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카드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무엇일까요? 거기 GPU라고 답하신 분, 가장 논리적이고 이상적인 답변을 내놓으셨군요. 그래픽카드의 성능은 곧 GPU에서 결정하니, GPU를 가장 먼저 보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부품은 따로 있습니다. 쿨러입니다. 그래픽카드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니 눈에도 잘 띄겠죠. 그리고 그 역할도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이엔드 GPU와 고클럭 메모리에 고성능 전원부까지 온갖 좋은 걸 기판에 가득 모아도 쿨러가 부실하다면? 그 좋은 부품들도 제 성능을 100% 발휘하지 못합니다. 혹은 쿨러 소음이 너무 시끄러워 쓰기 힘들겠죠. 어쩌면 둘 다일수도 있습니다.
이러니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이 쿨러에 공을 들이는 것도 당연합니다. 쿨러가 그래픽카드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부품이라고 했지요. 그래픽카드에서 디자인적인 차별화는 쿨러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고객들이 쿨러만 보고도 어떤 회사의 무슨 시리즈인지 바로 알아차리도록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우수한 성능도 갖춰야 합니다. 그래픽카드의 온도를 낮춰주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고, 그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것도 한 번 만든 걸로 끝나지 않습니다. 매 세대마다 계속해서 높아지는 GPU의 성능에 맞춰서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설명은 MSI의 그래픽카드 쿨러인 트윈프로져 시리즈를 위한 것입니다. 한 눈에 MSI 트윈프로져임을 알 수 있는 개성있는 디자인, 낮은 온도와 조용한 소음을 모두 갖춘 최고의 성능까지. 좋은 쿨러에 있어야 할 모든 덕목들이 트윈프로져에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이었던 건 아닙니다. 쿨링팬의 수를 늘리고, 쿨링팬의 크기를 키우고, 팬 날개의 디자인을 바꾸고, 제로 팬 기술을 도입하고, RGB LED를 넣는 등,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 트윈프로져7과 트라이프로져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래에선 그 발전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짚어 보겠습니다.
트윈프로져. 그 전에는?
예나 지금이나 보급형 그래픽카드는 발열이 높지 않아 쿨러에 공을 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하이엔드 그래픽카드도 예전, 그러니까 지포스 9800 GTX 까지는 상황이 비슷했습니다. 레퍼런스 쿨러만드로도 성능은 충분했고, 지금처럼 디자인이나 소음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시기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트윈프로져 등장 전에는 레퍼런스 쿨러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플라스틱 커버 안에 1개의 블로워 팬과 방열판을 넣은 지포스 레퍼런스 디자인이 대표적이지요.
하지만 트윈프로져만 없었을 뿐이지 그 때도 MSI는 쿨러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쿨링팬 없이 방열판만으로도 쿨링이 되도록, 그래픽카드 뒷면으로 돌린 대형 방열판까지 히트파이프로 연결하는 시도가 대표적입니다. MSI가 했던 참신한 시도를 열거하면 한도끝도 없는데, 이 글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트윈프로져니까 이런 것도 있었다고 소개하는 선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10년도 더 전의 일이라서 이제는 기억하는 분들도 많지 않을테고요.
트윈프로져의 진정한 시조는 하이브리드 프로져 쿨러입니다. 쿨링팬이 방열판 전체를 고루 식힐수 있도록 위치를 조절하고, GPU의 열이 방열판까지 최대한 빠르게 전달되도록 많은 수의 히트파이프를 넣었습니다. GPU 모니터링 기능이 많지 않았던 지포스 9600 GT와 라데온 HD 4850 시절, MSI는 GPU에 하드웨어 센서를 직접 장착해 쿨링팬의 속도를 조절했습니다. 지금의 PWM 팬이나 제로 프로져 같은 기능이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라, 다 이런 경험을 쌓아온 결과라고 해야 되겠습니다.
트윈프로져. 두 개의 팬
MSI 트윈프로져 쿨러는 지포스 GTX 200 시리즈의 고성능 모델인 GTX 260, GTX 275, GTX 280 부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기록할만한 첫 모델은 N260GTX 라이트닝 되겠습니다. 트윈프로져의 가장 큰 특징은 두말할 것도 없이 2개의 쿨링팬이죠. 이름의 유래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픽카드를 차갑게 식히는(Forozer) 팬을 2개(Twin) 달았으니까 트윈프로져입니다. 쿨링팬 2개를 넣었다고 그래픽카드 이름에서까지 티를 낼 필요가 있을까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저 당시엔 그래픽카드에 쿨링팬을 2개 달았다는 게 정말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트윈프로져의 등장을 시작으로 듀얼 팬 구성이 널리 퍼지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트윈프로져 같은 쿨러가 지극히 당연하게 보일 뿐이죠.
1세대 트윈프로져는 단순히 쿨링팬을 2개 단 그래픽카드 쿨러가 아닙니다. PWM 팬 컨트롤 기능으로 그래픽카드 온도에 따라 쿨링팬의 회전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건 기본이고, 온도가 낮을 경우 2개의 쿨링팬 중 하나만 작동하는 영리한 기능까지 갖췄습니다. 나중에 등장하는 제로프로져 같은 기술도 이런 시도가 먼저 나왔기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쿨링팬 뿐만 아니라 방열판의 구성도 호화롭습니다. 2개의 슬롯을 차지하는 방열판을 연결하는 5개의 6mm 히트파이프는 지금도 현역으로 뛰기 부족함이 없습니다. 여기에 히트파이프부터 방열판까지 모두 검은색의 니켈 도금 처리를 했고요. 이 모든 구성 요소들이 더해져 지포스 GTX 260 기준으로 레퍼런스 쿨러보다 온도를 7~8도 낮출 수 있었습니다.
트윈프로져 II. 벌크 업
10년 전의 트윈프로져 쿨러와 최근의 트윈프로져를 비교하면 다른 점이 꽤 있습니다. 그 중에서 눈에 가장 띄는 건 크기, 다른 표현으로는 비율입니다. 1세대 트윈프로져에 탑재된 쿨링팬의 크기는 70mm. 당시로선 지극히 상식적인 선택이었으나 더 나아질 여지도 분명 있었지요. 트윈프로져 2에서는 쿨링팬의 크기를 10mm 더 늘려 80mm로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쿨링 성능을 높이면서도 쿨링팬의 회전 속도를 낮춰, 팬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더 줄일 수 있게 됐지요. 지포스 GTX 560 모델인 N560GTX OC D5 1GB 트윈프로져 2의 경우 GPU 온도가 70도 이하일 때 소음은 30dBA 선에서 유지되는 수준까지 향상됐습니다. 이렇게 더욱 큰 쿨링팬을 도입해 효율을 높이겠다는 기본 개념은 앞으로의 트윈프로져 시리즈에서도 계속 이어집니다.
히트파이프도 업그레이드됐습니다. 사용한 GPU마다 그 구성은 조금씩 다르지만, 최고급 모델의 경우 방열판 먼 곳까지 연결되는 히트파이프는 8mm 2개, 가까운 곳은 6mm 3개를 사용하는 식으로 효율은 높이면서 원가 상승을 최소화했습니다. MSI는 이 8mm 히트파이프에 슈퍼파이프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당시 그래픽카드 쿨러에선 8mm 히트파이프가 흔치 않아 MSI 슈퍼파이프는 상당히 큰 이슈가 됐습니다. 이렇게 대구경 팬과 슈퍼파이프로 무장한 트윈프로져 2 쿨러는 완성도와 성능이 모두 우수해, 플래그쉽 제품인 N275GTX 라이트닝부터 시작해서 지포스 GTX 400과 500 시리즈, 라데온 HD 5000, 6000 시리즈의 일부 모델까지 많은 제품에서 오랫동안 쓰이면서 트윈프로져란 브랜드의 보급에 앞장섰습니다.
트윈프로져 III. 블레이드 팬 등장
트윈프로져에 탑재된 쿨링팬의 디자인은 다른 회사의 쿨러와 많이 다릅니다. 평범하게 곧은 날개가 아니라, 끝 부분의 형상을 독특하게 뽑아내고, 또 여러가지 모양의 팬을 섞어 쓰지요. 그렇게 만드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래픽카드의 크기가 정해져 있으니 쿨링팬의 크기를 키우는데 한계가 있고, 데스크탑 시스템에서 너무 시끄러우면 못 쓸 물건이 되니 소음은 최대한 억제해야 하니까요. 이런 한계 안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려면 기존과 같은 디자인의 쿨링팬으론 안 됩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트윈프로져 3의 블레이드 팬입니다. 블레이드 팬은 날개 끝 부분을 방열판 쪽으로 살짝 꺾는 새로운 형태의 디자인을 도입해, 쿨링팬의 크기를 80mm로 유지하면서도 방열판에 들어가는 바람의 양을 20% 늘리는데 성공했습니다.
트윈프로져 3는 트윈프로져 2와 마찬가지로 금속 재질의 커버로 팬과 방열판을 덮고, 슈퍼파이프를 섞은 히트파이프 구성은 유지했습니다. 구리 베이스는 계속해서 니켈 도금 처리가 들어갔고 전원부와 메모리 칩에 붙는 방열판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NVIDIA에선 지포스 GTX 560부터 시작해서 지포스 GTX 680, AMD는 라데온 HD 6870과 라데온 HD 6950 같은 상위 모델부터 라데온 HD 7000 시리즈에 달하는 고성능 모델에 트윈프로져 3 쿨러가 탑재됐습니다. 이들 GPU에선 발열이 부쩍 늘어나면서 쿨러 성능이 더욱 중요해졌으나, 트윈프로져 3의 달라진 쿨링팬 디자인만으로도 충분한 쿨링 효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MSI는 블레이드 팬에 머무르지 않고 더욱 효율적인 디자인의 팬 날개를 개발하게 됩니다.
트윈프로져 IV. 100mm 팬
트윈프로져의 쿨링팬은 70mm로 시작해 2세대에서 80mm로 커졌습니다. 트윈프로져 3는 쿨링팬의 디자인을 바꿨으나 크기는 유지했고요. 그러니 트윈프로져 4에서 쿨링팬 크기를 다시 키우는 것도 당연해 보이는데, 트윈프로져 4는 좀 많이 키웠습니다. 80mm에서 90mm가 아니라 100mm로 단번에 20mm를 늘렸지요. 여기에 트윈프로져 3에서 처음 도입한 프로팰러 블레이드 팬 디자인은 그대로 가져왔고요. 쿨링 성능만 따지고 보면 트윈프로져 3 수준으로도 충분했으나, 트윈프로져 4에서 더 커진 팬을 쓰면서 같은 온도를 더욱 조용하게 실현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트윈프로져 3까지 쿨링 성능 향상을 최우선으로 두고 발전했다면, 트윈프로져 4부터는 강력한 성능과 조용한 소음을 함께 추구하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100mm 쿨링팬에 가려져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변화도 있습니다. 쿨링팬의 크기가 커지며 회전 속도는 상대적으로 줄었는데요. 방열핀의 디자인을 여기에 최적화해 난류의 발생을 최대한 억제했습니다. 프로팰러 팬은 전원을 켰을 때 반대 방향으로 회전해 쿨링팬에 붙은 먼지를 떨어트려줍니다. 또 방열판의 면적 자체를 많이 키워서 열이 확산되는 효율을 높였고요. 더 커진 방열판에 맞춰서 보조전원 포트의 방향과 히트파이프의 배치도 조절했습니다. MSI 그래픽카드 브랜드의 정리도 이 때 이루어졌는데요. 지금까지 주력 모델로 자리잡은 게이밍 시리즈가 이 때 나왔습니다. 트윈프로져 IV는 지포스 GTX 680 라이트닝과 라데온 HD 7970 라이트닝 같은 플래그쉽에 먼저 등장, 지포스 GTX 700과 라데온 R9 200 게이밍 시리즈에 탑재됐습니다.
트윈프로져 V. 역대급 변화
지금까지 나왔던 쿨러와 앞으로 나올 쿨러를 두고, 역대급 변화라는 제목을 트윈프로져 5에 붙인 이유가 있습니다. 지포스 GTX 900과 라데온 R 300의 게이밍 시리즈에 탑재된 트윈프로져 5 쿨러를 떠올려 보세요. 용의 비늘을 본딴 쿨러 커버와 블랙-레드의 색상 조합에 2개의 100mm 대구경 쿨링팬까지. 지금도 트윈프로져 쿨러라고 하면 이 디자인을 가장 먼저 떠올리실 분들이 분명 많을 겁니다. 트윈프로져 4까지 이어져온 메탈 커버를 벗어나 MSI 게이밍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를 새로 정립한 디자인을 도입하고, 또 최신 유행에 맞춰 LED를 쿨링팬 주변과 측면 게이밍 엠블럼에 넣어 전체적인 튜닝 수준을 높였습니다. 트윈프로져 5가 처음으로 등장했던 2014년부터 LED를 튜닝에 많이 쓰기 시작했으니 대세를 따른 변화라고도 할 수 있겠죠.
트윈프로져 5가 역대급 변화인 이유는 디자인 뿐만 아니라 쿨링팬에도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트윈프로져의 주요 특징인 톡스 팬과 제로 프로져가 시작됐거든요. 톡스(Torx) 쿨링팬은 프로펠러 블레이드에서 한층 더 발전한 새로운 쿨링팬 날개 디자인입니다. 전통적인 방식의 팬 날개와 분산형 디자인의 팬 날개를 번갈아가며 장착한 쿨링팬이죠. 기본 날개가 분산 날개 아래로 바람을 불어주면, 분산 날개가 방열판 쪽으로 바람을 꽂아주는 식으로 작동합니다. 그 결과는 놀랍습니다. 기존의 트윈프로져 4에서 썼던 프로펠러 블레이드보다 풍량은 19% 늘어나고 최대 소음은 5%가 줄었거든요.
GPU의 온도에 따라 쿨링팬을 멈추는 기능이 하이브리드 프로져 시절 처음 등장했다고 했었지요. 트윈프로져 5에서는 제로프로져라는 이름으로 돌아왔습니다. 그것도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요. 하이브리드 프로져는 조절할 팬이 하나밖에 없었으나 트윈프로져는 2개가 달려 있지요. 2개의 쿨링팬의 회전 속도와 작동 여부를 따로 조절해, 보다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쿨링팬 구동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런 변화 덕분에 트윈프로져 5 쿨러를 장착한 지포스 GTX 960 게이밍 그래픽카드는 레퍼런스 쿨러와 비교해서 최고 온도는 19% 줄었고 풀로드 소음도 40%가 떨어졌습니다.
트윈프로져 VI. 톡스 2.0
지금까지도 밋밋한 팬 날개를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쿨러들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톡스 팬의 독특한 디자인과 독보적인 성능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하지요. 하지만 더 나은 쿨링 성능을 추구하는 MSI의 시도는 집요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톡스 팬에서 멈추지 않고 한번의 업그레이드를 더 거쳤는데, 그게 톡스 2.0입니다. 톡스 2.0은 톡스 팬과 마찬가지로 일반 팬과 분산형 팬을 번갈아가며 장착했습니다. 하지만 트윈프로져 5에서의 경험과 피드백을 토대로 날개 면적과 각도를 조절해 풍량은 13% 늘리고 풍압은 22% 높였습니다. 이쯤 되면 쿨링팬 깎는 장인 아닌가 생각도 드네요. 실제로도 쿨링팬이 완벽해질 때까지 조금씩 깍아내고 또 조절해가며 이룬 성과니까요.
톡스 2.0 팬의 모터에는 2개의 볼 베어링이 들어갑니다. 1개만 들어간 것과 비교하면 마찰이 줄어드니 더 부드럽고, 그만큼 더 조용하며, 결과적으로 더 오래 쓸 수 있습니다. 듀얼 볼 베어링을 썼으니 단순히 좋겠거니 하는 추측이 아닙니다. 트윈프로져 6은 트윈프로져 5와 똑같은 속도로 돌아도 소음은 더 낮다는 사실이 증명됐거든요. 여기에 제로 프로져 기능을 그대로 유지해, 실제로 체감하는 소음은 더욱 줄어듭니다. 트윈프로져가 고성능 저소음의 대명사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것도 트윈프로져 5에 이은 트윈프로져 6의 성과 덕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쿨링팬 외에 다른 변화도 있습니다. 쿨링팬에서 나온 바람의 흐름에 맞춰 방열판의 형태를 바꾸고, 히트파이프가 부드러운 각도로 꺾이도록 가공해 열 전달 효율을 높였습니다. 쿨러는 아니지만 쿨러와 GPU 사이에 바르는 써멀 컴파운드의 품질을 대폭 높인 것도 이 때부터지요. 이런 특징들이 더해져서 트윈프로져 6은 지포스 GTX 1080의 레퍼런스 쿨러 디자인보다 20% 낮은 온도와 35% 낮은 소음을 달성했습니다. 또 MSI 게이밍 앱을 통한 RGB LED 연동 기능도 강화해, MSI 미스틱 라이트의 튜닝 영역을 그래픽카드까지 넓혔습니다.
트윈프로져 VII. 새로운 모습
지금까지 트윈프로져의 과거를 돌아봤다면, 이제부터는 현재입니다. 현 세대의 MSI 게이밍 시리즈 그래픽카드는 트윈프로져 7 쿨러를 사용합니다. 앞서 트윈프로져 5가 역대급 변화라고 했는데 트윈프로져 7 역시 그에 못지 않게 바뀌었는데요. 우선 생김새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트윈프로져 5와 6의 정체성이었던 레드 드래곤의 상징, 블랙-레드 조합을 과감히 버렸습니다. 대신 지포스 RTX 20 GPU를 탑재한 MSI 게이밍 시리즈 그래픽카드는 보다 현대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블랙, 회색, 혹은 티타늄과 메탈 감성으로 디자인을 재편했습니다. 여기에 쿨링팬 주변과 측면 플레이트를 비롯한 각 구역마다 존재감을 과시하는 RGB LED를 넣어 튜닝 효과를 높였습니다.
MSI는 원래 NVIDIA와 AMD 그래픽카드에 똑같은 쿨러를 장착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AMD가 CPU와 GPU 모두에서 전과 다른 존재감을 보여주면서 MSI도 입장을 바꿨습니다. AMD 라데온에는 라데온만을 위한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라데온 RX 5000 시리즈에서는 AMD 라데온 그래픽만을 위한 새로운 디자인의 트윈프로져 7 쿨러가 등장합니다. 쿨러의 성능과 기능은 NVIDIA 지포스 버전과 동급이지만, 디자인은 AMD의 정체성에 어울리는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냈습니다.
쿨러의 기능에서 가장 큰 변화는 역시 톡스 3.0 쿨링팬입니다. 전통적인 디자인의 팬 날개와 분산형 팬 날개의 조합이라는 톡스 팬의 기본 방식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톡스 3.0의 전통적인 팬 날개는 절대로 우리가 알던 그 밋밋한 모양의 날개가 아닙니다. 날개 표면에 두 개의 핀을 세웠는데, 이게 바람을 더욱 효율적으로 불어 넣는데 도움을 준다네요. 또 분산형 팬 날개는 풍압을 높여주고, 듀얼 볼 베어링을 넣어 저소음을 추구한 건 변함 없습니다. 그 결과 보통의 팬에 비해 풍압이 50%, 기존의 톡스 2.0 팬과 비교해도 15%가 늘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성능이지만 여기에도 아쉬움은 남습니다. 특허를 낸 거라서 MSI 그래픽카드 외에 다른 제품에선 볼 수가 없거든요.
방열판의 모양도 한번 더 다듬었습니다. 트윈프로져 6에서 이미 한번 했던 작업이지만, 거기서 더욱 효율을 높인 웨이브 커브드 2 가공이 들어갔습니다. 별 것 아닌 사소한 변화처럼 보여도 그 효과는 분명합니다. GPU 온도가 2도 떨어집니다. 1, 2도 차이로 써멀 그리스를 바꾸고 팬의 소음이 달라지는데, 2도 차이라면 방열판 디자인을 바꿀 이유는 충분합니다.
8mm 슈퍼파이프를 섞은 다수의 히트파이프 구성은 트윈프로져 시리즈에서 꾸준히 이어져 내려오는 특징입니다. 하지만 그 배열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트윈프로져 7은 히트파이프가 GPU 바로 위에 모이도록 배치해 열 전달 효율을 극대화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구리 베이스 플레이트와 닿지요. 베이스 플레이트의 재료에 니켈 도금 처리한 구리를 사용하면서 여기서도 온도가 6도 떨어지는 효과를 냈습니다.
그래픽카드 백플레이트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기판을 보호하고, 디자인에서 멋을 더해줍니다. 하지만 기판 뒷면에서 방출되는 열을 가로막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MSI는 백플레이트 곳곳에 구멍을 뚫어, 열이 백플레이트 사이에 갇히지 않고 빠르게 배출되도록 고안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은 전혀 해치지 않았지요.
그래픽카드 표면에서 보이는 방열판이 전부는 아닙니다. 기판 위의 메모리와 전원부에도 방열판이 붙어 있지요. MSI는 전원부와 메모리에 서로 독립된 방열판을 부착해 전원부의 열기가 메모리로 흘러 들어가는 걸 막았습니다. 기존 방식에 비해 메모리 온도를 20도나 낮추는 효과가 있다네요. 전원부와 메모리 칩 위에는 써멀 패드를 붙여 방열판과 접촉을 늘리고, 방열판이 기판과 더욱 밀접하게 붙도록 조립해 열 전달 효율을 높였습니다.
트라이프로져. 플래그쉽
트윈프로져니까 쿨링팬이 2개입니다. 대부분의 그래픽카드는 2개의 팬만으로도 충분합니다. MSI처럼 집요하게 쿨러를 개선해온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하지만 플래그쉽 그래픽카드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하이엔드 GPU의 온도를 더 낮추길 싶어하거나, 비싼 그래픽카드라면 3개의 팬 정도는 달아줘야 가격에 어울리는 구성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기술적이라기보다는 감성적인 영역에 더 가까운 문제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수요가 있으면 그걸 만족시켜야 합니다. 그게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회사의 마음가짐이니까요. 그래서 트리플 팬인 트라이프로져가 나왔습니다.
트윈프로져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렇지, MSI는 꽤나 예전부터 3개의 쿨링팬을 장착한 그래픽카드를 출시해 왔습니다. 2013년에 나온 지포스 GTX 780 라이트닝을 시작으로 해마다 하나씩 꾸준히 나왔지요. 보통의 하이엔드 그래픽카드에선 2개의 쿨링팬만으로도 충분히 열을 식힐 수 있기에, 플래그쉽 중의 플래그쉽인 라이트닝 시리즈에만 3개의 쿨링팬을 장착한 쿨러를 사용했습니다.
지포스 GTX 1080 Ti에선 디자인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지포스 RTX 20 시리즈의 메탈릭 디자인을 이때 먼저 시도했던건 아닐까 생각도 드네요. 지포스 GTX 10 시리즈부터는 라이트닝이 아닌 최상위 칩셋 그래픽카드에도 트리플 팬 모델인 듀크가 일부 시장에 출시되고, 지포스 RTX 20 시리즈에서는 플래그쉽인 지포스 RTX 2080 Ti 뿐만 아니라 지포스 RTX 2070 슈퍼에도 트라이프로져 쿨러 모델을 한국 시장에 출시했습니다. 더 높아진 성능과 더 늘어난 발열, 그리고 더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노력이겠지요.
트라이프로져의 기술적인 부분은 최신 트윈프로져와 다를 게 없습니다. 트윈프로져와 똑같이 프로펠러 블레이드로 시작해 톡스 3.0 팬까지 발전해 왔으며, 제로 프로져 기술을 지원하고 듀얼 볼 베어링을 탑재합니다. 팬에서 나온 바람에 맞춰 가공된 방열판과 기판 위의 메모리/전원부를 위한 독립된 방열판 구성도 같습니다. 대신 늘어난 팬의 숫자에 맞춰 쿨링팬의 크기와 배열을 조절하고, 하이엔드 GPU를 감당할 전원부를 위해 전원부 방열판과 백플레이트에도 히트파이프를 넣는 등, 플래그쉽 그래픽카드를 위한 보강 작업을 추가했습니다.
트윈프로져로 대표되는 MSI의 그래픽카드 쿨러는 매 세대마다 발전을 거듭해 지금 이 자리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새 버전의 트윈프로져가 나올 때마다 '여기서 더 발전할 게 있을까?' 생각도 들지만, MSI는 매번 새로운 모습의 트윈프로져를 내놓으면서 쿨러의 혁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음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앞으로 나올 새로운 그래픽카드에선 또 어떤 부분이 달라진 트윈프로져 쿨러로 감탄을 이이나갈 것인지 기대해 봅니다.
리플 다신 분 중 2명을 추첨해 MSI 용용이 자석 세트를 드립니다. 신청하실 분은 [MSI 트윈프로져 그래픽카드 쿨러 이벤트 신청]을 넣어 리플을 달아 주세요. 접수는 2월 19일까지, 발표는 2월 20일입니다. 선정되신 분은 발표 후 3일 안에 이름/주소/전화번호의 배송 정보를 보내주시고 수령 후 5일 안에 인증샷을 꼭 올려 주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