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컴퓨터의 태동기부터, 컴퓨터랍시고 나온 것들을 구매했을때 제일 먼저 사람들이 만져보는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스위치입니다. 컴퓨터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아직도 사용자 경험의 시작은 스위치에서 시작합니다. 스위치는 컴퓨터에 정보를 입력하여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일단 전원 스위치는 전원을 들어오게 해주죠. 다른 스위치는 어디 있는지 모르시겠다고요? 눈 앞에 있습니다.
터치스크린으로 쓰던, 기계식 스위치를 쓰건, 러버돔 스위치를 쓰건. 우리는 컴퓨터에 문자를 입력해야만 쓸 수 있습니다. 맨 처음에 바이오스를 들어가기도 하고, 실행을 하기도 하고, 암호를 입력하기도 하고. 수많은 업무가 손 끝에서 실행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고, 1954년 이후 인간의 생산능력을 몇백배로 키운 최대 공신이기도 합니다.
키보드입니다.
컴퓨터의 역사는 나중에 이야기하더라도, 그 역사에서 IBM을 빼놓으면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또한 그런 IBM 컴퓨터의 역사에서 이 키보드를 빼놓으면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또 별로 없어집니다. 대체 무슨 키보드기에 그렇냐고요? 버클링 스프링 키보드입니다. 1980년대부터 시작해서 94년 렉스마크를 거쳐 96년 켄터키 주의 유니콤프로 안착한 아래에도 아직 버클링 키보드는 생산되고 있습니다.
2021년 출시한 버클링 스프링 키보드 텐키리스 신제품, Unicomp(유니콤프)사의 Mini M입니다.
제품명 | Mini M |
키 배열 | US 87키 + 표준 AWMC 레이아웃 |
키 스위치 |
버클링 스프링 (US Patent 4528431) |
키캡 재질 |
PBT 염료승화 키캡 (회색 , 회색-흰색) |
키 높이 |
스텝스컬쳐 1 + 후면 추가받침대 추가 가능 |
N키 롤오버 | 2KRO, 최대 10key |
케이스 재질 | PBT |
인터페이스 | USB A to A |
케이블 길이 | 6 ft (182.9mm) |
크기 |
15.5" x 7.5" x 2.34" (가로 395.4mm, 세로 190mm, 높이 59.4mm) |
무게 |
3 lb. 4oz. (1.47 kg) |
호환 | PC |
참고 링크 | |
가격 |
$121.00 (*약 14만원) |
박스 모습부터 시작하지 않고 개봉부터 시작합니다. 박스는 완전 무지박스에, 송장이 그대로 붙어서 왔거든요.
언박싱부터 해봅시다. 박스를 열면 주문서와 뽁뽁이 대짜가 같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계식 키보드보다 비싼 제품이지만 역시 IBM의 후예답게 모던한 포장을 갖고 있습니다. 뭐, 애초에 이 키보드에 비싼 포장을 해봤자 의미가 없지요. 이건 말 그대로 버클링 키보드를 쓰려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니까요. 수집가라면 IBM이 붙은 버전을 샀을거고요.
주문서에는 개인정보와 배송방법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Made in USA, KY입니다.
별 정보 없는 주문서를 치워버리고 나면 바로 본체가 드러납니다. 아래 깔린 구성품을 먼저 볼까요?
키보드 포장재를 이렇게 들어내면
스땁! 유지보수에 대한 글입니다. 별로 읽어볼게 없군요. 옆에 있는 것은 6피트 USB A to A 케이블입니다. 보통은 Mini USB A to USB A를 쓸텐데 확실히 특별한 키보드라는 점이 케이블 부터 보입니다.
볼게 없으니 휘리릭 포장을 벗겼습니다. 벌써부터 촉감이 남다르군요. 추억의 촉감보다는 약간 덜 질깁니다. 2020년에는 정말로 보기 드물게 스텝스컬쳐 1이 적용되어있는, 심지어는 더 드물게 베젤이 두꺼운 프레임이 시선을 끕니다. 역시 과거의 유산 답긴 합니다. 그럼에도 2021년 신제품이라는 점이 더더욱 특별한 키보드의 조건을 만족합니다.
휘리릭 뒤집어 봅니다. 요즘 키보드에서 볼 수 없는 사출 물결무늬가 나타나는군요. 내구성에 문제는 없지만 역시 특별합니다. 다마스쿠스강 같은 것이죠.
하단에는 나사로 고정되어 있고, 또한 요즘시기 정말 보기 힘든 키보드다리가 있습니다. 구조가 90년대 그대로라 견고하긴 정말 견고합니다. 막 무기로 쓰지 않는 이상은 부러뜨리기 어려울것 같네요. 애초에 PBT니까요. 좋은 둔기를 구한 것 같습니다. 키보드 다리를 올리는 경우 13mm 정도 높아집니다.
뒤의 스티커는 미제 물건임을 몸소 증빙하고 계십니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쓰라는 연방통신위원회 인증마크가 박혀있군요.
사실 이 통신기기 관련 인증(KCC EC등)이 코로나 때문에 자꾸 미뤄지고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이 키보드는 직배송을 택한다고 해도 빨라도 9월 이후 배송될 예정입니다. 애초에 한글키캡도 아직 없습니다. 대한민국 거주자 분들은 구매에 참조하세요.
인터페이스는 정말 드문 USB A를 택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본체 말고 USB-A가 탑재된 사례를 본 적이 없어서 정말 특별한 키보드임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위의 포트가 비어있는걸로 봐서는 Mini USB나 Micro USB 탑재가 추가로 가능할것 같긴 한데, 단자 내구성은 그 뛰어난 PS/2보다 USB-A가 배는 넘게 뛰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이 편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87키 텐키리스 키보드이기 때문에 메인 기능은 과거 노트북들처럼 넘패드가 키보드에 통합되어있다는 점입니다. 하하 정말 쓸모있네요. 누가 텐키레스 사놓고 저런 기능을 씁니까? 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타이핑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너무 좋네요.
키를 열면 버클링 스프링이 보입니다. 키 교체가 매우 쉽습니다(스페이스바 제외). 나중에 한글 키캡을 따로 팔면 좋겠네요. 쓰면서 약간 불편합니다.
기글하드웨어에 사용기를 쓸 정도의 사람이면 키보드 배치를 외워서 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매일 보이던 한글이 안보이면 불안감이 멈추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제 안의 흐르는 한국인의 피의 특성인것 같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유일한 단점이 여기서 나타납니다. 사출자국입니다. 왜 굳이 키캡 밑에 한게 아니라 키캡 위에 했을까요? 본래 기반이 되는 Model M 키보드들이 이중키캡이라 이런 단점이 덜 눈에 띄긴 하지만 이건 많이 아쉬웠습니다. 90년대에는 고급 프라모델도 사출자국이 있었으니 그러려니 하겠지만 2020년에는 사출자국이 없고 있더라도 안보이는 곳에 있을텐데.
하지만 쓰는데 지장이 없고 역시 이건 이뻐서 쓰는게 아니라 쓰고싶어서 쓰는 키보드이기 때문에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어짜피 한글키캡 나오면 갈거니까요.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기계식 키보드와 비교해보겠습니다. VARMILO 104Key PBT 저소음 적축입니다.
가격도 120불로 똑같고 재질도 PBT로 똑같습니다.
하지만 텐키레스이고 심지어 크기가 줄어들은 New Model M 기반의 텐키레스임에도 일반 키보드와 단 한칸 넓이 차이만 나는군요.
그렇단 이야기는 조금 손이 더 큰 사람에게 알맞다는 이야기임과 동시에 키캡이 조금 더 크단 이야기입니다. 확실히 이거 쓰다가 다른 키보드는 못 쓸만 하네요. 키캡 크기가 다르니까요.
컴퓨터에 연결하면 파란색 빛으로 맞이해줍니다. 키보드야 안녕! 네 주인은 나란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기존 IBM 발매 텐키레스 모델 대비 발전한 유이한 부분 중 하납니다. 하나는 키캡(이중키캡이 아님), 하나는 LED 표시입니다. 녹색이었으면, 애초에 프레임이 흰색이었으면 더 좋았을것 같지만 뭐, 교체가 언제든지 가능한 데에 위안을 갖겠습니다.
N Key Rollover 테스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S-Spacebar 조합시 2KRO 최대 10key
WASD 등 일부 키조합시 최소 4Key 최대 10Key
가로방향 (QWERTY, ASDFG, ZXCVB 등)조합시 10key
s와 스페이스바를 멀리해야 하는 키보드입니다. 그것 말고는 타자에 지장이 없습니다. 애초에 기존 Model M은 2KRO임에도 사람들이 타이핑용으로 매우 선호했던 키보드이기도 했고요. 다른 키들을 고려하면 게이밍용으로도 지장이 없는 최초의 버클링 키보드 아닐까 싶습니다. 어짜피 NKRO 거의 안쓰잖아요. 오히려 이 편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Model F가 가진 무한 키입력은 불가능하지만 그건 비싸니까요.
키 음성은 제가 따로 녹음해서 공개하기엔 좋지 않은 환경이니, 다른 분들 리뷰를 참조해 주세요.
https://twitter.com/Sugiura_Tsuruki/status/1397232893907320854?s=19 이분 이라던가 말이죠.
키감 관련해서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인터넷의 버클링 키보드 타건 영상들은 왜 다들 조용할까
진심으로, 지금까지 쳐본 키보드 중에 세번째로 시끄러웠습니다. 경험상 상위 5개 모델 중 버클링 방식 키보드가 아닌 모델을 녹축이고 뭐고 적어보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자니 없네요. 헤드폰 쓰고 있어도 들립니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껴도 들립니다. 그냥 들립니다. 손끝으로 전달되는 키 스프링 진동만큼이나요.
- 기존 SSK 대비 (노후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가볍고 날카로운 음성, 가벼운 촉감, 덜한 피로감.
제가 쳐본 SSK, IBM Model M보다 너무 가벼운 소리가 납니다. 키압은 비슷하긴 한데, 피크 압력은 변하지 않았는데 거기까지 가는 힘이 달라졌다는 느낌입니다. 대충 50~60g 정도의 키압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 버클링은 버클링이죠. 스프링의 윤활도 안되어있고, 캔 뚜드리는 소리가 철캔에서 알미늄캔으로 바뀌었다 그런 느낌이지 많이 다르지는 않습니다. 정말 좋아요. 특히 날카로워지고 가벼워진 소리만큼 덜해진 피로감이 기분 좋습니다.
-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살살 칠때와 세게 칠때 소리와 진동이 많이 다름.
빠르고 세게 치게 되면 오히려 부드럽게 타이핑되며 시끄럽고 캔 밟는 소리가 납니다. 근데 분당 600타 정도로 치면 깡통차 소음 같아서 버겁긴 합니다. 빨리 치지 않게 되는 키보드라고 하기에는 이미 먼 길을 왔군요.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치면 조용하고 딸각거리는 소리와 키울림(통이 울리는것은 매우 적음)이 손끝에 정말 기분좋은 딸깍거리는 느낌을 줍니다. 볼펜누르는거 좋아하시는 분은 정말 좋아하실 것 같아요. 저는 웹서핑을 마우스가 아니라 키보드로 하는걸 좋아하는데, 그럴때 정말 좋습니다. 살살 누를때 너무 찰집니다.
- 극단적으로 정반대편에 있는 체리 MX 저소음 적축 키보드(VARMILO 104M)와 같이 비교
갖고 있는 키보드와 비교했을때 정말 재밌었습니다. 하나는 두부 써는 느낌이고 하나는 볼펜 딸깍거리는 느낌이니 재미가 없을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주 용도로도 부 용도로도 둘 다 포기하기 어려운거 같습니다. 저소음적축의 두부 써는 느낌으로 글을 쓰면 뭔가 말랑말랑거리는 글을 쓰기 좋을 것 같고, 버클링의 딸깍하는 느낌으로 글을 쓰면 단단하고 맛있는 글을 쓰기 좋을 것 같습니다. 타건의 재미에서 어느쪽이 우위에 있고 그렇지 않습니다.
- 비슷한 편에 있는 오테뮤 청축(MAXTILL TRON G610K)과의 비교
동생이 잠깐 맡기고 간 오테뮤 청축과 비교해보았습니다. 청축은 저소음 키보드입니다. 그리고 클릭음도 약하고 진동도 약합니다. 묵직한 맛은 체리계열 청축이 더 좋고 정숙성도 체리계열 청축이 더 좋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쳤을때 이 클릭감은 도저히 따라올수가 없네요. 다만 체리 계열은 역시 저는 저소음적축이 몸에 맞는 것 같습니다.
총평
요즘 시대에 버클링 키보드는 역시 쓰는 사람들을 위한 키보드이고, 그것도 신제품이라면 수집은 하나도 염두해 두지 않은 제품입니다. 하지만 텐키레스, Space Saver Keyboard라면 어떨까요? 부피도 일반 키보드만하고요. 한번쯤 입문해볼 맛이 나지 않을까요? 이 정도면 충분한 텐키레스 모델인거 같습니다.
배열도 나름 AWMC 배열이고, 그대로 쓰면 되니까 정말 좋습니다. 캔 밟는 느낌과 함께 재미있는 타이핑의 세계에 빠져보세요.
텐키레스이면서 121불(14만원)은 비싼 가격도 아니고, 싼 가격도 아닙니다. 싼 사람에게는 정말로 싸고 좋은 최고의 기계이고, 비싼 사람에게는 이유도 없이 비싸기만 한 멤브레인 키보드에 속하는 존재거든요.
왜이렇게 비싸냐고요? 그렇다면 이 키보드의 정체를 모르시는 분입니다. 물론 게이밍 기계식 키보드들이 4만원대에 포진해 있는 것이 현실이고, 수명이 한참 더 긴 제품들도 널려 있습니다. 이제 와서 버클링 키보드는 과거회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버클링 텐키레스 키보드 중에서는 제일 쌉니다.
모델 F요? 저같으면 안 살래요.
PRO
+ 청력에 굳이 연연하지 않는 사람에게 추천
+ 싱글 플레이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 추천
+ 홈 오피스 또는 산업 사용용으로 추천
+ 스텝스컬쳐1과 키보드 다리 그리고 꽤 견고한 만듬새
+ 천천히 타이핑하는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
+ 소리가 나면 입력되는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리듬게임 등)
+ 빈티지풍이지만 현대 컴퓨터에서도 되는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
CON
- 청력이 소중한 사람에게는 비추천
- 사무용, 업무용, 보이스채팅을 하는 게임용으로는 비추천
- 묵직한 외관처럼 묵직한 무게
- 빈티지가 싫고 부피가 큰 것도 싫은 사람에게 비추천
- 순간 반응속도가 중요한 사람에게 비추천(리듬게임 등)
- 나는 오리지날 103키의 긴 스페이스바나 다른 기능들이 중요한 사람에게 비추천
-NKRO가 중요한 사람에게 비추천
옛날 키보드들이 키감은 참 경쾌하고 좋은데 조용히 쓰기는 정말 쉽지 않죠.
뭐 아주 옛날에야 사무실 등에서도 타자기 치는 소리 보다야 조용하니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들 했었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