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란 무엇입니까. 1이 앞에 있고, 3이 뒤에 있는 자연수입니다. 보통 2는 안좋은 의미를 띄고는 합니다. 2년차가 되면 안좋아진다는 소포모어 징크스. 중2병, 고2병, 대2병, 속편의 저주, 2탄의 저주, 원 히트 원더.... 수많은 수식어들이 있죠. 창업은 쉽고 수성은 어렵다는 금언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전편을 잇는 속편을 만들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이야기겠습니다. 이는 기기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열 몇번 속편을 냈던 갤럭시 S 시리즈도 여기서 벗어날 수는 없었죠. 우리가 잘 아는 인텔도, AMD도... 속편까지 성공시키는 것은 당연하지 않았죠.
그럼 지금부터 이야기할 기기는 과연 속편의 저주를 극복했을까요?
(물론 이미 출시된지 두달여 지나서 다들 그 여부를 알고 있지만요.)
네. Valve Steam Deck OLED입니다.
박스에는 UN 3481이 적혀 있습니다. 리튬 배터리가 포함되어 있으니 조심하라고 하네요.
박스 옆면을 보면 동행 큐브가 보입니다. 이 제품이 밸브에서 만들어졌다는걸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옆면에는 SN과 KC마크가 붙어있습니다. 저 한국 인증 때문에 해외에서 난리였죠. 저는 제조된지 1달이 되지 않은 제품을 받았습니다.
화장실, 할머니 댁, 역... 수많은 곳에서 스팀과 함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열면 구성품으로는 전력공급 큐브와 Steam Deck OLED 파우치가 들어있습니다.
전력공급 큐브 내에는 설명서와 충전기가 있습니다. 충전기는 Chicony제 45W PD 충전기가 들어 있습니다. 다만 요즘에는 이 정도 충전기는 매우 흔한 편이기 때문에 굳이 이 충전기를 안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삼성에서 파는 45W 충전기도 굴러다니는게 요즘 세상인데 말이죠.
설명서..라기 보다는 건강, 안전, 관리 및 법령상 보증에 대한 계약사항 정보라고 합니다.
Steam Deck은 13세 이상을 위한 기기이며, 도킹 스테이션과 다른 액세서리는 별도 구매해야 합니다. 특히 OLED 제품의 경우 광과민성 발작에 굉장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 뭐 대충 아는 내용인 것 같고요. 잘 읽어 봅시다.
(중략)
이 제품은 Steam deck 1030 모델로 802.11 ax 6Ghz 대역 (보통 Wifi 6e라고 함)과 블루투스를 지원합니다.
이제 이상한건 다 봤으니 한번 까봅시다.
당신의 게임을 새로운 빛으로. 혹은 더 가볍게. 이중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로 Steam Deck OLED는 기존 Steam Deck 대비 가볍고, 화질도 뛰어나죠.
..방금 읽었던 내용이 스쳐지나갑니다. 무시하고 다시 벗겨 봅시다.
이렇게 밸브 태그를 무조건 자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클립 하나면 해결되니 자르지 마세요.
파우치 뒷면부터 마저 봅시다. 뒷면에는 어디에 걸기 좋도록 밴드와 빈 공간이 있습니다. 보통 여기를 보조배터리용 공간으로 쓴다고는 합니다만....
파우치를 열면 Steam Deck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니까 1TB 모델은 파우치 안감이 다르다고 하는데.... 어.... 10만원 더 줄걸 그랬다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Non-Glossy 화면이 별로 좋지 않고 (반사율은 똑같고 난반사만 적용되서 더 눈이 아픕니다) 코팅은 언제든지 벗겨지기 마련인데다 추후 강화유리를 붙일 생각이라.
전원버튼은 주황색. 누르면 옆의 LED에 빛이 들어옵니다. 옆의 LED는 LCD 모델과 다르게 풀컬러 ARGB라고 합니다.
켜면 스팀 덱이 부팅됩니다.
켠 김에 무게를 재 봅니다. 638.2g입니다. 스팀 덱 LCD가 670g이라고 하니 나름 줄어든 셈입니다.
충전기를 연결하니 주황색으로 뜨는군요. 매우 마음에 듭니다.
여기까지 보시면 이제 다음에 어떤 내용이 나올지 아실 겁니다. 보통 하드웨어 리뷰라고 하면 개봉을 먼저 하고 스펙을 나중에 확인할 수 있도록 벤치마크 등을 올리게 되는데....
이미 남들이 다 하기도 했고 (LTT https://www.youtube.com/watch?v=uCVXqoVi6RE GamersNexus https://www.youtube.com/watch?v=9jhRh11bTRA IGN https://www.ign.com/articles/steam-deck-oled-review PC Gamer https://www.pcgamer.com/steam-deck-oled-review/)
해서 저는 이미 밝혀진 사실 정리 위주로.. 제가 왜 스팀덱을 선택했는지 글을 쓰려고 합니다.
성능
CPU는 4C8T Zen2 반 고흐 기반 특주품으로, 7nm 공정이던 원래 제품을 6nm로 생산한 것입니다. Cinenbench R23 기준 싱글 스레드 977점, 멀티스레드 4436점이 나옵니다. Z1 Extreme이 8C 16T Zen 4 피닉스 기반 제품으로 15W에서 싱글 1676점, 멀티 10818점이 나온다는 사실과 전력제한 없이는 멀티 12260, 싱글 1679점이 나온다는 사실을 보면 꽤 성능 면에서 밀리는 편입니다.
RAM은 16GB 6400MT/s 제품을 사용합니다. LCD 제품에 비해서 고성능이 필요한 대역에서 더 잘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는 젠 아키텍쳐 특성상 고클럭 램이 유효한것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GPU 역시 RDNA2 NAVI 2로 RX 560 정도의 성능을 내줍니다. Z1 Extreme이 RDNA 3 기반 12CU로 RX 6600정도 성능을 내 주는걸 생각하면 많이 밀리는 편입니다. (Flops상 2.8배)
다만 원시성능은 그러한데, Steam OS의 부드러움이 Windows의 부드러움을 좀 많이 앞섭니다. 호환성마저도 좀 많이 앞섭니다. Windows 11에서 돌아가지 않는 Games for Windows 7기반 게임들이 돌아가기도 하니까요. Deck에서 돌아가는지 확인해주는 서비스 덕분에 더 잘 고를수도 있고요.
단순 게이밍 성능에서 Steam OS는 APU의 성능을 비교적 다 짜낼 수 있다면 Windows에서는 일단 Windows가 무겁습니다. 실제 사용시에 ROG Ally와 Legion GO는 동일 해상도, 15W에서 AAA 게임들의 평균 fps에서 10fps 정도의 차이를 보이며 이는 위에 언급한 시네벤치 점수와는 엄청나게 큰 차이입니다. 30W모드일 경우 성능이 50% 정도 향상됩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sNm41mvqKc4)
발열 면에서는 압도적으로 스팀 덱 OLED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ROG Ally에서 15W를 사용한다고 해도 따뜻한 편인데 비해 Steam Deck OLED는 전혀 뜨겁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Steam Deck LCD 버전보다도 발열이 적습니다.
특히 전체적인 부품의 빌드 품질에서 저는 Steam Deck OLED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든지 교체 가능한 조이스틱과 SSD처럼 쉬운 수리 구조. 죽지 않는 microsd. 적은 발열과 적은 소음이 주요한 포인트입니다.
배터리
Steam Deck OLED는 50Wh의 배터리가 탑재되어 있고, 천수의 사쿠나히메를 다시 하면서 배터리 5% 경고가 뜨기 전까지 대략 5시간 정도의 배터리 타임을 보여줬습니다. 완충 시간은 약 2시간 10분 정도 소요됩니다. 충전하면서 게임하면서 따뜻하다고 느껴지지 않아서 너무 신기했습니다.
다른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sNm41mvqKc4) 를 보면, Steam Deck OLED가 3시간 30분 정도를 갈 동안 ROG Ally의 15W 퍼포먼스 모드는 1시간 50분, Legion GO의 15W 커스텀 모드는 2시간 10분 정도를 간다고 합니다. 발열 손실이 없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화면
7.4인치 OLED 화면은 사실 말 그대로 닌텐도 스위치 OLED에 사용되는 화면입니다. 최대밝기 1000니트 (HDR) 나 600니트 (SDR) 화면이요. 컬러는 DCI-P3 110%를 만족하고요. 90Hz 화면입니다. OLED 120Hz가 LCD 144Hz보다 훨씬 더 부드럽게 느껴지는걸 생각하면 (* 개인 경험에서 LG BX와 Samsung Odyssey 시리즈의 비교) OLED 90Hz는 대충 LCD 120Hz 정도의 부드러움을 갖고 있습니다. 유일한 단점은 1280x800이라는 화면 화소수입니다.
하지만 제가 보통 20~40cm 정도 거리를 두고 사용하는데 저는 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옆에 Rog Ally를 두고 보면 크게 비교가 가긴 하는데.. 뛰어난 명암비 때문인지 체감할때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성능 외의 지점에서 불편한 것은 발더스 게이트 3을 할때 너무 햇빛이 밝아서 눈이 아프다는 점이었습니다. HDR 게임을 할때는 어두운 곳이 아니라 밝은 곳에서 하시길 바랍니다.
1TB 모델의 경우 빛 저반사코팅이 되어 있는 화면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강화유리를 씌울거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주변기기
USB-C 포트가 상단에만 있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스위치처럼 하단에 있어도 될 것 같은데요. 상하단 둘 다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도킹 스테이션이 있으면 좋기는 하지만 굳이 외장 모니터를 연결하기에는 내장된 화면이 정말 좋고요. 큰 화면으로 해야 한다면 사양상 스팀덱을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주변기기들 대부분은 블루투스를 통해 잘 쓸 수 있습니다.
리듬게임이나 격투게임 같이 외부 입력장치가 강제되는 경우. 혹은 외부 입력 장치를 사용해야만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경우에는 USB C 도크까지는 필요 없고 허브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데스크탑의 확장성과 휴대용 게임기로의 특성을 같이 누리기 위해서는 저는 ROG Ally나 Lenovo Legion Go, AYANEO나 GPD 등에서 나온 것들을 사용했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노트북을 사거나요.
다만 이렇게 주변기기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건 아니고. Valve도 올려놨듯이 충분히 많은 주변기기와 같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가 나름 게이밍 주변기기를 많이 갖고 있는데. 스팀덱에 물리는건 조금 그렇다는 생각이 드네요. 데스크탑에 물려서 더 나은 게이밍 경험을 얻기 위해 쓰는 것을 굳이 휴대용 기기에? 잘 모르겠습니다.
버튼
XBOX와 Switch를 하던 저는 실망한 배열입니다. 듀얼쇼크형 배열이라고 하기에도 듀얼쇼크형 컨트롤러를 안써본것도 아니고. 제가 손이 큰 편인데도 누워서 게임할 때에는 범퍼 키를 누르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백트리거. 그러니까 중지와 약지로 눌리는 트리거는 꽤 얕아서 XBOX 엘리트 컨트롤러보다 더 다루기는 쉬웠는데. 얕기 때문에 사용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터치패드는 최고입니다. 스팀 컨트롤러가 왜 호평을 받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여 사용하는 동안 문제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습니다.
소리
요 며칠 전에 집에 JBL 305를 들였습니다. 그래서 귀의 기대치가 꽤 올라가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좋은 음질을 내어줍니다. LG 모니터 내장, 핸드폰 내장보다 좋고 LG TV 내장 스피커보다도 좋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이유는 대체 무엇인지?
주요한 지점을 꼽자면. 저는 데스크탑이 있기 때문에 Steam Deck OLED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데스크탑의 완전 대체용으로 샀다면 ROG Ally 등 윈도우 머신을 선택했을것 같습니다.
AAA 게임은 데스크탑에서, 4K TV에 물려서 패드로 하거나 혹은 모니터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로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게임을 굳이 데스크탑에서 할 이유는 없고요. 발더스 게이트도 키보드와 마우스로 하고 나니까 패드로는 못해먹겠더라고요.
굳이 PC를 냅두고 누워서 게임을 하기 위해서 최고의 도구는 Steam Deck OLED였습니다. 화면도 좋고 소리도 좋고.
체감 성능이란 지점은 여기서에서 나옵니다. OLED와 뛰어난 스피커로 일단 보는거, 듣는거를 만족했고 거기에 터치패드가 굉장히 다루기 좋으니 촉각도 만족했습니다. 성능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편이고, 대체로 게임이 잘 돌아갑니다. 대충 잘 돌아가는데 눈으로 보기 즐겁고 귀로 듣기 즐거운 셈이죠.
Steam OS는 정말로 부드럽고 굳이 Steam 밖의 게임을 하거나 모딩을 하거나 하지 않는 이상 최고의 사용경험을 제공해 줍니다. 거의 스위치 수준이죠. 약간 꺼지는게 느리지만 이건 스위치 대비 느린 것이고. 껏다 켰을때 이전 상태가 매우 빠르게 그대로 복구되는건 최고 수준입니다.
사실 모딩도 Skyrim 수준의 모딩이나 문제가 되지 한글패치 정도의 간단한 모딩은 꽤 쉬운 편입니다. 데스크탑 모드에 가서 크롬이나 불여우로 브라우징 해서 압축만 잘 풀면 끝나는 문제죠.
아쉬움이라는 것은 그럼 어디서 나올까요? FHD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지점, 게이밍 성능이 좀 더 좋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지점, Xbox Game Pass가 안되는 지점, Windows가 잘 지원되지 않는 지점, 버튼 배열이 구린 지점.... 등 아쉬운 지점을 따져보면 한두개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그런대로 아쉬운대로 할만하고, 하기 불편할 정도까지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하기 불편할 정도까지 아쉬움이 느껴지는건 LEGION GO가 있는데 이 이야기는 제가 써보기는 했지만 결국 사지 않았으니 넘어가고..
이동용 PC 용도로의 사용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인 경우, Steam을 주된 게임 "저장고"로 사용하는 경우. 이 두가지 경우가 맞다면 Steam Deck이 최적의 선택지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Steam Deck OLED를 사야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있다면 Valve가 3을 모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Steam Deck 2가 이미 나왔는데. 3이 나올까요? 저는 하프라이프 3를 기다리기 전에 하프라이프 2를 일단 즐기겠습니다.
덧.
https://gigglehd.com/gg/game/15293528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 냄새는 내부 접착제와 배터리 냄새 그리고 배기팬 그리스, 히트파이프, 배기핀 냄새가 혼합된 냄새로 (구성비는 언급된 순서대로 같습니다) 매우 중독성이 있고 매우 독합니다.
이게 안맡고 싶은데 들고있으면 맡게 되고 독하긴 한데 안맡고 싶지는 않고 뭔가 아쉬운 그런 향기입니다. 꼭 맡아보세요.
https://gigglehd.com/gg/bbs/15477079
이때랑 글의 방향성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사유는 역시 날라가서(...)가 주 원인이고. 재구성해보니 많이 다른 것 같네요. 이번에는 대충 썼으니 이상하면 댓글에서 해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