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기계식 키보드는 극소수의 매니아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체리의 기계식 키보드 스위치 특허 기간이 끝나고, 중국산 저가형 기계식 키보드 스위치가 하나 둘씩 모습을 보이면서, 이를 채택한 저렴한 기계식 키보드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멤브레인 위주의 시장이 보다 다채롭게 변화했다는 점에서 분명 좋은 일이나, 이런 기계식 키보드 열풍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기계식 키보드보다 팬터그래프 키보드를 더 좋아하는 저같은 사람이 여기에 해당되지요.
팬터그래프? 그거 노트북 두께 줄일려고 넣는 거 아니냐? 라는 반문은 팬터그래프의 여러 특징 중 오직 한가지만을 바라본 말입니다. 물론 펜타그래프에서 두께가 얇다는 점을 빼놓을 순 없지요. 그것 외에도 키를 누르는 깊이가 짧아 타이핑에 들어가는 힘이 상대적으로 적고, 소음이 낮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여러 모로 기계식 키보드와는 반대되는 위치에 서 있지요. 또 슬림한 키보드 몸체와 작고 납작한 키캡은 취향을 저격할만한 요소라고 팬터그래프 성애자는 감히 말해봅니다.
극악의 키감을 자랑하는 어떤 팬터그래프 키보드. 도저히 쓸 수가 없어 구속에 박아뒀다가 이 글을 준비하면서 꺼내보니, 저 키의 고정 부분이 깨져서 덜렁거리고 있었습니다. 다만 2만원도 안하는 팬터그래프에 많은 걸 기대해선 안되겠지요.
그런데 시중에 팔리는 팬터그래프 키보드 중에는 이런 팬터그래프 성애자를 몹시 불편하게 만드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내구성이 떨어져 어디 부딛히기만 해도 시저 스위치 구조가 파손되고, 러버 돔이 어찌나 딱딱한지 키를 누르기가 너무 힘들며, 인식률은 개판이라 잦은 오타를 부르는 키보드 말이죠. 이런 키보드를 피해서 그나마 믿을만한 물건을 찾다보면 선택지가 썩 넓진 않은데,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블루투스 키보드도 좀 비싸더라도 쓸만한 걸 찾자는 생각에서 구입한 것입니다.
제품명 | Microsoft Surface Keyboard |
키 종류 | 펜터그래프(시저 스위치), 아이솔레이션 |
인터페이스 | 블루투스 4.0/4.1 LE |
배터리 | AAA 알카라인 건전지 2개, 최대 12개월 |
크기 |
420.9x112.6x19.3mm |
무게 | 419.3g(배터리 포함) |
보증 기간 | 1년 |
가격 | 115,580원(2017년 12월 다나와 최저가 기준) |
생긴거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스크탑과 모바일 PC와 그 액세서리에 서피스라는 이름을 붙여 내놓고 있습니다. 이들 제품들은 이름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상당히 닮았는데요. 서피스 키보드 역시 그렇습니다. 네모 반듯하고 평평한 모습에 특유의 회색까지 누가 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지요. 디자인 정체성이 확실하고 간결하다는 점에서 일단 생긴 건 마음에 듭니다. 키 배열은 특별할 게 없는 표준입니다. 다만 여기에서 쓴 키보드는 해외 직구품이라 한글 각인은 없고, 한/영과 한자 키도 없습니다. 이들 키가 추가되면 스페이스 바가 좀 짧아지겠지요.
납작한 첫줄 펑션키, LED를 한곳에 몰아 따로 배치하지 않고 키 안에 넣은 디자인은 애플 키보드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다만 재질은 완전히 다릅니다. 애플은 겨울에 만지면 손시릴것 같은 알루미늄 바디에 손때가 참 잘타는 거끌거끌한 하얀색 키를 쓰지만, 서피스 키보드는 금속인데 플라스틱처럼 보이는 키보드 몸체와 부드럽지만 번들거리지는 않는 회색 키를 씁니다. 디자인이야 지극히 개인 취향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서피스 키보드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박스 전면. 그냥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라고만 표기했습니다. 글자만 보면 이게 서피스 태블릿인지 서피스 타이프 커버인지 알 수 없으나, 사진이 있어서 키보드임을 알게 됩니다.
박스 뒷면에는 별거 없습니다. 간단한 제품 정보 정도만.
박스를 열면 바로 키보드가 나옵니다. 보호용 완충제는 없음.
키보드를 꺼내면 그 아래에 보증서와 설명서가 있습니다.
서피스 키보드. 뭘 더하거나 뺄게 없는 디자인입니다. 숫자 패드까지 모두 달려 있으나, 구역 사이의 간격을 벌리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애플 키보드랑은 길이가 거의 같아요.
가장 윗줄의 특수 키는 좌우 너비는 일반 키와 같아도 상하 길이는 짧습니다. 사용 빈도가 낮으니 이렇게 디자인한 것일듯. 마이크로소프트의 다른 팬터그래프 키보드인 스컬프트 에르고노믹 데스크탑처럼 윗줄만 다른 스위치를 쓰진 않습니다. 저기도 똑같이 팬터그래프 스위치가 들어갑니다.
높이 조절은 불가능합니다. 왼쪽 바닥을 보면 블루투스 로고가 그려진 페어링 버튼이 있습니다. 일부 블루투스 키보드를 보면 공간을 줄이겠다고 평션키 몇개 조합으로 페어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보다는 이쪽이 훨씬 쓰기 편하고 직관적이지요.
바닥에는 마이크로소프트 로고만 보입니다.
블루투스 버튼 반대쪽의 커버를 제거하면 AAA 건전지 2개가 들어갑니다. 방전을 막기 위해 종이 탭도 끼워놨습니다. 배터리 두개가 들어가니 무게가 가볍진 않은데, 마우스도 아니고 키보드니 상관은 없을 듯. 오히려 키보드가 잘 움직이지 않도록 무게추가 된다고 봐야 할까요.
크기 420.9x112.6x19.3mm
애플 키보드와 크기 비교. 얼핏 보면 디자인도 같은거 아닐까 생각해볼만하지 않을까요.
높이 비교.
오랫동안 사용해서 너덜너덜해진 스컬프트 인체공학 데스크톱 키보드와 크기 비교. 서피스 쪽에 키패드까지 달려 있음을 잊어선 안되겠습니다.
세 키보드의 키캡 크기 비교. 특수키야 조금씩 다르지만 메인 키의 크기와 간격은 다들 비슷비슷합니다. 셋 다 표준 키보드에 속합니다.
써본거
생긴 거엔 나쁘지 않은 평가를 내렸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이고. 직접 써봤을 땐 어떨까요. 마이크로소프트의 팬터그래프 키보드를 고른 이유가 로지텍으로 가기엔 너무 비싸고(그리고 디자인이 마음에 안들고), 애플은 윈도우 시스템에서 쓰기 위해 키 맵핑이 필요하니 귀찮고, 이보다 저렴한 것들은 품질을 믿을 수 없어서거든요.
기존에 사용 중이며, 같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팬터그래프 키보드인 스컬프트 인체공학 데스크톱 키보드와 비교해도 서피스 키보드의 키압은 상당히 높습니다. 애플 키보드와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조금 더 무거운 정도. 좀 더 적은 힘으로 키보드를 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 팬터그래프를 쓰는 분들에게는 맞지 않지요. 적응하면 또 달라질 듯 하지만.
동시 입력도 괜찮습니다. 본격 게이밍 키보드는 아니나 게임할 정도는 됩니다. 블루투스 무선 기술의 반응 속도와, 팬터그래프 방식의 내구성이 좀 발목을 잡을 수는 있겠지만요. 소음 역시 조용합니다. 시끄러운 키보드가 싫어서 대용품을 찾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할 만 합니다.
왼쪽의 `, 탭, 캡스 락, 시프트, ESC 키의 크기는 큰 편. 캡스 락 LED는 캡스 락 키 우측 상단에 있습니다. 아래줄의 펑션, 윈도우, Alt 키의 크기는 작습니다.
스크롤 락, 넘버 락 버튼에도 LED가 있습니다. 프린스 스크린은 백스페이스에 맞춰 길이를 늘렸습니다. 숫자 패드 위쪽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좋아하는 계산기 버튼.
키캡을 하나 떼어내 봤습니다. 잘못하다가는 체결 부분이 부러질 수 있으니 펜타그래프 키보드의 키캡을 떼어내는 건 별로 추천하진 않습니다. 키캡과 키보드 케이스 사이의 공간이 매우 좁아 적합한 공구가 없으면 떼어내기 불편합니다.
스위치 가운데에 러버돔이 있고, 양 옆에 가위의 날처럼 교차된 지지대가 보입니다. 그래서 이걸 시저스 타입, 혹은 팬터그래프라고 하지요.
동시 입력 테스트. 입력 수준 자체는 괜찮은 편.
Microsoft 서피스 블루투스 키보드
Microsoft 서피스 키보드는 블루투스 무선 연결 기술을 사용하는 팬터그래프 방식의 키보드입니다. 좀 믿고 쓸만한 팬터그래프 키보드를 찾는 분들 중에,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시리즈만의 디자인과 부드러운 촉감의 키캡이 필요한 분들에게 어울리는 제품이나. 현 시점에서 이 키보드를 구입해서 쓰기에는 조금 애매하진 않은가 생각해 봅니다.
핵심 키워드: 서피스 디자인, 팬터그래프, 블루투스
사기 전에 확인할 것: AAA 배터리를 쓰기 귀찮지 않을까요? 그리고 좀 비싼것 같은 국내 가격.
추천 대상: 애매합니다. 사실 이 글의 제목이 애매한 펜터그래프인 것도 추천할만한 대상이 애매하기 때문.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다나와 최저가는 115,580원입니다(다나와에선 이걸 팬터그래프 키보드로 취급하지 않지만 이건 넘어갑시다). 이걸 해외 직구로 8만원에 샀는데 국내 정식 발매 가격이 이정도만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을 겁니다.
안 괜찮은 이유는 우선 마이크로소프트 디지이어 블루투스 데스크탑이 있어서입니다. 이것도 마이크로소프트의 팬터그래프 키보드인데요. 케이스가 금속 재질이 아니고 방향키와 몇몇 특수키를 가운데로 우겨 넣긴 했지만, 이 제품은 디자이너 블루투스 마우스까지 포함해서 68460원입니다. 마우스만 따로 사면 23180원. 사실상 키보드 가격은 45180원인 셈. 외국에서도 이 가격이 힘든 듯 한데 한국이 묘하게 싸지요. 여기까지 써놓고 보니 괜히 지금 이걸 사둬야 할것 같네요.
예전에는 팬터그래프를 고집하시는 분들 중에 애플 키보드를 쓰는 분들도 있었는데, 이것도 유선 모델은 단종되고 블루투스만 남았습니다. 가격은 133,140원. 정말 애플 키보드의 그 화이트 키캡에 알루미늄 케이스가 예뻐 죽을 지경이 아닌 이상, 윈도우에서 이 키보드를 쓰기가 아주 편하진 않습니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지문 인식 기능이 달린 마이크로소프트 모던 키보드(Microsoft Modern Keyboard with Fingerprint ID)가 있어서입니다. 해외에서 120달러 정도에 파는데 생긴 건 이 서피스 키보드와 거의 같습니다. 이름에 나온대로 지문 인식 기능이 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이건 내장 배터리에 케이블을 연결해서 유/무선 겸용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이 큽니다. 이게 국내에 얼마에 풀릴지, 들어오기는 할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키보드를 들고 다니면서 쓰진 않을테고, 데스크탑 키보드에서 유/무선 겸용에 내장 배터리라면 귀찮음이 상당히 줄어들지 않을까요.
결국은 키보드 자체의 문제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다른 키보드 라인업 때문에 애매해진 키보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