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가 쓰던 노트북이 고장났습니다. 아주 만족스러운 물건은 아니었으나, 한성 노트북이 별로라곤 말 안하렵니다. 조카몬이 키보드에 물을 살짝 엎지른게 화근이거든요. 제가 '저런 회사가 아직도 장사하다니 용산의 생태계는 참 신비롭다'고 빈정거리는 악플러일지는 몰라도, 명백한 원인을 외면하고 제조사 탓으로 돌리는 무개념 진상은 아닙니다. 어쨌건 다음 노트북 선택에선 한성을 배재했습니다. 귀한 A/S 센터를 찾아 용산(지금은 가산)까지 몇 번 가고 나니, 다음번에도 그렇게 하기는 몹시 귀찮다고 누나가 주장했거든요. 오해를 살 까봐 말해두는데 한성이 A/S 센터가 부족하진 않습니다. 직영 센터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서비스 지정점이 있거든요. 그저 그 둘 사이에 애플 스토어와 공인 서비스 센터만큼의 큰 차이가 있을 뿐이죠. 그 두개가 같다고 주장하는 '완벽무결하며 유일한 진리인 애플을 믿는 신도들'도 가끔 출몰하지만, 거기에 말을 섞을 시간에 기글에 올릴 글을 준비하는 게 훨씬 더 아름답고도 정신 건강에 이로운 일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걸 쓰고 있지요.
A/S 때문에 한성을 배제한다면 남는 선택은 삼성과 LG밖에 없습니다. 삼성은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설명이 필요없는 숱한 악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럼 이제 남은 선택이 LG밖에 없는 것 같은데 거기도 만만찮습니다. 삼성을 욕하고 그 대체제를 만들기 위해, LG가 대단히 괜찮 또 정의로운 것처럼 띄워주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거기도 심각합니다. 자세한 건 쓸 수 없으나 제가 LG 알바 해보고 나서 LG 물건은 가급적 내 돈 주고 안 사겠다고 다짐했습니다(딱 두번 샀네요. 그리고 공짜로 주면 좋아합니다). 하지만 삼성과 LG를 모두 까겠다고 둘 다 선택에서 빼는 건 지금 상황에서 썩 효율적인 선택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국내 정치 상황처럼 말이죠. 지금 나온 당과 정치인들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욕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욕한다고 해결되나요? 결국은 싫어하는 당과 정치인 중 하나가 권력을 잡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둘 중에서 뭐가 덜 나쁜지 따져서 선택해야 합니다. 그걸 하지 않고 욕만 하는 건 이상만 쫓는 몽상가던가, 머리 쓰기가 귀찮거나, 쓸 머리가 없는 사람 뿐이죠.
요새 쌓인게 많아서 쓸데없는 소리가 길었습니다. 진짜 본론을 이제 시작해 보죠. 노트북 제조사가 정해졌으니 다음은 크기와 무게, 성능, 예산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것도 정하지 않고 노트북 뭐가 좋냐고 물어보는 글을 보면 온 힘과 열의와 정성을 다해 구박하고 싶은데, 그랬다간 저 사이트는 운영자가 까칠하다고 소문날테니 자제하는 편입니다. 어찌보면 위 요소들은 따질 게 없기도 합니다. 크기는 적당하고, 두께는 얇고, 무게는 가볍고, 성능은 좋고, 가격은 쌀 수록 좋거든요. 유일한 문제는 그 모두를 갖춘 노트북이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 타협이 필요합니다. 일단 조카몬이 언제 또 고장낼지 모르고, 누나가 이걸로 거창한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니니 가급적 싼 걸로 정했습니다. 가격을 낮추니 다른 요소들도 자연스레 정해졌습니다. 두껍고 무겁고 성능은 별로인 걸로요. 하지만 그 중에서 최대한 성능이 덜 별로고, 덜 무거운 제품이 무엇인지를 찾는 수고는 필요합니다. 모르면 어쩔 수 없지만, 일단 이 글을 보는 분들은 그걸 따져볼 충분한 배경 지식을 갖췄을 가능성이 높겠죠?
가격은 50만원 이하로 잡았습니다. 삼성/LG를 포기하면 40만원 이하도 가능하다는 거 저도 압니다. 하지만 생크림 케이크 위의 쁘띠한 데코레이션같은 A/S를 제공하는 레노버 노트북을 직접 쓰면 몰라도, 웬수도 아닌 가족한테 권할 정도로 관계가 원한을 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가격대의 삼성/LG 노트북 중 상당수가 가족한테 권했다가는 웬수가 될것 같은 제품 뿐이네요. 누나가 혼자서 몇 번씩이나 A/S 센터에 직접 찾아갈 정도로 참을성이 좋은데, 여기서 아톰, 셀러론, 펜티엄 골드처럼 허약한 듀얼코어를 탑재한 노트북을 쓰면 인내심이 더더욱 함양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누나의 득도를 막기 위해 그 선택은 배제했습니다. 물론 없으면 그거라도 쓰는 게 맞습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오기도 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대안이 하나 있습니다. 4코어 CPU에 괜찮은 내장 그래픽과 저렴한 가격까지 갖춘 AMD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 말이죠. 문제는 이겁니다. 'AMD를 가족한테 추천해도 될까?' 아무리 고민하고 찾아봐도 답이 안 나오길래 직접 사 봤습니다.
제품명 | LG전자 2019 울트라PC 15UD490-GX36K |
CPU |
AMD 라이젠 3 2300U (레이븐 릿지, 4코어 4스레드, 클럭 2~3.4GHz, 2+4MB 캐시, TDP 15W) |
칩셋 | 카리조 FCH |
메모리 | DDR4-2400 4GB 기본 장착. 메모리 슬롯 2개 |
그래픽 |
라데온 베가 6 내장 그래픽 |
스토리지 |
M.2 128GB SSD 기본 장착 2.5인치 SATA 6Gbps 공간 제공 |
디스플레이 |
15.6인치(39.62cm), 풀 HD(1920x1080), 16:9 비율 IPS LED |
웹캠 | HD 웹캠 |
네트워크 |
기가비트 랜 802.11ac 2x2 867Mbps 블루투스 |
색상 |
화이트 |
I/O 포트 |
3.5mm 오디오 콤보 USB 3.0 x2(1개는 고속 충전, 휴면 충전 가능) USB 2.0 x1 HDMI x1 RJ45 x1 DC 입력 켄싱턴 락 카드 리더(MMC/SD/SDHC/SDXC) |
배터리 | 3200mAh, 48.8Wh |
전원 어댑터 | DC 19V 3.42A 65W 9.23A |
크기 | 382x256x20.9mm |
무게 |
1.94kg |
운영체제 | 없음(윈도우 10만 설치 가능) |
소프트웨어 |
DnA 센터 플러스 |
참고 | |
가격 |
469,000원(2019년 10월 다나와 최저가 기준) |
저가형 노트북 특: 2cm, 2kg
그래서 고른 게 LG전자 2019 울트라PC 15UD490-GX36K입니다. 레이븐 릿지를 탑재한 47만원 짜리 노트북이죠. 왜 안 삼성이냐고요? 삼성은 AMD를 탑재한 물건이 아예 없어요. 마우스, 가방, 파우치, 키스킨 등 따로 사긴 싫고 그냥 줘도 애매한 물건들을 함께 주는데, 그래도 오픈마켓에서 뭐 사면 끼워주는 웹하드 쿠폰보다는 훨씬 쓸모있습니다. 사은품보다는 출시 시기와 가격이 중요합니다. 출시되자마자 재고가 없어서 순차 발송한다고 약을 팔다가 그래도 잘 팔리니까 가격을 은근슬쩍 올렸습니다. 9월 말에는 쇼핑몰 자체 할인까지 더해서 38만 6천원이었어요. 사은품은 똑같았고요. 레노버, 에이서, ASUS, HP에서 신형 피카소를 쓴 노트북이 50만원 이하에도 나오는데 구형 프로세서를 탑재한 LG 47만원은 아쉽죠. 정리하면 LG라는 이름과 편리한 A/S를 위해 돈을 더 주고, 현 시점에서 재고 처리처럼 보이는 레이븐 릿지에, 싱글채널 4GB 램, M.2 SSD 128GB SSD라는 별 볼일 없는 구성의 노트북이 되겠습니다. 그래도 램/스토리지의 업그레이드는 되니까 별 불만은 없습니다. A/S 봉인 씰이 없고, 분해도 자유롭고, 안에 여분의 슬롯도 있습니다. 39만원에 이 정도면 됐죠. 47만원은 글쎄요.
크기는 15인치입니다. 데스크북 대용으로 쓰기엔 무난무난한데, 원래 누나가 쓰던 게 13인치 급이라서 좀 커보입니다. 크기보다 더 중요한 건 두께와 무게. 그 가장 좋은 예시가 LG 그램입니다. 결코 작지 않은데 얇고 갸볍죠. 그리고 비쌉니다. 그러니까 이런 저가형 노트북에서 얇은 두께와 가벼운 무게를 기대하지 말라는 소립니다.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본격 게이밍 노트북도 아닌데 그렇습니다. 뜯어보니 내부 공간도 썩 효율적이진 않습니다. 기판에 빈 공간이 원형 탈모처럼 많네요. 다른 부분에서도 고급진 구성은 실종됐습니다. 키보드 백라이트는 없고, 화면 베젤은 탈모가 진행되는 이마처럼 광활합니다. 입출력 포트도 마눌 고양이처럼 못마땅합니다. 15인치 노트북에 풀 사이즈 HDMI와 유선랜 포트는 기본이니 넘어가고, 2019년 7월에 나온 신제품인데도 USB-C 포트 하나가 없습니다. USB PD 충전까진 바라지도 않았지만 USB-C 데이터 포트마저 없네요.
사은품. 노트북 파우치, MS 무선 마우스, 스크린 보호 필름, 키보드 키스킨, 마우스 패드, 마우스 장패드. 마우스 패드 2개가 겹치고, 노트북 파우치는 박스 안에 들어있는 가방과 역할이 또 겹칩니다.
노트북 박스.
박스의 절반은 가방이 차지합니다.
설명서, 전원 케이블, 2.5인치 드라이브 가이드, 전원 어댑터.
어댑터는 크지 않습니다. 내장 그래픽 모델이니 클 필요도 없겠죠.
전형적인 노트북 완충제.
어댑터 얹고 마우스까지 더하면 대충 2kg 쯤 되겠죠?
LG전자 2019 울트라PC 15UD490-GX36K입니다.
뚜껑을 닫았을 때. 순수한 하얀색. 보이는 건 LG 로고밖에 없군요.
크기는 382x256x20.9mm
화면 안쪽을 봅시다. 화면 반사가 아주 죽여주는군요. 천장 전등의 무늬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화면 상단 카메라. 화질은 사소하지만 여기에 많은 걸 바라는 분은 안 계시죠?
베젤. 15인치 노트북의 베젤이 65인치 TV의 베젤 https://gigglehd.com/gg/5857622 과 동급입니다. 넓다는 소리죠.
때가 잘 탈것 같은 새하얀 순백의 화이트 팜레스트.
화면 크기가 15.6인치 씩이나 되다보니 째째하게 키보드를 줄일 필요는 없습니다.
터치패드 크기도 평범합니다.
특수 키의 배열도 나쁘진 않습니다. 전원 버튼은 따로 분리했고, 아래쪽엔 빛나는 라이젠과 라데온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화면이 180도로 열리길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그랬다간 제품 D/B에 대문짝만하게 써놨겠지요. 그냥 평범한 노트북 수준으로 열립니다.
두껑 닫고 두께는 2cm 쯤 됩니다.
왼쪽은 DC 전원 입력, USB 2.0, SD 카드 리더, 3.5mm 잭, 3개의 상태 표시 LED가 있습니다. LED를 상판으로 옮기고 USB-C 하나 넣어줬으면 완벽 무결했을텐데요.
오른쪽은 USB 3.0 포트 2개...아니 USB 3.1 Gen1이라고 해야 하나요? USB IF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름을 이렇게 바꿨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풀 사이즈 HDMI 포트, 기가비트 이더넷, 켄싱턴 락이 있습니다.
바닥입니다. 제품 정보, 시리얼, 통풍구가 있고, 나사 구멍 위에 워런티 보이드 스티커는 없습니다. 내 맘대로 뜯어도 된다는 소리죠. 이건 칭찬해 줘야 합니다.
바닥 케이스 안쪽. 마누라가 사진만 보고 구리판으로 만들었냐고 물어보던데 그럴리가요. 구리가 얼마나 비싼데.
게이밍 노트북만 뜯어보다 저가형 노트북의 기판을 보니 빈 공간이 정말 허전해 보이는군요.
배터리의 각종 인증 로고.
전압은 15.26V, 일반 용량은 3320mAh/50.7Wh, 최소 용량은 3200mAh/48.8Wh. 정격 용량 3200mAh, 충전 제한 전압 17.6V의 배터리입니다.
2.5인치 드라이브 공간입니다. 바로 위에 연결 커넥터가 있는데, 부속품으로 준 가이드와 케이블을 사용해서 드라이브를 장착합니다.
왼쪽엔 확장 포트, 위에는 힌지와 스피커가 있습니다.
가운데엔 CPU, 그 아래엔 메모리 슬롯 2개. CPU 전원부는 2페이즈로 보이며, 1개의 히트파이프로 열을 전달합니다.
히트파이프 끝에는 작은 쿨링팬이 있습니다. 쿨링팬 옆에는 무선랜 모듈, 팬 아래에는 M.2 SSD가 달렸습니다.
샌디스크 X600 SSD M.2 2280 128GB.
ITE IT8987E 전원 관리 칩. 배터리 바로 위에 있군요.
정체 불명의 빈 공간. 위에는 꽃게텍 로고가 보이는데, 돈 받고 쓰는 리뷰도 아니니 대충 넘어갑시다.
비싼 노트북이라면 이렇게 빈 공간이 많진 않았을 겁니다.
왠 무게추를 넣은줄 알았는데 터치패드 프레임인듯 합니다.
시스템 메모리 4GB는 부족하죠?
성능을 비교하려면 최하 8세대 인텔 저전력 프로세서를 탑재한 비슷한 가격대의 노트북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게 없습니다. 애시당초 아톰, 셀러론, 펜티엄 골드를 사기 싫어서 이걸 샀잖아요. 이런 물건보다는 성능이 무조건 높을 거라 확신합니다. 그래픽 성능은 더 말할 게 없습니다. 본격 게이밍 노트북 수준은 당연히 아니지만 롤은 충분하고 오버워치까지도 비벼볼만 합니다. 배틀그라운드는 좀 어렵지만 그래도 돌아는 갑니다. 인텔 내장 그래픽이라면 절대로 이 정도가 안 나옵니다. 하지만 정말 이 노트북으로 게임을 하겠다면 메모리 증설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라이젠 내장 그래픽은 무조건 듀얼채널' 같은 소리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럼 인텔은 듀얼채널 쓰면 성능 향상이 없나요? 어디던 마찬가집니다. 여기서 말하려는 건 용량입니다. 4GB의 기본 메모리는 시스템과 비디오 메모리로 나눠 쓰기에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4GB에선 로딩조차 안 되는 해상도 설정이 있더군요. 여기에선 기본 메모리에 8GB를 더해 12GB로 만드니 성능이 상당히 올랐습니다. M.2 SSD의 성능은 어중간합니다. SATA 6Gbps 대역폭을 다 쓰지 못합니다. 요새 SSD가 싸니 2.5인치 슬롯을 채워도 될 겁니다.
화면은 무난합니다. 딱히 좋지도, 나빠 보이지도 않습니다. 보급형 노트북에서 보이는 흔한 IPS 패널입니다. 앞에서 많이 까칠하게 말했지만 그렇다고 39만원 짜리 노트북에서 아주 많은 걸 바라는 몰양심한 사람은 아닙니다. 이 정도면 합격입니다. 배터리도 별 특색이 없습니다. 아이들 상태에서 8시간 넘게 버티고, 웹서핑이나 동영상은 4시간 반은 갑니다. 충전은 1시간 반이 걸립니다. 고속 충전과 USB PD가 없다는 건 앞에서 말했고, AMD 모바일 프로세서가 배터리 관리 성능이 떨어져서 배터리가 줄줄 샌다는 평이 있던데 실제로는 잘 와닿지 않더군요. 이게 칼날처럼 얇은 바디에 올데이 컴퓨팅을 주장하는 물건도 아니고, 그냥 보급형 노트북인데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요? 소리는 음질이 좋진 않아도 일단 빵빵합니다. 배터리 테스트에서 볼륨을 30%로 맞춘 것도 너무 시끄러워서입니다. 다른 의미에서 시끄러웠을것 같았던 부분, 팬 소음은 전혀 없습니다. 그냥 없습니다. 온도도 나쁘지 않습니다. 휴대성이 좋진 않지만 캐주얼 게임과 동영상용 데스크노트로 쓰기엔 충분합니다.
전원을 켜면 나오는 화면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윈도우가 설치되지 않은 다른 회사 제품들은 빌 게이츠도 못 알아먹을 프롬프트 창 하나 띄워두고 알아서 하라며 배를 째는데, LG는 이미지 파일로 된 설명서를 매우 친절하게 제공하는군요.
돈을 좀 더 주고서라도 LG 노트북을 사는 이유가 이런거 아닐까 싶네요. LG 노트북 사용자 중에 컴퓨터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으니 이렇게 한다고 볼 수도 있겠죠. 어쨌건 아주 마음에 듭니다.
바이오스에 어떻게 진입하는지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제가 아는 모든 키를 다 눌러봤는데 실패. 부트 매니저만 나오네요.
128GB SSD 중 5GB를 LG 기본 소프트웨어가 차지합니다. 남는 공간이 살짝 아쉽지만 여기까지는 참아 줍시다.
LG 상담센터입니다. 윈도우 리소스를 차지하려는 무시무시한 흉계가 엿보입니다. 하지만 LG 노트북의 주요 고객층을 생각하면 마냥 나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DnA 센터를 사용해서 드라이버를 설치했는데 특정 드라이버는 몇 번이고 재설치하더군요. D 드라이브에 저장된 1.0을 설치하고, 업데이트를 검사해보니 1.1이 있어서 설치하고, 1.1에서 검사하니 1.2가 있어서 설치하는 듯 합니다. 어쨌건, 될 때까지 켜두면 다 됩니다.
LG 전자 챗봇입니다. 제가 컴맹이지만 이걸 뒤져보며 공부할 정도는 아니고요. 저 FAQ 외에도 상담사 채팅은 유용해 보이는군요. 상담사 연결이 제대로 된다는 전제 조건 하에요.
시큐리티 센터. 비밀번호를 정해야 합니다. 안 정하고 쓰는 방법은 없습니다. 종료를 누르면 꺼집니다. 제 노트북이 아니니 더 이상 진도를 빼진 않겠습니다.
LG 상담 센터가 따로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쓸 일이 있어선 안되겠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넣어주면 좋겠죠.
LG 컨트롤 센터입니다. 지금까지 지겹게 봤던 MSI 드래곤 센터 같은 다른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솔직히 기능이 많진 않습니다. 그래도 하얀색에 깔끔한 디자인이라 초보들이 접근하긴 편하겠네요.
화면, 소리, 터치패드, 키보드 설정.
전원 관리 설정.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USB 포트로 충전하는 기능과, 배터리를 80%까지만 충전해 수명을 늘리는 기능이 있습니다.
윈도우 제어판에서만 설정하나 싶었는데 여기도 있네요. 좀 성가신 옵션이긴 하죠.
AMD의 드라이버인 라데온 소프트웨어도 함께 설정합니다.
LG 노트북이라고 해서 라데온 소프트웨어가 특이할 건 없고요. 늘 보던 라데온 소프트웨어 그대로입니다.
CPU-Z에서 본 라이젠 3 2300U의 스펙. 레이븐 릿지 아키텍처, 4코어 4스레드, 클럭 2~3.4GHz, 2MB L2, 4MB L3, TDP 15W입니다.
메인보드 칩셋이랄 건 없습니다. 분해 사진에서 나왔지만 CPU에 통합됐거든요.
기본 장착된 4GB 메모리로 벤치마크를 한 번 진행하고, 8GB 메모리를 추가해서 벤치마크를 또 진행했습니다. 8+8GB로 맞추긴 귀찮네요.
왼쪽이 기본 상태인 4GB 싱글채널. 오른쪽이 램 증설 후의 12GB 듀얼채널입니다. 8GB 램은 2666Mhz 짜리지만 기존에 장착된 2400Mhz에 맞춰져서 작동합니다. 2400Mhz나 2666Mhz나 엄청난 차이는 없겠죠.
4GB 메모리를 장착했을 땐 비디오 램이 512MB, 12GB에서는 2048MB로 늘어납니다. 요새 비디오 메모리 512MB는 딱 바탕화면 표시용이죠. 또 메모리 대역폭도 늘어났습니다. 4GB 시스템 메모리에선 버스 폭 64비트에 대역폭 19.2GB/s인데 4+8GB는 128비트 버스에 38.4GB/s의 대역폭이 나옵니다.
4GB 시스템 메모리에서는 파이어 스트라이크, 울트라, 타임 스파이 익스트림을 비롯한 일부 테스트를 실행할 수 없다고 경고가 뜹니다. 파이어 스트라이크 울트라는 실행이 되긴 하더군요. 물론 4+8GB에서는 아무 지장 없이 잘 작동합니다.
아래에서 보겠지만, 그래픽 벤치마크는 4+8GB의 성능이 더 잘 나왔습니다. 그러나 CPU 성능 벤치마크는 오히려 4GB 쪽이 조금 더 잘 나왔습니다. 왜 그런지 알기 위해 메모리를 계속 교체하며 확인해 봤는데, 4+8GB에선 메모리 속도는 오르지만 레이턴시가 떨어지고, L2 캐시의 속도와 레이턴시 역시 줄었습니다. 4+4GB나 8+8GB 듀얼채널이 아니라 4+8GB로 묶어서 이런 결과가 나왔으리라 생각됩니다.
맨날 돌리는 4K 해상도 테스트 영상인 북경오리를 재생하니 CPU 점유율 100%를 유지했습니다. 다만 화면이 끊기거나 싱크가 밀린다는 느낌은 없었네요. 4K 영상 재생까지는 된다고 보면 될 듯 합니다. 메모리 용량/채널에는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CPU-Z
시네벤치 R15
시네벤치 R20
wPrime
여기까지 순수 CPU 성능입니다. 4GB 기본 메모리만 사용했을 때의 성능이 조금씩 높게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 차이가 크진 않습니다.
PC마크 10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익스트림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울트라
3D마크 타임 스파이
3D마크 타임 스파이 익스트림. 여기에서 4GB 시스템은 테스트를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했습니다.
PC마크와 3D마크처럼 그래픽 성능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테스트의 경우 4GB보다 4+8GB가 월등히 높은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픽 뿐만 아니라 일상 작업에서도 이 차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시스템 메모리 용량이 크면 더 많은 작업을 원활하게 실행할 테니까요.
리그 오브 레전드. 4GB에서 풀옵 실행은 아예 안됩니다. 4+8GB에서는 풀옵션도 평균 60fps 이상을 유지합니다.
오버워치에선 풀옵션은 힘들지요. 4GB에선 원활한 진행은 조금 힘들고, 4+8GB 조합은 옵션을 타협하면 평균 60fps 이상을 유지합니다.
배틀그라운드. 해상도와 옵션을 아무리 낮춰도 본격적인 게임 플레이는 힘들어 보이네요. 이쯤 되면 CPU/GPU 성능의 한계겠지요.
메모리 용량이 늘어나면 로딩 속도에도 영향을 줍니다.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차이가 상당히 크네요.
M.2 128GB SSD의 성능. SATA 6Gbps 대역폭을 꽉 채우려면 500MB/s는 찍어줘야 할텐데 400MB/s가 채 나오지 않네요. 아주 고성능 SSD는 아니란 결론이 나옵니다.
3D마크 스트레스 테스트를 40분 동안 실행했을 때의 온도. 최고 온도는 80도 가까이 올라가지만 대부분은 75도 쯤에서 유지됩니다.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할 때의 표면 온도. 화면 뒤쪽 통풍구가 43도입니다.
키보드 위쪽의 통풍구는 최고 48.5도까지 올라갑니다. 키보드 부분은 38도입니다. 체온보다 높으면 덥다고 느껴질테니 38도를 맞추는 듯 합니다.
측면 온도. 쿨링팬이 위치한 오른쪽은 42도네요. 배기구 쪽 온도는 42~43도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바닥 부분의 온도가 가장 높습니다. 58도를 찍네요. 어댑터는 50.7도입니다.
내장 스피커의 출력을 소음계로 측정했습니다. 25%만 되도 54dBA입니다. 음질은 몰라도 출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소비 전력은 아이들 시 11W. 풀로드에서 43W까지 올라갑니다. 이건 순수한 CPU 소비 전력이 아니라 어댑터 전환 효율, 화면 표시, SSD를 비롯해 노트북 전체 소비 전력이 모두 포함됩니다.
전원을 끈 상태에서 충전하면 34W, 전원을 켜면 41W입니다. 여기서 게임을 하면 43W까지 올라가겠군요.
배터리 테스트입니다. 동영상 재생은 4시간 반 후에 배터리 잔량이 10% 남았다고 경고가 떴습니다. PC마크 8의 배터리 테스트는 4시간 13분이라고 측정됐습니다. 절전 모드를 끄고 무선 랜에 연결하며 모든 기능이 켜진 상태로 방치하니 8시간 15분 후에 배터리 경고가 뜨네요. 충전 시간은 1시간 반입니다.
화면. 1920x1080의 풀 HD 해상도입니다.
화면 반사가 좀 있습니다. 조명이 잘 보이네요.
좌우 시야각 178도.
상하 시야각 178도.
명암 표현
색상 표현
사진 표시
동영상 재생
RGB LED 픽셀
HDMI 포트로 3840x2160 해상도에 60Hz 출력은 되지만 색 형식이 4:2:0으로 떨어집니다.
라데온 설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HDMI 2.0b는 아닌 걸로.
그래도 4K 해상도 모니터를 연결해서 쓸 수 있다는 건 장점이겠죠.
LG전자 2019 울트라PC 15UD490-GX36K
레이븐 릿지가 한 세대 전의 물건이긴 하지만 성능은 쓸만합니다. 요즘 세상에 듀얼코어 가지고 뭘 하냐고 못마땅한 분들에게 레이븐 릿지는 괜찮은 물건입니다. 일상 작업은 물론 간단한 게임까지 충분히 커버합니다. CPU 외에 다른 스펙은 그저 그렇지만 메모리와 스토리지 확장이 되니까 업그레이드할 공간은 충분합니다. 입출력 포트는 USB-C만 있었어도 깔 게 없었을텐데 아쉽네요. 다른 스펙은 평범합니다. 화면, 배터리 모두요. 평범한 보급형 노트북 수준입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1세대 전 프로세서인 레이븐 릿지를 지금 시점에 산 이유는 LG라는 이름값과 편한 A/S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0만원 가까이 올랐네요. AMD 노트북은 충분히 쓸만하지만 이 제품의 가격과 구성은 애매합니다. CPU를 신형으로 바꾸던가, 아니면 가격을 40만원 초반으로 내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추천하긴 어려운 물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