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와 인텔 CPU 사이에 오랜 논쟁거리가 있습니다. 어느 쪽의 게임 성능이 더 뛰어나냐는 거지요. 사실 이것도 몇 년 전이나 논쟁거리였지, 이제는 논쟁이 될 것도 없습니다. 라이젠 5000 시리즈가 모든 분야에서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었거든요. 물론 게임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10세대 코어 프로세서 이후로 라이젠 5000에 11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나올 때까지 성능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파악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그래도 게임은 인텔 아니냐' 같은 말을 할 수도 있겠네요. 그러려니 합시다. 인터넷에는 이것보다 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반복하는 사람도 수두룩 하고요. 이게 엄청난 잘못도 아니니까요. 그저 정보를 모를 뿐이죠. 평소에 기글하드웨어 주간뉴스라도 꼬박꼬박 챙겨보았다면 그런 불상사까지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이 헤묵은 떡밥이 다시 나올 때가 됐습니다. 새로운 GPU가 등장했거든요. NVIDIA는 컴퓨텍스 2021에서 지포스 RT 30 Ti 시리즈를 발표하고, 곧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포스 RTX 3080 Ti의 경우 3080보다 MSRP가 부쩍 올랐지만 그건 성능이 올랐으니 이해가 됩니다. 문제는 실제 판매 가격이죠. MSRP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비싸게 팔릴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고요. 기존 지포스 RTX 30 시리즈에서 워낙 데였다보니 이번에도 물량이 넉넉할거라는 낙관적인 바램은 그 누구도 쉽사리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어쨌건 전보다는 새로운 GPU가 늘었고, 새로 출시되는 그래픽카드들은 모두 가상화폐 채굴 성능을 제한하며, 가상화폐 시장의 분위기 역시 전보다는 가라앉은게 사실이거든요.
그러니 새 그래픽카드가 발표되고 이걸 손에 넣기까지 썩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이 귀하고도 비싼 분을 최대한 잘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물론 그 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일단, 지난 몇 차례의 테스트에서 라이젠 7 5800X는 코어 i9-11900K보다 높은 게임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https://gigglehd.com/gg/9753104 그리고 지포스 RTX 3080 Ti가 새로운 그래픽카드인건 맞지만 새로운 아키텍처를 쓰진 않았습니다. 따라서 성능은 달라도 그 성능을 발휘하는 방식은 그대로라고 봐도 될 겁니다. 달라진 건 숫자일 뿐, 그 숫자 사이의 관계나 비율은 똑같을거라고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직접 테스트를 해 보는 것이죠. 그래서 지포스 RTX 3080 Ti에서 CPU의 성능 비교를 진행했습니다.
인텔은 11세대 코어 데스크탑 프로세서에서 최상위 모델인 코어 i9의 코어/스레드를 10코어 20스레드에서 8코어 16스레드로 낮췄습니다. 코어 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싱글스레드 성능은 높였다고 인텔은 주장하지만, 스펙을 업그레이드해도 모자랄 판국에 다운그레이드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게 과연 플래그쉽 모델에 어울리는 스펙인지 참 많은 의문이 들지만 어쩌겠나요. 인텔이 그렇게 만들어서 파는걸요. 어쨌건 그 변화 덕분에 인텔과 AMD 사이의 CPU를 비교하기는 오히려 쉬워졌습니다. 똑같이 8코어 16스레드 프로세서를 사용해서 테스트하면 되니까요. 그래서 나온 게 코어 i9-11900K와 라이젠 7 5800X입니다. 둘 다 8코어 16스레드 구성의 CPU고, 2021년 6월 기준으로 두 회사의 최신 아키텍처를 사용하는 제품들입니다.
다만 두 CPU를 완전히 똑같은 위치에 두고 비교할 순 없습니다. 코어 i9-11900K는 인텔의 최상위 제품입니다. 메인스트림 데스크탑 플랫폼에서는 더 올라갈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가격대도 다소 높습니다. 최저가 기준 60만원 후반대지요. 그에 비해 라이젠 7 5800X는 중고급형입니다. 라이젠 9가 아니라 라이젠 7인걸요. 그리고 가격 역시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작년 말에는 전반적으로 가격이 올랐던 게 사실이나, 이제는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40만원 후반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즉 두 CPU 사이에 20만원 가까이 가격이 차이나는 셈이죠. 이것만 놓고 보면 코어 i9-11900K가 라이젠 7 5800X보다 무조건 성능이 좋아야 합니다. 최소한 20만원 어치만큼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능이 더 뒤떨어지기까지 하지요.
테스트 환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래픽카드: MSI 지포스 RTX 3080 Ti 슈프림 X D6X 12GB 트라이프로져2S https://gigglehd.com/gg/10215298
메모리: DDR4-3200 16GB 듀얼채널
운영체제: 윈도우 10 20H2
인텔 메인보드: MSI MAG Z590 토피도 https://gigglehd.com/gg/10140137
AMD 메인보드: MSI MEG X570 갓라이크 https://gigglehd.com/gg/5201838
인텔 쿨러: MSI MAG 코어리퀴드 360R https://gigglehd.com/gg/9937496
AMD 쿨러: BYKSKI B-FRD 360 RBW https://gigglehd.com/gg/5761047
두 시스템이 모두 DDR4-3200 메모리를 지원하면서, 메모리 클럭에 대해 길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둘 다 똑같이 3200MHz로 맞추면 되니까요. 그리고 MSI MAG 코어리퀴드 360R의 리뷰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인텔 시스템에 AMD보다 훨씬 더 성능이 좋은 쿨러를 장착했습니다. 인텔에게 더 유리한 조건에서 테스트했다고 봐도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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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성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그래픽카드지만, 어떤 CPU와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그 성능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위 테스트에서 보여주는 결과는 몹시 일관적인데, 최신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RTX 3080 Ti와 조합한 코어 i9-11900K는 대부분의 게임에서 라이젠 7 5800X보다 낮은 성능을 보여줍니다. 개중에는 오차 범위 안으로 줄어드는 게임도 간혹 있긴 하지만, 두 CPU 사이에 20만원 가까운 가격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게임을 위해서, 최소한 지포스 RTX 3080 Ti와 함께 쓸 게임용 CPU로 11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선택할 이유는 전혀 없어 보입니다. 더 싸고, 더 성능이 좋은 라이젠 5000 시리즈가 있으니까요.
인텔을 둘러싼 이 우울한 분위기는 앞으로도 한동안은 계속될 겁니다. 11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아무리 봐도 희망이 보이지 않고, 그 다음 세대인 12세대 코어 프로세서에서 그 동안 까먹었던 걸 복구해야 하는데요. AMD가 그걸 팔짱끼고 구경만 할 리가 없거든요. 컴퓨텍스 2021에서 인텔은 차세대 코어 데스크탑 CPU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비해 AMD는 대용량 캐시를 다이 위에 적층하는 3D V-캐시 적층을 공개하고, 이를 도입한 CPU를 올해 말부터 생산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3D V-캐시를 도입했을 때 게임 성능이 15%가 향상된다는 게 아니라, AMD가 앞으로 출시할 제품과 거기에 쓸 기술을 적극적으로 공개한다는 겁니다. 그만큼 자신들의 제품과 기술에 자신이 있으니 가능한 일 아닐까요?
5800x가져오면 일방적인 학살극 이 되니 매너겜 하겠다고 3800x등판 쿨러도 인텔시스템이 성능 더 좋았는데..
그냥 11세대 관짝으로 보내는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