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리뷰엔 손이 많이 나옵니다.
0. 버티컬 마우스?
일적이든 외적이든 거의 하루종일 컴퓨터에 앉아있다보니, 손목통증은 어찌보면 피해갈 수 없는 필연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쓰는 마우스도 손에 착 감겨서 불만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나 손등이 위로 가고 팔목이 아래로 오는 마우스의 태생적 한계와 저의 잘못된 사용습관(높은 DPI + 팔목을 이용한 방향전환)때문에 통증이 가속화되더군요. 그러던 차에 로지텍 MX 버티컬이 눈에 띄어 한번 구매해봤습니다.
제품사양은 위와 같습니다. 한국에 정식발매되어 그런지 공식홈페이지에 잘 작성되어 있네요.
1. 패키지
패키지는 대략 이렇게 생겼습니다. 특이할것 없네~ 싶다가
잘 보니 자석으로 열리는 구조에, 아래쪽이 트여있네요. 굳이 트여있을 필요까진 없을것 같긴 한데, 특이하긴 합니다.
설명서. 일반적인 설명서 가운데 돋보이는건 배터리 교체 가이드입니다. 교체할 배터리는 없는데 가이드는 충실하네요.
구성품. MX vertical 마우스 본체와 무선 리시버 동글, 그리고 USB Type-C 케이블이 있습니다. 리시버의 경우 예전과 다르게 다양한 로지텍 무선 제품들을 한개의 동글로 연결할 수 있다고 하네요.
마우스를 살펴봅시다. 우선 안쪽입니다. 상태 LED구멍이 왼쪽 위에 작게 있고, 그 옆으로 보조버튼 두개가 있습니다. 위쪽에 있는 은색의 큼지막한 것은 DPI 조절 버튼입니다. 제품동영상이랑 이미지로 볼 때와 다르게, 생각보다 하우징의 단차는 큰 편입니다. 그립감을 위해 몸체 전체적으로 주름이 져있기 때문에 손으로 잡았을 때 단차가 확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높은 가격(현재 국내 최저가 12만원)에 비하면 디테일이 못 따라오는 느낌이네요.
바깥쪽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일반적인 마우스처럼 버튼 두개와 휠이 있습니다. 휠은 걸리는 느낌이 있으며, 무한휠은 아닙니다. 버튼의 클릭감은 전에 쓰던 G303과 비슷한 편입니다. 그리고 일반 마우스와 다르게 약지와 새끼손가락이 위치할 여백공간이 아래쪽에 있습니다.
바닥면입니다. 마우스 크기가 커서 그런지, 테프론테이프 영역이 넓고 전체적으로 빙 둘러져있네요. 왼쪽부터, 각종 제품인증정보와 품번, 시리얼 번호가 있습니다. 그 다음 보이는 동그란 버튼과 번호가 달린 작은 LED 3개는 연결장치 변경 버튼과 알림 LED입니다. MX 버티컬은 최대 3개기기의 동시 연결을 지원합니다. 그다음엔 센서와, 기기명, 전원스위치, 연결 타입(블루투스, 2.4GHz 무선), 제조국가(Made in China) 충전규격(5V 500mAh)이 써있습니다.
사실 연결버튼과 알림 LED의 경우 마우스 위쪽에 공간이 충분히 남는데, 왜 아래쪽에 있는지 의문입니다. DPI버튼 옆으로 쭉 배치해주면 좋았을텐데, 로지텍도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는게 아닐까 싶네요.
유선연결의 경우 USB Type-C로 가능합니다. USB표준규격을 쓰는 마우스가 많아졌는데, 아주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기존 마우스와 달리 선재의 선택이 자유롭고(일반선, 직조선 등) 혹여 선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교체가 쉬우니까요. 포트의 방향은 정중앙 정면이 아닙니다. 살짝 왼쪽으로 꺽여있어서 마우스를 쥐었을 때 자연스럽게 왼쪽으로 향하는 데에 도움을 줍니다.
선을 연결하면 초록색 알림 LED가 들어옵니다. 충전시에는 점멸하고, 완충되면 불이 계속 들어와있네요. 케이블의 경우 저는 번들말고 ZMI의 Type-C 케이블을 연결해줬습니다.
유무선을 동시에 지원한다는것은 참 괜찮은 일입니다. 일단 선의 제약이 없으니 마우스는 이동범위가 좀더 늘어나고 걸리적거림이 사라집니다. 키보드는 딱히 움직일 일은 없다 보니 무선키보드에 유선이 지원되는 반대로의 느낌인데, 배터리를 갈아줄 일이 없고 BIOS진입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오히려 유선이 강점이긴 합니다. 다만 무선이면 하다못해 청소할 때 도움이 되긴 합니다.
2. 소프트웨어
일단 제품등록을 합니다. 비싼데 1년 보증이네요. 과거 4만원짜리 아크마우스를 3년해주던 하드웨어 명가 MS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가격은 3배, AS는 1/3배...
이제 소프트웨어를 설치해봅니다. 사실 설치 안해도 사용하는 데 지장은 없으나, 버튼기능 변경이나 심화된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가 전하고 좀 많이 달라진것 같네요.
다 설치하고 나면 간단한 사용법과 조언이 안내됩니다. 자, 컴퓨터와 악수해보세요.
메인화면입니다. 버튼 기능을 바꿀 수 있습니다.
다양한 키 옵션 중에 제스처 버튼이란 항목이 있는데, 키보드의 조합키처럼 기능키를 누르고 상하좌우로 스크롤하면 해당 기능이 실행되는 방식입니다. 윈도우 멀티태스킹 단축키가 맥에 비해 복잡한 편인데, 제스처 버튼을 활용하면 비교적 쉽게 작업창을 전환할 수 있습니다.
우측 모든 응용 프로그램을 누르면, 프로그램별 설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버튼할당같은건 유용할듯 합니다.
포인터 옵션입니다. 부드러운 스크롤을 쓰면 윈도우의 구글 크롬이 리눅스의 파이어폭스처럼 물흐르듯 스크롤이 됩니다. 신기하네요. 그런데 윈도우 탐색기에선 여전히 딱딱한 스크롤이 됩니다. 즉, 반쪽짜리입니다.
DPI버튼을 눌러보니 2가지 설정이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적다고 느낄 찰나, 위와같은 설정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이제 프리셋은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또다른 기능은 로지텍 FLOW라는 것인데, 예전에 잠깐 만져봤던 MS 프리시전 마우스에 있던 기능과 정확히 같습니다. 대신 마우스 연결방법에 동글이라는 선택지가 추가된게 차이점이네요.
궁금해서 한번 눌러봤는데, 유선은 안된다고 합니다.
PC 블루투스 연결입니다. 잘 되네요.
키보드처럼 역시 남은 배터리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아래쪽 두개는 유선으로 연결되었다는 뜻입니다. 굳이 무선으로 쓰지 않는다고 해도 배터리 확인이 가능하고, 선을 뺐을 때 바로 블루투스로 핸드오버가 가능하기 때문에 블루투스는 연결 가능한 환경이라면 연결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안드로이드 연결. 역시 빠르게 잘 됩니다. 다만 이어폰이 아니어서 그런지 블루투스 아이콘 옆 혹은 블루투스 옵션에 남은 배터리 용량이 표시되진 않습니다.
마우스에 무선으로 2기기 이상이 연결되었을 경우, 밑면에 있었던 기기 전환 버튼으로 쉽게 여러 기기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선으로 연결되어 있을 경우 유선이 0순위이기 때문에 무선으로 연결되는 기기로 전환되지 않습니다. 또한 윈도우-안드로이드간 로지텍 Flow 활성화는 불가능합니다.
3. 그립감과 버튼의 사용성
그립감은 생긴대로 손에 착 감기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너무 바짝 잡으면 엄지와 손바닥 사이의 살이 마우스의 등에 살짝 걸치게 되어 불편할 수 있으니 악수하듯 적당히 쥐어주는게 좋습니다. 손목은 설명서에는 57도 각도로 세워진닥 하는데, 제가 체감하기로는 45도~50도정도 되는것 같습니다. 확실히 손목통증은 줄었습니다.
좀더 위쪽에서 바라본 모습. 마우스의 높이가 세로로 높기때문에 생기는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기존에는 마우스에서 타이핑으로 넘어가면 수평으로 이동했지만, 이 마우스를 쓰면서 타이핑을 하려고 하니 오른손이 자연스럽게 포물선을 그리게 되네요. 또는 마우스를 키보드보다 더 앞쪽으로(멀리) 두게됩니다.
앞으로 버튼을 눌러봅니다. 엄지 오른쪽 끝으로 쉽게 누를 수 있지만, 손가락 아래쪽으로 버튼 중앙을 누를 경우 그립이 약간 풀립니다.
뒤로버튼. 위치상 어쩔 수 없이 손가락을 구부릴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제가 전반적으로 손가락이 긴편이라 좀더 구부리긴 하는데, 사진으로 보이듯 그립이 많이 풀립니다. 몇번 써보고 저는 앞으로와 뒤로 버튼을 맞바꿔줬습니다. 아마 안쪽 버튼은 후에 제스처 버튼으로 바꿔줄듯 합니다.
DPI버튼은 좀 묘한 위치긴 합니다. 디자인적으로는 아름답긴 한데, 생각보다 높네요.
DPI버튼도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긴 합니다. 그러나 다른기능을 할당하면 드래그를 통한 DPI 조절이 안먹히기 때문에 그냥 DPI버튼으로 쓸듯 합니다.
마우스 바깥쪽은 넓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바닥에 끌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클릭버튼은 각각 검지와 중지가 중앙에 옵니다. 경사때문에 약지는 아래쪽으로 약간 쳐지는데, 우측버튼을 누를 수는 있으나 버튼과 오른쪽 하우징의 경계선즈음에 닿네요. 물론 손 크기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중지 휠스크롤은 불편합니다. 위로 올라와야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손끝으로 조작하면 그립이 풀립니다. 중지로 조작할 경우 손끝보다는 중지 가운데마디(?)를 이용하게됩니다.
반면 검지는 편합니다. 휠이 위치상 아래쪽이기 떄문에 살짝만 틀어주면 스크롤이 가능합니다.
전에 쓰던 마우스 G303과의 비교. 303이 작은 탓도 있긴 하지만, 원근감을 무시할 정도로 MX 버티컬이 큼지막합니다. 큰만큼 무게도 좀더 늘어났는데, 아래쪽 넓은 서페이서 때문인지 부담가는 무게로 느껴지진 않습니다. 오히려 손목만으로 이동이 어려워서 팔을 전체적으로 쓰게됩니다.
4. 결론
장점
- 손목이 덜 아픕니다. 손목각도가 이전보다 매우 자연스럽고, 크기때문에 자연스럽게 손목보다 팔을 더 쓰게됩니다.
- 그립감이 좋은 편이며, 주요버튼(우클릭, 좌클릭)과 스크롤을 쓰기 편합니다.
- 버티컬 마우스 치고 미려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 유선, 무선 연결이 가능하며 무선의 경우 2.4GHz 동글과 블루투스를 모두 지원합니다.
- 유선의 경우 충전과 연결을 겸하며, Type-C 규격을 사용합니다. 선의 재질이나 마모로부터 자유롭습니다.
- 무선의 경우 유선보다 걸리적어리는게 적어 쓰기가 편합니다.
- 최대 3개의 기기까지 동시에 페어링이 되며, 전환버튼으로 기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 만약 윈도우를 사용중이라면 마우스의 위치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른 기기로 이동되는 로지텍 FLOW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 DPI버튼을 통해 소프트웨어 없이 세밀한 DPI 조절이 가능합니다.
- 응용프로그램 별 버튼 설정이 가능합니다.
- 제스처 버튼을 통해 한 버튼에 여러 기능을 할당할 수 있습니다.
단점
- 비싼 가격, 그에반해 짧은 A/S 기간
- 가격에 못미치는 아쉬운 마감
- 기능 버튼의 위치가 불편할 수 있음 (위쪽면 DPI버튼, 옆면 앞으로/뒤로 버튼, 밑면 연결기기 변경버튼)
- 무선을 지원하지만 휴대할만한 크기는 아닙니다.
- 쓰다가 타이핑으로 넘어갈 때 마우스 높이가 거슬릴 수 있습니다.
- 닿는면적이 넓어 땀이 찰 수 있습니다.
- 모양이 생소해서 처음 쓴다면 적응기간이 필요하며, 적응에 실패해서 장터에 내놓는 분들도 꽤 봤습니다.
저도 버티컬 마우스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적응을 못할것 같아 고민만 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