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성능을 원한다면, 가장 좋은 걸 사면 됩니다. 가장 비싼 걸 사라고 바꿔 표현해도 썩 틀리진 않을 겁니다. CPU라면 두말할 필요 없이 인텔 코어 i7 시리즈가 되겠죠. 허나 가격 대 성능비를 원한다면, 조건이 좀 더 붙습니다. 생각하는 가격대는 얼마인지, 주로 어떤 용도에서 사용할 것인지에 따라 최선의 선택은 달라집니다. 왜냐구요? CPU 제조사는 인텔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텔 CPU는 높은 효율과 절대적인 싱글 스레드 성능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반면 AMD CPU는 싱글스레드 성능은 인텔보다 떨어져도, 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코어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따라서 다수의 코어를 사용하는 멀티스레드 성능은 비슷한 가격대의 인텔 CPU보다 뛰어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격대와 용도에 따라 최선의 선택이 달라진다고 한 것입니다.
AMD 애슬론 X4 845은 현재 8만원 초중반의 가격에 팔리고 있는 CPU입니다. 경쟁상대인 인텔과 비교하면 펜티엄과 코어 i3 사이에 위치한 셈이죠. 허나 펜티엄이 듀얼코어, 코어 i3가 2코어 4스레드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애슬론 X4 845는 쿼드코어 프로세서입니다. 따라서 CPU에 투자 가능한 예산이 10만원 정도며, 싱글스레드보다 멀티스레드 성능이 더 중요하다면 X4 845는 좋은 선택이 될 겁니다.
그럼 싱글스레드보다 멀티스레드 성능이 더 중요한 경우, AMD 애슬론 X4 845가 좋은 선택이 되는 상황이 언제냐구요? 그건 지금부터 테스트해 봐야지요.
모델명 | AMD 애슬론 X4 845 |
코드네임 | 카리조 |
아키텍처 | 엑스커베이터 |
제조 공정 | 28nm SOI |
코어 수 | 4 |
스레드 수 | 4 |
기본 클럭 | 3.5GHz |
터보 코어 | 3.8GHz |
연산 체계 | 64비트 |
L2 캐시 | 2MB |
소켓 | FM2+ |
TDP | 65W |
내장 그래픽 | 없음 |
지원 메모리 | DDR3 |
번들 쿨러 | 95W Quiet Thermal Solution |
AMD 애슬론 X4 845의 박스입니다. 검은색 박스 가운데에 들어간 빨간색 애슬론 로고가 강렬한 느낌을 주네요. 박스 뒷면엔 각종 스펙과 설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CPU는 스티커와 함께 플라스틱 커버로 포장했고, 쿨러는 종이 박스 안에 담겨져 있습니다.
AMD 애슬론 X4 845입니다. CPU 표면엔 AMD 애슬론 X4 뒤에 FM2+라는 소켓 이름이 함께 써져 있네요. 아랫줄이 AD845로 시작하니 845임을 알 수 있습니다.
소켓은 FM2+입니다. 소켓 자체는 나온지 몇년 된 것이나, 지원 칩셋은 꾸준히 업데이트가 됐습니다. 현재 FM2+ 소켓을 제공하는 칩셋은 AMD A88X, A78, A68H, A58 정도가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AMD의 번들 CPU 쿨러는 별로 좋은 평가를 듣지 못했습니다. 높은 온도와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았지요. 허나 이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번들 쿨러가 95W Quiet Thermal Solution으로 바뀌었거든요.
쿨러마스터에서 제조한 95W Quiet Thermal Solution 쿨러는 구리 히트파이프를 통해 전달된 CPU의 열을 70mm 구경의 저소음 쿨링팬으로 식혀줍니다. 단촐한 알루미늄 히트싱크에 쿨링팬이 고작인 인텔 정품 CPU 쿨러와 비교하면 나름 호화롭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기본 제공하는 번들 쿨러답게 95W Quiet Thermal Solution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덕분에 LP 타입의 슬림 시스템도 무리 없이 구축 가능합니다.
테스트엔 애즈락 FM2A88M-HD+ R3.0 메인보드를 사용했습니다. FM2+ 소켓의 최상위 칩셋인 A88X를 사용하면서도, 7만원의 저렴한 가격 덕분에 FM2+ 메인보드 중에선 인기가 가장 좋네요.
주인공인 AMD 애슬론 X4 845입니다. 카리조 쿼드코어가 기본 3.5GHz, 터보 코어 작동 시 3.8GHz까지 올라가며, 높은 성능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땐 배수를 낮춰 1.8GHz까지 클럭을 낮춥니다. L2 캐시 용량은 2MB.
메모리는 DDR3 4GB x2 듀얼채널로 아주 크다고는 할 수 없으나, 현 세대의 평범한 시스템에 속한다고는 할 수 있겠죠. 그래픽카드는 MSI 지포스 GTX 970 아머입니다. 지포스 GTX 1060과 라데온 RX 480이 나온 지금 상황에선 평범한(?) 중급형 그래픽카드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부팅용 SSD는 샌디스크 X110, 게임 저장용 SSD는 마이크론 M550로 이쪽도 흔한 SATA 6Gbps SSD입니다. 드라이버는 2016년 7월 말 기준으로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최신 버전을 설치했습니다.
애슬론 X4 845와 비교할만한 인텔 CPU는 뭐가 있을까요? 가격이 좀 저렴한 스카이레이크 펜티엄이나, 더 비싼 하스웰 리프레시 코어 i3 프로세서와 함께 비교하면 가장 좋겠지만, 지금 저한테 있는 건 코어 i5-4670 뿐입니다. 그래서 활성화된 코어 수를 2개로 줄여 펜티엄과 똑같이 맞췄습니다.
사실 2코어로 만든 코어 i5-4670이 펜티엄과 동급이라 보긴 어렵습니다. 우선 기본 클럭이 3.4GHz에 터보 부스트가 3.8GHz로 최고 클럭은 애슬론 X4 845와 똑같으며, L3 캐시 용량도 6MB로 많거든요. 이 점을 감안하면 펜티엄 G4500이 스카이레이크 아키텍처에 DDR4 메모리를 쓴다고 해도, 코어 수를 2개로 줄인 코어 i5 4670의 성능이 못하다고 보긴 어려울 것입니다.
터보 부스트와 함께 절전 기능을 사용했기에 최고 클럭은 3.8GHz며 아이들 시엔 800MHz까지 떨어집니다. CPU 전압도 낮아 전력 사용량은 인텔 CPU 쪽이 더 좋은 표현을 보여줄 것이라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메인보드는 MSI Z97 MPOWER를 사용했으며 그 외 다른 환경은 애슬론 X4 845와 똑같이 맞췄습니다.
CPU-Z에 포함된 벤치마크입니다. 사실 이 테스트 하나만으로도 이 글에 포함된 모든 벤치마크의 결과를 가늠할 수 있지요. 인텔 코어 i5 4670은 우수한 아키텍처와 대용량 캐시 덕분에 싱글스레드에선 높은 성능을 보였으나, 멀티스레드는 4개의 코어 전부를 활용한 애슬론 X4 845가 훨씬 좋은 결과를 냈습니다.
CPU의 연산 성능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산드라 벤치마크입니다. 총점은 애슬론 X4 845가 48GOPS로 2코어로 낮춘 인텔 코어 i5 4670보다 높은 결과가 나왔는데요. 테스트 결과를 자세히 보면 Dhrystone 정수 성능은 인텔 족이 더 우수하지만, Whetstone 부동소수점 성능은 AMD가 앞서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산드라 벤치마크의 멀티미디어 테스트입니다. 애슬론 X4 845는 정수 x32나 x1 테스트에서 더 높은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전반적으론 2코어로 낮춘 인텔 코어 i5 4670이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멀티미디어 처리에선 인텔 쪽이 낫다고 할 수 있겠죠.
암호화 성능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용량 캐시와 아키텍처, 최적화된 명령어 셋트 덕분에 2코어로 낮춘 코어 i5 4670이 애슬론 X4 845보다 좋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과학 분석 테스트에선 인텔이 큰 폭으로 앞서네요. N 바디 시뮬레이션을 제외하면 애슬론 X4 845의 쿼드코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듯 보입니다.
이미지 프로세싱도 마찬가지. 노이즈 감소 처리에선 애슬론 X4 845도 인텔과 비슷한 결과를 냈으나, 블러, 샤픈, 모션 블러, 테두리 감지 등의 다른 테스트에선 인텔 쪽이 월등히 앞선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다고 애슬론 X4 845의 연산 성능이 항상 인텔보다 뒤쳐지는 건 아닙니다. 금융 분석 테스트에선 모든 종류의 연산에서 애슬론 X4 845가 더 우수한 성능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산드라 벤치마크의 결과만 놓고 보면 애슬론 X4 845의 우위가 잘 드러나진 않네요.
이런 경향은 PC마크에서도 이어집니다. 홈, 크리에이티브, 워크까지 모든 프리셋에서 애슬론 X4 845는 2코어로 낮춘 코어 i5 4670보다 꽤 뒤떨어진 점수를 내는 데 그쳤습니다.
테스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볼까요. 웹 브라우징은 애슬론 X4 845가 느리긴 해도 그리 큰 차이는 아닙니다. 글쓰기에도 뒤쳐지지만 스프레드시트에서는 오히려 큰 폭으로 앞서고 있지요. 동영상 인코딩에서도 인텔을 앞질렀구요. 다만 사진과 동영상 편집을 비롯한 여러 결과에선 성능이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이는 산드라 벤치마크의 상당수와 PC마크에 포함된 테스트가 4개의 멀티코어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높은 싱글스레드 성능을 갖춘 아키텍처와 대용량 L3 캐시까지 품은 코어 i5 4670 쪽이 더 높은 성능이 나는 게 당연하지요.
하지만 애슬론 X4 845는 부동소수점 성능은 분명 앞선 결과를 보였으며, 멀티코어를 활용할만한 환경이 갖춰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여지가 있습니다. 또 PC마크 메인스트림 게임에선 인텔과 비슷한 결과를 뽑아주기도 했지요. 그러니 멀티코어와 게임 성능에선 다른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시네벤치입니다. 그래픽카드의 연산 성능을 활용하는 OpenGL에선 인텔만 못했으나, 순수하게 CPU 성능만으로 테스트를 수행했을 경우 애슬론 X4 845는 4개의 코어 덕에 더 좋은 결과를 기록했습니다.
레이 트레이싱 프로그램인 POV-Ray에서 제공하는 벤치마크 프리셋의 결과입니다. 애슬론 X4 845가 한번에 더 많은 프레임을 뽑아냈고 처리 시간도 인텔보다 100초 이상 줄였습니다.
멀티코어를 지원하는 파이 연산 프로그램인 wPrime입니다. 32M과 1024M 모두 애슬론 X4 845의 우세로 테스트가 끝났는데요. 코어 수가 두배라서 그런가 결과도 2배 정도 차이나네요.
7ZIP의 내장 벤치마크입니다. 이 프로그램도 멀티코어를 활용하는 프로그램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압축을 할 때는 두 CPU가 비슷한 결과가 나왔으나, 압축 풀기에선 애슬론 x4 845의 결과가 월등히 높았습니다.
X264 동영상 인코딩 벤치마크입니다. 인코딩 부하가 낮은 RUN1에서는 아키텍처와 대용량 캐시 덕을 분 인텔 코어 i5 4670의 성능이 더 낫고, 인코딩 부하가 높은 RUN2에선 코어 수가 많은 애슬론 X4 845의 처리 프레임이 더 높았습니다.
3D마크 테스트입니다. 부하가 가장 낮은 파이어 스트라이크의 경우 2코어로 작동하는 인텔 코어 i5 4670이 더 높은 결과가 나왔으나, 옵션이 점점 올라갈수록 성능 격차가 줄어들어 파이어 스트라이크 울트라에선 애슬론 X4 845가 역전했습니다. 다이렉트 X 12 테스트인 타임 스파이도 애슬론 X4 845가 인텔의 듀얼코어 프로세서보단 성능이 더 좋다고 할 수 있겠네요.
3D마크의 세부 항목을 볼까요. 순수하게 CPU 성능에 좌우되는 CPU 성능이나 피직스 테스트의 경우 애슬론 X4 845가 항상 높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래픽 스코어는 가장 아래의 파이어 스트라이크만 제외하면 양쪽이 비슷하네요. 이렇게 보면 최신 3D 게임일수록 코어 수가 적은 저가형 인텔 프로세서보다는 AMD의 쿼드코어 쪽이 성능은 더 나은 셈이죠.
실제 게임에선 어떨까요? 해상도는 1920x1080, 게임 옵션은 모두 최고로 놓고 테스트했습니다. 출시된 지 시간이 꽤 지난 메트로 REDUX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대작 게임으로 꼽히는 위처 3는 물론이고, 요새 대세 게임의 자리에 오른 오버워치에서도 애슬론 X4 845는 인텔의 듀얼코어 프로세서보다 더 높은 프레임을 뽑아내 주었습니다.
물론 하이엔드 게이밍 PC를 원한다면 값비싼 인텔 CPU를 써서 시스템을 맞추는 방법도 있겠으나, 10만원 정도의 저렴한 CPU로 높은 가격 대 성능비를 누릴 수 있는 3D 게이밍 시스템이 필요하다면 애슬론 X4 845가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아무리 값싸고 성능이 좋아도 전기를 많이 먹고 온도가 높다면 꺼려지겠지요. 먼저 온도입니다. 테스트를 수행하는 동안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한켠에 띄워뒀으나 CPU 최고 온도는 65도에 그쳤습니다. 그렇다고 시끄러운 소음을 내는 것도 아닙니다. 풀로드에서도 47dBA로 상당히 조용했거든요.
보는 김에 메인보드 온도까지 같이 볼까요? 전원부 온도는 71도까지 올라갔으나, 메모리는 49도, 쿨러 히트싱크는 45도였습니다.
반면 인텔은 최고 온도가 94도까지 치솟았습니다. 소음 역시 52.5dBA로 시끄러웠구요. CPU 자체는 저전력 저발열이라 해도, 번들 쿨러의 성능 차이가 워낙 크기에 CPU 온도가 높을 수밖에 없지요. 바꿔 말하면 인텔은 CPU 설계를 믿고 쿨러를 원가 절감한 셈입니다.
추가: AMD가 95W 써멀 솔루션으로 쿨러를 교체했으나(참고: http://www.amd.com/en-us/press-releases/Pages/amd-offers-new-2016feb02.aspx ) 현재 시장에 유통되는 애슬론 X4 845 중에는 히트파이프가 없는 구형 모델이 들어간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쿨러가 들어가는지는 상황에 따라 다른 듯 합니다.
전력 사용량입니다. 아이들 시엔 인텔 쪽이 더 낮습니다. CPU-Z 스크린샷을 소개했을 때 보셨겠지만, 인텔 프로세서는 아이들 시 클럭과 전압이 모두 큰 폭으로 줄어들기에 절대적인 소비 전력도 감소하는 게 당연합니다.
이번 테스트에서 순수하게 CPU 성능만을 활용한 항목 중 가장 전력 사용량이 높은 프로그램이라면 시네벤치와 POV-RAY가 있습니다. 둘 다 애슬론 X4 845의 전력 사용량이 더 많네요. 허나 이쪽은 쿼드코어고, 성능도 더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전력 사용량 차이는 오히려 당연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기본적인 사무 처리와 웹서핑, 사진과 동영상 편집처럼 절대적인 싱글 스레드 성능과 높은 정수 연산 성능을 필요로 하는 경우, 그리고 전력 사용량을 조금이라도 낮추고 싶다면 애슬론 X4 845보다는 인텔 프로세서가 더 효율적입니다. 아무리 코어 수가 적다고 해도 말이죠.
허나 한정된 예산 안에서 우수한 멀티스레드 성능과 부동소수점 연산 성능을 원한다면, AMD 애슬론 X4 845가 높은 가격 대 성능비를 제공할 것입니다. 각종 인코딩과 파일 압축 해제는 물론이고, 오버워치를 비롯한 최신 3D 게임에서도 비슷한 가격대의 듀얼코어 프로세서보다 더 높은 성능을 체감할 수 있거든요.
여기에 신형 쿨러를 조합해 시스템 온도와 소음을 쾌적하게 줄일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입니다. 인텔 프로세서도 쿨러를 바꾸면 온도와 소음은 낮출 수 있으나, 이 경우 사제 쿨러 구입 때문체 추가 지출이 생기는 건 피할 수 없겠지요. 이 점까지 감안하면 AMD 쪽의 가격 대 성능비가 더욱 높아지게 됩니다.
가격 비교 사이트 링크: http://prod.danawa.com/info/?pcode=3951670&cate=113990
게임등을 이유로 저렴하게 시퓨를 맞추실분들에겐 새로운 선택지가 주어졌다고 볼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