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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삼성에서 만든 갤럭시 번들 이어폰은 혹평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나마 갤럭시S4부터 나온 하얀 이어폰이 그전에 나온 이어폰보다 상당히 나은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거의 비슷하게 생겼으나, DD유닛을 2개 배치한 제법 고가의 설계가 차이점 입니다. 
사람들은 후속 이어폰이 빨리 나오기를 기대했지만, 약 2년 동안 울궈먹었습니다. 

삼성의 후속 이어폰은 모든 것을 바꿨다고 평해지는 갤럭시 S6부터 나왔습니다. 
그런데 고무(이어팁)가 붙어있는 커널형 이어폰이 아닌, 애플의 이어팟 처럼 오픈형으로 나온 것입니다.
상당히 중립적인 소리를 들려준다는 이어팟과 달리, 삼성은 저음 괴물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저음이 새는 오픈형에서! 마찬가지로 이것도 울궈먹었습니다.

그리고 대격변은 또 일어났습니다. 
홈버튼이 사라진 S8의 출시와 함께, 삼성은 새로운 이어폰을 발표했습니다. 
심지어 음향업계의 큰손이자 레전드인 HARMAN社와 함께 말입니다. 
번들가는 한국 기준 무려 71000원, 박스 풀셋은 99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말이죠.

하만이라는 회사 자체는 그렇게 좋은 제품이 없지만, 하만이 갖고 있는 브랜드들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JBL, AKG, 마크 래빈슨 등.. 파카, 워터맨, 로트링 등을 갖고 있는 뉴웰러버메이드社가 비슷한 예로 떠오르네요.
인수 시기와 S8 출시 시기가 멀리 떨어진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인수 전부터 물밑작업으로 개발이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은 그중에 AKG와 손을 잡았습니다. 펄스나 플립 등으로 유명한 블루투스 스피커 명가인 JBL 대신, 음향에 관심있는 사람에게만 알려진 AKG와 손 잡은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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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AKG는 플래그십이라 불리우는 K3003을 생산해 낸 여력이 있습니다. 
당시 출시가가 100만원을 훌쩍 넘겼으니 AKG가 JBL보다 이어폰을 의욕적으로 개발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아, 참고로 말하자면 AKG 이어폰은 K3003과 구형 오픈형 이어폰(K14p, K12p 등등)을 제외하고 혹평을 면치 못합니다.
그리고 AKG는 마이크를 잘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것도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습니다. 
마이크와 이어폰의 구조는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소리 -> 진동 -> 음향 데이터[마이크]/ 음향 데이터->진동->소리[이어폰]
 
마지막으로 JBL은 이어폰이 아닌 전통적으로 스피커 회사입니다. 
스피커에 관심 많이 가진 사람은 JBL의 전설 하츠필드를 알 것입니다. 
반면 AKG의 전설적 명기는 K1000이라는 이어스피커라 불리우는 헤드폰입니다. 
애초에 주 분야가 다르다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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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000.jpg

 



서론이 길었네요. 간단하게 외관 살펴보고 음질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자세한 사진들은 저보다 잘 찍은 블로거들에게서 찾아보시는 걸 권합니다.
 

상당히 세로로 납작합니다. 덕분에 착용감은 정말 훌륭합니다. 
착용감으로 유명한 웨스톤, 포낙은귀에 정확하게 안착한 느낌이 있습니다. 
반면 삼성은 귀에 걸쳐져 있고, 거기에 노즐이 길게 나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이어팟에 노즐이 긴 느낌입니다. 
착용감이 상당히 훌륭합니다. 쿼드비트처럼 귀마개를 꽂은 느낌이 안 듭니다.
패브릭 이어폰 줄은 쿼드비트보다 꼬이지 않는 것으로 보여서 마음에 듭니다.
분기점 위는 일반 전선인데, 이것도 꼬임 방지 처리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터치노이즈라 불리우는 전선 부딪힘 소리도 덜한 편입니다. 
그래도 신경 쓰인다면 좌우를 바꿔 오버이어로 착용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각도가 있어 오버이어용으로도 손색없습니다.
다만 저는 괜찮은데, 다른 분들은 분기점이 짧아서 갓끈을 맨 것 같다고 불편함을 나타내셨습니다. 

이어팁 품질은 상당히 좋습니다. 
번들 이어폰의 명가 쿼드비트는 지금까지도 목이버섯같이(!) 흐늘흐늘한 이어팁만 줘서 불만이었는데, 삼성은 그렇지 않네요. 
기존 삼성이어폰처럼 큰 걸 끼더라도 귀에 꽉 끼는 느낌이 덜합니다. 가장 큰 팁을 끼워도 이어폰이 잘 빠집니다. 
이어팁이 작은게 아니라, 삼성이 구조설계를 그렇게 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정말로 이어팁이 작다면 저음이 많이 빠지고 고음이 어마어마하게 올라와서 오픈형 이어폰 느낌이 나는데, 들어보면 주파수 응답 그래프(FR그래프)대로 소리가 나서 이어팁이 작다고 할 수 없습니다. 

외관은 이정도 적기로 하고, 가장 중요한 음질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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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쿼드비트가 말고, 이게 트파(트리플파이)와 붙었어야 했다.
 
우선 플랫한 하이파이 지향의 이어폰이 아닌, 대중성을 노린 제품이라는 점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음과 고음이 잘 들리는 전형적인 V자이어폰입니다. FR그래프 보면 V자 형태라 V자이어폰입니다.
그런데 다른 V자이어폰과 다른 형태입니다. 저역이 크게 솟아있지 않아 단단한 저음을 내줍니다. 
그리고 고역에서 그 차이가 확연하게 납니다. 
일반적으로는 2~6kHz부분이 솟아 있어서 목소리에 청량감을 주지만, 삼성 번들은 7kHz이상(고역~극고역) 전부 솟아있는 형태입니다. 
이렇게 되면 공간감과 같이 보다 간접적으로 청량감을 주는데, 그 정도가 심해 ㅊ 발음할 때 쇳소리가 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귀가 쉽게 피로해집니다.
 

이런 노래 간주 부분을 들을 때는 훌륭하며,
 


이것도 재밌게 들을 수 있습니다만..
 

이 노래 들으면 정말로 쇳소리가 많이 난다는 것을 느끼실 것입니다.
원래 쇳소리가 나긴 하는데, 이정도는 아닙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폼팁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폼팁의 효과는 아래 사진에서 보다시피 상당히 대단합니다. 
폼팁 긴 삼성 이어폰 측정치가 없지만, 대략 저런 변화가 생길 것이라 예상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검은 색 그래프가 실리콘 팁이고 초록,오렌지 색이 폼팁입니다.
 
폼팁 효과.JPG


폼팁을 낀 삼성 번들은 그야말로 최고의 가성비를 보여줍니다. 
가성비로 유명한 쿼드비트3는 고역이 출렁거려 약간 지저분한 고음을 내주지만, 이 제품은 훨씬 정돈되어 깔끔한 고음을 내줍니다. 

거기에다 설계를 잘 해서 쿼드비트와 다르게 귀의 이물감도 상당히 적은 편이고요. 
중고 가격이 3~4정도 하는데, 정말 이런 소리를 이 가격에서 볼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나중에 DIRAC이어폰이 나온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현재는 그렇습니다.
 
결론적으로 외관, 사용성, 음질 면에서 정말 훌륭한 이어폰이라 자신합니다. 결국 자본이 깡패..
폼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 강조하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나 추천할만한 이어폰이며, 기회가 된다면 꼭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참고자료
1. 영디비 측정치
 https://www.0db.co.kr/xe/index.php?mid=REVIEW_0DB&category=181&document_srl=35906

2. 영디비 분해도
https://www.0db.co.kr/xe/LAB_0DB/39127#11

3. 헤비메탈할렐루야 님 블로그
http://blog.naver.com/gre_nada/220971913782

4. 스피커폰 님 블로그
https://clarityfidelity.blogspot.kr/2015/10/lg-quadbeat-3-tuned-by-akg-iem.html

5. DIRAC 측정치
http://blog.naver.com/sonicast1/220990276674
http://blog.naver.com/gre_nada/220990933956



  • profile
    Elsanna      All hail the Queen of Snow! 2017.04.27 22:10
    어영부영하다 보니 이어폰 사용기가 먼저 올라왔군요... 잘봤습니다
  • profile
    title: AI선라이즈 2017.04.27 22:14
    작성은 4일 전 쯤에 했는데, 다듬다 보니 오늘 올리게 되었어요.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
    Cluster 2017.04.27 22:24
    사실 매력적인 물건이긴 한데... 이미 커널형은 슈어가 있어서 패스해야겠습니다(...) 오픈형으로 나왔으면 이어팟에서 갈아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 profile
    title: AI선라이즈 2017.04.28 11:49
    S6 번들이 있습니다.(..)
  • ?
    염발 2017.04.28 01:07
    사용기 잘봤습니다
    안그래도 s8예약 걸어두었는데 기대 해 봐야겠습니다
  • ?
    노루      약해요 2017.04.28 01:38
    저같은 경우 미사용품을 직거래로 구해서 사용 4일차입니다.
    제가 느낀 특징을 살펴보자면.
    1. 전체적인 사운드의 뉘앙스는 K3003과 흡사합니다. 오히려 K3003보다 싸면서 고음의 경질과 위화감이 덜합니다.
    3003과 저음 중음은 거의 흡사합니다. 3003 열화판으로 보이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3003의 고음의 경질이 덜하기에 한마디로 덜 쏘고, 고음이 더욱더 리니어한 특성입니다. 오히려 3003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게합니다.

    2. 기본 실리콘팁의 상태가 별롭니다. 컴플라이 팁으로 바꾸시면 고음부가 더 개선이 됩니다. 이어폰의 착용감은 정말 좋고, 터치노이즈도 적어서 아웃도어에는 좋습니다. 케이블 자체의 재질이나 내구도도 좋아보입니다.

    3. 인도어에서는 저역이 약간 과다하지만, 아웃도어에서는 적절한 저음입니다. 아무래도 개발과정에서 아웃도어를 더 생각한 사운드 튜닝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인도어에서 엄청 과한 저음은 아니고, 양감이 조금 많이 느껴지는거뿐입니다. 저역의 리스폰스는 적당한 편이고 퍼지지않고 단단합니다. 무엇보다, 이어폰이 낼 수 있는 한계대역 정도의 극저음부 표현력이 좋습니다.
    저음부가 소니 N1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네요.

    4. 드라이버 구성이 다이나믹 드라이버 + 피에조 드라이버인데, 삼성이 쓰는 피에조 드라이버의 고역폭은 레벨 유 프로부터 좋았기에, 해상력은 번들치고 매우 우수한 편입니다. 요녀석의 전신격인, 같은 드라이버 구성의 레벨 유 프로를 전문가가 잘 다듬은게 이 S8 번들이지 않을까 싶네요.

    5. 하지만 99불을 주고 풀패키지로 구입할만한 제품은 아닌거 같습니다.
    59불 정도면 모를까...
    더군다나 이제 이신렬 박사의 SF드라이버가 정착하면, 국내 여러 중저가형 이어폰이 SF드라이버를 달고 가격경쟁력 있게 나올 것이고, 100불대에 나올 에티모틱의 오버형 이어폰인 ER-3도 SF드라이버를 통해, 에티모틱 특유의 HiFi 스타일의 제대로된 끝판왕을 보여줄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는지라, 음질에 대한 가격경쟁력은 크게 없어보입니다.
    다만, 기존의 가성비 깡패였던, 비슷한 포지션을 가진 애플인이어에는 타격이 크겠죠.
  • profile
    title: AI선라이즈 2017.04.28 11:52
    1. K3003을 청음해보질 못해 아쉽네요. 그래프만 보자면 제법 비슷한 구간이 있긴 합니다.

    2. 쿼빗보다 상당히 괜찮아서 좋다고 적었는데, 상태가 별로였다 느끼셨군요.

    3. 요즘 튜닝 방향이 이런 쪽으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아웃도어에서 괜찮게, 실내에서 나쁘지 않게.

    5. ER-3에 SF가 장착될 예정인가요? 검색해도 안 나오는 고급 정보네요.ㄷㄷ
    오버형 이어폰이라면, 오버이어 이어폰 말씀하시나요?
  • ?
    노루      약해요 2017.04.28 13:47
    소니 신형 실리콘팁을 써보시면, 다른 실리콘팁은 오징어로 보이실겁니다.
    제 고오급 정보통에 의하면 ER3가 SF달고 오버이어형으로 나올거라고 그러더군요.
  • profile
    title: AI선라이즈 2017.04.28 14:12
    소니야 실리콘팁 깎는 장인이니까요.
    에티모틱에서 ER3가 나온다면 또 3단 팁이겠네요. 포낙같은 이어폰은 왜 안 나오는지 참..
    ER3가 나온다면, 디락 갈지 말지 고민이네요. 언제 나오는지는 모르시나요?

    +ER3면 ER4보다 하위라인 일건데 성능 상으로 우위를 점하지 않나요? 하극상이 되면 좋겠다만, 에티모틱이 그렇게 나둘 것 같지는 않고요.
  • ?
    노루      약해요 2017.04.28 14:58
    언제 나오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SF 드라이버를 사용해도 에티모틱 특유의 튜닝이 들어갈게 뻔하고, 아무래도 ER4xR 시리즈 처럼 초정밀검수나 구성품이 많지는 않을거라고 봅니다.
    항상 에티모틱 제품중엔 저렴한데에는 이유가 있었으니까요.
    사운드는 ER4XR 처럼 OW타겟으로 가지않을까 싶습니다.
  • profile
    title: AI선라이즈 2017.04.28 14:59
    답변 감사합니다.
  • ?
    히로리아 2017.04.30 17:49
    폼팁 영향이 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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