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상호 작용입니다. 상호 작용을 통해 재미와 보람을 느끼지요. 컴퓨터 게임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저 상호 작용의 대상이 게임마다 다를 뿐이죠.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배관공이 등장하는 게임에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버섯과 거북이 같은 몬스터를 밟아 죽입니다. 때론 집어 던지기도 하고요. 또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NPC와 대화를 반복해가며 올바른 선택지를 찾아야 하는 게임도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뭐가 재밌는지 모르겠지만, 캐릭터의 호감도를 올리다보면 재밌다고 하네요. 어떤 상호 작용을 선호하는지는 개인의 취향 차이지만, 어떤 게임이든 상호 작용을 통해 재미를 느낀다는 점은 변함 없습니다.
그리고 몇몇 게임의 경우, 재미를 느끼는 방법-다시 말해서 상호 작용하는 방법이 하나 이상인 경우가 있습니다. 출시한지 한달이 채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동시 접속자 12만명을 달성하는데 성공한 인기 게임인 폴 가이즈를 예로 들어보죠. 우선 밝고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인류에 대한 믿음이 아직 남아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폴 가이즈에서 온갖 장애물을 피하며 목적지에 도착하거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하지만 성실한 플레이에 질렸거나, 개인전이 아닌 팀전이라면 상대가 성공하지 못하게 붙잡거나 발판을 없애고 길을 막아 탈락시키는 상호 작용을 통해 재미와 보람을 느끼겠지요.
폴 가이즈를 어떤 식으로 즐기던, 그건 게임을 실행한 후에 따져볼 일입니다. 우선은 준비를 해야죠. 컴퓨터나 PS4 말입니다. 게임기는 설명할 게 없으니 넘어가죠. 컴퓨터는 은근히 따져볼 게 있습니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기구들로 가득 찬 구름 위의 맵에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이 나와 뒤뚱뒤뚱 걸어다니는 걸 보고, 요구하는 그래픽 성능도 그리 높지 않겠거니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텐데요. 아주 높진 않지만 생각보다는 높습니다. CPU는 까다롭게 따지지 않고 메모리도 8GB면 되며 저장 공간은 2G 뿐이지만 그래픽카드에서 예상치 못한 조건을 내세웁니다. 지포스 GTX 660이나 라데온 HD 7950 이상을 필요로 하지요.
물론 그래픽카드 없이 내장 그래픽으로도 돌아가긴 합니다. 다만 아무 내장 그래픽에서나 다 되는 건 아니고요.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갖춘 내장 그래픽에서만 만족할 만한 프레임을 유지됩니다. 결론부터 말하지면 인텔에선 뭘 가져와도 1280x720 해상도에 옵션을 가장 아래로 낮춰도 60프레임 구경하기 힘듭니다. 인텔 CPU가 아직까지는 내장 그래픽 성능이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니, 굳이 인텔 시스템에서 원활한 게임 플레이를 하고 싶다면 그래픽카드를 하나 딜아두세요. 반면 AMD의 라이젠 3000G 시리즈와 라이젠 프로 4000G 시리즈는 1920x1080 해상도에서도 60프레임을 사수할만한 성능이 나옵니다.
테스트에 사용한 CPU는 다음과 같습니다.
인텔 코어 i5-10400: 6코어 12스레드, 클럭 2.9~4.3GHz, UHD 630 그래픽, DDR4-2666MHz 메모리, 65W TDP
AMD 라이젠 3 3200G: 4코어 4스레드, 클럭 3.6~4GHz, 베가 8 그래픽, DDR4-2933MHz 메모리, 65W TDP
AMD 라이젠 5 3400G: 4코어 8스레드, 클럭 3.7~4.2GHz, 베가 11 그래픽, DDR4-2933MHz 메모리, 65W TDP
라이젠 3 프로 4350G: 4코어 8스레드, 클럭 3.8~4GHz, 6MB L2+L3 캐시. 그래픽 유닛 6개, DDR4-3200MHz, 65W TDP
라이젠 5 프로 4650G: 6코어 12스레드, 클럭 3.7~4.2GHz, 11MB L2+L3 캐시, 그래픽 유닛 7개. DDR4-320MHz, 65W TDP
라이젠 7 프로 4750G: 8코어 16스레드, 클럭 3.6~4.4GHz, 12MB L2+L3 캐시, 그래픽 유닛 8개. DDR4-3200MHz, 65W TDP
인텔은 상위 모델도 똑같이 UHD 630 그래픽이 들어갑니다. CPU 사용량은 크지 않고 그래픽 성능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폴 가이즈 같은 게임에선 코어 i5-10400이나 i9나 크게 차이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코어 i5-10400보다 하위 모델에선 내장 그래픽 구성도 줄어드니 성능은 떨어질테고요. AMD의 경우 내장 그래픽에 신경 쓴 제품이 많고, 제품별로 그래픽 구성이 다르기에 많은 제품을 넣었습니다.
메인보드는 다음 제품을 사용했습니다.
인텔: MSI MPG Z490 게이밍 카본 WiFi https://gigglehd.com/gg/7201821
AMD: MSI MPG X570 게이밍 플러스 https://gigglehd.com/gg/5441706
메모리는 DDR4 16GB 듀얼채널입니다. 클럭은 CPU에서 지원하는 최고 클럭에 맞췄습니다. 인텔은 DDR4-2666MHz, 라이젠 3000G 시리즈는 DDR4-2933MHz, AMD 라이젠 4000G 르누아르는 DDR4-3200MHz입니다.
다른 조건은 모두 같습니다. 윈도우 10 1909라던가 SATA 6Gbps SSD 등입니다.
테스트는 1920x1080과 1280x720의 두 가지 해상도, 상, 중, 하의 세 가지 프리셋으로 진행했습니다. 다만 폴 가이즈의 PC 버전에는 문제가 하나 있는데요. 게임의 최고 프레임이 60fps로만 고정됩니다. 아래는 폴 가이즈의 공식 지원 페이지인데요. 지금 조사 중이라는 글을 12일 전에 썼군요. 나중에는 패치를 통해 고쳐질 듯 합니다.
https://support.fallguys.com/hc/en-us/articles/360015272680-What-frame-rate-does-Fall-Guys-run-at-
혹시 해결 방법이 있을까 검색해 봤더니 옵션에서 수직 동기화를 켜라는 말이 있더군요. 이렇게 하면 모니터가 지원하는 리프레시율에 맞춰서 최고 프레임이 올라가긴 합니다. 144Hz짜리 게이밍 모니터에 수직 동기화를 켜면 60Hz가 아닌 144Hz로 고정된다는 소리입니다.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할 때 수직 동기화를 꺼리는 분들이 있다는 건 둘째치고, 이걸 켜면 어떤 조건이건 프레임이 똑같이 나오니 테스트하는 의미가 없겠죠. 그래서 수직 동기화는 끈 상태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60fps 제한 때문에 테스트 결과를 보는 방법이 좀 달라졌습니다. 어떤 CPU가 가장 먼저 60fps에 도달하는지가 새로운 기준이 됐거든요. AMD 라이젠 7 프로 4750G와 라이젠 5 프로 4650G는 1920x1080 해상도에 '하' 프리셋부터는 평균 프레임 59.3fps, 1% Low 54.5fps에서 성능이 더 오르지 않습니다. 라이젠 3 프로 4350G와 라이젠 5 3400G도 1280x720 해상도에 '상' 프리셋부터는 59.3fps로 고정되고요. AMD에서 하나 남은 라이젠 3 3200G 역시 1280x720 해상도에 '중' 프리셋부터는 59.3fps로 올라갑니다. 여기까지 보면 1280x720 해상도 테스트의 변별력은 없으며, 테스트도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1280x720 테스트를 왜 넣었냐고요? 테스트한 자료가 아깝다거나, 글의 분량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인텔 코어 i5-10400은 1280x720 해상도에 '하' 프리셋이라는 최저 옵션까지 낮춰도 평균 60fps- 정확히는 59.3fps이 안 나온다는 걸 보여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인텔과 AMD 내장 그래픽 사이의 체급 차이는 이미 여러번 소개해 드렸으며, 폴 가이즈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지금은 AMD CPU의 내장 그래픽이 60fps의 벽에 막혀 있지만, 나중에 패치를 통해 프레임 고정 문제가 고쳐진다면 겉으로 드러나는 격차는 더욱 커질 겁니다.
해상도 차이에 따른 그래픽 변화는 설명할 게 없겠고요. 화질 프리셋의 차이는 위에 나온대로입니다. 그래픽 자체가 단순하다보니 화질 프리셋을 바꿔도 크게 바뀌는 게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캐릭터들을 자세히 드령다보면 그 차이가 보입니다. '하' 프리셋에선 테두리 부분이 부드럽지 못하고 지저분한 반면, '고'에서는 그런 증상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에 대한 반응은 물론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저 지저분한 테두리를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무조건 그래픽을 올려야 되는 사람도 있을테고요. 가뜩이나 정신없이 게임이 흘러가는데 저런 게 눈에 들어오겠냐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죠.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이 은근히 멀미가 나는 편이라, 그래픽보다는 프레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요.
테스트는 1라운드가 시작되서 끝날 때까지 프레임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진행했습니다. 나오는 맵이 항상 정해진 건 아니나, 몇 번을 테스트해 확인해보니 맵에 따른 프레임 차이는 크지 않더라고요. 그보다는 한 화면에 등장하는 플레이어의 수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60명의 플레이어가 꽉 차있는 1라운드에서만 프레임을 측정해서 비교했습니다. 측정 값은 평균과 1% Low이며, 위에서 이미 설명한대로 60fps의 제한이 걸려 있기에 평균 프레임은 59.3fps, 1% Low는 54.5fps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습니다.
1920x1080 해상도, '상' 프리셋: 평균 프레임
1920x1080 해상도, '상' 프리셋: 1% Low
1920x1080 해상도, '중' 프리셋: 평균 프레임
1920x1080 해상도, '중' 프리셋: 1% Low
1920x1080 해상도, '하' 프리셋: 평균 프레임
1920x1080 해상도, '하' 프리셋: 1% Low
1280x720 해상도, '상' 프리셋: 평균 프레임
1280x720 해상도, '상' 프리셋: 1% Low
1280x720 해상도, '중' 프리셋: 평균 프레임
1280x720 해상도, '중' 프리셋: 1% Low
1280x720 해상도, '하' 프리셋: 평균 프레임
1280x720 해상도, '하' 프리셋: 1% Low
폴 가이즈는 단순해 보이는 그래픽과 달리, 저성능 내장 그래픽에서 실행하기엔 버거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임입니다. 내장 그래픽으로 원활한 프레임을 유지하겠다면 AMD 라이젠 3000G나 라이젠 4000G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인텔 시스템에서 하겠다면 옵션을 완전히 포기하거나, 내장 그래픽만으로 게임을 하겠다는 생각을 포기해야 합니다.
24 fps 정도 나오지 않을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