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어떤 회사인지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우선 기글하드웨어에 오는 분들에게 AMD의 유구한 역사와 그 동안의 성장 과정, 최근의 성과를 설명하는 건 즐거우면서도 유익한 일일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착실한 복습에 가깝겠죠. 다들 알고 있을테니까요. 그에 비해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르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어떨까요. AMD가 무슨 제품을 만들며, 그 제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차근차근 설명해도 이해가 될듯 말듯 아리송한 표정을 지을겁니다. 사실 보통 사람들의 상당수는 AMD의 경쟁 상대인 그 인텔의 이름조차도 모를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AMD는 컴퓨터의 핵심 부품인 CPU와 GPU를 만드는 회사이며, 공룡이라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했던 경쟁 상대와 맞설 실력을 갖췄습니다. 그래서 컴퓨터를 조금이라도 아는 이들에게는 몹시 친숙한 곳이나, 컴퓨터 안에 무슨 부품이 들어가는지 익숙치 않은 일반인들은 잘 모를거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요. 그런 인식을 뒤집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자본주의가 낳은 돼회'라고 쓰고 줄여서 '자낳대'라고 부르는 트위치 스트리머들의 리그 오브 레전드 이벤트 경기입니다. 2019년 3월에 시작해 벌써 4회를 맞이한 자낳대는 국내에서 열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대표적인 이벤트 매치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될 겁니다.
이번 자낳대는 특별히 게임콘 2019 서울과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DPP에서 12월 21일, 22일 이틀에 거쳐 진행된 게임콘 2019 서울에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법한 유명 스트리머와 컨텐츠 크리에이터 54개 팀이 참여했는데요. 인터넷을 켜면 언제나 볼 수 있는 이들이지만, 이번 행사는 오프라인에서 진행된다는 이점을 살려 방문객들이 직접 이벤트를 참여하고 소통하는 자리로 꾸며졌습니다. 물론 그 중에서도 메인 이벤트는 역시 자낳대입니다. 게임콘 2019 서울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많은 인원이 동시에 동원되는 이벤트니까요. 당연히 사람들의 관심도 가장 클 수밖에 없지요.
AMD는 자낳대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습니다. 이벤트 이름부터가 자본주의가 낳은 대회입니다. 그만큼 많은 자원이 투입됐다는 소리죠. 우승팀 상금만 1000만원이니 다른 부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만큼 투자를 했다면 그만큼 큰 호응을 이끌어내야 할텐데, 하드웨어 매니아가 아닌 게임에 관심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까 처음에는 다소 염려도 됐는데요. AMD와 그 제품의 발전과 더불어 자낳대 같은 다양한 이벤트를 꾸준히 진행해 온 결과, 이젠 일반인 중에도 AMD라는 이름을 친숙하게 여기는 이들이 제법 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AMD 직원은 아니지만 AMD를 많이 강조하면서 '암드 아저씨'라는 별명이 붙은 김영일 캐스터가 "Advanced Micro Devices"를 외치면 관람객들이 한 목소리로 A M D를 외치는 모습은 암드뽕이 차오르기에 충분했습니다. 라이젠 하면 몇 코어냐는 질문엔 대답들이 갈렸습니다. 쉽지 않은 질문이긴 합니다. 메인스트림인 라이젠 5 3600/3500X/3500은 6코어지만 그 위에는 데스크탑 최상위 모델인 라이젠 9 3950X가 16코어까지 올라가고, 더 위로는 64코어를 예고한 라이젠 스레드리퍼 같은 제품까지 있으니 정답의 범위를 어디까지 정할지가 어렵긴 합니다. 중요한 건 코어 수 그 자체가 아니라, 경쟁 상대보다 항상 가격 대비 코어 수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는 사실 아닐까 싶습니다만.
더 쉽고 확실한 스펙도 있습니다. AMD의 제품이 몇 나노 공정이냐는 질문에는 이구동성으로 7나노라는 답이 나왔습니다. 경쟁 상대인 인텔이 아직 10nm 공정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기존의 14nm 공정조차도 공급에 곤경을 겪고 있는 반면, AMD는 CPU부터 GPU까지 7nm 공정을 가장 먼저 도입해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 중입니다. AMD의 기술력과 현재 시장 상황이 이 '7나노'라는 대답 하나에 다 담겨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습니다. 이런 이벤트 매치에서 적극적인 소개와 홍보를 통해 게임은 라이젠, 게임은 라데온이라는 이미지가 보통의 사용자들에게 퍼져 나가고 있음이 피부에 와닿았습니다.
많은 관심과 준비 끝에 치뤄진 자낳대 4회 경기는 TSM!!!?팀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가장 높은 티어로 팀원 경매에서 화제가 됐던 지수소녀 선수가 대회 MVP로 뽑혀 부상으로 라이젠 5 3600을 받았습니다. 김영일 캐스터는 자낳대 1회 때는 핑와만 사도 박수를 쳤는데 지금은 흡사 프로 경기에서나 나올법한 팀플레이를 보게 됐다며 대회 수준이 많이 올랐다고 감탄했습니다. 더불어 대회의 규모가 이처럼 커지고 많은 이들이 호응하는 자리가 된 데에는 AMD의 큰 도움이 있었으며, 내년에도 AMD와 꼭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밝혔습니다. 끝으로 자낳대 4회는 모두가 Advanced Micro Devices, A M D를 외치는 암드 엔딩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