 우선 인텔 CPU에서 몇 개의 앱 플레이어를 실행했을 때 CPU 점유율 100%가 나오는지를 확인하고, 똑같은 조건에서 AMD CPU는 점유율이 몇 %인지를 확인하는 식으로 비교했습니다.
6코어 12스레드 CPU의 비교입니다. 6개의 앱 플레이어를 실행했을 때 코어 i5-10400의 CPU 점유율은 계속해서 상승해 100%에서 일정 시간 동안 머무릅니다. 따라서 코어 i5-10400에서 6개 이상의 앱 플레이어를 원활하게 실행하긴 버거워 보입니다. 반면 라이젠 5 3600의 경우 100%에 도달한 적이 단 한번도 없으며, 80% 후반에서 90% 초반 사이의 점유율을 오가고 있습니다. 라이젠 5 3600에서 메모리 용량만 32GB로 늘린다면 6개보다 더 많은 앱 플레이어를 실행해도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4코어 8스레드 CPU의 비교입니다. 여기에선 5개의 앱 플레이어를 실행했는데, 6코어 12스레드 CPU의 테스트보다 더 심하게 차이가 납니다. 라이젠 3 3300X의 CPU 점유율은 80% 후반부터 90% 초반의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 개 쯤 더 실행해도 될 것처럼 보이네요. 코어 i3-10100의 경우 시작한지 얼마 안돼 100%에 도달, 거기서 거의 내려오지 않습니다. 코어 i3-10100에서 5개의 앱 플레이어를 동시에 원활하게 쓰기란 어렵고, 4개나 그 이하로 줄여서 실행해야 한다고 판단됩니다.
6코어 12스레드와 4코어 8스레드 모두, 똑같은 수의 앱 플레이어를 실행했을 때 라이젠 쪽이 더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코어 i5-10400은 6개, 코어 i3-10100은 5개의 앱 플레이어를 실행했을 때 CPU 점유율이 100%까지 오르지만, 라이젠 5 3600과 라이젠 3 3300X는 90% 초반대에 머무릅니다. 바꿔 말하면 CPU에 10% 정도의 여유분이 있다는 소리죠. 따라서 앱 플레이어와 함께 웹서핑을 하거나, 시스템 메모리 용량을 늘려서 더 많은 수의 앱 플레이어를 실행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입니다.
간단한 게임과 사무 작업을 위한 보급형 CPU는?
시네벤치의 렌더링 성능, 시스템의 종합 성능을 측정하는 PC마크 10, 어도비의 컨텐츠 제작 프로그램, 리그 오브 레전드와 모바일 앱 플레이어 동시 실행에서 AMD 라이젠은 인텔 10세대 프로세서보다 더 높은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무용 PC에서 시스템 자원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작업이 어도비의 프로그램이고, 가장 인기가 많은 게임이 리그 오브 레전드임을 감안하면 이 테스트가 보여주는 결과는 명확합니다. CPU에 그리 많은 돈을 지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작업을 주로 한다면 6코어 12스레드 프로세서의 경우 라이젠 5 3600, 4코어 8스레드 프로세서라면 라이젠 3 3300X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