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긴 옷보다 더 비싸게 팔리는 반팔 반바지를 보면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주재료인 천과 실을 덜 썼는데 돈은 왜 더 받나요? 마찬가지 이유에서 비싸게 판매하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1TB SSD보다도 비싼 가격에 파는 미니 ITX나 테스트베드 케이스도 싫어합니다. ATX 미들 타워보다 재료도 덜 들어가는데 도대체 무슨 베짱으로 가격을 저렇게 받는 걸까요? 규모의 경제 때문에 수요가 적은 제품은 그만큼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그걸 이해하고 넘어가기엔 제 경제의 규모가 좀 작네요. 순 자산에 0이 한 개만 더 붙어 있어도 훨씬 더 관대하고 너그러운 삶을 살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기글도 안 하고요.
어쨌건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비싼 케이스가 돈 값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어지간한 싸구려 케이스여도 부품을 수납하고 보호하는 건 대충 다 되니까요. 디자인 때문에 돈을 더 쓴다면 모르겠지만, 디자인이 좋다고 해서 쿨링 성능이 오르는 것도 아니잖아요? 테스트베드 케이스라면 이런 삐딱한 시선이 더욱 심해집니다. 이건 부품을 보호하는 기능이 아예 없을 뿐더러, 굳이 디자인을 신경 써야 할 필요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메인보드와 쿨러, 그래픽카드를 든든하게 고정하고, 또 이걸 쉽게 교체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잖아요. 여기에 굳이 다른 걸 더해서 가격을 쓸데없이 가격을 올려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만원 초중반에 팔리는 싸구려 ATX 케이스에서 외장재는 빼버리고 내부 프레임만 남겨두면 그거야말로 나름대로 실용적이면서도 가성비가 뛰어난 테스트배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싸구려 케이스를 사다가 겉부분을 잘라버릴까 생각도 해 봤는데요. 이제는 팔에 힘이 안 들어가서 톱질도 못하겠고, 톱질을 해도 깔끔하게 해낼 자신도 없을 뿐더러, 만사가 귀찮아서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던 찰나에, 우리의 구질구질한 친구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16달러에 딱 제가 원하는 조건의 케이스를 팔고 있길래 그리 많은 고민을 하지 않고 바로 샀습니다. 싸니까 품질은 별로인데 싸니까 부담은 없네요.
제품명 | 채굴용 메인보드 브래킷 |
케이스 종류 | 오픈형 |
재질 | 압연 냉각 강철 |
전체 크기 | 430x343x129mm |
무게 | 가벼움 |
드라이브 베이 |
3.5인치 2개, 2.5인치 3개 장착 가능 |
확장 슬롯 | 8개(끝의 2개는 막혀 있음) |
메인보드 폼펙터 | E-ATX |
파워 폼펙터 | ATX |
파워 길이 | 제한 없음(드라이브 베이를 포기해야함) |
확장 카드 길이 | 제한 없음 |
CPU 쿨러 높이 | 제한 없음 |
쿨링팬/라디에이터/먼지 필터 |
360mm 라디에이터 장착 가능 |
버튼/LED 구성 |
전원 버튼 x1 리셋 버튼, 전원/하드 LED, USB, 오디오 포트는 없음 |
참고 링크 | https://ko.aliexpress.com/item/1005002932470348.html |
가격 |
15.98달러 |
특이사항 |
약함 원가절감 QC 구림 |
중국 냄새나는 그 봉투.
열어보면 박스가 나오고요.
포장재 그런거 없다.
그래서 이모냥이 되서 왔습니다만, 애시당초 많은 걸 기대하지 않았기에 그러려니 합니다.
이렇게 휘어있는 건 애교에 가깝습니다.
하여간, 메인보드 패널과 백패널이 분리가 되어 옵니다.
메인보드 패널. ATX와 E-ATX 버전을 판매하는데 저는 E-ATX 버전을 샀습니다.
케이스 뒷부분을 그대로 떼낸 것 같은 백패널. 예전에는 여기에 시리얼 포트도, 패러럴 포트도 있었는데 지금은 없군요. 이 케이스는 시리얼 포트로 짐작되는 구멍은 있네요. 그리고 쓸 일이 없어 보이지만 확장 슬롯도 8개나 됩니다.
무게는 1kg가 좀 안 됩니다.
전원 버튼과 조립용 나사를 줍니다. 이 정도면 훌륭하지요.
케이스 조립이 끝났습니다. 4개의 나사를 박아서 고정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기 위해 판매 페이지를 뒤지다가 안 건데, 2개의 패널을 연결하는 저 스트립 2개가 빠져 있네요. 이미 구매 결정은 다 눌러줬는데 말입니다. 하여간 알리는 끝까지 믿어선 안되요.
메인보드 받침대를 고정하고 메인보드를 조립합니다.
CPU 쿨러 고정용 패널을 조립하는데 쓰라고 구멍을 뚫어놓는데, 그 위치가 영 무성의하군요. 이걸 어디다가 씁니까?
파워를 장착했습니다. 요새 흔치 않은 상단 파워인데, 이런 케이스에서 파워가 상단인지 하단인지 따지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모르겠네요.
그래픽카드와 SSD도 조립했습니다.
뒷면
아래에서
옆에서
위에서
앞에서
원래는 이 케이스에서 수냉 쿨러를 지원한다는 말이 없길래 지지대를 따로 샀습니다.
길이를 이렇게 조절해서-
이렇게 고정합니다.
그런데 패널 옆에 달린 구멍을 잘 보니 수냉 쿨러를 장착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전체적인 품질은 그닥 마음에 들지 않지만, 수냉 쿨러도 달리고 저렇게 세워놔도 나름 안정적이라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거보다 더 비싼 케이스가 있으니 구석에 넣어놨는데, 언젠가는 꺼낼 날이 있겠죠.
마지막으로, 사진 촬영에 쓴 부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메인보드: MSI MPG Z690 포스 WIFI https://gigglehd.com/gg/11458013
쿨러: MSI MEG 코어리퀴드 S360 https://gigglehd.com/gg/11407122
그래픽카드: MSI 지포스 RTX 3080 게이밍 X 트리오 D6X 10GB 트라이프로져2 https://gigglehd.com/gg/8242387
파워: MSI MPG A850GF 80PLUS GOLD https://gigglehd.com/gg/10715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