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하면 떠올리는 색은 무엇일까요? 검은색이나 녹색도 있겠지만 역시 빨간색이 가장 많을 듯 합니다. 라이젠 CPU가 아닌 라데온 그래픽카드라면 더더욱 그렇죠. ATI 시절부터 라데온의 근본 색상은 곧 빨간색이었으니까요. 하지만 AMD의 라데온이라는 이름을 달고 출시되는 그래픽카드 중에 빨간색이 아닌 제품이 있습니다. 그것도 정 반대편이라고 해도 무방한 파란색을 쓰지요. 바로 전문가를 위한 작업용 그래픽카드인 라데온 프로 시리즈입니다. 라데온이 게임용이니 그와 대비되는 위치에 선 라데온 프로는 일부러 파란색을 사용해 다른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목적을 갖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파란색 라데온이 익숙치 않은 이유는 여러가지 있습니다. 우선 제품의 목적이 다릅니다. 게임용이 아니라 전문가용 제품이라 드라이버가 다르고, 커스텀 디자인을 만들어 판매하는 써드파티 그래픽카드 회사도 없으며, 가격도 다소 높은 편입니다. 아니, 편이었습니다. 왜 과거형을 쓰냐면 가상화폐와 반도체 부족으로 그래픽카드까지 품귀 현상을 일으키면서 라데온 프로의 보급형 모델의 가격 자체는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상황이 펼쳐졌거든요. 물론 절대적인 성능으로 비교하면 높은 편은 아니지만, 멀티 디스플레이 출력이나 전력 사용량 낮고 크기 작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용도로 제격인 그래픽카드입니다.
제품명 | 라데온 PRO WX3200 D5 4GB LP | 라데온 PRO WX3100 D5 4GB LP |
아키텍처 | 폴라리스 | |
제조 공정 | 14nm FinFET | |
스트림 프로세서 | 640개 | 512개 |
클럭 | 1295MHz | 1219MHz |
FP32 성능 | 1.66TFLOPS | 1.25TFLOPS |
FP64 성능 | 104GFLOPS | 78GFLOPS |
메모리 | GDDR5 4GB 128비트, 96GB/s 대역폭 | |
인터페이스 | PCIe 3.0 x16 슬롯(연결은 x8) | |
전력 | TBP 50W, 보조전원 없음 | |
크기 | 168mm, 싱글 슬롯, LP 타입 | |
쿨링팬 | 40mm 구경 1개 | |
출력 단자 |
미니 DP 1.4 x4 |
DP 1.4 x1, 미니 DP 1.4 x2 |
참고 링크 | http://prod.danawa.com/info/?pcode=13937867 | http://prod.danawa.com/info/?pcode=5492132 |
가격 | 287.550원 (2021년 5월 다나와 최저가 기준) |
275,600원 (2021년 5월 다나와 최저가 기준) |
작고 얇고 전기 덜 먹는 그래픽카드
이런 그래픽카드를 얼마만에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픽카드 리뷰에서 주로 소개하는 제품들은 대충 휘둘러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묵직한 쿨러가 달려 있으니까요. 실질적인 트리플 슬롯에 쿨링팬 역시 3개고 보조전원까지 3개인 경우도 종종 나옵니다. 그런데 라데온 프로 WX3200과 WX3100은 참 작습니다. 아주 정직하게 1개의 슬롯만 차지하고, 그나마도 LP 타입니다. 아무리 비좁고 누추한 케이스여도 확장 슬롯만 있다면 비집고 들어가는 공간 창출 능력을 가졌지요. 여기에 보조전원 포트조차도 없습니다. 그러니 파워고 케이스고 따질 것도 없이 메인보드에 PCIe x16 슬롯만 달려 있다면 거기에 꽂으면 끝납니다.
크기가 워낙 작다보니 분해해도 볼 건 없습니다. WX3200과 WX3100은 완전히 다른 기판을 사용하며 그 위의 부품 역시 다르지만 구성은 기본적으로 같습니다. 2+1페이즈의 단촐한 전원부, GPU, 4개의 메모리 칩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길이를 168mm로, 너비를 LP 타입으로 줄이다보니 기판이 비어있다는 느낌은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꽉 차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뭔가 프로답다는 생각은 드는군요. 쿨러는 양쪽 모두 똑같은 걸 사용합니다. GPU 옆에는 구리 베이스와 알루미늄 방열판을 덮었고, 그 옆에는 40mm 구경의 아담한 쿨링팬이 달려 있습니다. 무엇보다, 파란색의 알루미늄 쿨러 커버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작은 크기 다음으로 이 그래픽카드에서 인상적인 건 풍부한 구성의 출력 포트입니다. 싱글 슬롯의 LP 타입 그래픽카드에서 많은 수의 출력 포트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2개 정도가 고작이죠. 하지만 라데온 프로 WX3200에는 4개, WX3100에는 3개의 디스플레이포트 1.4가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최대 4개의 모니터를 연결하거나, 8K 해상도를 출력할 수도 있습니다. 비록 크기는 작아도 비싸고 두꺼운 게이밍 그래픽카드 수준의 출력 포트를 제공하는 셈이죠. 공간을 줄이기 위해 그래픽카드에는 미니 디스플레이포트를 넣었지만 미니DP to DP나 미니DP to DVI 변환 젠더를 제공하니 케이블을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AMD 라데온 PRO WX3200부터 봅시다.
박스 전면
박스 뒷면
설명서, LP 타입 브라켓, 미니 DP to DP 젠더 2개
보호 봉투와 정전기 방지 비닐로 포장
정면
뒷면
측면
4개의 미니 DP 1.4 포트. 보조 전원 단자는 없습니다.
미니 DP 1.4 포트 위에는 잠금 장치가 있습니다. 워크스테이션에서는 흔히들 사용하지요.
길이는 168mm. 높이는 LP 타입에 맞췃습니다.
두께는 싱글 슬롯입니다.
PCIe x16 슬롯에 장착하지만 실제 사용하는 인터페이스는 PCIe 3.0 x8입니다.
쿨링팬의 구경은 40mm
분해했습니다.
GPU와 4개의 메모리 칩을 장착
쿨링팬과 방열판
구리 베이스와 알루미늄 블럭
12V 0.3A의 쿨링팬
AMD 라데온 PRO WX3100 차례입니다. 박스 포장, 쿨러, 크기는 똑같으니 그 부분의 소개는 하지 않겠습니다.
박스 전면
박스 뒷면
미니 DP 1.4 to DP 젠더 1개와 미니 DP 1.4 to DVI 젠더를 줍니다.
그래픽카드 전면
뒷면
측면
미니 DP 1.4 포트 2개와 DP 1.4 포트 1개가 있습니다. DP 포트가 있어 변환 케이블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포트 수는 하나 줄었네요.
서버 같은 곳에서는 아직도 현역으로 쓰고 있는 DVI 포트를 위한 젠더
기판
독특한 포지션. 성능이 아닌 용도를 보라
솔직히 말해서 3D 연산 성능이 높은 그래픽카드는 아닙니다. 라데온 프로 WX 시리즈 중에는 최신 GPU를 탑재한 고성능 그래픽카드도 있습니다. 하지만 라데온 프로 WX3200과 WX3100은 14nm 공정으로 만든 폴라리스 GPU를 사용합니다. 보다 친숙한 게임용 그래픽카드와 비교하면 라데온 RX 550이나 라데온 RX 560D를 꺼내면 되겠군요. 이 수준에 어울릴 만한 그래픽카드가 없어서 직접 비교는 하지 못했고, 라데온 프로 WX3200과 WX3100의 성능만 테스트해 봤습니다. OpenCL을 비롯한 연산 가속 성능을 나름대로 갖췄으며, 게임의 경우 리그 오브 레전드나 레인보우 식스는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해상도나 옵션을 더 낮춘다면 오버워치나 배틀그라운드도 가능은 해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르누아르 내장 그래픽보다는 낫습니다.
3D 그래픽 성능만 보면 글쎄다 싶지만 이걸로 라데온 프로 WX3200과 WX3100을 평가하긴 이릅니다. 우선 라데온 프로는 게임이 목적이 아닙니다. 게임이 아닌 연산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요. 이 시리즈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NVIDIA의 전문가용 카드 중에는 게임이 아예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그러니 게임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장점이 하나 생긴 셈이죠. 또 고성능 게이밍 그래픽카드와 직접 비교해서도 안 될 이유가 있습니다. 이건 전력 사용량이 매우 낮거든요. 보조전원 포트도 안 달려있는 그래픽카드가 전기를 써봤자 얼마나 끌어올 수 있을까요? 여기에 발열 역시 신경 쓸 수준이 아닙니다. 게임 성능이 부족한 그래픽카드라고 평가할 제품이 아니라, 저발열 저전력으로 이 정도 성능을 낸다는데 의미를 두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3D 그래픽 성능이 아닌 다른 부분을 보면 라데온 프로 WX3200과 WX3100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앞에서 소개한대로 많은 수의 모니터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3D 그래픽은 전혀 필요하지 않고, 고해상도 모니터만 3대, 4대씩 연결해두고 써야 하는 시스템이라면 이걸로 충분합니다. 흔히들 말하는 주식용 컴퓨터가 여기에 해당되겠네요. 요새는 가상화폐 트레이딩도 넣어야 될 것 같구요. 그리고 폴라리스 아키텍처의 대표적인 장점 중 하나인 플루이드 모션을 지원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다른 거 다 필요없고 60프레임의 부드러운 영상을 보여주는 작고 얇은 HTPC를 만들고 싶다면 이걸 넣으세요.
GPU-Z에서 확인한 스펙
테스트 환경입니다.
AMD 라이젠 7 5800X https://gigglehd.com/gg/8612109
MSI MEG X570 갓라이크 https://gigglehd.com/gg/5201838
DDR4-3200MHz 16GB 듀얼채널
윈도우 10 20H2
라데온 프로 소프프트웨어. 2021년 3월 릴리즈
SATA 6Gbps SSD
라데온 프로 시리즈 그래픽카드는 드라이버도 라데온 프로 소프트웨어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라데온 소프트웨어랑 구성은 비슷해 보이네요. 색상만 다를 뿐.
모니터링
그래픽 설정
디스플레이 설정
시네벤치 R15 OpenCL
블렌더 bmw27 OpenCL
Specview perf 2020
긱벤치 5
PC마크 10
패스마크 3D
3D마크
3D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는 CPU의 영향을 많이 받기에 점수가 특히 높게 나왔습니다.
전력, 온도, 소음
영상을 부드럽게 보여주는 플루이드 모션을 지원합니다.
플루이드 모션을 사용해 30fps 영상을 60fps로 재생 중입니다.
AMD 라데온 PRO WX3200/WX3100
AMD 라데온 PRO WX3200/WX3100의 특징과 성능을 생각하면 이런 결론이 옵니다. 게임은 롤 정도의 그래픽만으로도 충분하거나, 작고 얇은 케이스를 쓰고 싶거나, 전기 조금 먹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거나, 많은 수의 모니터를 연결하고 싶거나, 플루이드 모션을 쓰고 싶거나, 이 모든 걸 다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AMD 라데온 PRO WX3200/WX3100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다른 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그래픽카드이기도 합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란, 게임용 그래픽카드 가격이 심심하면 백만원을 찍고, 플래그쉽은 2백만원 3백만원까지도 기웃거리는데 그마저도 구하기 힘든 상황을 가리킵니다. 이런 상황에서 롤만 하겠다며 백만원 짜리 그래픽카드를 사는 사람은 아무리 봐도 채굴업자처럼 보이겠지요. 정말 간단한 게임 플레이가 목적이라면 20만원 후반대의 AMD 라데온 PRO WX3200/WX3100로도 감당해 낼 수 있을 겁니다.
가격만 빼고 베스트 슾-LP 카드 였는데, 이제 가격도 괜찮아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