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블루투스 네트워크 스피커의 온갖 잡다한 기능들을 나열해 놓은 상품 설명을 읽어보신 분들 중에는 이 기능을 보신 분이 계실 겁니다.
동일한 블루투스 스피커 제품 두 개를 소니 사운드바와 연결시켜서 서라운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왕 스피커들을 합★체★시킬 수 있다니 정말 로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냥 대충 생각만 해보면 멋지긴 해도 쓸데없이 비효율적인 기능이지만 잘도 이런 기능을 태연하게 넣습니다. 과연 소니에요.
다만 이 로망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는데
1. 서라운드 기능은 상품 설명에 소개하면서, 정작 사운드바는 국내에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2. 직구를 한다 해도 까다로운 것이, 소니 사운드바는 프리볼트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일본에서 구입해도 변압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또는 같은 전압을 사용하는 독일에서 구입해야 합니다.
3. "고작" 후방 스피커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당 10만원이 훌쩍 넘는 HRA 블루투스 스피커 2대는 맨정신으로 사기가 어렵습니다. 돌비 디지털 같은 경우 용량 압축을 위해서 상대적으로 음질이 덜 민감한 후방 채널부터 음질을 깍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국내에서는 관련 리뷰를 찾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이 구성으로만 얻을 수 있는 몇몇 특성 때문에 저는 결국 지르고 말았습니다. 이것을 PC에서 사용하기 위하여 구입했습니다. 사용한지 꽤 지났지만, 뒤늦게 사용기를 써봅니다.
https://www.sony-asia.com/electronics/sound-bars/ht-mt500-ht-mt501
구입한 사운드바는 HT-MT500 이라는 물건입니다. 2.1채널. HRA. 소파 밑에 수납 가능한 납작한 무선 서브우퍼. 블루투스4.2 LDAC, Wifi, LAN 연결. HDMI, spdif, AUX 입력. 돌비 디지털 지원.
이 사운드바를 고르는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길이가 짧다는 것입니다. 사운드바의 길이가 짧은건 보통 약점이겠지만, 컴퓨터 책상 위에서 사용할 경우 무시할 수 없는 장점입니다. 두번째 이유는 소니 사운드바 중에서는 그나마(?) 가격이 쌉니다. 220V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되므로, 독일 아마존에서 구입했습니다. 블프 세일 때 아마존 직배송을 사용한 결과 배송비까지 합쳐서 비용이 EUR 393,01.
후방 스피커로 사용할 블루투스 스피커는 그나마 국내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서라운드 연결을 지원하는 제품 목록입니다. 반드시 "같은" 스피커 두 개여야 합니다.
SRS-ZR5
SRS-ZR7
SRS-HG1
SRS-HG10
가장 최신 제품은 SRS-HG10 이지만 저는 SRS-ZR7을 구입하였는데, 그 이유는 1. LAN 입력 지원. 2. USB 연결 지원. 3. 배터리 충전이 아니라 유선 전원 연결식. 등 지원하는 기능은 SRS-ZR7이 가장 많습니다. (또한 가장 비쌉니다...) 배터리가 없어서 무선으로는 사용 못함이 단점같지만, 아래에서 이 점이 장점인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이것이 대당 24만원
....컴퓨터 앞에 설치해 봅니다.
27인치 모니터 앞 전면 모습. 높이와 양옆 길이는 짧기 때문에 괜찮지만
앞뒤 길이는 제법 길기 때문에, 모니터 받침대를 감안하면 스피커가 사용자에 꽤 가깝습니다.
왼쪽 후방 SRS-ZR7
오른쪽 후방 SRS-ZR7
보통 5.1채널은 이렇게 배치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PC는 사용자가 모니터 앞에 바싹 붙어 앉아야 하는 관계로 뭘 어떻게 노력해도 평범한 가정집에서는 구도가 이렇게밖에 안 나옵니다.
저는 우퍼 놓을 자리도 없어서, 우퍼를 후방에 놓았습니다. 이게 괜찮은지 모르겠네요.
https://gigglehd.com/gg/hard/5011466
돌비 디지털을 입력하기 위해 옆에 있는 WH-L600 사용기에서 같이 소개했었던 크리에이티브 사운드 블래스터 옴니 5.1을 연결합니다. 사진처럼 Y자 광케이블을 사용하면 동시에 두개의 기기가 spdif 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광케이블의 몇 안되는 특성이네요. 참고로 PC에서는 돌비 디지털 라이브를 HDMI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광케이블이 강제됩니다.
사운드바 설정 화면입니다. 참고로 기능은 정말 많지만, 이 모든 것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운드바가 디스플레이에 연결되어야 합니다. 왜일까요? 소니 스피커들은 소니의 Music Center라는 앱에 연결시켜서 몇 가지 설정을 할 수 있지만, 모든 설정을 다 사용하려면 반드시 디스플레이에 연결해야 합니다. 이해를 할 수가 없어요. 보통은 사운드바 근처에 디스플레이가 위치하지만, 프로젝터처럼 근처에 디스플레이 본체가 없는 경우 사운드바 설정이 극도로 짜증나게 됩니다.
서라운드 세팅은 정말 쉬운데, 세팅 화면에 들어간 다음 좌우 후방 스피커의 SET UP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됩니다. 비슷하게 후방 스피커 연결을 지원하는 타사 사운드바들의 설정에 비하면 이 부분은 소소한 장점입니다.
이렇게 세팅한 후 소스를 "TV"로 설정하면, 5.1채널이 잘 나오기 시작합니다. T...V...?... 왜...광케이블을 당연하다는듯이 TV 취급을.... spdif 가 기본 탑재된 메인보드도 많은데...소외받는 PC-Fi들... 부들부들...
소리는... 흠.... 그냥 정직하게 4.1채널이에요.... 후방채널은 후방 스피커에서 나오고 좌우채널은 좌우스피커에서 나오며 센터는 그냥 적절하게 좌우스피커 합쳐서 나옵니다. 뭐 채널 확장이니 그런건 없습니다. 본래 TV 사용을 전제한 제품이라 그런지 몰라도, 5.1채널 구성 치고는 비싼 가격에 비해서 엄청난 공간감을 제공하고 그러지는 않고... 그냥 그렇습니다. 음....음 분리는 잘 되는구나 정도... 물론 각 채널 하나하나가 (쓸데없이) 태생이 HRA 스피커이기 때문에, 평이한 PC용 스피커보다는 우월한 음질을 들려줍니다.
조금 귀찮은 점은 사운드바답게 사용 전에 매번 전원을 켜주어야 합니다. 부팅 시간이 조금 있는 편이며, 네트워크 대기 모드를 설정하면 부팅 시간이 조금 줄어듭니다. 참고로 서라운드 세팅이 되고 나면 강제로 네트워크 대기 모드가 켜지는데, 이것은 사운드바 본체를 켤 때 후방 스피커들도 자동으로 켜지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후방 스피커들도 강제로 대기 모드가 됩니다. 참고로 SRS-ZR7은 이렇게...
잘 안 보이지만 대기모드가 되었을 때 "LINK" 등은 녹색불을 그대로 유지하고, 전원 버튼은 주황색불이 들어오게 됩니다. -_-)... 제가 본 전자 제품들 중에 자신이 "대기 모드"임을 가장 강렬하게 알리는 제품입니다.
후방 스피커가 대기모드를 항시 유지한다는 점은, 소니 블루투스 서라운드 시스템을 구성시 SRS-HG1, SRS-HG10을 재고해 봐야 하는 이유가 됩니다. SRS-HG1, SRS-HG10는 배터리를 내장하여 USB로 충전한 뒤 유선연결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제품 설명상 "완전히 충전" 후 사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서라운드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상당히 단점입니다.
조작은 제품 상단의 아이콘을 터치하는 방식과, 리모콘을 이용한 방식이 있는데, 터치 반응이 굉장히 미묘하기 때문에 리모콘이 압도적으로 편합니다. 15cm 미만의 거리에서 리모콘을 사용해야 하다니 참 뭐합니다.
그 외에 윈도우 소리 설정으로 소리 제어가 되지 않습니다. 음량 크기 조절은 물론 음소거도 가볍게 무시됩니다. spdif는 어떤 식으로 동작하는 걸까요?
윈도우 소리 제어가 되지 않고, 스피커 자체 음량은 100 중에 10만 설정해도 집안이 폭발하는 듯한 소리가 나기 때문에, 이 비싼 사운드바를 사놓고서도 세밀한 음량 조절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하여 저의 2채널 아날로그 스피커는 퇴역이 무기한 보류되었습니다.
종합:
여러가지 소소한 편의성, 어쨋든 나름 좋은 음질, 짧은 길이의 사운드바 본체와 각각 독립적으로 무선 설치할 수 있는 후방 스피커, 우퍼 스피커라는 유니크한 구성
그리고 그 모든 장점을 다 쌈싸먹는 비싼 가격
단점에 비해 장점이 두드러지지 않아요. 이 가격이면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을 살 수 있습니다.
요약:비추
....걍 삼성이나 LG 사운드바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