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e64는 Allwinner의 Cortex-A53 쿼드코어를 기반으로 하는 $15 (RAM 512MB) ~$29 (RAM 2GB) 짜리 싱글보드 컴퓨터입니다. 말하자면 라즈베리 파이와 비슷한 물건입니다. 예전 기글에서는 순딩sheep님이 리뷰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만 [1], 저도 구매했던 고로 간단한 리뷰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사양
(출처 - https://linux-sunxi.org, CC BY)
외관
이렇게 생긴 놈입니다. 1기가 모델 기준.
(우측이 Pine 64입니다. 이더넷 커넥터에 묻은 것은 맥주병에서 묻은 물입니다.)
본디 SD카드, 방열판, 전원 버튼은 장착되어 오지 않습니다만 제 경우 이미 장착한 상태입니다. 킥스타터 구매자에게는 전원버튼이 번들되며 (없어도 그냥 전원을 꽂으면 켜지기 때문에 큰 지장은 없습니다.) 방열판의 경우 딱 봐도 너무 뜨거울 사양이어서 사자마자 붙여줬었습니다. SD카드는 삼성 에보 64GB짜리를 장착한 상태입니다.
피규어 크기를 보고 제품 크기가 잘 감이 오지 않으시는 경우 (!) 밑의 지폐와의 크기 비교샷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좌측이 Pine64입니다.)
동급의 싱글보드 컴퓨터 치고는 크기가 큰 편입니다. 또한 후면에는 SMT부품이 하나도 붙어있지 않으나 패턴은 빡빡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휴대용 기기 자작용으로 쓰기에는 크기가 커서 다른 보드 대비 불리한 면이 있습니다. 두께는 어떻게 줄인다 해도 pcb크기 자체는 어떻게 해보기 힘들고 말이지요.
측면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더넷, HDMI, MicroUSB (전원공급용). HDMI는 이론상 4K까지 지원한다고 하나 프레임버퍼 기준이며 Mali-400의 가속은 그렇게 높은 해상도에선 정상동작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더넷은 1000BaseT로 기가비트 이더넷 기반 SDR를 연결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입니다.
USB(2.0) x2, 전원 버튼 (발로 납땜함), 사운드 잭, MicroSD카드 슬롯. 마이크로 SD슬롯은 누르면 튀어나오는 타입입니다.
저 USB포트 옆에 보이는 곳에다가 와이파이+블투 모듈을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습니다. USB슬롯이 2개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무선으로 쓸 예정이며 허브를 달고자 하지 않는 경우 해당 옵션을 장착하는 것이 편리할 수 있겠습니다. 요즘 USB슬롯이 4개씩 달린 싱글보드 컴퓨터도 많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굳이 USB슬롯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보드를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PCB 두께인데.. 상당히 엷습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크기가 큰 데다 PCB가 상당히 약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라즈베리 파이와는 달리 리튬이온 배터리 관리 회로까지 내장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휴대용 기기 자작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아 보입니다.
밑은 아두이노 우노와 PCB두께 비교샷입니다. 정말 엷습니다.
데비안 설치/실행
SD카드에 데비안 이미지를 넣고 부팅해봤습니다. 운영체제 설치 자체는 단순합니다. 이미지 다운로드 ->압축 해제 -> dd if=이미지 위치 of=저장소 -> 파티션 용량 조절. 윈도의 경우 SD카드 이미지 프로그램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이 시점에서 부팅이 가능해지나 데비안 이미지의 경우 기본 해상도가 1280x720으로 설정되어 있고 일반 pc처럼 해상도조절을 할 수 없는지라 부트 파티션에 저장된 옵션 파일을 이용해 해상도를 변경해주어야 했습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라즈베리 파이에 비해 매뉴얼이 부실한 편입니다. 커뮤니티가 작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문제 같습니다.
데비안 xfce이미지 부팅 직후 가용램. 1기가 모델 기준 800메가쯤 나오네요. (cached 메모리는 사실상 가용램입니다.)
CPU 정보. 오오 쿼드코어 오오. 제 x86기반 데스크탑은 코어수만큼 정보가 반복되면서 나오는데 이건 하나에 합해져서 나오네요. 64비트 ARM님이십니다.
성능 테스트
SDR
2.4Msps로 RTL-SDR로 IQ자료를 받아서 FFT연산을 할 시 CPU 점유율은 "코어 하나" 50%가량이었습니다. 나머지는 다 노는 상황이었으므로 87% 아이들. 요즘 코텍스 A53보드는 가벼운 SDR연산에는 충분히 활용가능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기가비트 이더넷을 지원하니 USRP N200같은 기기를 물릴 수 있을테고요.
하지만 데비안 기준으로 그래픽가속은 병맛입니다. 그래서 그래프를 표시하는 프로그램은 굉장히 힘겨워합니다. 아마 아무런 가속 없는 순수 프레임버퍼 렌더링으로 동작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아치를 잠깐 테스트했을 땐 이것보단 좀 더 나았던 것도 같고.. 그 부분은 잘 모르겠네요. 확실한 것은 MALI-400은 X11 가속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커뮤니티발 드라이버가 개발중에 있고 잘 설정하면 목적에 따라서는 / 혹은 사용 운영체제에 따라서는 더 나은 성능이 기대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저 현시점에 있어서 Pine 64+ 데비안 조합, 혹은 이와 비슷한 환경의 경우 별 설정 없이는 그래픽이 제 성능을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스펙트럼 브라우저같이 그래픽 요구하는 프로그램은 심각한 성능 저하를 겪을 수 있습니다.
그래픽
그럼 그래픽을 조금 더 까내려보도록 하겠습니다. glxgears OpenGL-ES버전 실행결과. OpenGL ES는 잘 모르겠지만 가속이 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뭐 실행이 되어도 X11용 앱들은 이걸 지원 안하는 앱이 많기는 합니다만..
위에서도 말했지만 커뮤니티발 드라이버가 개발되고 있어 어찌저찌하면 가속력은 개선시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라즈베리 파이 등에 비해 개발 커뮤니티가 작고 말리400자체도 성능이 좋은 편이 아닌데 X11가속은 더욱 지원이 빈약한 상태여서 X11 성능은 앞으로도 만족스러운 수준까지는 올라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차라리 안드로이드 드라이버를 강제로 호환레이어를 통해 구동할 수 있는 웨이랜드를 사용하거나 아예 안드로이드의 서피스플링거를 기반으로 하는 운영체제 (Remix OS등)을 사용하는 편이 더 성능 체감이 좋을 수 있겠습니다.
발열
https://www.reddit.com/r/pine64/comments/4coyik/anyone_got_a_heat_sensor_curious_about_the_temps/ 를 참고해 테스트해봤습니다. 히트싱크를 달았음에도 불구하고 풀로드시 90도 나오네요. (제가 단 히트싱크가 좀 빈약하기는 합니다. 구리지만 알미늄 히트싱크에 비해 크기가 작아서..)
히트싱크 답시다. 두 번 답시다.
안드로이드 벤치마크
마지막으로 안드로이드 펌웨어에서의 안투투 5.7.1 벤치마크입니다. (안투투 6은 구글 플레이를 사용해 업데이트할 것을 요구하기에 깔지 않았습니다. ) 이건 제가 설명하는 것 보다 그냥 숫자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쉬울 것 같네요.
썩 좋지는 않지만 아예 못쓸 정도도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UI체감은 가속이 제대로 안 되는 리눅스보다 나은 편입니다. 최적화 문제인지 IO성능이 별로인건지 앱 실행/종료 등에 버벅임이 좀 있는 편입니다만.. 그냥 저가형 안드로이드 기기라고 생각하면 대충 쓸만합니다. 싸구려 TV스틱 대신 쓰기에는 좋을 것 같네요. 일단 업데이트도 좀 더 지속적으로 될 것이고 가지고 놀 여지도 더 많고 말이지요.
인터페이스적으로는 안드로이드는 아무래도 데스크탑 대용으로 쓰기엔 조금 불편하고 실제 데스크탑처럼 쓰려면 Remix OS 2.0를 쓰는 편이 나을 수 있겠습니다. 이미 베타버전 펌웨어가 공개되어 있습니다. 단, Remix OS는 순정 안드로이드에 비해 요구사양이 높아 램 1기가짜리 제 보드에서는 오히려 쾌적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램 2기가짜리 버전에서는 좀 낫다고 들었습니다만..그렇게 관심이 가지는 않네요.
마무리
Pine 64 싱글보드 컴퓨터는 분명 가격에 비해서 좋은 성능을 보여주는 물건입니다. 1000BaseT를 지원하기 때문에 간단한 서버로도 굴릴 수 있고, SDR등 임베디드 시스템에서 가동하기에는 조금 연산력이 요구되는 편인 작업도 그럭저럭 소화해냈습니다. 하지만 너무 엷고 큼직한 PCB는 휴대용 기기 자작용도로 쓰기에는 부적합합니다. 또한, 안드로이드쪽은 그래픽 가속이 어느정도는 이루어지지만 리눅스+X11 데스크탑의 그래픽 성능은 현재로서는 좋지 않은 편입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 개선의 여지가 있고 직접 말리400 오픈소스 드라이버 (아직 불안정함!) 등을 빌드해 사용할 시 기본 롬보다는 더 나은 성능을 보일 수도 있으나 너무 큰 기대를 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한줄로 요약하자면 목적에 따라서는 충분히 가격 이상의 일을 해 줄 수 있는,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굉장히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는 보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뭐, PINE64는 USB 각 포트가 SoC의 두 개의 USB 포트에 각각 연결되어있는 방식이라
파이처럼 USB포트와 이더넷 통합으로 인한 병목은 없긴 하지만서도...
IO포트들을 많이 집어넣다보니 사이즈가 저렇게 넓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국내엔 사용자가 없다시피 하더군요.
거기다 PINE64 킥스타터 마감 거의 전에 파이3이 나오면서 묻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