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년대 후반까지 넘쳐나던 다양한 카테고리의 IT제품들이 스마트폰이라는 하나의 대분류에 흡수된지 10년이 되갑니다. 00년대까지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던 MP3는 스마트폰의 보급 이후 '하는 수 없이 쓰는 물건' 으로 전락했고, 피쳐폰과 같이 종말을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음질과 용량이 전용기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이 그 발목을 잡았습니다. 사진도 촬영하고 동영상도 보고 게임도 해야 하는, 다기능 통합기기를 지향하는 스마트폰은 내장 메모리의 용량이 아무리 커도 모자라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음악을 더 넣는다면, 안그래도 부족한 휴대폰 용량이 더 모자라게 됩니다. 특히 이 제품이 출시된 2014년 기준으로, 프로세서의 성능이 점차 고성능화되고 카메라의 화소수가 증가하면서 컨텐츠들의 용량은 계속 증가하지만 휴대폰 내장메모리는 아무리 많아야 32GB였으니. 여기다가 시스템이 잡아먹는 쓰잘때기가 있...지만 좀 짜증나는 용량을 빼면 실제 이용 가능한 용량은 더 줄어듭니다.
무손실 음악은 그렇다 치고, 적당한 음질의 320K MP3를 기준으로 한 곡당 10MB 정도의 용량을 차지합니다. 200곡만 담았을 뿐인데? 벌써 2GB가 차버립니다. 휴대폰 내장메모리가 25GB라면, 8%의 공간을 음악이 차지하게 됩니다. 영화 한편이 들어가고, 사진 몇백장이 더 들어갈 용량이죠. 그렇다고 MP3 전용기를 따로 휴대하기는 귀찮고 골치가 아픕니다. 그냥 갖고 다니기도 짜증나 죽겠는데 무려 음악 들을때 MP3에 이어폰을 꽂았다가, 전화가 오거나 다른 컨텐츠를 즐기려면 이어폰을 다시 빼서 휴대폰에 또 꽂아야 합니다. 한번이라면 괜찮은데 여러번이라면 꽤 짜증나죠.
그럼, MP3에 휴대폰 연결 기능을 내장하여 블루투스 리시버로도 쓸 수 있고 음악도 동시에 들을 수 있게 하면 되지 않을가요? 바로 이 아이디어를 실천한 물건이, 오늘 소개할 NWZ-M504입니다.
소니의 스틱형 MP3 라인업 중 하나로, 조작계가 MD / CD 워크맨의 떡볶이 리모컨과 유사합니다.
M504는 8GB의 내장메모리를, M505는 16GB의 내장메모리를 갖추고 있습니다. 자세한 스펙은 공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흠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gkI6jCS_f8)
3줄짜리 OLED 디스플레이가 달려 있습니다. 픽셀의 갯수를 눈으로 세보니, 한 줄당 12개로 3줄 36픽셀.
조작계가 MD 리모컨과 유사하지만, 세부적인 기능이 다릅니다. 은색 부분을 위로 올리면 다음 곡으로 넘어가고, 아래로 내리면 이전 곡으로 넘어갑니다. 내부에 스위치가 내장되어, 밖으로 잡아빼면 이전 / 다음 앨범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MD 리모컨은 밖으로 잡아빼는 동작이 볼륨 조절 기능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나며, M504에서는 볼륨버튼이 하단부에 따로 위치해 있습니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내장되어 있어, 5극짜리 전용 이어폰을 사용하면 노이즈 캔슬링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연속적인 소음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환경에서 가장 효과가 좋으며, 가령 디젤 트럭 탑승시 이 기능을 사용하면 적어도 청각적으로는 고급 가솔린 세단에 탄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경험)
이퀄라이저는 5밴드로 상세한 설정이 어렵지만, Clear Bass를 총 3단계로 조절할 수 있으며 전용 이어폰 사용시 Clear Phase 기능 역시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 중 Clear Bass를 켤 경우 소니 특유의 강력하면서도 뭉개지지 않는 깔끔하고 선명한 저역대 청취가 가능합니다.
동작시 비프음이 있으며 설정에서 온오프가 가능합니다. 단조롭지는 않으나, 음악을 넘기면서 자주 들으면 질리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누가 이런것까지 신경쓰겠냐만은. 다음곡은 두번, 이전곡은 세번, 일시정지는 길게, 재생은 짧게.
번들 이어폰이 아닌 EN700Pro를 물려서 대충 몇시간 청음한 후기로는, 제품 자체의 음질이 아주 뛰어나지는 않습니다. 특히 고역대의 재생에서 아쉬운 점이 많으며, 고급스러운 소리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강력한 저음을 들을 수 있는 서브 DAP 정도 / 팟캐스트 청취용으로 쓰기에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mpr4M6G1vY)
외부 오디오 기기와 블루투스를 연결해 리시버로 사용할 수 있으며, AVRCP를 완벽히 지원하여 재생 일시정지 토글 / 빨리감기 되감기 / 다음 이전곡 / 앨범 넘어가기 컨트롤을 모두 지원하며 음악 메타데이터와 현재 재생중인 곡 표시도 완벽하게 지원합니다.
aptX 코덱을 지원하여, 24bit / 44.1kHz의 음악 수신이 가능하여 보다 높은 음질로 음악을 청취할 수 있습니다.
가장 돋보이는 기능 중 하나로, '멀티 포인트' 가 있겠습니다. 전화를 수신하는 HFP 프로필 / 음악을 전송하는 A2DP 프로필과 AVRCP 두 가지를 분리하여 각기 다른 기기에 연결해 쓸 수 있는 것으로, 가령 평소에는 휴대폰에 연결해서 HFP와 A2DP를 모두 사용하다가 태블릿 PC를 사용할 경우 오디오 프로필만 태블릿으로 연결하여 태블릿의 미디어를 청취하면서 전화를 수신하는 행동 역시 가능합니다.
물론, 내장 음원을 청취하다가 전화를 수신하는 것도 가능하며 전화는 제품 내부의 내장 마이크로 진행하므로 이어폰에 마이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역시 좋습니다.
아이폰 / 아이팟 터치의 팟캐스트 앱 역시 아주 완벽하게 호환됩니다. 아이폰 내부에서 다음 트랙 커맨드를 받으면 15초 넘어가기를 작동시키는 걸로 아예 설정이 되어있는지, M504에서 가능한 조작이 애플 기기의 팟캐스트 앱과 내장 음악 프로그램에 100%의 호환성을 보이며 애플 기기에서는 딜레이조차 없습니다.
소니의 기기임에도 불구하고 애플 및 타사 제품과의 호환성이 거의 완벽함에 가깝다는 점에서 아주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나쁘지 않은 수신률의 MP3
앞판을 분해했습니다. 밝기가 매우 밝은 OLED 액정과 전원버튼을 겸하는 재생버튼이 보입니다.
차폐장치 및 배터리 고정용 스티커. 이게 말썽을 일으키면 건들 때마다 전원이 꺼져서 사용하기 매우 불편한데, 제품을 분해해서 배터리 사이에 적당한 두께의 종이를 끼워넣어 주는 것으로 쉽게 해결이 가능합니다. 분해성 역시 소니답지 않게 쉽지만, 적어도 재생버튼에는 비가역적인 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다음' 트랙을 '페이지 업' 으로 넘어가다니, 굉장히 불편합니다. 다음 내용을 보거나 다음 음악을 들으려면 페이지 다운을 눌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전 소니 리모컨도 그랬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트랙 넘기는 조작계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면 좋겠습니다.
또한, MD리모컨 조작계는 두 손으로 조작하기에는 편하지만 한 손으로 조작하는 상황에서는 상당히 불편합니다. 조작계로 전통적인 버튼을 사용하는 타사의 스틱형 MP3가 한 손으로도 충분히 조작이 가능했음을 생각하면, 디자인을 추구하다가 편의성을 잃었다는 점은 나름대로 단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FLAC을 미지원합니다. WAV는 지원하지만 워낙 용량이 쥐똥같아서 굳이 WAV로 넣고싶지는 않습니다.
이 많은 기능을 하나의 작은(?) 기기에 때려박다 보니, 액정이 본체에 비해 너무 작습니다. 이 액정으로 음악을 선곡하고 휴대폰을 페어링하고 이퀄라이저를 설정하며 누구한테 전화가 왔는지 확인하는 게 가능하다는 점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MP3에 블루투스 수신기를 추가한 초대용량 스마트폰과 스트리밍이 주류가 된 2020년 현재에도 유효한 아이디어이며, 틀림없이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내부 음질과 용량을 개선하고 블루투스 기능을 업그레이드하여 다음 세대의 제품이 출시된다면 충분히 많이 팔릴 수 있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