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키보드를 고를 때는 아예 싼걸 고르거나, 아예 비싼걸 고르거나, 혹은 특이한 기능이 있는 키보드를 고릅니다. 물론 전부 다 장단점이 있지요. 그런데, 하루에 적어도 세 시간 이상 키보드를 타이핑해야 한다면 과연 어떤 걸 고르시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막 키보드가 고장난 김에 마이크로소프트 인체공학 키보드의 여운을 담아 바로 이 키보드를 샀습니다.
키보드에 인체공학을 도입하기 시작한지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아무리 늦게 잡아도 70년 중후반부터 타자시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시도들은 90년대에 들어 수많은 제품으로 출시되게 됩니다. 진리의 Natural ergonomic keyboard 시리즈나, 데이터핸드, 키네시스 등 수많은 인체공학적 키보드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그나마 범용적으로 접할 수 있는 키보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보드밖에 없습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체공학 키보드가 이것 한 종류밖에 없는 것은 아닙니다. Natural Ergonomic Keyboard 4000, Scuplt Ergonomic Keyboard 같이 더 그러한 특징을 살린 키보드들도 있지요. 하지만 저렴한 가격과 기존 인체공학이 아닌 키보드 이용자에게 있어 접근성이 좋은 키보드라면 역시 저는 이 Comfort Curve 3000을 꼽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격은 다나와 최저가 기준 약 20,000원입니다. 치킨 한마리 가격과 비슷하지요. 일반 사용자용 키보드를 생각한다면 그렇게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닙니다. 다만 n-key rollover가 아님 (6키 동시입력)을 고려하신다면 살짝 불편하실지도 모르겠네요. 게이밍용으로는 오히려 굉장히 적합했었습니다만, 게이밍 전용이라기보다는 사무 전용이기에 그런 듯 싶네요.
이 키보드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이 굽어있는 형태와 동시에 문서작업용 편의를 도모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보통 자주 잘못 누르는 키를 Fn키로 나누거나, 아예 다른 곳에 배치하는 것 말이죠. 물론 Insert 키를 유용하게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보통 저는 Delete를 누르고 싶은데 Insert를 눌러서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아 꽤 편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나오는 마이크로소프트 키보드는 Ctrl 키에 연결된 기능을 표기해 주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지원하는 입력기의 경우 정말 제대로 지원해줍니다. 포토샵은 물론이고, 워드, 아래아한글, 심지어는 이 글을 쓰는 입력기 또한 지원합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먼지와 지문에 대해서 이야기를 드려야겠는데요. 이 썩을 놈의 하이글로시는 대체 왜 쓰는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또한 키보드의 인쇄가 꽤 마모되기 쉽게 되어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A/S는 세계제일이므로 아마 그 전에 고장나고 새로 교체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글로시도 그래서 넣었나..
콤포트 키보드의 가장 큰 특징은 넘버패드 위에 계산기 숏컷과 미디어 펑션이 있다는 점입니다. 갑작스러운 계산이 필요한 경우 정말 쓸모가 많습니다. 물론 계산기의 기능을 상위호환하는 고급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그런 프로그램을 틀었다 끄는 것 보다는 간단하고 갑작스러운 계산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는 되게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키보드를 샀으니 한컴타자연습을 해 보겟습니다. 역시 키보드 리뷰에 시타해본 경험이 없으면 안되겠지요.
청산도 입니다. 졸려서 그런가 생각보다 느리게 나왔네요. 하나 오타가 생긴건 하필 마지막 마침표 찍고 넘어가는 부분에서 쉼표를 눌러버려서..
별 헤는 밤입니다. 역시 별 헤는 밤은 좋지요. 다만 역시 의도찮게 오타가 나는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타격음과 타격감은 생각보다 가벼워서 놀랐습니다. 기존에 쓰던 인체공학 키보드들의 반발력이 엄청 강했던 것과 다르게, 상당히 부드러운 키감을 보여줍니다. 펜타그래프를 쓰다가 오랜만에 멤브레인을 써서 그런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기계식 적축 보다는 반발력이 쎈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쫀득거리면서 사각사각 거리는 맛이 있네요. 키보드가 살짝 말려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기존 유저들이 적응하기도 꽤 편합니다. 특히 B키를 오른손으로 누를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죠. 영문 타자를 할 때에는 왼손으로 누르는 경우가 많지만, 한글 타자를 할 때에는 B 키가 왼손으로 누르는 모음 형태가 되는 기존의 인체공학 키보드에 적응하기가 무척 힘든 편에 속하죠.
다만 역시 오타가 많이 나는 편에 속합니다. 기본 자리(ㅁㄴㅇㄹ ㅓㅏㅣ;)에 익숙해지고 손가락 전체로 골고루 치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물론 인체공학 키보드 대부분이 그렇지만. 다행히 저는 몇년 전에 인체공학 키보드를 주로 썼었기 때문에 쉽게 적응한 편이었지만, 역시 요즘에는 일자형 키보드를 썼었기 때문에 익숙하지 못한 오타가 자주 나네요. 신기하게 자음 쪽에서 오타가 많이 나길래 타자법을 제대로 했더니 오타가 덜 나는 편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스피드는 줄었지만요.
만약 기본적인 타자법이 아닌 다른 타자법으로 쓴다면 손가락 부담이 약간 심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5천자 정도만 쳐 봤는데도 손가락 관절에 부담이 있네요. 만약 키압마저 높았다면 손가락 마디가 저렸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쓰다 보니 알아서 적응되는건 개그.
역시 손목은 덜 아파서 좋네요. 기존에도 손목 부담을 인식해 최대한 일직선으로 치려고 노력했었지만, 따로 팜레스트가 없음에도 굉장히 알맞게 들어맞는 느낌이 듭니다. 다만 이 키보드가 확실히 인체공학을 지향하는 면에 있어서 본다면 살짝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약간 작게 느껴진다던가, 생각보다 치기 불편하다던가. 뭐 이런건 손이 적응하기 마련이니까요. 엄밀히 말하면 제 3의 방식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는 b(두벌식에서는 ㅠ)키를 오른손으로 주로 친다! 혹은 인체공학 키보드로 바로 가기에는 너무 부담이 심한 것 같다! 나 한번 손목이 편해보고 싶다! 인 경우에는 이 제품을 추천드리며, 나는 독수리 타법이다! 혹은 나는 타자면이 직선이 아니면 치기 힘들다! 는 분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키감과 키음을 중요시 여기신다면 이 제품이 아니라 펜타그래프 제품을 사용하시는걸 더 추천드립니다. 아닙니다. 키감 자체는 오히려 펜타그래프와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존에 쓰던 펜타그래프가 애플 유선 펜타그래프임을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불어 기존에 이미 인체공학 키보드를 쓰시던 분에게는 그렇게 추천드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팜레스트가 없음에도 손이 편한 자세가 된 다는 것이지, 그래도 팜레스트는 있는게 나으니까요 (..)
한줄평 : 이 제품은 분명히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을지언정 하드웨어 명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