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정말 가격대비 좋은데 쓸 데는 없는 걸 가져 왔습니다.
언제는 안그랬냐고 물으신다면 할 말이 없군요...
SF2000이라는 레트로 게임기입니다.
저는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14000원 조금 안되는 가격으로 구입하였습니다.
찾아보니 지금도 비슷하군요.
그렇습니다 여러분. 가성비를 높이려면, 일반적으로 성능을 조금 높이거나 가격을 조금 낮춰서 비교우위를 만듭니다만,
성능을 조금 낮추고 가격을 대폭 낮춘다면 그것도 가성비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낮춘다 해도 지켜야 할 최저선이라는 게 있는 법인데,
이제 우리의 게임기가 그 선을 지켰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이 기기는 Data Frog에서 제작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어디 공장에서 떼와서 파는지 몰라도 다들 자기네 브랜드 걸고 팝니다.
개중에서 Data Frog 사가 제일 유명할 뿐이죠.
기기의 사양표를 봅시다.
SGE2.0이라는 정체불명의 os를 쓰는데요.
중요한 건 아니니 넘어가고요.
7종의 에뮬레이터를 지원한다고 합니다.
패미컴, 슈퍼패미컴, 메가드라이브, 게임보이, 게임보이 컬러, 게임보이 어드밴스, 마메(오락실 아케이드)
이렇게요.
CPU는 1Ghz 듀얼코어에, 램은 1G에, 스피커는 스테레오에, 배터리도 5~6시간에, 충전에는 4시간...?
usb 타입 C로 충전 가능하다고 하는 군요. AV 포트로 화면음성 출력도 되고요.
이제 실제로 어떤지를 보면요.
먼저 CPU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마킹이 지워져 있는데 능력자들이 어떻게든 알아냈어요.
ARM 코어도 아니고 HCSEMI B210 라는 MIPS 싱글코어 cpu입니다.
810Mhz로 동작합니다.
램은요. 1GB가 아니라 1Gb가 되겠습니다. 128MB라고도 부르죠...
스피커요?
후면 사진 (직촬) 입니다. 우측 구멍은 뚫려있는데 좌측은 아얘 막혀있죠.
싱글 스피커 되시겠습니다.
여기서 뭔가 의문이 하나 들죠.
이거... GBA 구동은 제대로 되는 성능인가?
하고 말이죠. GBA가 유행하고 에뮬이 성행하던 시기.
세상은 펜티엄 4가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에뮬레이터 완성도가 떨어진 걸 감안하더라도,
하위 라인업 cpu에서는 배속 플레이가 제대로 안된다는 말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물며 810Mhz MIPS코어는 어떻겠습니까?
때문에 GBA 및 슈퍼 패미컴 에뮬레이팅이 쾌적하지 않다고 합니다.
대신 메가드라이브의 이전 세대인
세가 마스터 시스템 도 구동이 된다고 하네요.
Z80이라는 CPU에 관한 재미있는 역사는 다른 분이 다룬 게 많으니 넘어가겠습니다.
화면도 제가 구매했을 때에는 640 X 480 이라고 적혀있었는데 당연히 그럴리가 없죠.
240 X 320 피쳐폰 화면을 90도 회전시켜서 사용합니다.
그래도 IPS 자체는 맞습니다만, 라미네이팅(OCA)이 안되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 기기는 수령했을 때 화면에 먼지가 들어가있더군요.
내가중수법을 사용해서 먼지만 빼내긴 했는데 QC를 짐작할 만 합니다.
충전은 뭐 type c로 하는 게 맞고요, USB 3.0 포트에 꽂아서 사용했을 때
사용 도중에 꺼지지는 않았습니다.
5V 1A 삼성 충전기에 연결하면 이렇게 뜹니다.
0.5A도 안나오는군요... 1A 라면서요!!!
어쩐지 충전까지 시간이 오래걸린다 했죠.
참고로 내장된 배터리는 18650 1500mah 입니다.
아까 뒷면 사진 보시면 알겠지만 나사 하나만 풀어도 교체가 가능합니다.
비보호 배터리기 때문에
(기기 자체에 전원보호 칩은 있음)
보호 배터리로 교체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자연의 이치로 용량이 두 배면 플탐도 두 배가 됩니다.
고용량으로 교체하지 않을 이유가...없나...?
참고로 이 기기의 배터리 표기는 장식입니다.
화면이 갑자기 막 어두워진다?
그러면 1분 내로 꺼집니다.
그게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지표입니다...
이제 제가 받은 제품을 살펴봅시다.
상자입니다. 민트초코의 민트 색입니다.
원래는 훨씬 크고 싸구려틱했다는데 판매량에 힘입어 개선한 걸로 추정됩니다.
판매량을 견인하는 건 이유는 모르겠지만 남미입니다...
그쪽에서 인기가 많대요.
꺼내면 이런 모습입니다.
usb 2.0 micro sd 리더기,
자체 AV 케이블,
USB A to C 케이블,
기기 본품입니다.
비닐을 벗기면 수줍게 모습을 드러냅니다만
기본 화면 보호필름이 붙어있는데,
저는 제거용 테이프'만' 제거해버렸습니다.
이런 마이너한 제품의 보호필름을 어디서 구하겠어요?
기기의 조작부는 좌측 십자키와 스틱,
우측 X Y A B, 셀렉트 스타트,
상단 L R 입니다.
하단에는
전원 스위치와 충전 C 포트, 마이크로sd 슬롯, AV 출력 단자, 볼륨 휠이 있습니다.
전원을 올리면
오우... 몬가....몬가 반겨줍니다.
6000개가 넘어가는 게임이 있다고 뜨는데요.
그런 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넘어가고요.
키 조작감을 말하자면 XYAB 버튼은 괜찮은데 십자키가 너무 단단하더라구요.
손가락 피로도 때문에 도저히 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밑에 스틱으로만 조작하게 되는데 얘는 또 너무 휘리릭 넘어가서 불편한 감이 있습니다.
고무패드 교체하면 개선된다는 말도 있고,
지금 나오는 것들은 개선된 버전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게 개선된 버전이라고 믿기지가 않네요.
아무튼 교체하기 전 순정 기준으로 십자키는 쓸 게 못됩니다.
저런 걸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이유가 뭐냐.
바로 실제 SNES 컨트롤러와 부품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호환품이지만요.
덕분에
이런 걸 구매하면
이렇게 바꿀 수 있습니다.
많이 닮긴 했네요.
북미판이 빨노파초고 보라색은 국제판인가... 아무튼 국가별로 색이 달랐다고 합니다.
참고로 이 SF2000은 무선 컨트롤러도 옵션으로 존재합니다.
2개 옵션이
4천원 정도 추가되던 걸로 기억합니다.
컨트롤러는 훨씬 인체공학적으로 생겼죠.
2.4G 무선으로 연결되며 AA 배터리 탑재라고 했던 것 같아요.
이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이걸로 뭘 할 수 있느냐.
제가 말이죠... 국민학교가 아니라 초등학교 세대입니다...
어릴 적에 애들이 저 빼고 갖고 놀던 게 뭐냐 하면 바로 닌텐도 DS입니다.
거치형 게임기는 Wii 였어요.
게임보이 어드밴스 들고 다니는 친구를 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 제가 친구가 없던 게 아니라 제 나잇대가 그렇다는 소리입니다.
제가 이 6000개가 넘는 게임중에서 경험을 공유하는 건
포켓몬스터 골드와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정도 밖에 없다구요.
그것도 제대로 해봤느냐고 물으면 또 아니란 말이죠.
결국 레트로의 본질은 추억의 재경험에 있는데,
다시 불러올 추억이라는 것 자체가 없는데 대체 뭘 할 수 있겠어요?
...바로 세팅입니다!!!
그렇습니다. 제 님은 바로 게임이 아니라 세팅에 있었습니다.
정말 위대합니다 선생! 저는 지금까지 레트로에 대해 너무 몰랐습니다!
앞서 언급한 부품들은 이미 주문했고요.
3400mah (실측 3200 이상) 이라는 중궈산 배터리도 시켰고요.
개인적으로
국내에 후기가 있는
듀얼 모노(...) 스피커 개조도 해보고 싶은데
여분 스피커도 없고 납땜도 못해서 마음만 있습니다.
그리고 아까 그 몬가몬가였던 Welcome 부트로고도
적당히 바꿔줍니다.
좋아진지는 모르겠지만 맞춤이라는 느낌은 있으니까요...
5월 22일자로 올라온 1.5 버전 펌웨어에서는 분명 한글을 지원하지만,
구해낼 수 없는 이력서가 거기에 있습니다.
적당히 바꿔줍니다.
국내 공유되는 테마도 적용하고요.
이것저것 하고 나니까 이제 뭘 하지 싶습니다.
시간은 많이 썼는데 그 시간 투자 = 삽질 자체를 취미이자 목적으로 삼았더니 뭔가 허무한 느낌이 있네요.
뭐 14000원 투자해서 주말동안 갖고 놀았으면 잘 논 거죠...?
커스텀 펌웨어가 개발 중이라고 하던데, 실제로 붙은 인력이 많지 않더라구요.
그쪽은 적어도 내년은 되어야 배포판이 나올 성 싶습니다.
만약에 자녀와 함께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공유하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뭐 하나쯤 사봐도 괜찮은 기기입니다.
TV에 연결하고
2인용 컨트롤러와 함께라면 남 부러울 게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대를 좀 더 올리면(*워낙에 저가라서 모닝 살 돈에 조금 보태서 그랜저를... 이라는 소리와 같습니다.)
HDMI 출력이 되고 PS1, PSP 플레이가 되는 레트로 게임기를 구할 수 있으며,
애시당초 다들 그런 사양이 되는 기기=스마트폰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레트로 게임기가 그렇지만 그 때의 감성이 아니면 굳이 살 필요가 없습니다.
요즘 게임들 얼마나 재밌게 잘 나오는데요.
물론 무료 게임은 광고로 도배되어 있겠지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측면에서 그쪽이 오히려 마음이 편할 수도 있겠습니다.
언젠가 제가 납땜을 익히거나,
저도 몰랐던 레트로 추억이 떠오르거나,
커스텀 펌웨어가 공개되거든 그때 후속 리뷰를 들고오도록 하겠습니다.
가격이 진짜 놀랍긴 한데 쓸 데가 없는 SF2000 리뷰였습니다. 그럼 이만!
고전게임 세대 형한테 드리니 좋아하시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