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첫 노트북을 구매 때 했던 생각은, 집에서 필요하면 데스크셋업으로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를 연결해서 쓰고, 들고다녀야 할때는 C 타입 선만 하나 뾱 뽑아서 들고다니면 참 좋겠다... 였습니다.
실제로 얼마전 그런 환경을 구성하기 직전까지 갔습니다만,
모니터 불량으로 인한 현탐이 심하게 오는 바람에 다 처분하고 14인치 휴대용 랩탑에서 보다 대화면의 휴대용 랩탑으로 갈아타기로 결심했습니다.
후보군은 딱 두 개 있었습니다.
삼성의 갤럭시북과 LG의 그램 시리즈요.
휴대 안할 거면 모니터를 포기한 이유가 없잖아요? 하지만 대화면은 포기할 수없습니다.
그런 모순이 인간을 강하게 만들어줍니다.
제가 삼성 대신 LG를 선택한 이유는,
1. 15.6인치 16:9 vs 16인치 16:10
코딩할때 코드 한두줄 더보이는 게 얼마나 축복일지 기대를 했고,
2. FHD 변태배열 oled vs WQXGA 표준배열 LCD
솔직히 이온2에 쓰인 화면이었으면 600니트 밝기에 감탄하면서 이러면 인정이지 하고 둘이 막상막하로 뒀을 텐데,
이 변태 배열은 윈도우의 클리어타입과 호환성이 없어서 글자 가독성이 바닥을 칩니다.
그런 걸 어떻게 써요...
3. 배터리 용량
그램은 72Wh를 넘어 80Wh까지 왔습니다. 탄소나노튜브 배터리 무섭네요.
4. 키보드
갤북 프로는 키감이 얕아진걸 광고하고 그램은 깊어진 걸 광고하길래 삼성이 아무래도 정신이 나갔나보다 싶어서 LG에 한표 더 줬습니다.
대신에 걱정했던 점은,
1. 반사율 반지 코팅이라는 게 전무. 쓰던 건 논글레어였거든요.
2. 이 비싼 노트북이 최대밝기가 고작 300니트. 쓰던 게 400니트 짜린데...
3. 야옹이 레이크의 단또단또 소리가 내고 싶어지는 따뜻한 온기
4. 지나치게 얇고 가볍게 만드느라 희생당한 하판 상판 내구성
5. 기존 노트북보다 50만원은 더 비싼 걸 사느라 아무리 쓰던 걸 팔아도 감당이 어려운 지출,
그로 인한 재정난
정도입니다.
그리고 어제, 비-싼 돈 주고 산 그램이 도착했습니다.
배송 도중 125만원짜리 MX450이 달린 갤럭시북 프로가 팔길래 내적 갈등에 좀 시달렸습니다.
이틀 써본 셈인데 더 쓴다고 사용 소감이 좋은 쪽으로 달라질 것 같진 않아서 지금 써서 바로 올립니다.
먼저 외관입니다.
박스. 심플하고 얇습니다.
박스 구성품은 노트북 본체, 충전기, 설명서와 향균 실리콘 키스킨입니다.
그 외에 그램 오피스 밸류팩과 파우치가 사은품으로 동봉되어 있습니다.
그램 상판입니다. 박스랑 똑같이 생겼죠. 옆에있는 마우스 리시버는 귀찮아서 안뺐습니다...
포토 상품평 사은품으로 보호필름 오면 씌워주겠다고 아직 기본 필름도 안떼놨습니다. 덕분에 여기도 반사가 매우 잘 되는군요...
너무 반짝 반짝 눈이 부셔 NONONONONO.....
글레어 화면이 싫습니다.
근데 밝은 화면에서는 생각보다 티가 안나서 다행입니다.
반대로 어두운 화면에서는 정말 거울처럼 작용하더군요. 예를들어 어두운 테마의 작업표시줄이라거나...
컬러가 스노우 화이트였던가요. 아무튼 기존 그램보다 더 하얘졌다고 합니다.
좌측면입니다. HDMI 2.0 포트와 썬더볼트4를 지원하는 C타입 포트가 2개, 그리고 3.5파이 이어폰 잭이 있습니다.
우측면입니다. micro sd카드 슬롯과 USB 3.0 슬롯이 2개 있습니다. 캔싱턴 락 슬롯도 보이는군요.
솔직히 힘줘서 당기면 저대로 부러져나갈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렇게 그램만 보면 잘 모르겠죠.
다행히도 아직 저에겐 비교군이 남아있습니다.
구매가 기준 그램보다 50만원, 출고가 기준 80만원은 더 저렴한 HP의 14인치 비지니스 랩탑입니다.
생각보다... 크기 차이가 적습니다.
세로 길이 차이입니다.
가로 길이 차이입니다.
이렇게 보면 크기 차이가 별로 안납니다.
이 말은, 휴대성 차이가 크지 않다는 소리죠.
hp 랩탑의 경우 면적이 694.76 cm^2고,
lg 그램의 경우 면적이 868.64 cm^2입니다. 대략 20% 정도 차이가 납니다. 2인치에 20%라...
비교하면 이런 모습이 됩니다.
음, 20%와 50만원을 태울만한 가치가 있어보입니다.
실제로 하루 넘게 쓰면서 몸으로 체감하게 되는게 화면이 작아서 몸을 앞으로 기울이게 되는 일이 없습니다 확실히.
크롬 위에 열리는 탭의 정보량도 다릅니다. 그램 한번에 7개를 띄워도 적당한 느낌인데 14인치는 5개만 띄워도 숨넘어가려 했거든요.
14인치 랩탑에서 28인치 모니터를 써봤을 때처럼의 감동은 느껴지지 않아서 아쉽지만 어쨌거나 몸으로 느껴질 정도의 차이는 있습니다.
이렇게 두께 사기를 쳐서 겉보기에는 비슷한 두께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램이 더 얇습니다.
그 외에 써보면서 느낀점도 적을게요.
밝기는 원래 hp랩탑은 400니트 최대밝기였어서 60% 정도로 해놓고 썼는데 그램은 80~100% 정도로 해놓고 씁니다.
밖에서만 안쓰면 실내에서는 충분한 밝기로 보입니다.
그램은 팬 조용한 게 특징이라고 해서 팬 소음은 전혀 걱정을 안했는데, 팬이 시도 때도 없이 돕니다.
지금 기글하는데도 돌고 있어요. 과연 빅껄룩 레이크... 가슴이 옹졸해지는군요.
기존 쓰던 르누아르 랩탑은 화상강의 들을 때 높은 발열로 속 썩이긴 했어도 팬은 별로 안돌았거든요.
근데 그램은 저 RPM으로 꾸준히... 계속 돕니다. 남한테는 안들릴지 몰라도 쓰는 사람에게는 좀 신경쓰이는 부분입니다.
이게... 마그네슘? 어디를 누르던 누르는대로 들어갑니다. 정말 놀라운 강성이에요. 단단한 알루미늄과 낭창이는 마그네슘. 차이가 크군요.
씽크패드처럼 화면 모서리를 잡고 노트북을 들어올리는 일은 꿈도 못꾸겠더라구요. 그램은 상전이니까 소중히 다뤄줘야 합니다...
키보드는... 이게 가장 중요한 점인데, 키보드 키캡 사이즈가 애매하게 풀사이즈가 아닌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양 손을 키보드 위에 뒀을 때 확실히 느껴지고, 안보고 백스페이스 누를라 치면 그 옆에있는 - 를 치고 있습니다. (이 점은 엔터키 라인이 풀사이즈라는 그램17만 되어도 해결될 문제 같긴 합니다.)
더군다나 맨 아래에 있는 스페이스를 줄이고 한영과 알트를 기형적으로 키워놓았으며 위아래로 이부분만 넓혀놔서 좀 미관적으로 안좋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점을 모르겠습니다. 아직 적응이 안되네요.
키감은 뭐... 쓰던 것보다 안좋긴 한데 못쓸 정도는 아닙니다. 굳이 키 스트로크를 깊게 하는 것보다는 구분감만 남겨두고 키압 좀 약하게 해줬으면 좋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심지어 키보드 타이핑할 때 소리 많이 난다고 해결책으로 키스킨을 사용하랍니다. 이게...LG...?
HP가 노트북을 잘 만들지는 몰라도, 번들 마우스는 드럽게 못만든다는 걸 깨달았었죠. 쓸데없이 무겁고, 높고, 아무튼 안좋았습니다.
근데 LG는 번들마우스가 얇다는 거 외에는 좋은 점이 없네요... 노트북 파우치나 가방에 잘 들어가라고 얇게 해놓은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무소음 마우스랍시고 버튼 스위치를 누를 때의 느낌이 정말 너무 약합니다.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에요. 깊이도 얕아서 이게 누른 게 맞나 헷갈립니다. 그래서 마우스 드래그할 때 손가락에서 힘 살짝만 풀려도 클릭이 풀려서 불편하네요.
뭣보다 이 마우스, 고주파음 들려요. 싸고 좋은 마우스 구합니다...
이상하게 usb 3.0 과 병행사용해도 신호가 튀는 현상이 없네요. 2.4Ghz를 사용 안하나? 이건 좋습니다.
아, 한손으로 상판 열린다길래 기대했는데 구석에서 열면 노트북이 들리네요. 역시 하판 무게가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겠죠..
마지막으로 80Wh 배터리는 넉넉하게 화면켜짐 10시간 넘게 갈 줄 알았는데 그렇게까진 안가네요.
오후 12시부터 크롬, 팟플레이어로 동영상 2개만 했는데 31%입니다. 대충 실사용시 8~9시간 정도로 나올 것 같습니다.
이것만 해도 충분하긴 합니다. 80%로 제한해서 쓰면 6시간 반~8시간 나오겠죠?
백그라운드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고 CPU 사용량도 30% 아래로 유지되는데 팬은 정말로 멈추지 않고 돕니다.
저도 돌기 일보 직전인데 원래 그램은 이렇게 쓰는 거래요... 교체할 SSD가 오면 윈도우 10으로 재설치 해봐야겠어요.
언더볼팅과 부스트클럭 중지가 생각나는 밤입니다.
노트북이 이륙해서 제 손을 떠나가기 전에 노트북을 끄고 자야겠어요. 업데이트도 분명 다 해줬는데 대체 왜...?
그램16의 16:10은 진짜 뭔가 딱보면 거치형 노트북같은데 그렇기엔 또 크기비해 엄청 가벼워서 신기합니다. 비율도 그렇고 노트북치고 엄청커서 광활한 팜레스트...
아무래도 발열대책이 아직은 부족한거아닌가 싶습니다. 팬은 언젠간 바이오스 업댓나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