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CPU를 둘러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그걸 왜 쓰냐고 물으면 그나마 예의라는 걸 아는 편이었고, AMD라는 회사도 있었냐는 말이 나와도 솔직히 이상하진 않았습니다. 물론 이제는 아닙니다. 라이젠의 등장과 함께 멀티스레드 성능은 역전했고, 몇 세대의 발전을 거쳐 싱글스레드와 게임 성능도 대등하거나 넘어서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 대 성능비가 좋습니다. 하이엔드 모델에선 경쟁 상대보다 코어/스레드 수가 우월하고, 내장 그래픽이 달린 보급형 모델에선 코어 수에 더불어 압도적인 내장 그래픽 성능까지 지녔습니다. 이 모든 점을 종합해보면 나오는 결론은 하나 뿐입니다. AMD 라이젠을 CPU 선택지에 넣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그 결과 AMD CPU 예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CPU 시장 점유율이 치솟았습니다. 전 세계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CPU 점유율이 올랐으며, 일부 지역의 부품 시장에선 경쟁 상대를 압도하는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AMD 라이젠을 고르길 주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능 문제가 아닙니다. 그건 벤치마크로 이미 증명됐으니까요. 그럼 뭐를 문제삼는 걸까요? 호환성과 안정성입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이슈 때문에, 추천해줬다가 괜히 꼬일까봐, 혹은 그럴지도 모른다는 불안함 때문에 나는 값 싸고 성능 좋은 라이젠 써도 남들에게는 선뜻 권하기가 쉽지 않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특히 램 이야기가 많습니다. 메인보드야 어차피 AMD CPU 전용이니 비교가 어렵고, 다른 부품이 문제되는 경우는 별로 없네요. 그래픽카드나 SSD도 아주 중요한 부품이지만 이런 부품에서 호환성을 문제삼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램은 다릅니다. 오버클럭이 잘 안되거나 XMP 인식 문제부터 시작해서 블루스크린이나 재부팅처럼 호환성과 안정성 이슈가 심심찮게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AMD 시스템이라면 삼성 램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난하고, 만만하고, 나중에 팔 때도 값을 잘 받는 편이니 삼성 램이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특정 램의 사용이 강제당하는 게 좋은 일은 아니죠.
하지만 이제는 다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1세대 라이젠이 나온지도 벌써 2년이 넘었습니다. 그 때는 호환성이 부족했던 게 사실입니다. 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이었고, 메모리 회사들이 AMD 제품에 맞춰서 굳이 호환성 검증을 할 필요가 없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라이젠을 찾는 이들이 늘었고, 시장 점유율이 부쩍 올랐습니다. 이제는 메모리 제조사들이 AMD CPU를 신경 써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라이젠도 마이크로코드 업데이트를 비롯해 호환성 개선과 성능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어떤지 다시 확인해 봐야겠지요.
AMD 애슬론 200GE http://prod.danawa.com/info/?pcode=6522496
AMD 라이젠 3 2200G http://prod.danawa.com/info/?pcode=5884539
테스트에는 애슬론 200GE와 라이젠 3 2200G를 골랐습니다. 라이젠 3000 시리즈가 나온게 언제인데 왜 이런 걸 골랐냐고요? 돈 때문입니다. 테스트용 CPU를 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잠재적인 CPU 구매자들의 예산 때문에요. 라이젠 3000 시리즈 '씩이나' 쓰는 사람이라면 램값을 타이트하게 잡아 예산을 짜진 않겠지만, 사무용 PC나 가성비 컴퓨터로 최대한 싸게 조립하다보면, 저렴한 가격을 맞추기 위해 익숙치 않은 브랜드의 메모리를 놓고 고민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천 원, 2천 원도 아껴야 하는 상황도 있겠고, 한 번에 많은 수의 시스템을 구입한다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액수로 불어나겠지요.
이런 저가형 메모리가 무조건 안정성이나 호환성이 부족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메모리 제조사 입장에서 저렴한 제품까지 빡빡하게 테스트할 정도로 공을 들이기가 결코 쉽지 않겠지요. 그리고 고급형 CPU는 호환성이나 안정성이 더 뛰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라이젠 3000 시리즈는 최신 모델이니 하드웨어 설계 차원에서 안정성을 더 높였을 수도 있겠죠. 실제로 라이젠 3000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가 더 높은 클럭의 메모리 지원이기도 하고요. 반대로 저가형 CPU에서 별 문제가 없다면 비싼 상위 모델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봐도 될 테고요. 그래서 호환성 테스트엔 보급형 CPU가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이유로 메인보드 칩셋도 보급형으로 골랐습니다. X570은 최신이라서 피한 게 아니라 비싸서 안 썼습니다. B450도 애슬론 200GE나 라이젠 3 2200G에 쓰기에는 좋은 칩셋처럼 보여서 뺐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A320, AMD AM4 플랫폼의 명실상부한 최하위 칩셋입니다. 보급형 CPU와 저가형 메모리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칩셋은 없겠죠. 가격은 싸지만 기능과 확장성에서 차이가 날 뿐, 제공하는 성능은 상위 모델과 같습니다. 오버클럭은 안 하고, 스토리지를 많이 달지도 않으며, 간단한 구성만 맞춰서 쓰는 가격 대 성능비를 중시하는 시스템에 잘 어울리는 칩셋이죠.
칩셋은 정했지만 메인보드의 선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A320 칩셋 메인보드의 수는 50개가 넘고, 메인보드 제조사마다 스타일이 다르며, 제품에 따라서 호환성과 안정성에도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메인보드에서 다 테스트를 해 보면 좋겠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힘들겠지요. 그래서 대표적인 메인보드 제조사인 ASUS, 기가바이트, MSI, 애즈락, 바이오스타의 A320 칩셋 메인보드 중 주력 모델 9개를 곱아서 테스트에 썼습니다. 그리고 바이오스는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했습니다. 새 버전의 바이오스에서 메모리 호환성이나 안정성 이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ASUS PRIME A320M-K
STCOM http://prod.danawa.com/info/?pcode=5143863
아이보라 http://prod.danawa.com/info/?pcode=5122402
대원CTS http://prod.danawa.com/info/?pcode=7452181
ASUS EX A320M-GAMING
STCOM http://prod.danawa.com/info/?pcode=6051885
아이보라 http://prod.danawa.com/info/?pcode=6154344
대원CTS http://prod.danawa.com/info/?pcode=7452148
ASRock A320M-HDV
에즈윈 http://prod.danawa.com/info/?pcode=5124385
디앤디컴 http://prod.danawa.com/info/?pcode=5055088
GIGABYTE GA-A320M-S2H 듀러블에디션
피씨디렉트 http://prod.danawa.com/info/?pcode=5997948
제이씨현 http://prod.danawa.com/info/?pcode=5760122
GIGABYTE A320M-H 듀러블에디션
피씨디렉트 http://prod.danawa.com/info/?pcode=6500307
제이씨현 http://prod.danawa.com/info/?pcode=6502047
ASRock A320M-DVS R4.0
에즈윈 http://prod.danawa.com/info/?pcode=7622335
디앤디컴 http://prod.danawa.com/info/?pcode=7096525
MSI A320M PRO-E http://prod.danawa.com/info/?pcode=7014748
MSI A320M-A PRO http://prod.danawa.com/info/?pcode=9302775
BIOSTAR A320MH 이엠텍 http://prod.danawa.com/info/?pcode=6122300
메모리의 선택은 이번 테스트에서 CPU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우선 삼성 램은 안 썼습니다. 나빠서가 아니라 그 반대라서 안 썼습니다. 지금 메모리 시장의 표준은 삼성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 램과의 호환성에 문제가 있으면 불량 취급을 당하겠지요? 초기 라이젠 메모리 호환성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해결책으로 나왔던 게 삼성 램 사용이고요. 그래서 굳이 테스트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뺐습니다. 비싼 튜닝램도 선택지에 넣지 않았습니다. 튜닝 램의 기본 조건은 높은 클럭에서도 잘 작동하는 칩의 선별과, 해당 조건에서 얼마나 안정적인지 확인하는 테스트입니다. 당연히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낮겠죠. 또 보급형 CPU와 저가형 메인보드 조합에도 맞지 않습니다. 비싼 램을 살 바에는 CPU를 한 단계 올리는 게 더 효과적이니까요.
대신 평범한 램, RGB LED와 방열판이 없고 클럭도 보통인 아주 기본적인 구성의 램을 골랐습니다. 에센코어, 게일, 킹스톤, 팀그룹, 테라바이트, 트랜센드, 이메이션, 타무즈의 10개 제품입니다. 오랫동안 메모리 사업을 했던 제조사도 있고, 이런 회사도 있었는가 생각이 드는 회사의 제품도 넣었습니다. 이런 램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스펙이 같고 정상 작동한다면 성능은 삼성 램과 똑같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동일한 성능의 램을 삼성 램보다 더 저렴하게 구입하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최대한 저렴하게 가성비 시스템을 맞추다 보면 이런 램을 한번 쯤 보게 되지요. 부족한 거라면 인지도와 AMD 라이젠에서도 정상 작동할까? 싶은 혹시 모를 신뢰도가 있겠군요. 그리고 중고로 매각할 때 가격 책정에서 불리하다는 점도 있습니다.
ESSENCORE KLEVV DDR4 4G PC4-21300 CL19 http://prod.danawa.com/info/?pcode=9390900
GeIL DDR4 4G PC4-19200 CL17 PRISTINE http://prod.danawa.com/info/?pcode=5528814
GeIL DDR4 4G PC4-21300 CL19 PRISTINE http://prod.danawa.com/info/?pcode=6168329
킹스톤 DDR4 4G PC4-19200 http://prod.danawa.com/info/?pcode=4667858
킹스톤 DDR4 4G PC4-21300 http://prod.danawa.com/info/?pcode=7013617
TeamGroup DDR4 4G PC4-21300 Elite http://prod.danawa.com/info/?pcode=6811045
Terabyte Ramonster DDR4 4G PC4-21300 http://prod.danawa.com/info/?pcode=7119331
트랜센드 DDR4 4G PC4-21300 http://prod.danawa.com/info/?pcode=8111275
이메이션 DDR4 4G PC4-21300 http://prod.danawa.com/info/?pcode=7868572
타무즈 DDR4 4G PC4-19200 CL17 http://prod.danawa.com/info/?pcode=5163718
테스트 방법은 간단합니다. MemTest64(https://www.techpowerup.com/memtest64/ )를 실행해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한번 돌려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으면 너무 성급하겠지요? 모든 램은 테스트를 10번 반복해서 안정성을 확인했습니다. 메모리 장착하고 부팅해서 테스트를 10번 반복하고 종료하는데 10분 정도 걸리는데, 메모리가 10개, 메인보드가 9개, CPU가 2개니까 단순 계산으로 3시간 이상 걸리네요.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일부 메인보드가 구형 바이오스로 테스트로 진행됐다는 걸 확인한 후, 바이오스를 업데이트해서 다시 진행했거든요. 하지만 바이오스 후 결과가 달라진 경우는 없었습니다.
메인보드 1개에 CPU 1개의 테스트 결과입니다. 메인보드가 9개, CPU가 2개니까 이런 스크린샷이 저장된 폴더가 18개가 나오는데 그걸 다 올리면 양이 너무 늘어나니 결과만 정리했습니다. 결과라고 해봤자 매우 단순합니다. 테스트를 통과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두가지 뿐이거든요.
ESSENCORE KLEVV DDR4 4G PC4-21300 CL19 입니다. 2개의 CPU와 9종류의 메인보드에서 모두 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
GeIL DDR4 4G PC4-19200 CL17 PRISTINE 입니다. 2개의 CPU와 9종류의 메인보드에서 모두 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
GeIL DDR4 4G PC4-21300 CL19 PRISTINE 입니다. 2개의 CPU와 9종류의 메인보드에서 모두 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
킹스톤 DDR4 4G PC4-19200 입니다. MSI의 메인보드 2개에서 부팅이 되지 않았습니다. 애슬론 200GE와 라이젠 3 2200G 모두요. 당연히 테스트 실행까지 갈 것도 없겠죠. 그럼 범인은 메인보드와 메모리 둘 중 하나인데, 그 답은 바로 아래의 또 다른 킹스톤 메모리 테스트 결과에서 나옵니다.
킹스톤 DDR4 4G PC4-21300 입니다. 이번에는 기가바이트 메인보드에서도 말썽이 났네요. 상당히 잦은 블루스크린 후 재부팅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위에서 쓴대로 바이오스 버전을 확인하고 다시 테스트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따라서 킹스톤 메모리가 일부 메인보드와 호환성이 좋지 않거나, 궁합이 맞지 않다고 결론내릴 수 있겠습니다.
TeamGroup DDR4 4G PC4-21300 Elite 입니다. 2개의 CPU와 9종류의 메인보드에서 모두 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
Terabyte Ramonster DDR4 4G PC4-21300 입니다. 2개의 CPU와 9종류의 메인보드에서 모두 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
트랜센드 DDR4 4G PC4-21300 입니다. 2개의 CPU와 9종류의 메인보드에서 모두 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
이메이션 DDR4 4G PC4-21300 입니다. 2개의 CPU와 9종류의 메인보드에서 모두 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
타무즈 DDR4 4G PC4-19200 CL17 입니다. 2개의 CPU와 9종류의 메인보드에서 모두 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
결론입니다. 테스트 전에는 '이런 생전 처음 보는 메모리가 아무 문제 없이 잘 작동할까?' 싶은 제품이 상당히 많았는데, 킹스톤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메모리가 2개의 CPU와 9종의 A320 칩셋 메인보드에서 정상 작동했습니다. 라이젠 초기엔 메모리 회사들이 새 CPU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램 호환성 문제가 있었을지 몰라도, 2세대 라이젠부터는 특별히 문제되는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하위 모델인 라이젠 3 2200G, 애슬론 200GE에서 그러하니 더 윗등급의 모델은 말할 것도 없겠죠. 물론 현재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는 메모리나 라이젠 메인보드의 종류는 이보다 더 많으며, 미처 테스트하지 못한 제품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바이오스가 나온다면 호환성이 더 나아질 가능성도 있겠지요.
한국의 조립 PC 시장에선 가격이 많이 비싸지 않고 중고가가 방어되며 호환성이 무난한 삼성 메모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하지만 저가형 시스템일수록 부품 하나하나의 가격 차이가 크게 와닿으며, 지금 당장의 1, 2천원 차이 때문에 부품을 바꾸는 일도 많은데요. 삼성이 아닌 다른 제조사의 램을 쓸 때 혹시 호환성 문제가 있진 않을까 염려하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특히 AMD CPU의 경우 램 호환성을 많이 탄다는 이야기가 있었지요. 하지만 직접 테스트해보니 이제는 그것도 옛말인듯 합니다. 내장 그래픽이 달린 보급형 CPU와 저가형 A320 메인보드에서도 킹스톤을 제외하면 호환성에 큰 문제가 없었지요. 지금 라이젠은 성능 뿐만 아니라 호환성에서도 예전 AMD CPU보다 많이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