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쓰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넉넉해보이던 480GB 용량의 SSD가 부족해지는 때가 왔습니다. 아직 100GB 남짓 남아 어느정도 여유가 있긴 하지만, 요즘 게임이란 녀석들의 기본 용량이 10GB는 가볍게 넘기고 50GB를 넘나드는 탓에 아주 여유롭다고 할 수는 없지요. 그렇다고 게임을 SSD를 놔두고 HDD에 설치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결국 남은건 지름뿐이죠. 작년 중순쯤부터 2TB SSD를 사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블랙프라이데이 마저도 야속하게 2TB보다는 1TB만 왕창 세일해서 손가락만 빨고 있었습니다. 1TB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자그마한 NVME 512GB만 구매했었네요. https://gigglehd.com/gg/photo/3998223 NVME가 좋긴 좋더랍니다. 그런데 역시 알던대로 HDD에서 SSD로 옮겨오는 만큼의 체감이 느껴지진 않더라고요. 결국 오래지 않아 방출하고, 결국 고용량을 쥐는데 성공했습니다.
라고 말하면 무슨 2TB SSD가 가뭄에 콩나듯 보이는 전설의 그것 같지만, 사실 $200이하로 구매하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서 참았을 뿐이지요. 몇몇 모델들을 고려하다 보니 개중에 Micron 1100 2TB가 가장 합리적인 성능과 가격인것 같더군요. 하지만 신품가격은 이미 말이 안되는 수준이라 이베이에서 경매로 중고품을 낙찰받았습니다. 2010년에 구매한 첫 SSD가 32GB 용량을 5만원인가 주고 샀었는데, 정가는 아닙니다만 2TB를 19만원에 사다니 기술의 발전속도가 빠르네요.
생긴건 여느 다른 SSD와 다르지 않습니다. 딱히 두껍지도 않네요. 7mm의 표준두께를 가지며, 요즘에 보기 드문 금속 하우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샀으니까 당연히 뜯어봐야죠? 생김새는 평범한데, 하우징 고정방식이 나사가 아닌 걸쇠형이네요. 기판은 2.5인치 크기를 다 쓸줄 알았는데 한줄정도 크기를 남겨뒀습니다. 저크기에 2TB입니다. 뚜껑에 보이는 저 하얀색은 방열용이 아닌 그냥 평범한 스펀지입니다. 기판 고정용으로 쓰이는듯 하네요.
왜냐하면 하우징과 PCB를 잡아주는 나사가 왼쪽 귀퉁이에 보이는 단 한개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펀지로 슬쩍 눌러줘야 하나봐요. 기판 뒤쪽엔 급격한 전원 차단에서의 데이터 손실을 막기 위해 작은 캐패시터들이 겁나게 많이 박혀있습니다. 그리고 대충 디램 하나와 낸드 네개정도가 보이네요.
마저 분해해봤습니다. 바닥면에도 딱히 방열처리가 되어있진 않습니다. 컨트롤러와 디램, 낸드플래시가 보입니다. 컨트롤러는 88SS1074 입니다. https://gigglehd.com/gg/178308 여기에 나온 설명을 인용하자면,
"88SS1074는 마벨의 5세대 SATA 컨트롤러입니다. 28nm CMOS 공정으로 제조됐으며 DEVSLP 대기 모드를 지원, 15nm 공정의 SLC/MLC/TLC 낸드 플래시와 3D 낸드를 쓸 수 있습니다. 낸드 인터페이스는 ONFI 3와 토글 DDR2의 두가지. 256비트 AES 암호와와 마벨의 3세대 낸드엣지 에러 정정, LDPC 저밀도 교차 검증 기술 도입이 특징입니다." 라고 하네요.
버퍼로 사용되는 메모리는 당연하게도 마이크론의 제품인데, 마이크론 반도체의 경우 칩 아랫줄의 FBGA 코드를 찾아보면 칩의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메모리는 09STQ로 찾아보면 되죠. 칩네임은 MT41K512M16HA-125:A이고 DDR3L, 1.35v, 1600MHz, 16x 대역폭, 8Gbit(1GB)용량을 가집니다. 앞뒤로 박혀있으니 2TB SSD의 디램버퍼는 2GB인 셈입니다.
낸드는 특이하게 용량이 다른 두가지가 박혀있습니다. NW853(MT29F1T208ECHBBJ4-3R:B)과, NW849(MT29F3T08EUHBBM4-3R:B)입니다. 둘다 3D TLC 낸드플래시네요. NW853이 144GB, NW849가 384GB의 용량을 가집니다. 각각 4개씩 박혀있으니 합치면 2TB가 됩니다. 왜 256GB 혹은 512GB를 쓰지 않았는가... 그것은 당시 Micron에서 해당용량 낸드플래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살펴보니 NW849 낸드플래시의 높이가 좀더 높아서 컨트롤러와 디램이 하우징에 닿지 않더군요. 그래서 0.5T 두께의 써멀패드를 한개씩 붙여줬습니다. 사실 안붙여도 큰 문제는 없는데, 그냥 뜯은김에 기분좀 내봤습니다.
SSD 상태는 양호합니다.
속도도 그럭저럭 잘 나옵니다.
고자블레이즈님이 애용하신다는 쓰기테스트도 해봅니다. 400GB구간까지는 속도가 잘 유지되네요. 용량이 크다보니 자연스럽게 버퍼도 크고, 저정도면 뒷구간은 체감이 거의 힘들다고 봐야할듯 싶습니다.
보통은 사용기 말미에 장단점을 적지만, 요건 딱히 정리할게 없네요. 음... 넉넉한 용량에 SSD라는것이 장점이고, 마벨 컨트롤러+ 마이크론 낸드라는 안정적인 조합이라 단점은 없을것 같습니다. 원래 새제품이 나오면 어떤 하자가 있을지 걱정이 되는데, 이건 나온지가 꽤 지난모델이고 그동안 딱히 이슈가 없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을것 같네요. 이것이 슬로우 무버인가...!
끝입니다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