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1세대 라이젠을 내놓은 2017년에, 3세대 라이젠이 이 정도까지 발전하리라고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제 아무리 AMD에 뼈를 묻은 골수 팬이라 하더라도 그건 쉽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이야 라이젠의 위상이 높아져 높은 대우를 받는 것도 지극히 당연해 보이지만,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습니다. 또 지금의 위치까지 단번에 올라온 것도 아닙니다. 매 세대마다 발전을 거듭한 끝에 이루어낸 성과죠. 1세대 라이젠에서 압도적인 멀티스레드 구성으로 AMD만의 장점을 살렸고, 2세대에서는 인텔과 동급의 싱글스레드 성능까지 올라왔으며, 3세대에선 그걸 완전히 넘어서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AMD 클라이언트 시장의 또 다른 핵심 축인 라데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경쟁 상대를 압도하는 성능이 갑자기 생겨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높은 성능과 더 나은 그래픽 품질을 보여줄 여건이 마련되고, AMD는 그 기회를 누구보다도 잘 활용해 내고 있습니다. 최신 공정인 7nm를 클라이언트 PC 시장에 가장 먼저 도입했으며, AI를 활용한 필터 처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그간 꾸준히 쌓아온 노하우로 소프트웨어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등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라이젠 CPU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아래에서 그 대표적인 성과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다시 한번 더. RX 5600 XT vs RTX 2060
기본은 성능입니다. 성능이 가장 중요합니다. 소프트웨어 최적화니 트렌드에 맞춘 기능이 제 아무리 중요하다고 말해도, 기본적인 성능이 뒷받쳐주지 않는다면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다른 기능의 도움 없이 오직 성능으로 경쟁력을 갖춘 후에야 좋은 기능도 비로소 빛을 낼 수 있습니다.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따진다면 역시 게임 성능일텐데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몇 차례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 라데온 그래픽카드의 주력 모델인 라데온 RX 5600 XT와 경쟁 상대인 지포스 RTX 2060의 비교입니다. 모든 게임이나 환경에서 똑같은 결과가 나오진 않지만, 이들 벤치마크에서 보여주는 메세지는 매우 명확합니다. 라데온 RX 5600 XT는 순수하게 성능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그래픽카드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라데온 RX 5600 XT와 지포스 RTX 2060의 스펙 비교. 스펙이 아닌 가격은 라데온 RX 5600 XT 쪽이 좀 더 쌉니다. 30만원 초반대부터 시작하거든요. 지포스 RTX 2060의 가격은 가장 저렴한 모델도 30만원 중 후반대에 위치합니다.
얼티밋 1080p 게이밍. 라데온 RX 5600 XT https://gigglehd.com/gg/6485783
라데온 RX 5600 XT의 성능은 지포스 GTX 1660 Ti 정도와 비교할 수준이 아닙니다. 그 위를 봐야 합니다. 그래서 지포스 RTX 2060와 비교하게 되지요.
콜 오브 듀티: 워존. RX 5600 XT vs RTX 2060 https://gigglehd.com/gg/6984456
올해 초에 나온 신작 게임 중에 무료라서 누구나 플레이 가능하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으며, 상당한 스펙을 요구하는 PC 게임이 하나 있습니다. 콜 오브 듀티: 워존이죠. 여기서 라데온 RX 5600 XT와 지포스 RTX 2060의 성능 차이는 매우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라데온 RX 5600 XT의 완벽한 우세입니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콜 오브 듀티: 워존을 AMD 최적화 게임이나 친 라데온 게임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다이렉트 X가 아닌 불칸이라면? RX 5600 XT vs RTX 2060 https://gigglehd.com/gg/6662855
라데온의 성능을 더 높일 방법도 있습니다. 다이렉트 X 대신 불칸 API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모든 게임이 다 불칸을 지원하지 않고, 게임마다 효과도 다른 편입니다. 그러나 NVIDIA의 경우 불칸 API를 사용해도 성능 향상이 크지 않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 반면, 라데온은 분명한 성능 향상 효과를 보여 줍니다. 그러니 불칸을 지원하는 게임에서 굳이 쓰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겠죠.
위에서 순수한 성능이 중요하다고 했지요. 얼마 전에는 그 순수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법도 AMD가 발표했습니다. 라데온 RX 5600 XT를 대상으로 메모리 클럭을 12Gbps에서 14Gbps로 높인 바이오스를 발표했거든요. 메모리 클럭을 높이면 대역폭이 늘어나고, GPU와 데이터를 교환하는 경로가 더욱 넓어집니다. 그 결과는 당연히 성능 향상으로 이어지지요. 기존에 12Gbps로 나온 라데온 RX 5600 XT를 사용 중이라면 꼭 14Gbps 바이오스를 적용해 성능을 높여 보세요.
14Gbps 메모리 적용 바이오스에 대한 정보는 다음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https://www.amd.com/en/graphics/amd-radeon-rx-5600-xt-14gps-models
랙을 줄이고, 랙 핑계도 줄이는 안티 랙
게임에서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꾸준하게 나오는 것이 답 없는 우리 팀과 랙이죠(자신의 실력이나 상황 판단력은 절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전자는 AMD의 기술력으로도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후자는 어느 정도 처리 가능합니다. 어느 정도라고 말하는 이유는 랙의 종류와 원인이 여러가지기 때문입니다. 랙 중에서도 네트워크에서 비롯된 것은 AMD의 소관이 아니죠. 대신 화면을 보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입력하고, 그 내용을 반영해 다시 화면에 출력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AMD 라데온 소프트웨어의 안티 랙 기능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AMD 안티 랙의 개념은 간단합니다. 그래픽카드가 처리해야 하는 연산량이 늘어나면 그것이 곧 랙으로 이어집니다. 게이머가 특정 프레임을 보고 입력해서 연산 결과에 반영하는 사이에 이미 렌더링된 프레임이 있을테고, 그런 프레임의 양이 늘어날수록 사용자가 느끼게 되는 지연 시간 역시 늘어납니다. AMD 안티 랙은 입력받은 내용을 처리하는 주기를 짧게 조절해 렌더링에 반영되기까지의 시간을 줄여줌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AMD의 설명에 의하면 최대 35%의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다는군요. 설정도 간단합니다. 라데온 소프트웨어의 그래픽 탭에서 Radeon 지연 방지 기능을 켜주기만 하면 됩니다.
공짜 고화질. 라데온 이미지 샤프닝
라데온 이미지 샤프닝, 줄여서 RIS는 라데온 RX 5000 시리즈 그래픽카드와 함께 등장한 기능입니다. 화면에 실제 표시되는 해상도보다 더 높은 해상도로 렌더링하고 이를 스케일링해 적용함으로서 화질을 높여주는 기술은 라데온 이미지 샤프닝 말고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기능의 진정한 장점은 그 성능입니다. 특정 픽셀의 컨트라스트 변화를 파악해서 그 주변만 렌더링해 선별적으로 적용함으로서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줄였습니다. 사실 성능 하락이 없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아무리 높아도 2%가 되는 경우가 없거든요. 비슷한 종류의 후처리 필터 효과와 비교하면 정말 대단한 기술이지요.
라데온 이미지 샤프닝의 사용 방법도 안티 랙만큼이나 간단합니다. 라데온 소프트웨어의 그래픽 탭에서 Radeon Image Sharpening 항목을 켜고 선명도의 적용 범위를 조절하면 됩니다. 선명도의 조절 기능은 다이렉트 X 11 게임의 지원과 함께 최신 버전의 라데온 소프트웨어에 추가됐습니다. 또 라데온 이미지 샤프닝을 응용해서 성능을 높이는 용도로도 쓸 수 있습니다. 라데온 이미지 샤프닝을 적용하고 게임 해상도를 낮추면, 그래픽카드가 실제로 연산하는 부담이 줄어드니 프레임은 높아집니다. 하지만 라데온 이미지 샤프닝 덕분에 체감하게 되는 그래픽 수준은 크게 떨어지지 않지요. 144Hz를 넘어가는 높은 리프레시율의 게이밍 모니터에 맞춰서 프레임을 유지하고 싶다면 이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볼만 합니다.
그럼 라데온 이미지 샤프닝을 적용하면 화면이 어떻게 변할까요? 쉽게 비교하기 위해서 디비전 2의 일부 장면을 잘라내고 확대했습니다. 게임이나 장면에 따라서 효과는 달라질테니 모든 경우에서 다 저렇게 된다고 말할 순 없겠으나, 여기에선 풀이 우거진 곳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효과를 보여줍니다. 이처럼 뛰어난 효과와 성능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다는 점이 널리 알려지면서 경쟁 상대인 NVIDIA도 라데온 이미지 샤프닝과 비슷한 기능을 부랴부랴 드라이버에 추가했는데요. 라데온이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하한데 비해 그쪽은 성능 하락이 꽤 있는 편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원조를 따라가기란 쉽지 않은가 봅니다.
이것이 표준 규격. 프리싱크
그래픽카드에서 연산해낸 화면은 비디오 메모리에 마련해둔 버퍼를 거쳐 모니터로 출력됩니다. 그리고 한 번에 하나의 화면만 준비하진 않습니다. 화면을 출력할 동안 다음 화면을 미리 만들어 놔야죠. 이렇게 버퍼를 두개 운용하면 더블 버퍼, 세개 굴리면 트리플 버퍼가 됩니다. 그런데 버퍼를 준비하고 있을 때 그 내용을 먼져 출력하면 어떻게 될까요? 버퍼에서 새로 불러온 내용이 기존 화면을 완전히 덮지 못하면서, 화면이 위아래로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살짝 어긋나거나 찢어진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이것이 테어링 현상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 AMD 프리싱크입니다.
AMD 프리싱크는 모니터의 리프레시율을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조정해 테어링 현상을 막아줍니다. 이와 비슷한 기능은 경쟁 상대인 NVIDIA가 더 먼저 내놓았으나, 둘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프리싱크는 모니터에 전용 하드웨어를 장착할 필요가 없고, 모니터 제조사들이 라이선스 비용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반면 NVIDIA G-SYNC는 라이선스를 받는데 돈이 들어가고, 전용 하드웨어를 달아야 하니 더 비싸집니다. 그래서 프리싱크가 더 늦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모니터 시장에서는 프리싱크를 지원하는 제품이 훨씬 더 많습니다. 보급된 양만 따져봐도 AMD의 판정승이지요.
AMD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프리싱크를 지원하는 모니터 목록입니다. https://www.amd.com/en/products/freesync-monitors 사실상 '게이밍 모니터'라는 이름으로 출시되는 제품은 대부분 프리싱크를 지원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프리싱크 표준 중에는 풀 HD 해상도에 120Hz 리프레시율, 낮은 프레임을 보상하는 LFC까지 갖춘 상위 표준인 프리싱크 프리미엄, HDR 지원을 추가한 프리싱크 프리미엄 프로까지 추가해 사용자들에게 더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프리싱크는 Xbox One X와 Xbox One S 같은 콘솔 게임기에서도 지원하며, 일부 고급형 TV에서도 프리싱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디스플레이포트 어댑티브 싱크라는 이름으로 표준 규격에 통합됐다는 점이 큽니다. 표인텔도 어댑티브 싱크를 사용한다고 밝혔으며, NVIDIA도 G-SYNC 호환이라는 이름으로 슬그머니 어댑티브 싱크를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수직 동기화 기술을 둘러싼 그래픽 회사들의 표준 경쟁은 사실상 AMD의 승리로 끝난 셈입니다.
프리싱크의 사용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프리싱크를 지원하는 모니터에서 프리싱크 기능을 켭니다. 여기에선 ASUS VG248QG 모니터를 사용했는데요. 이 모니터의 메뉴에는 표준 규격의 이름인 어댑티브 싱크라고 나와 있네요. 그리고 라데온 소프트웨어의 디스플레이 탭에서 라데온 프리싱크 기능을 켜면 적용이 끝납니다. 연결 단자는 가리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디스플레이포트 1.2a 이상에서만 지원했으나, 나중에는 업데이트를 통해 HDMI 2.0 포트에서도 프리싱크를 지원합니다.
프리싱크 테스트를 위한 시스템입니다. 라이젠 7 3700X에 라데온 RX 5600 XT 조합에서 AMD의 프리싱크 데모를 실행해 비교했습니다.
테어링은 화면이 위아래로 찢어지는 증상입니다. 따라서 날개가 아래 쪽을 향했을 때 날개가 갈라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확대 영상 부분에서는 그 차이는 더욱 두드러져 보이지요. 큰 차이는 아니지만 이런 증상이 계속해서 나타난다면 어떨까요. 게임을 할 때 몹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 나은 게임 체험을 위해서 AMD 프리싱크를 비롯해 안티 랙, 라데온 이미지 샤프닝 같은 기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여기에 있습니다. 높은 성능의 라데온 그래픽카드까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