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스마트폰을 바꿨습니다. 노트4S에서 S10+로. 2월 27일에 제품을 받았으니 벌써 한 달이군요. 단지 스마트폰 하나 바꿨을 뿐인데 제겐 아주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짧아진 외출 준비, 줄어든 결제 시간으로 제가 쓸 시간이 더 많아졌고, 4배 늘어난 메모리(128GB)로 앱 업데이트 병이 나았습니다. 서랍 속 동면 중인 DSLR을 깨우려니 귀찮기만 합니다. 똥손으로 찍어도 작품이 돼버려서 이젠 지울 사진을 고르기 힘드네요.
원랜 S10+ 말고 노트9를 사려고 했어요. 큰 화면과 오래가는 배터리, 펜 버튼의 활용성 때문이었죠. 노트4S를 3년 반 넘게 쓰던 중, (가족 품에 끼지 못한) 노트7을 잠시 쓰면서 꺼진 화면에서도 메모가 되는 기능에 반하기도 했어요. 그야말로 노트의 세상에 갇힌 유저였습니다. 사과 나무의 생장에 거름과 비료를 아끼지 않는 아이폰 유저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달까요.
노트9의 지름 설계가 한층 견고해질 때쯤, S10+의 등장은 제게 열린 시각을 제안했습니다. 버튼이 아니라 화면에 손가락을 대서 폰을 깨우는 새로움, 빈틈 없이 꽉 채운 화면을 동반한 소리의 풍부함, 무선으로 다른 기기를 충전시키는 발상이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래, 쓰다가 흘려버릴 수 있는 펜 따위는 잊어버리자고. 헐렁한 통신망과 무쓸모혜택, 데이터 2배 쿠폰으로 일관하던 LG U+와의 질긴 7년 인연을 끊고 KT로 환승했습니다.
S10+에서 가장 큰 희열을 느낀 건 '속도'입니다. 느림을 허락하지 않는 웹 서핑, 신속한 페어링, 생생 화면으로 즐기는 게임과 유튜브 동영상까지. 기존의 노트로 경험할 수 없던 세계가 열렸습니다. 익숙했던 '느림'은 이제 없고, 낯선 '빠름'을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처음엔 '빠름'을 익히고 대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전화랑 카톡은 S10+로 하는데, 결제나 대중교통 이용은 노트4S 케이스에 숨은 신용카드로 하질 않나. 스마트 스위치로 노트4S에 설치된 모든 앱을 S10+에 보낼 수 있는데도 필요한 앱만 그때그때 골라 깔아버리곤 합니다. 그나마 얼마 전부터 삼성페이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녀, 손에 들 짐이 줄었습니다.
배터리도 전보다 '훨씬' 오래갑니다. 요즘 제가 즐기는 게임 '마비노기:몽상생활'을 예로 들면, 배터리 꽉 채우고 3시간 붙잡아도 배터리 잔량은 70%를 오갑니다. 노트4S였으면 배터리 부족 1차 경고(15%)를 띄웠겠군요. 1년 전 해외 직구로 실어 온 정품 배터리인데도 쓸 수 있는 시간이 짧습니다. 충전 단자가 고장 난 바람에 폰을 끄고 배터리 팩을 갈아 넣는 수고를 겪었지만, S10+를 쓰니 그럴 일이 없네요. 사전 예약 특전으로 신청한 무선 충전기 팩이 어서 오길 바랄 뿐입니다.
화면은 한눈에 잘 보입니다. 노트4S에서 폭을 살짝 좁힌 2:1(가로:세로) 비율이라 글씨가 작은데, 배열이 촘촘해 글과 사진을 더 매끄럽고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삼성 브라우저에서 화면 배율을 115%로 올리니 노트4S로 보던 글씨 크기와 같아지는군요. 기본 설정된 해상도(2,280x1,080, FHD+)를 한 단계 더 높일 수도(3,040x1,440, WQHD+) 있지만 모바일 웹 서핑이 주 목적이라면 이 해상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16:9 유튜브 영상은 핀치 투 줌을 해서 보면 되고, 해상도를 WQHD+로 올려서 보면 더 생생하고 부드럽게 볼 수도 있군요.
둥근 모서리를 따라 가득 채운 화면은 내가 찍을 사진과 영상에 욕심을 불어넣게 합니다. 한 번을 찍더라도 더 잘 찍고 싶어집니다. 아침 햇살이 드리운 백사장, 미세먼지 없는 푸른 하늘, 맑은 파도 소리, 요란했던 시장 맛집의 여운,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을 떠올립니다. DSLR 없이 떠도는 여행은 처음인데 결과물을 보니 계획을 또 세우게 됩니다. 데면데면했던 홈쇼핑 속 3종 선글라스도 질렀군요. 짐벌도 알아봐야 겠어요. 제주에 맑은 내일이 있기를 빕니다.
아, S10+ 유저가 된 김에 쓰는 갤럭시 버즈 얘길 빠뜨렸네요. 버즈는 3월 7일에 받았습니다. 두 번의 업데이트 진행으로 블루투스 연결성이 좋아지고, 배터리 잔량 표시, 주변 소리 듣기 오류를 바로잡았다고 합니다. 업데이트 전에는 S10+를 둔 거실에서 5m를 벗어나면 소리의 끊김이 반복돼 급격한 음질 저하로 이어졌지만, 지금은 소리 끊김이 없어졌습니다. 배터리 잔량도 조금(?) 정직해졌어요. 볼륨 40% 설정으로 2시간 게임 진행 시 80~85%로 나왔던 게 75%로 나옵니다.
버즈는 PC나 노트북에도 연결해 쓸 수 있어요. 삼성닷컴에서 모바일-웨어러블-갤럭시 버즈-사용자 매뉴얼&다운로드 순으로 들어가 '갤럭시 버드 매니저'를 내려받습니다. 설치 도중 충전 케이스를 열면 알아서 페어링을 시도합니다. 연결 후에는 소리 재생 장치를 갤럭시 버즈로 바꾸면 됩니다.
볼륨은 35~40%, 헤드폰용 Windows Sonic을 켜서 듣는 걸 추천합니다. 흐트러진 소리 균형을 잡아 깔끔히 들려줍니다. 단,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다른 유튜브 링크를 타고 넘어가면 열화가 살짝 일어나 이상한 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군요. 블루투스 4.0 노트북에 연결해 1시간 쓰니 90%, 2시간 쓰니 75%가 표시됩니다. 배터리 소모량은 S10+에 연결해 쓰거나 별 차이가 없어요. 배터리가 부족할 땐 버즈를 케이스에 넣는 것만으로도 1회용 충전이 되고, S10+의 무선 배터리 공유 기능을 띄워 케이스째로 배터리를 채울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궁금한 것 하나. S10+의 무선 배터리 공유는 어디까지 될까요? 삼성 모바일프라자에서 해보니 같은 S10시리즈(S10e, S10, S10+) 끼리는 잘 되지만, S9나 노트9를 맞대니 안 됩니다. 웨어러블 중엔 갤럭시 버즈랑 같은 시기에 나온 갤럭시 워치 액티브도 되는군요. 배터리 잔량이 30% 밑으로 떨어지면 무선 배터리 공유 기능이 꺼집니다. 갤럭시 웨어러블 증식에 조금은 도움(?)이 될 듯합니다.
S10+을 위한 새 케이스는 아직 고르지 않았습니다. 사전 예약 선물로 삼성 정품 액세서리 2만 원 할인, 슈피겐 액세서리 50% 할인쿠폰을 받았으니 쓰기는 해야 할 텐데, 선뜻 질러볼 만한 게 없네요.
이번 S10+ 물량이 부족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펜 사용처가 많으신 얄딘님의 S10+ 선택 이유를 보고나니 어느정도 납득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