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 이은 2편입니다.
Previously on Astro Review..
어찌 되었든 래디에이터 팬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위치에 있기에, 외형은 신경쓰지 않고 해당 쿨링팬 성능차트의 다양한 조건에서 계속 상위권에 포진해있던 '써멀테이크 Riing Plus 12 RGB TT 프리미엄 에디션'을 구매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름이 일본 라노벨 제목마냥 쓸데없이 길어질때부터 눈치를 챘었어야 하는데, 가격이 싸서 내구성이 안좋을거같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초반에 걸러져버린 아틱 F12에게 다시한번 머리박고 사과드립니다.
2. 써멀테이크 Riing Plus 12 RGB TT 프리미엄 에디션
이름이 참 길죠? 여러분들한테만 알려드리는건데, 저걸 직접 다 타이핑하면 너무 오래걸려서 클립보드에 복사해놓고 붙여넣기로 쓰고 있어요.
커세어의 포장을 보다가 써멀테이크 포장을 보니 확 깨네요. 이것이 대만감성인가요?
이름이 얼마나 길면 Riing Plus 12 밑에는 좁쌀만한 글자로 나머지 이름을 적어뒀네요.
솔직히 마케팅 부서도 부장님 압력에 못이겨서 넣고싶다는 수식어 죄다 넣고나니까 이름이 쪽팔려서 패키지 디자인에서만이라도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킨거 다 압니다. 괜찮아요 토닥토닥. 써멀테이크 부장님은 각성하십시오.
그래도 칭찬해줄점은 있습니다. 최대 소음이 얼마나 되는지도 표기해놨고, 팬 3개에 컨트롤러가 1개 들어있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고 알려줬네요. 커세어도 이런 점을 본받아서 팬 그림 밑에다가 지네나 촉수괴물 그림을 추가해주길 바랍니다.
아 그렇다고 컨트롤러가 1개만 들어있어서 선 정리가 간편하냐구요? 그건 아닙니다. 이 컨트롤러가 라이트닝 뭐시기 두개를 합쳐놓은것만큼 커다랗고, 살찐 제 목만큼이나 두꺼운 케이블 5가닥이 불가사리 모양으로 꽂혀서 절대 케이스 안에 깔끔하게 배치할순 없거든요.
그런데 RGB 소프트웨어 컨트롤이라니. 커세어 LL처럼 또 끔찍한 소프트웨어의 악몽에 시달리게 되는걸까요?
패키지 내부는 굳이 보여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냥 팬 세개와 나사, 케이블과 컨트롤러, 매뉴얼이 구겨넣어져 있습니다.
커세어 감성을 대만 회사에서 기대하지 마세요.
전작인 Riing12와 달라진 점이라면 팬블레이드의 변화를 첫번째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팬 블레이드가 7개에서 9개로 늘어났고. EK베이더 등의 래디에이터 쿨링팬에 자주 사용되는 얇고 곡선이 많이 들어간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 참 간사합니다. 자기네들도 기존 TT로고가 구리다는걸 알고 있는지 깔끔한 로고로 바꾼건 좋은데, 이걸 '프리미엄' 라인업에만 적용시키고 기존 모델은 아직도 촌스러운 주황색 로고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디서 못된것만 배워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녹투아는 반성하십시오.
케이블은 나름 슬리빙 처리가 되어있긴 한데, 그냥 전선 묶음에 헐렁한 직물 관을 끼워놓은게 전부입니다. 헐렁거리고 두껍고 뻣뻣한데다가 찐득거리는 코팅처리가 되어있어서 먼지도 잘 달라붙고 촉감도 이상합니다. 제발 슬리빙을 이상한데서 배우지 말고 에너맥스같은 바람직한 회사에서 배워오길 바랍니다.
게다가 팬블레이드 뒤에 수줍게 보이는 알록달록한 전선들. 아직 프리미엄이 되긴 멀었군요.
장착 방법도, 외형도 전작인 Riing12와 비슷합니다.
차이점이라면 Molex 4핀 전원을 받아다 쓴다는 점과, 메인보드에 연결하는 팬헤더가 없다는거였죠.
잠깐, 그러면 메인보드에는 어떤 케이블이 연결되는건가요? 설마 USB 단 하나?
네! USB! 단! 하나!
PWM 지원이라면서 왜 PWM 헤더가 없는지가 매우 의아했지만, 어쨋든 LED 설정을 해야하니 소프트웨어를 (또)설치해봅시다. '프리미엄' 소프트웨어 치고는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링크를 찾아가기가 아주 힘들었습니다. 자신이 없었나봐요.
어베스트가 반갑게 맞아주는군요! 우리 똑똑한 어베스트는 이 프로그램이 바이러스에 가까운 핵폐기물이라는걸 알고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이 프로그램이 시스템 정보를 실시간으로 온라인 전송하기 때문에 바이러스로 분류되어서 차단됐다고 합니다.
근데 온라인 계정에 로그인을 했냐구요? 무슨 정보를 온라인으로 전송하는거냐고요?
아뇨, 저도 몰라요.
처음으로 사용해보는 TT 소프트웨어는 충격과 경악 그 자체였습니다.
극도로 조잡한건 둘째치고, PWM이 소프트웨어가 켜져있을때만 작동합니다
게다가 이 PWM이라는게 해괴하기 그지없습니다. 무언가의 온도를 따라서 움직이는게 아니라 CPU Load율이 곧 팬의 RPM%가 됩니다.
머리털나고 이런 PWM은 처음 봤습니다. CPU 온도? 메인보드 열센서의 온도? 아무 필요 없습니다. 무조건 CPU Load율 단 하나만을 따라서 움직이거든요. 이때쯤 되어서 제가 2018년 최악의 선택을 해버렸다는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CPU 사용률이 30~70%대에서 왔다갔다 하는 와우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면 팬 소리가 오죽헌에 산책이라도 나온것마냥 출렁이고 idle 상태에서 프로그램 하나 실행시키면 존재하지도 않는 프로그램 실행음이 본체에서 대신 들려옵니다. 정말 똑똑하고도 자연친화적인 미래의 쿨링팬이 아닐까 싶어요. 여러분 인류의 미래는 밝습니다.
그나마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 딱 한가지 있다면. 프로그램을 삭제하거나 USB를 뽑아도 설정값이 유지되고(다만 고정 LED가 아닌 움직이는 효과는 전혀 적용되지 않음). 해괴한 PWM을 꺼버리고 고정 RPM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겁니다.
이 쯤 되면 서멀테이크가 래디에이터 팬은 고정 RPM으로 작동해도 괜찮다는걸 노려서 일부러 PWM을 이렇게 만든게 아닐까 의심 될 정도네요.
제발 소프트웨어 만들 능력이 없으면 강제하지 말고 멀쩡한 PWM 헤더를 빼먹지 마십시오 이 brain 미사용 결과들아.
지금까지 써멀테이크 Riing Plus 12 RGB TT 프리미엄 에디션이였습니다!
3편은 써멀테이크 Riing 12 LED RGB 256 Colors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