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올릴 목적으로 작성했던건데, 앰프도 하드웨어 범주에 들어가서(?) 여기에도 올립니다. 다양성에 기여도 할 겸.
저번에 앰프 기변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썼던 내용을 보강해서 인티앰프 리뷰로 올립니다.
저는 가성비 북쉘브로 유명한 PSB alpha B1에 앰프 연결하여 들었습니다. 사실 진정한 앰프의 성능을 체감하려면 톨보이로 가야하는데, 돈도 그렇고 환경이 안되서..
독자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가정하고, 먼저 앰프에 관해 간략한 설명부터 합니다. (간략한 설명이니 반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앰프란 증폭이란 뜻의 amplifier영단어의 약자이며, 기기에서 받은 신호를 스피커가 소리를 낼 수 있을 만큼 증폭시켜준다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스피커에는 안에 앰프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앰프를 따로 달 이유가 없습니다. 이를 액티브 스피커라 합니다. 하지만, 위에 있는 B1처럼 따로 앰프를 달아야 하는 스피커를 패시브 스피커라 합니다. 그냥 나무통에 스피커 유닛 덜렁 달려있다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전원 스위치나 볼륨 조절기 없어요. 그래서 패시브 스피커와 앰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거죠.
그렇다면 이런 궁금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굳이 비교 리뷰를 쓸 만큼 차이가 유의미한가?’
이에 대한 답변으로 다른 사람이 했던 인상깊은 말을 인용합니다.
‘앰프는 흡사 카메라 렌즈와도 같다.’
하는 김에 간단하게 앰프 종류에 대한 설명도 합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앰프가 하나로 통합되는 과정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진공관 앰프 다음부터 설명하죠. 프리앰프와 파워앰프가 있습니다. 프리앰프는 보통 볼륨 조절기가 달려있고, 파워앰프는 전원 버튼이 달려있습니다. 그래서 프리파워 2단 세트로 구비합니다. 10kg 넘는 거대한 쇳덩이가 2개씩이나 있으니 여간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 인티앰프를 많이 사용합니다. 인티앰프는 integrated amp의 약자로, 말 그대로 합친 앰프입니다. 그래서 전원 버튼과 볼륨 조절기가 한 기기 안에 달려 있습니다. 여기에 튜너 등 잡다한거 넣은 리시버도 있습니다.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도입부 들어가면서 리뷰 시작합니다.
처음에 B1을 샀을 때, 스피커에 구리선 덜렁 온 것 보고 뭔가 잘못됬다고 생각했습니다. 알아보니 앰프가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알아보니 세상에.. 앰프가 스피커 값과 맞먹는 것이었습니다. 가성비 앰프로 유명한 나드의 c312bee, 마란츠의 PM5004 등의 제품 가는 30만원을 호가하였기에, 중고를 알아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알아보니 한국 오디오의 황금기(규모상)가 존재했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인켈, 아남, 삼성, 롯데의 앰프가 거의 헐값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쾌재를 부르며 구글링으로 성능 좋은 국산 앰프를 찾았습니다. 이름하야 Inkel의 AI-5500R!
1. Inkel, AI-5500R
제법 비싼 전축 세트에 들어있었던 인티앰프라고 합니다. 디자인 정말 못 뽑는 인켈에서 나온 앰프 중에서는 그나마 봐줄만 합니다. 다만 쌓아놓으면 제법 괴랄..
뽕짝(?)을 선호했던 당시 국내 시장에 맞게 중저역이 부푼 성향입니다. 제가 중저역이 부푼 성향을 상당히 싫어하는데, 이건 상당히 괜찮게 들었습니다. 110W의 대출력 앰프인데다가, 0.01%의 THD, 댐핑팩터가 높아서 그런지 댐핑감(저음역 재생 때 몸이 떨린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이 좋아 마음에 들었습니다. R채널 노이즈만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애용했을 앰프입니다. 상기 단점으로 인해 팔았습니다.
국산 명기의 진가를 몸소 체험한 이후 점차 국산 앰프의 끝판왕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는 삼성 RS-900A를 구매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진짜 끝판왕인 태광 아너는 비싸서 고려하지 않았어요. 원래는 RS-800A를 구매하려 했으나, 도저히 매물이 안나와서..
2. Samsung, RS-900A
일본의 럭스만社 기판 사용으로 유명한 제품입니다. 다만, 럭스만 기판 사용에 큰 의미를 둘 수 없는게, 럭스만 저가 라인에서 빼온거라.. 당시 삼성 르네상스에서 나온 액정폴리머 스피커인 1000TW의 성향과 비슷하게, 고음역에서 특출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 이건 좀 아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플랫의 영역과는 거리가 있었어요. 물론 고역대의 실크같은 부드러움은 지금도 가끔 그립긴 합니다만, 이건 정상 범주가 아니었습니다. 저역의 존재감이 너무 없었죠. 댐핑감도 별로 없었습니다. 앰프로 인해 소리가 상전벽해로 바뀌었다면, 그건 앰프의 문제라고 봅니다. 그저 한 시대의 명기로서 저에게 인식을 남긴 앰프는 그렇게 반품되었습니다. 노후화로 인한 문제가 많기도 많았고요.
집에 B1만 덜렁 있게 할 수는 없었기에, 다시 중고를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번개장터를 이용했었는데..
3. Adcom, GCA-510
댐핑팩터 380의 나름 괴물 앰프입니다.(입문 앰프인 마란츠 PM5004가 100정도)
그런데, 완전 쓰레기를 팔아서 한번도 듣지 못하고 처분했습니다. (FLAC님 감사합니다ㅠㅠ)
번개장터는 믿을 수 없고, 다시 중고나라에 가서..
4. Lotte, FA-3700
지금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앰프입니다. 그 이유는 PM5004에..
미니 컴포 세트에 들어있던 기기라 프리+파워 앰프 느낌의 2단 조합입니다. 앰프 디자인 중에서는 최고입니다.
다만, 20W 소출력에, THD 10%입니다. 20W야 북쉘브에는 괜찮고, THD는 스피커 자작하신 분께 물어보니 한계치에서 갑자기 THD가 증가하므로 평상시에는 높은 THD로 인한 문제를 느낄 수 없다고 하네요. 그런데 볼륨 올리면 화이트 노이즈가 납니다.. 디지털 볼륨이라 좌우 밸런스 탁월해서 좋긴합니다만.
좀 비싼 앰프에서 사용된다는 트로이달 트랜스를 사용했다는 설명을 보고 질렀는데, 음질은 좀 실망스러웠어요. 심벌 소리가 쟁반 두드리는 소리입니다? 6~8KHz부분에서 특히 아쉬웠습니다.
도저히 저걸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좀 최신 제품으로 알아봤습니다. 20년된 제품 중에는 멀쩡한게 잘 없더라고요.
그래서 구매했습니다.
5. Marantz, PM5004
네. 맞습니다. 가성비 좋은 입문앰프라 설명했던 바로 그 제품입니다. 결국 스피커보다 더 비싼 앰프를 구매하였습니다.ㅠㅠ 들어보니 지금까지 들였던 앰프와는 약간 다른 성향이었습니다. 이게 마란츠가 추구하는 소리였을까요?
극저역 포함한 저역은 타이트하고, 고역은 거칠다기보다는 날이 선 느낌이었습니다. 가수 Adele의 고음역부분을 생각하시면 제법 이해가 가실 것 같기도 합니다. 댐핑팩터가 100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댐핑감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산지 3주만에 고장났습니다. 쇼트로 예상됩니다만, 지금은 수능 준비로 못가고 연말에 인켈&마란츠 서비스센터에 가보려 합니다. 별 일 없으면 좋겠는데요..
이렇게 길고 긴 앰프 여행은 여기서 잠시 막을 내렸습니다. 결론은,
1. 상태를 알 수 없는 앰프 사지말고, 비교적 최신 앰프를 삽시다.
2. AI-5500R > PM5004 > 롯데 > RS-900A 순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3. 앰프 업글할 바에는 스피커를 업글하세요. 제가 예민해서 그렇지, 큰 차이 안납니다. 기백만원짜리는 안써봐서 잘 모르겠네요.
초고는 한시간 정도 걸렸는데, 다듬고 사진 알아보느라 총 한시간 반 정도 썼네요.
역시 글쓰기는 쉽지 않습니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