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헤드셋은 만드는 데 특별한 기술까지 필요한 제품은 아닙니다. 디자인과 컨셉, 기능을 정해주면 전문 제작 업체에서 어렵지 않게 찍어내는 물건 중 하나죠. 그래서 주요 하드웨어 제조사들은 본업을 가리지 않고 게이밍이란 이름 아래 게이밍 헤드셋 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며, MSI도 꽤 전부터 게이밍 헤드셋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력 제품이나 본업, 혹은 진지한 시장 타진이라고 하긴 애매했지요. 그보다는 게이밍 하드웨어를 전부 다룬다는 구색을 맞추는 쪽에 더 가깝지 않았나 생각을 하고요. 그나마도 한국에서 모든 제품을 다 파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MSI 메인보드나 그래픽카드를 사면 증정하는, 제법 괜찮은 사은품에 더 가깝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GH61을 받아보기 전까지는 그랬다는 말입니다.
GH61은 지금까지 나왔던 MSI 게이밍 헤드셋과는 급이 다른 제품입니다. 이건 제품의 가치를 가늠하는 핵심 요소인 가격만 봐도 알 수 있지요. 10만원 초반대의 가격은 황금귀를 유혹하는 전문 오디오 장비까진 아니어도, 겉보기에만 그럴싸한 음향 장비 비슷한 물건에 붙일 수 있는 숫자는 아닙니다. 괜찮은 음질과 여러 기능을 갖춘 게이밍 헤드셋을 원하는 사람들이나 이 가격을 투자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GH61의 스펙은 그 기대를 충족할만한 수준을 갖췄습니다. ESS DAC과 온쿄 튜닝 40mm 스피커를 달고 가상 7.1 서라운드까지 지원합니다. 이 정도면 사은품이나 덤으로 끼워줄법한 물건에서 볼만한 것들은 아니죠. GH61을 통해 MSI가 게이밍 헤드셋 시장의 문을 정말 진지하게 두드리고 있으며, 그 문이 활짝 열릴거란 생각이 듭니다.
제품명 | MSI GH61 게이밍 헤드셋 |
드라이버 유닛 | 온쿄 튜닝 40mm 구경 네오디뮴 |
DAC | ESS SABRE 쿼드 DAC |
헤드폰 감도 | 107dB |
헤드폰 임피던스 | 32옴 |
헤드폰 주파수 응답 | 20Hz~40,000Hz |
마이크 수신 | 단방향 |
마이크 임피던스 | 2.2K옴 |
마이크 주파수 응답 | 100Hz~10,000Hz |
마이크 감도 | -38dB |
케이블 길이 |
USB 2.0: 1m 3.5mm: 1.2m |
크기 | 210x185x100mm |
무게 |
헤드셋: 300g 케이블 포함: 약 316g |
편의기능 |
수납형 마이크 볼륨 조절, 음소거, 7.1 서라운드 버튼 교체형 이어쿠션 접이식 디자인 하드 케이스 |
소프트웨어 | 나히믹 헤드셋 버전 |
참고 링크 | http://prod.danawa.com/info/?pcode=12693194 |
가격 |
115,500원 |
열어 보았다: 게이밍 헤드셋의 디자인
박스를 열면 가장 먼저 하드 케이스가 반겨줍니다. 고급형 헤드폰은 꼭 이렇게 전용 케이스에 넣어주는 관습이 있더라고요. 게이밍 헤드셋을 게이밍 노트북과 함께 들고 다닌다면 이런 케이스는 매우 유용하고, 또 단순 보관용으로 쓰기에도 괜찮습니다. 헤드셋은 은근히 보관하기 성가신 제품이니까요. 케이스 안에는 헤드셋과 설명서, 교체용 이어 패드가 들어 있습니다. GH61은 푹신한 가죽 재질과 바람이 잘 통하는 직물 재질의 두 가지 이어 패드를 제공합니다. 지금이 겨울이라 그런가 가죽 재질을 써 보니 푹신함보다도 따뜻하다는 느낌이 더 강해 마음에 들었고, 직물 재질은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게 지금은 추워서 못 쓰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몇 달 지나면 한국에 여름같은 봄날씨가 올 테니 그때면 직물 재질의 패드를 찾게 되겠네요.
케이스 안의 GH61은 잠버릇이 몹시 고약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마냥, 절반은 접혀있고 나머지 절반은 펼친채로 꺾여서 수납됩니다. 고장난 건 아니고 원래 그렇게 각도가 조절이 됩니다. 스피커 부분은 한쪽 방향으로 회전해 다양하고도 까다로운 얼굴 형태에 맞춰 각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또 안쪽으로 접히기도 합니다. 잠깐 벗어둘 때 케이스에 넣긴 귀찮고, 자리 차지하는게 걸리적거린다면 접어두는 것만으로도 부피가 많이 줄어듭니다. 헤드밴드의 구성은 기본을 충실히 따랐습니다. 안쪽에 패드를 붙여 머리 위에 푹식하게 내려앉고, 밴드 양쪽으로 늘어나기도 합니다. 또 밴드 자체에도 탄성이 있어 큰바위얼굴부터 대갈장군까지 많은 캐릭터를 소화해 냅니다. 사람 머리 위에 쓰라고 만든 3뚝 헬멧에 씌워봐도 너끈히 견뎌냈습니다.
헤드셋과 헤드폰을 구분하는 요소, 마이크는 착용 방향 기준으로 왼쪽 스피커 안에 들어 있습니다. 당기면 빠지고 구부리면 그 형태를 순순히 따릅니다. 게임을 하지 않을 때 마이크를 넣어두면 헤드폰하고 다를 게 없고, 천재적인 오더 실력을 뽐내거나 사람이 아닌 것들을 질타할 시간이 필요하면 마이크를 바로 빼면 되며, 코에서 나오는 바람 소리나 입에서 튀는 침을 피해 기상천외한 각도로 꺾어서 쓸 수 있습니다. 케이블은 마이크 아래쪽에 연결됩니다. 유선 헤드셋이라서 케이블을 분리하진 못하지만 다른 편의 기능이 있습니다. 헤드셋에는 3.5mm 케이블이 달려 있고, 여기에 연결하는 USB 변환 젠더도 줍니다. 젠더에는 볼륨과 마이크를 조절하는 버튼이 있으며, 뒷면의 클립을 사용하면 걸리적거리지 않도록 옷에 끼워둘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지포스 RTX 20 시절의 MSI 게이밍 시리즈 그래픽카드를 보는 듯 합니다. 검은색과 짙은 회색 조합의 색상도 그렇고, 각이 진 디자인도 그쪽과 가깝습니다. 이제는 지포스 RTX 30 시리즈가 나왔지만 이 디자인을 지금 다시 봐도 오래됐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네요. 게이밍 헤드셋에 쓰기에는 맞춤한 모습입니다. 그리고 무려 '게이밍 헤드셋'인데도 RGB LED가 없습니다. MSI 게이밍 엠블럼조차도 LED를 쓰지 않았습니다. 나쁘게 보면 기능이 없는거고, 그게 취향인 분들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이걸 단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없을 것 같네요. RGB LED가 본체나 키보드에서 빛나면 몰라도, 불빛이 반짝거리는 걸 머리에 쓰고 한물 간 사이버펑크 스타일로 게임하고 싶은 사람이 이제 없을거라고 말한다면 편견일까요?
박스 전면. 제품 사진이 있습니다.
뒷면에선 주요 특징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ESS DAC과 앰프, 온쿄 튜닝 40mm 드라이버를 사용했습니다. 소리에 신경 좀 썼다는 소리죠.
박스를 열면 종이 커버가 하나 나옵니다.
그걸 열면 하드 케이스가 있습니다.
가죽처럼 매끄러운 느낌을 주는 케이스.
케이스 크기. 헤드셋을 넣어야 하니 작지 않습니다.
무게는 800g이 넘습니다. 하지만 헤드셋 무게가 이만큼 무겁다는 말은 아닙니다. 케이스가 좀 묵직합니다.
왼쪽에는 액세서리, 오른쪽에는 헤드셋과 케이블을 넣었습니다.
헤드셋에는 가죽 재질의 커버가 달려있고, 패브릭 재질의 커버를 따로 줍니다. 땀이 많이 나거나 더운 게 질색인 분들은 바로 바꿔 끼우세요.
버튼이 달린 USB 케이블입니다.
케이블은 직조, USB 포트에는 보호 캡을 씌웠습니다.
버튼 부분의 길이는 85cm. 왼쪽부터 가상 7.1채널, 마이크 음소거, 볼륨 -/+ 버튼입니다.
뒷면에는 클립이 있어 옷에 끼워두기 편합니다.
끝 부분의 3.5mm 커넥터입니다.
7.1 서라운드와 마이크 음소거 버튼에는 화이트 LED가 켜집니다.
MSI GH61 게이밍 헤드셋입니다.
뒤집어서. 가죽 재질의 이어패드가 기본 장착됩니다.
길이부터 보시죠. 평상시 헤드밴드의 길이는 이 정도지만-
펴면 좌우 양쪽이 2cm 정도 늘어납니다.
케이블까지 포함한 무게는 316g. 순수한 헤드셋만 측정하면 300g 쯤 되겠군요.
이어컵 바깥쪽. MSI 게이밍 엠블럼이 있습니다. 불은 안 켜집니다.
반대편 이어컵도 디자인은 똑같지만 여기에는 마이크와 케이블이 있습니다.
당기면 길어집니다. 집어 넣으면 들어갑니다.
마이크 구멍.
기본 장착된 가죽 패드. L/R 표시가 있군요. 똑같이 생겼으니 없어도 될것 같지만요.
이어패드를 떼어냈습니다. 패드 안쪽의 가죽을 이어컵 테두리에 끼워서 장착합니다.
스피커 유닛 부분.
가죽 패드와 패브릭 패드. 이쪽에서 보면 뭐가 다른지 안 보이는군요.
뒤집으면 재질의 차이가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왼쪽이 패브릭, 오른쪽이 가죽입니다.
헤드밴드를 봅시다. 머리와 닿는 부분에는 가죽 패드가 있습니다.
온쿄 스피커를 썼다고 티를 냅니다.
반대편엔 각종 인증 로고가 있습니다.
이어패드는 양쪽 모두 회전과 각도 조절이 됩니다.
케이스에 넣긴 귀찮고, 차지하는 공간을 최대한 줄이고 싶다면 이렇게 접으면 됩니다.
들어 보았다: 기대 이상의 음질과 편안함
MSI 담당자분이 이 헤드셋 이야기를 처음 꺼냈을 때, '리뷰를 써달라'가 아니라 '리뷰를 쓸 수 있는지 일단 써보고 말해 달라'고 말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제품에 자신이 없는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조심스러운 거였어요. 사실 게이밍 헤드셋 같은 음향 장비는 평가나 테스트가 쉬운 제품은 아니죠. 전문 계측 장비나 테스트 장소까지 동원할만한 곳은 많지가 않고요. 그래서 소리를 들어본 소감을 쓸 수밖에 없지만, 그렇게 되면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가 되니 공정하지 못하다는 말이 따라 나오게 됩니다. 그러니 아무리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라 판단해도 조심스럽게 말할 수밖에 없었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이렇게 GH61에 대한 글을 올린다는 건, 처음 생각과 달리 이 헤드셋이 꽤나 괜찮은 제품이었다는 소리가 되겠죠?
숫자나 그림으로 된 벤치마크가 없고 지극히 주관적인 소감으로 채운 글입니다. 그래서 말로만 분량을 채운다면 이런 글이 나올 겁니다. 'MSI가 새로 게이밍 헤드셋을 내놓았어요. 예쁘게 생겼고 소리도 좋답니다. 이걸 사서 쓰면 너도 나도 우리 모두도 다 함께 행복해질 거에요. 끝' 하지만 이렇게 끝내면 재미가 없으니 다른 것과 비교해 보기로 했습니다. 한참 배틀그라운드가 대세일때 해외에서 직구한 커세어 보이드 프로인데요. https://gigglehd.com/gg/2305177 지금은 후속작이 나와서 거의 단종 수순을 밟고 있는 듯 하지만, 두 헤드셋의 국내 출시 가격은 같으니 비교할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또 편향된 결과가 나오는 걸 피하기 위해 두 사람이 들어보고 결과를 함께 썼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사람 모두 똑같은 소감이 나왔습니다.
솔직히 말해보죠. 두 헤드셋의 소리가 비슷한 수준이었다면 잘 포장해서 GH61의 판정승이라고 몰아갔을 겁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네요. GH61의 소리가 훨씬 더 좋거든요. 일단 고음이 맑고 청량합니다. 그리고 게이밍 헤드셋답게 저음을 확실하게 강조했지만 거기에 고음이 묻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구분이 됩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깔끔하면서도 먹먹함이 없는 소리가 나옵니다. 그에 비해 보이드 프로는 풍성한 소리를 내는 것처럼 끌어 올렸지만 그게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거지로 올린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듣다보면 소리가 꽤나 지저분하다는 인상을 피할 수가 없네요. 처음에 보이드 프로만 들었을 땐 게이밍 헤드셋의 이 정도면 들을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좋은 헤드셋을 안 써봐서 그랬던 거였네요.
소리 다음에는 착용감입니다. 우선 제가 헤드폰을 쓰길 참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말해야겠네요. 헤드셋을 쓰면 헤드밴드가 위에서 머리를 누르고, 이어컵이 옆에서 귀를 덮는 느낌이 싫거든요. GH61이라고 해서 그런 압박감이 전혀 없다는 소리는 안하겠습니다. 하지만 보이드 프로보다는 훨씬 덜합니다. 우선 가볍습니다. 70g 정도 차이가 이렇게 큰데, 이보다 훨씬 더 무거운 에어팟 맥스는 어떻게 쓸 수 있나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양 옆의 압박이 덜합니다. 누르는 힘이 덜하지만 고정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머리 크기를 따지지 않습니다. 제가 전투모 58호를 썼는데 세탁 몇 번 하니 쫄아들었나 나중에는 그냥 걸치고 다녔거든요. 어쨌건 저보다 머리 크기가 훨씬 작은 마누라한테 GH61을 씌워봐도 편하고 착 달라붙는다고 말을 하네요.
특별한 기능도 있습니다. GH61에는 3.5mm 잭을 USB 포트로 바꿔주는 젠더가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USB 젠더 없이 3.5mm 잭에 그대로 꽂아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서 순도 100%의 게이밍 디바이스가 아니라 오디오 기기로서의 역할도 한다는 냄새를 풍겨주는군요. 하지만 GH61의 완전한 기능을 쓰려면 USB 젠더에 연결해야 합니다. 여기에서는 볼륨 조절과 음소거, 가상 7.1 채널 서라운드 기능을 조절하는 버튼이 달려 있거든요. 또 MSI와 오랫동안 파트너쉽을 맺어왔던 나히믹의 헤드셋용 프로그램도 제공합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음악, 영화, 채팅, 게임 등의 프리셋에 맞춰 오디오 음장 효과를 조절하거나 가상 서라운드 기능을 제공하고, 마이크의 노이즈 제거와 노말라이저 효과를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소리에 대해서는 위에서 다 말했으니 나히믹의 스크린샷을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윈도우의 기본 볼륨 조절 인터페이스인데요. 7.1 가상 서라운드를 켜면 이렇게 나히믹 로고가 표시됩니다.
오디오 탭입니다. 여기에서 음악, 영화, 커뮤니케이션, 게임의 4가지 프리셋을 선택하고, 또 볼륨을 조절합니다.
각각의 프리셋에서는 사용하는 기능이나 그 적용 수준이 다릅니다. 음악은 소리를 그대로 들어야 하니 가상 서라운드와 스마트 볼륨을 쓰지 않지만, 영화는 말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 기능들을 켜는 식입니다.
마이크는 잡음을 제거하는 기능과 볼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레벨러 기능을 제공합니다.
설정에선 언어를 고르거나 버전을 확인합니다.
MSI GH61 헤드셋
게이밍 헤드셋은 참 흔한 제품이지만, 그 중 상당수는 좋은 소리를 기대하기 힘든 저가형 제품입니다. MSI GH61은 그런 보급형과는 완전히 다른 시장을 공략하기 위헤 출시됐습니다. 저가형 게이밍 헤드셋의 많이 부족한 소리를 게임에서 듣고 싶지 않다면 돈을 더 투자하세요. 돈을 투자한 만큼 소리의 수준과 편안함, 제공하는 기능과 구성품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10만원 초반대까지 올라오면 MSI GH61 같은 헤드셋이 더 나은 소리, 더 편안 착용감, 7.1채널 서라운드 기능으로 보답할 겁니다.
리플 다신 분 중 3명을 추첨해 MSI 대형 장패드를 드립니다. 디자인은 두 가지중 랜덤으로 발송되며, 기존에 만들었던 MSI 장패드보다 더 큽니다. 신청하실 분은 [MSI GH61 게이밍 헤드셋 이벤트 신청]을 넣어 리플을 달아 주세요. 접수는 2월 6일까지, 발표는 2월 7일입니다. 선정되신 분은 발표 후 3일 안에 이름/주소/전화번호의 배송 정보를 보내주시고 수령 후 5일 안에 인증샷을 꼭 올려 주셔야 합니다. 설 기간이 겹치기에 배송은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