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NAS라 하면 Synology나 QNAP, ASUSTOR 같은 기성 완성품을 생각하시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완성품 제품은 하드만 끼우면 설치가 끝나고 개인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웹 GUI를 제공해 줍니다만, 언제나 그렇듯 그 놈의 가성비가 문제입니다. ARM 칩셋을 사용하는 보급형 제품도 20만원을 훌쩍 뛰어넘고, 셀러론 CPU를 장착한 모델은 40만원대에 근접합니다. 그것도 하드미장착 제품이 말이죠.
40만원이면 중저가 컴퓨터를 한 대 맞추고도 쭈쭈바 사 먹을 돈이 남는데다 그 “중저가” 조차도 성능 면에서 셀러론 CPU를 압도합니다. 더 싸게 조립하고 스토리지를 더 늘릴 수도 있지요 NAS는 어쨌든 스토리지 잖아요? 용량은 클수록 좋은 것입니다. 사실 NAS는 소형 서버의 일종이고 서버 또한 컴퓨터입니다. OS만 적절히 구성해 준다면 일반 컴퓨터도 충분히 NAS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자작 NAS의 꿈이 시작됩니다.
컴퓨터 조립은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사야 하는 부품이야 너무 뻔하고, 스펙과 예산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남습니다. 컴퓨터라는 물건은 외부충격에 민감하며 하드디스크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사람 발에는 눈이 달려 있지 않지요. 한밤중 컴퓨터를 걷어 차더라도 잘 버티게 하려면 컴퓨터를 케이스에 넣어야 하는데, 이 NAS라는 물건은 하드를 최소 두서너 개에서 많게는 열 대여섯개까지 줄줄이 물고 들어가는 탓에 요즘 출시되는 웬만한 케이스로는 성이 차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저런” 목적으로 3.5베이를 12개씩 달고 나오는 케이스도 존재합니다만, 가격은 둘째 치고 빅타워 크기이니 부피가 흉악하죠.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 보죠. “이런저런” 목적이라 하니 달팽이NAS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문 표기 Snail Star 서버인 이 물건은 가짜 코인 사기에 당한 사람들이 눈물을 머금고 장비 값의 1/10 이라도 건지겠다고 10만원에 팔아 제낀 눈물나는 사연이 있는 물건입니다. 물론 사서 쓰는 입장에서는 4베이 케이스에 J1900 보드까지 포함해서 싸게는 7만원, 좀 비싸게 줘도 10만원이라니 아주 가성비가 좋았죠. 쿨러 상태가 좀 많이 안 좋았지만.
여하튼 이야기를 돌려서. 달팽이NAS의 케이스는 4베이 자작 NAS 용으로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역시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생기나 봅니다. 그리고- 우리의 친구 AliExpress를 검색해 보면 이거의 확장판, 8베이짜리 케이스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4베이로는 줄줄이 늘어나는 하드디스크를 감당할 수 없어서 8베이 케이스를 구매해서 자작 NAS를 구성해서 사용하고 있었죠.
사실 8베이 NAS케이스도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Pre-2020 버전과 2021년 버전이 있는데요. Pre-2020 버전을 사용하다가 올해 들어서 비싼 돈 주고 2021년 버전으로 케이스 교체를 하게 되어 두 개를 간단히 비교해 보고자 합니다. 주로 외관과 내부조립 위주입니다.
외관
정면 사진입니다. 창고에 짱박아둔 것을 막 꺼내 와서 그런지 먼지가 부옇게 앉아있네요. 좀 닦을 걸 그랬습니다.
둘 모두 외관은 그냥 평범한 NAS 케이스이며 크기는 같습니다. 뚜껑이 서로 호환되거든요. 제조사 표기 크기는 305mm(W) * 220mm(H) * 310mm(D) 입니다. 재 봐야 하는데 까먹었네요 하하.
정면에는 전원 버튼과 리셋 버튼, USB 2.0 포트 두 개, 그리고 하드디스크 베이가 존재합니다. 핫스왑이 되는 것 같지만 이건 오롯이 메인보드 또는 SATA컨트롤러에 의존합니다.
제조사에 따라서 트레이가 약간 다른데요. 왼쪽의 구 버전은 좀 저렴한 데에서 구매해서 나사를 조여야 하는 형식이로, 오른쪽의 2021 버전은 플라스틱 가이드로 고정하는 나사가 필요 없는 트레이입니다. 트레이 하단에는 HDD 작동등이 들어오는데 이것도 구 버전은 싸구려라 그런지 밝기가 영 어둡습니다.
우측면과 좌측면은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통풍을 위한 구멍이 조금 다르게 뚫려 있는 정도입니다.
뒷면을 보니 차이가 크게 나네요. 왼쪽의 구 버전은 ITX보드를 180도 뒤집어서 설치하는 방식이며, 우측의 새 버전은 mATX보드를 가로로 설치할 수 있습니다. 상세한 차이는 뒤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파워는 둘 모두 Flex ATX 규격을 사용합니다.
참고로 왼쪽의 구 버전은 쿨러를 똥... 아니 녹투아 쿨러로 교체했습니다. 기본 옵션 아니니 참고하세요. 별로 조용해지지는 않아서 좀 실망했습니다.
내부를 열어보면 이렇게 차이가 납니다. 좌측의 구 버전은 ITX보드를 사용하는 대신 Full-height 확장 카드를 2베이 장착할 수 있습니다. 케이블 간섭은 모르겠고 아무튼 그래요. 우측의 새 버전은 mATX를 사용하는 대신 Half-height 확장카드만 장착할 수 있습니다. 지금 사진에서도 HBA카드가 하나 장착되어 있지요.
구 버전의 내부
구 버전의 내부를 살펴봅시다. ITX보드가 180도 뒤집어져서 케이스 좌측 벽에 장착됩니다. 이렇게 장착하는 케이스가 드물게 있었죠. GPU의 뜨거운 열이 위로 올라가서 발열 해소에 좋다나 뭐라나 했던 거 같은데, 저전력 저발열 NAS케이스에서는 별 관심 없는 주제입니다. 하드디스크 열을 빼내는 게 더 시급한 문제죠.
반대쪽 각도에서 바라봅시다. 하드디스크를 고정해 주는 철제 프레임이 있고, 그 위로는 케이스가 낭창거리는 것을 막아주고 파워를 지지해 주는 판때기가 들어갑니다. 그 밑으로는 똥... 녹투아 쿨러가 보이네요.
파워는 Enhance의 300W 제품입니다. Flex ATX 규격인데, 국내에는 유통되는 제품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한두 개 유통중인 것도 이 제품이니 그냥 케이스 구매할 때 옵션으로 같이 구매하는 게 좋겠습니다. 80GOLD 인증이 박혀 있는데 사실인지는 글쎄요... 참고로 케이블 길이가 더럽게 짧아서 선정리는 거의 불가능 합니다.
다만 이 구버전 케이스는 설계상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데, 메인보드와 하드디스크 프레임 사이에 클리어런스가 굉장히 좁습니다.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 DDR4 메모리 상단으로부터 프레임까지 20mm뿐이 안 나오고, CPU 쿨러도 간섭이 있기 때문에 사용 가능한 CPU 쿨러가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일단 AMD 레이스 쿨러는 다 못씁니다. 인텔 초코파이가 되는지는 안 써봐서 모루게소요...
메인보드를 측면에 장착하기 때문에, 메인보드 고정 나사 중 일부는 메인보드 윗면에서 접근하기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그런 탓에 나사 중 2개는 뒷면에서 조립할 수 있도록 프레임이 설계되어 있습니다.
메인보드 아랫면과 케이스 사이의 클리어런스는 충분한 편입니다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경우가 있어서인지 메인보드 크기의 플라스틱 판때기를 같이 줍니다. 나사구멍 모양으로 커팅이 되어 있어서 손쉽게 탈부착이 가능합니다. 케이스 닫기 전에 잊지 말고 메인보드 뒷면에 끼워 줍시다.
구 버전 케이스에서 하부 공간은 굉장히 넓어서, 손을 집어넣고 작업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습니다. 또한 위쪽이 반은 뚫려 있기 때문에 조명 비추기도 편리합니다.
저렴이 케이스라 그런지 백플레인도 저렴한 모델입니다. 몰렉스 4핀 전원입력을 받으며, SATA 패스스루 4포트와 3핀 팬 전원을 제공해 줍니다. 보드설계가 그지같아서 팬 전원 핀 바로 옆에 깡통이 달려 있어서 4핀 쿨러는 안 꽂힙니다. 당연하지만 온도센서에 따른 팬컨트롤 같은 것도 없고 그냥 풀파워로 돌려줍니다.
굳이 메인보드를 탈착하지 않아도 간단한 확장부품 조립 정도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물론 메인보드 상단(사진상 하단)에 있는 확장포트는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보드 탈착이 필요합니다. CPU 보조전원이나 팬 전원 핀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현재 장착중인 카드는 M.2 M타입 슬롯에 장착하는 JBM585 칩셋을 사용한 5포트 확장 카드입니다. 이거도 언젠간 사용기를 한 번 작성할 수 있겠...죠?
PCI-Ex 슬롯에 2베이를 점유하는 확장 카드도 장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전원선과 간섭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알아서 잘 옆으로 요리조리 피하면 꽂을 수는 있습니다. 판매자 페이지에는 엔비디아 2080을 꽂아서 굴리는 엄청난 (합성)사진도 있었습니다만 글쎄요...
신 버전의 내부
그럼 새 버전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새 버전은 내부 구조를 갈아엎어서, 파워가 하단으로 내려가고 상단에 mATX 보드가 가로로 설치됩니다. 아주 편안하죠. 다만 클리어런스 문제로 전용의 짧은 스탠드오프를 사용합니다. 5mm 육각 소켓 드라이버를 준비해 두시면 조립할 때 아주 편리합니다.
보드가 그냥 통으로 설치되므로 간섭 문제도 없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AMD 레이스 스텔스 쿨러도 아무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쪽에서 바라본 사진입니다. 위에서 봤을 때에는 일반 데스크톱 컴퓨터 에요 그냥.
하단에는 Enhance의 Flex-ATX 파워가 들어가 있습니다. 300W를 주문했는데 재고 없다고 400W를 넣어준 판매자 친구, 땡큐! 게다가 이번 제품은 케이블 길이도 넉넉해서 조립하고 선 정리하는데 크게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이렇게 내부구조가 바뀌면서 SATA케이블을 사용하기는 좀 더 빡세졌습니다. 파워 위에 보이는 틈으로 CPU 보조전원선과 백플레인 전원선, 그리고 SATA케이블이 모두 통과해야 하거든요. 저야 HBA 카드를 사용하면서 반대쪽으로 돌려 뺄 수 있었습니다만, SATA케이블을 생으로 통과시키려는 분은 선 정리에 고생을 좀 하셔야 할 겁니다.
메인보드 높이 때문에 하부 공간은 여유 공간이 다 사라졌습니다. 하부 공간에 손 넣어서 작업하려면 손끝의 감각에 의존해야 합니다. 다만 메인보드는 윗면 뻥 뚫린 공간에 있으니, 하부 공간은 케이블만 다 연결해 두고 나면 손댈 일이 없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요?
HBA 케이블이 주루룩 연결됩니다. 쿨러 전원은 4핀이네요. 역시 비싼 놈은 다른가 봅니다. 하지만 온도센서 없이 그냥 풀파워로 돌리는 건 똑같네요.
이렇게 외관 내관 정도로 간단 사용기를 마치고자 합니다. 하드 발열 자체는 잘 잡아주는 것 같습니다. 하드 7개 장착해서 돌리는데 평균 40~45도 정도를 오락가락 하거든요. 대신 쿨러 소리가 굉장히 크고 시끄럽습니다. 서버급은 아니더라도 팬컨 없이 풀파워로 돌리다 보니 아무래도 소리가 클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창고방 구석에 넣고 네트워크를 통해서 쓰기로 했습니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로 NAS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