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보니 새삼 사진 못찍는 저의 처참함만 잘 드러나네요.)
저는 그렇게 오래됐다고는 못하겠지만 대략 14년 전부터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팬이었습니다. 대략 포켓몬을 시작한건 4세대부터였고요.(위 사진에서 4세대가 없는 이유는 부끄럽지만 다들 아시는 '그' 칩들을 사용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시간동안 포켓몬은 좋은 쪽이 아니라 점점 나쁜쪽으로 발전했습니다. 6세대는 스토리로, 7세대는 과도한 편애(스토리/전용Z기술등)로, 레츠고 · 8세대는 구세대 포켓몬 단절과 그래픽 등으로. 그리고 편애같은 특징적인걸 제외한 스토리, 그래픽, 밸런스와 같은 문제는 더더욱 심화되었죠.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분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앞으로의 포켓몬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고, 그래서 레전드 아르세우스도 사지 않았습니다. 피카츄랑 소드도 그냥 하다가 재미없어서 유기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나타난 9세대 역시 마찬가지로 제 흥미와 기대를 사지 못했고, 저에게는 그저 수능 끝나고 할만한 게임을 찾다가 나타난 새로운 게임에 불과했죠. 그리고 평범한 포켓몬일것이라는 제 예상은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완벽하게 틀렸습니다.
제목부터 명암으로 나타냈으니 본문도 장점과 단점 구조로 써보겠습니다.
장점:
방대한 컨텐츠 볼륨과 꽤 괜찮은 스토리(스토리 약스포. 원치 않으신 분들은 쭈욱 내려주세요.)
컨텐츠 볼륨이 매우 방대합니다. 우선 메인 스토리부터 3가지 개별 루트입니다. 레전드 루트, 스타더스트★스트리트, 챔피언 로드. 처음에는 여느 작품처럼 주인공 집에서 시작했다가 학교를 간 후 위 루트들이 시작하는데, 이 루트들을 모두 클리어 후 더 홈웨이라는 마지막 스토리로 이어집니다.
레전드 루트는 비전스파이스를 찾아 처음부터 데리고 다니게 되는 본작의 전포인 코라이돈(스칼렛)/미라이돈(바이올렛)을 건강하게 하는 스토리, 스타더스트★스트리트는 본작에서 악의 조직을 담당하는 스타단을 물리치는 스토리, 마지막으로 챔피언 로드는 대부분 아시는 체육관-리그 루트입니다. 이 3가지 루트를 모두 깨면 더 홈웨이라는, 팔데아지방의 수수께끼 지역인 팔데아의 대공을 탐험하고 지역과 전포에 얽힌 비밀을 탐사해 해결하는 스토리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엔딩 후에도 체육관 순례, 배틀토너먼트와 테라배틀레이드등 본작의 새로운 요소와 도감작과 꽤나 변화한 랭크배틀등 기존의 요소까지 합쳐져 굉장히 많은 컨텐츠를 자랑합니다. 또한 스토리도 이전작들과는 달리 꽤나 훌륭합니다. 스타더스트★스트리트는 좀 많이 별로라는 친구의 평도 있었습니다만 적어도 저는 클리셰들이 좀 들어간거 빼고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등장인물의 캐릭터성도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특히 체육관에 도전하는 방식이 이전처럼 맵내 미니게임이나 퍼즐등을 수행하는것이 아니라 체육관테스트라는것으로 바뀌었는데, 마을 등 체육관 주변 환경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라 신선하고 여러 풍경을 볼수 있었고, 또 각 관장들의 캐릭터성이 훨씬 살아나는 느낌이라 좋았습니다.
(스포 종료)
언제나 훌륭했던 음악
뭐... 이건 진짜 꾸준히 별로였던 와중에도 레츠고를 뺀 거의 모든 작품이 좋았으니까요.
편의성 증대와 초보유저 배려
기술떠올리기 · 잊기를 자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으며 포켓몬의 이름을 자체적으로 바꿀 수 있고 주인공의 커스터마이징을 기존같이 기초 커스터마이징 후 게임 시작해서 미용실 찾아가기가 아니라 처음부터 대부분 커마가 가능합니다. 공중날기 또한 공중날기택시로 변화해 처음부터 사용 가능하기때문에 편의성이 상당히 증가했습니다.
또한 게임내에서 중요한 장소인 아카데미를 통해 자속성, 타입 상성과 일부 까먹기 쉬운 조작법등을 알려주게 되어 초보유저에 대한 배려가 증대했고요, 이전작들보다 필드에 떨어진 아이템들이 더 많아진것처럼 느껴집니다. 회복템등 배틀에 도움되는 아이템들이요. 또 오픈월드다보니 절벽같은데서 떨어지는것에 대한 우려가 있을텐데, 그런걸 방지하기 위해 떨어지면 다시 원래 위치로 버튼하나 누르면 돌아가는 편리한 기능 또한 들어갔고요.
알을 얻는 시스템 또한 바뀌어서 기존까지의 키우미집이 아니라 피크닉시에 알이 피크닉바구니에 들어오도록 바뀌었고 불꽃몸특성 포켓몬을 통한 알 부화 속도 상승이 없어진 대신 기본 걸음수가 줄어 알까기도 쉬워졌고요, 또 민트, 깃털, 병뚜껑(8세대까지는 왕관)과 같은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등 매우 쉽게 입수할수 있어 실전 포켓몬들의 제작이 쉬워졌습니다.
포켓몬들의 텍스쳐 상향(체감)
기존 작들보다 포켓몬의 텍스쳐가 더 상향되어 보기 좋은거같습니다. 물론 아래에서 언급할 단점때문에...
처음 만드는것 치고는 꽤나 훌륭한 자유도의 오픈월드
기존 포켓몬에서는 불가능했던 거의 모든 장소를 전포인 코라이돈/미라이돈을 라이드해서 가는게 가능합니다. 야생에서 포켓몬을 꺼내놓고 다니며 자동 배틀을 시킬수도 있는 레츠고 모드 등 최대한 오픈월드적 요소를 도입하려고 한 것이 눈에 띕니다. 포켓몬들과 쉬며 친밀도를 쌓을 수 있는 피크닉 모드 또한 좋습니다.
단점
미쳐버릴듯한 그래픽과 프레임드랍(버전 1.0.1 기준)
이 한장으로 모든것이 설명됩니다.
오, 겜프릭. 이게 정말 최선이었나요? 레전드 아르세우스 플레이 영상만 봐도 이정돈 아니었던거같은데?
※ 잘 안보이는경우 사진을 클릭해 확대해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등장인물이나 포켓몬의 텍스쳐는 꽤 괜찮게 뽑혔습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배경 텍스쳐들입니다. 위 사진은 컷신중에 찍은건데요, 공들여서 연출한 컷신에서마저 이렇다니 참... 배경 텍스쳐들이 매우매우매우 저화질이고 구립니다. 기초적인 안티에일리어싱도 적용되어있지 않아 나쁘지 않게 뽑힌 등장인물과 포켓몬 텍스쳐에서마저 외곽선에서 계단현상이 심하게 발생합니다. 3DS 시절처럼 게임기가 워낙 저성능이라서 그렇다고 하면 모르겠습니다만, 글쎄요? 야숨이나 다른 게임들이 보여준 그래픽을 생각해보면 이게 맞나 싶은데요?
필드 사진을 보면 더욱더 암담해집니다. 계단현상이 저화질 바닥 텍스쳐의 경계선에서도 발생하고있는데다가 다른 필드 텍스쳐의 퀄리티 또한 결코 좋다고 말할수는 없습니다. 아까는 좋아보였던 포켓몬과 등장인물 텍스쳐마저 필드에서는 꽤나 저하되네요.
컷씬에서의 건물 텍스쳐입니다. 한숨만 나옵니다.
심지어 제가 더 까고 싶은건 이것만이 아닙니다.
버그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점때문에 일부 풀을 반투명 처리하는거같은데 이따위로 처리하는게 맞나요? 왜 격자무늬가 나타나나요?
이 현상은 비가 오거나,
이런 다른 빛 효과들이 겹치면 더 환장할정도로 심화됩니다. 뒷목잡고 쓰러지게 생겼습니다. 아 제발. 버그라고 해주세요.
그림자 퀄리티도 굉장히 조악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wbJf-TAFXU
(제 영상입니다)해루미들의 움직임 프레임드롭은 그렇다 쳐도 주인공 움직임정도의 프레임드롭은 굉장히 빈번합니다. 오브젝트나 포켓몬이 좀만 많아지면 더 심할때도 종종 있어요.
버그의 경우 솔직히 지금 까이는 수준으로 버그천지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꽤 있어요. 저같은경우는 스위치 레츠고에디션의 가호인지 크래시가 한번밖에 없었습니다만..
퇴보한 UI와 디테일
배틀중 UI도 꽤나 퇴보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9Ua8r94GQ0
모션의 경우 엉성한 모션들이 좀 있는데다가, 여기서 프레임드롭이 발생하면 끊기듯 이상하게 보이는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계단을 계단이 아니라 단순 경사로로 취급하는지 계단용 모션이 없고, 위 영상처럼 계단을 상향 슬라이딩으로 올라갈수도 있습니다(B버튼을 누르면 원래는 야생포켓몬한테 안들키는 앉기 자세로 가는데, 모션에 슬라이딩이 존재해서 저런 장면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 포켓몬에 잠듦효과가 부여되는 경우 그냥 눈 뜨고 자요. 눈감는 모션이 존재하는데도, 필드에서 오래 포켓몬을 꺼내는경우에 자는 모션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전작들에서는 맵의 거의 모든 건물에 들어갈 수 있잖아요? 본작에서는 가정집은 전부 못들어가고, 전작들은 식당같은 가게도 대부분 거의 내부를 만들어두고 거기서 음식이나 물품을 구입할 수 있었는데, 이번작에서는 극히 일부를 빼면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냥 가게 정문에서 가게를 누르면 전작들에서 나온듯한 물품 구입 메뉴와 새로 나온 음식 소개 메뉴가 띄워지고 그게 끝입니다. 심지어 음식을 먹는 모션도 없습니다. 모델링하기 귀찮은건지 포켓몬센터와 프렌들리숍이 주유소나 드라이브스루 가게마냥 확 오픈되어있습니다.(이건 제 관점에선 괜찮았어요 편해서)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9939792
또 전작들 대비해서도 문제가 하나 더있는데, 기술 이펙트가 레알세는 물론이고 소드실드보다도 퇴화해버렸습니다. 위는 지진 이펙트에 대한 GIF인데, 왠 칙촉이 땅에서 갑자기 솟아올라 꿈틀거리는 모양샙니다(...)
엉성한 오픈월드
명색이 오픈월드라는 물건이 레벨 스케일링 시스템도 도입되어있지 않습니다(...) 레벨 스케일링이 없다면 진행도에 따라 유도되는 루트라도 잘짜여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라 완전히 중구난방입니다.
각 표시 위에 숫자들이 클리어순인데, 저같은경우 4번, 5번 사이 사막에서 한참 고전하는바람에(사막 평균 레벨이 대충 25~35쯤 되는거같아요) 갓 레벨 20된 포켓몬들 데리고 진입해서 회복템 왕창 써가며 레벨링해서 갔습니다.
총평 : 점수 3.5/5
8세대보다 게임성과 스토리등 여러가지가 완전히 개선된것은 정말정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근데 미칠듯한 발퀄의 그래픽과 버그로 인해 좋은 점수를 주고 싶어도 도저히 이 이상 좋게 줄수가 없네요. 혹자는 포켓몬이 원래 그래픽보고 하는게임이 아니라고 합니다만 기본조차 되지 못한 그래픽과 완성도는 용납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이해해주는것도 한계가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IP빨과 좋은 스토리, 대단히 큰 컨텐츠 볼륨으로 인해 결코 못할수준은 아니며 꽤나 괜찮은 게임입니다. 누군가 이 게임을 두고 "알파테스트중인 AAA 게임을 팔아먹는 게임이다"라고 하던데, 딱 맞는 말입니다. 게임성 자체는 좋으나 그 위에 덮일 그래픽이 망해버렸네요. 아무리 로디우스를 개조해서 벤츠엔진 미션 붙여봐야 결국 로디우스입니다. 특히나 이런 오픈월드 게임은 속만큼이나 겉도 중요한데, 게임프리크는 그걸 잊고있는것 같군요. 이번 작에서의 쓴소리를 잘 받아들여 다음 세대는 제발 좋은 방향으로 더더욱 발전하기를 포켓몬 시리즈의 팬으로써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