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스마트폰은 3.5mm 오디오 잭을 앞다투어 넣었습니다. 3.5mm 잭도 없는 게 무슨 스마트폰이냐는 소리가 나오던 시절도 있었죠. 그러나 이제는 얇은 두께를 만들겠다며 3.5mm를 빼지 못해 안달입니다. 멀정히 있던 기능을 빼다니 과거로 퇴보하는게 아닌가 싶지만, 어쨌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3.5mm 잭은 슬림함을 방해하는 주적 취급을 받고 있고, 선택의 폭은 갈수록 좁아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 장비가 워크맨, 휴대용 CDP, MP3를 넘어서 스마트폰이 대세가 된 지금, 3.5mm 잭을 그 어디보다도 많이 쓰던 음향기기 회사들은 상당히 바빠졌습니다. 3.5mm가 아닌 다른 인터페이스로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만들어야 하거든요.
MMCX라는 커넥터를 사용해 케이블을 교체할 수 있도록 만든 슈어 같은 회사는 차라리 좀 편해 보입니다. 이어폰은 냅두고 케이블만 갈면 되니까요. 그래서 USB C 케이블 https://gigglehd.com/gg/2254495 도 만들고, 그보다 더 범용적인 블루투스 https://gigglehd.com/gg/2283657 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시도 자체는 좋은데, 슈어가 늘 그렇듯 이 케이블이 참 비싸단 말이죠. 중국제 짝퉁만 해도 들을만한 소리가 나와주는 이 세상에, 슈어 정품을 고집하겠노라고 비싼 돈을 지불할 만큼의 으리는 저에게 없습니다. 그리고 이럴땐 늘 항상 우리의 친구 알리익스프레스가 있습니다. 9.99달러에 블루투스와 마이크까지 달린 MMCX 케이블을 판매하거든요. 9.99달러만 해도 이어폰 하나 값이지만요.
저게 본체입니다. 정말 볼거 없습니다. 케이블 길이는 짝짝이로, 오른쪽 가까이에 컨트롤러가 달려 있습니다. 마이크와 컨트롤러의 위치가 좀 어중간하고 케이블 길이도 애매해서 이걸 목 뒤로 두르고 쓰기는 힘들지 싶습니다. 애기들 턱받이처럼 앞에 덜렁거리고 다녀야 할 듯.
케이블 재질은 딱히 엄청 좋진 않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저가형 MMCX 호환 케이블을 몇개 사다 사용 중인데 딱 그 수준입니다. 근데 9.99달러짜리 블루투스 케이블에 뭘 더 바라나요. 전 여기에 배터리와 마이크까지 들어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충전 케이블과 이어가드. 저게 다입니다. 심지어 설명서 하나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컨트롤러를 보면 뭘 어떻게 눌러야 할지 처음 1초 동안은 고민하게 되지만, 기본적인 오디오 기기/전자제품의 상식을 바탕으로 깔고, 어디 가서 찐따 소리 듣지 않을 정도의 눈치만 있다면 저게 뭔 버튼일지 유추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딱 봐도 가운데 버튼을 길게 누르면 전원이 켜지거나 꺼질것 같고, 전화를 받을 때도 저걸 누르면 될것처럼 생겼습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옆에 있는 버튼은 짧게 누르면 다음/이전곡, 길게 누르면 볼륨을 조절합니다.
전원을 켜고 끄면 되게 구린 음질의 여자 목소리로 파워 온, 파워 오프. 이렇게 말해줍니다. 불친절하게 띠-띠 이런 소리만 나는 것보다는 직관적이지만, 혹시나 블루투스로 음악을 들을때의 음질도 이렇게 구리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전화가 오면 어디에서 왔다고 번호도 불러주지만, 당연히 한국어가 아닌 영어라서 별로 도움되진 않습니다. 배터리 잔량이 부족해도 발리 충전하라고 알려줍니다.
그런데 의외로 음질이 괜찮습니다. 이 물건에 단점이 없는 건 아닌데, 그게 음질은 아닙니다. 9.99달러짜리 블루투스가 이정도면 됐지 뭘 더 바랄게 있나 싶습니다. 정확한 수치로 측정한 것도 아니고, 제가 무슨 돌고래라서 소리가 좋다 나쁘다를 진지하게 구분할 귀를 가진 건 아니지만, 이거랑 원래 쓰던 3.5mm 잭이랑 대충 비교해봐도 딱히 차이를 느끼기가 힘드네요.
안내음의 음질이 구렸던 건 아무래도 용량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하기사 이 작은 물건에 들어갈만한 용량... 아니 이 저렴한 물건에 들어갈만한 용량이 얼마나 되겠어요.
원래 소리를 될 수 있는 한 낮춰두고, 정말 주변이 시끄럽거나 기분 우울할때만 한두단계 올려서 듣는 편인데, 실내에선 1, 시장통에서도 3이면 충분했습니다. 최대로 올려보니 BA 유닛의 안위가 걱정될 정도의 출력이 나오더군요.
마이크의 음질도 괜찮습니다. 마누라와 이걸로 통화를 해봤는데 여전히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물론 객관적인 평가이니 너무 믿진 마세요.
마이크로 USB는 실리콘 커버로 덮어둡니다. 이렇게 보면 단자의 크기 자체는 마이크로 USB가 USB 타입 C보다 더 작지 않나 싶네요.
표기 스펙은 재생이 4~5시간이나 알리익스프레스 판매자가 써둔 설명을 그대로 믿는 순진한 분들은 이 고달픈 세상을 살아나기가 결코 녹록치 않을 것입니다. 볼륨 1로 2시간, 볼륨 3으로 1시간 20분, 합쳐서 3시간 20분 동안 음악을 틀어두니 배터리가 부족하다며 빼애액거리다 꺼지네요. 중간에 전화는 한 4통 했습니다. 평소엔 하루 한통도 안 걸려오는데 뭔 날인지.
충전은 1~2시간이 걸린다는 게 판매자의 설명인데, 실제 테스트에선 정확히 그 중간인 1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이 작은 물건에 배터리를 넣어봤자 얼마나 대용량이 들어간다고, 충전 속도는 별로 빠르지 않습니다. 5V에 0.07A.
충전할 동안은 볼륨 버튼 옆에 빨간불, 충전이 다 되면 파란불, 재생 중에는 파란불이 깜빡깜박거립니다. 나름 쓸만합니다. 당연히 충전하면서 들을 수도 있습니다.
1시간 30분을 충전해서 3시간 20분을 사용한다면 배터리 사용이나 충전 효율이 뭐 그리 썩 좋다고는 하지 못하겠으나, 이 물건의 가장 큰 장점인 9.99달러의 가격을 십분 활용해 똑같은 물건을 2~3개씩 사서 순서대로 굴리면 배터리가 문제되지 않을 것입니다. 3개 사도 정품 블루투스 MMCX 케이블보다는 훨씬 싸지요.
그럼 이걸 어떻게 그렇게 많이 들고 다니냐! 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으나 별로 무겁지 않습니다. 이어폰까지 해서 15g. 이정도면 3개씩 들고 다닐만 하지 않나요? MMCX 커넥터가 딱히 단단해보이지 않아서 케이블을 자주 빼고 끼우는 게 마음에 들진 않지만요.
원래 쓰던 MMCX 호환 케이블이 케이블'만' 14g입니다. 처음에는 '이걸 개목걸이처럼 목에 두르고 다녀야 한단 말이지'하며 못마땅한 시선을 보냈으나, 워낙 가볍다보니 목에 뭐가 있는지 별로 감이 오지도 않습니다.
케이블이 사라지니 의외로 편해진 부분이 많습니다. 원래 쓰던 케이블의 내구성이 슬슬 떨어져서, 접촉 불량 때문에 지직거리는 종종 있었는데요. 이제는 3.5mm 잭이 사라졌으니 그 부분을 걱정하진 않아도 됩니다. MMCX 커넥터 부분의 접촉 불량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요. 그리고 이어폰 케이블이 옷을 스치면서 소리가 나는 일도 사라졌습니다. 이게 상당히 큽니다.
뭐 그렇다고 만능은 아닙니다. 통신 거리가 10m라고 하는데, 10m에서도 통신이 되긴 하지만 불안합니다. 배터리 테스트를 하면서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었는데도 소리가 잠깐 끊겼던 적이 두번 있었습니다. 3시간 반 동안 두번이면 적은걸까요 많은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