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부품이 다 모였으니 조립을 해봐야겠죠? 다만 조립전에 정할것이 몇가지 있습니다.
라디에이터의 위치 : 보통 케이스 상부에 둬서 배기로 쓰거나, 전면에 달아서 흡기로 사용합니다.
물통, 펌프 위치 : 간혹 눕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세워서 사용하며, 메인보드 우측 남는공간에 두게 됩니다.
수로 순서 : 펌프를 시작, 물통을 끝으로 순서를 정하게 됩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2열 라디에이터는 상단에, 물통은 많이 설치하는 위치에, 수로의 경우 펌프 > CPU > GPU > 라디 > 물통 순으로 하려고 했습니다. 대충 수로의 모양이나 위치도 그림으로 구상해뒀었고요. 원래대로라면요...
대략 위와 같은 구상이었습니다. 케이스 (써멀테이크 MS-I) 구조를 보면 아시겠지만 수냉쿨링의 유행 전에 나온 케이스라 전면이나 상단에 라디 장착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전혀 안되있습니다. 그래도 전면디자인이 꽤 특색있고 하드가 넉넉하게들어가는지라 여기에 잘 우겨넣어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라디에이터를 케이스 상단 외부에 거치하고, 내부에는 쿨링팬을 넣는 방식 (라디-케이스-쿨링팬)으로 설치하려고 했으나... 쿨링팬을 배기로 설치할 경우 엄청난 풍절음이 나는 탓에 이 케이스로 수냉은 답이 없다는걸 느끼고 맙니다.
그래서 뚝딱 옮겼습니다. 3RSYS L510입니다. 옮기면서 테스트를 위해 라디에이터를 설치했습니다. 상단과 전면중 고려하다가 전면이 유지보수적 측면이나 공간활용 적인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여겨서 저기에 가설치를 했습니다. 이날은 고민하다가 케이스 이사하면서 하루가 다 가버렸네요.
보시면 알겠지만 원래 파워가림판쪽엔 아무런 슬롯이 없었으나 최종시스템에선 HDD가 세개 들어가있습니다. 이 케이스에서 가용한 3.5" 베이가 2개밖에 없어서 나머지 3개는 3M테이프로 고정해주는 튜닝(?)을 진행했습니다.
라디에이터는 사용전에 내부 세척을 잘 해줘야 합니다. 생산공정상 어쩔 수 없이 내부에 금속가루가 엄청나게(!) 많이 생겨서 라디에이터 세척 없이 장착했다가는 CPU블록에 다량의 이물질이 껴서 막히는 현상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아니 그러면 생산할때 세척하면 되지 싶다가도 저렴한 가격에 납득하고는 열심히 세척했습니다. 일정량의 수돗물을 채워넣고 격하게 흔들어주면 되는데 가루가 안나올때까지 30분정도 붙잡고있었네요. 맨 마지막에는 초극순수로 헹궈서 수돗물 잔재도 없애주었습니다.
구성품을 보니 나사와 고무지지대가 있어서 라디에이터에 쿨링팬을 장착해줬습니다. 준비편에서 쿨링팬은 안샀는데 어디서났냐고요? 이건 꿈도 희망도 없는 케이스 번들팬입니다! 사실 커스텀수냉의 성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게 라디에이터와 쿨링팬이기때문에 시스템 빌드를 하시는분들을 보면 커세어 ML120이나 녹투아 NF-12 등등 비싼팬을 쓰시더라고요.(하나에 1.5~2만원) 저의 경우 남는 120mm팬이 많이있어서 일단 이걸로 온도테스트를 해보고 안되면 추가로 구매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케이스 이사를하면서 생각보다 공간이 넓어져서 성능을 보강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케이스 전면에 라디를 설치하면서 라디 앞뒤로 120mm팬 4개를 박아버린거죠. 부족한 성능은 물량으로 커버하는게 정석 아니겠습니까! 사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효율 2배같은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지만 그래도 효과는 있다길래 바로 실행해봤습니다. 그 덕분인지 온도는 낮게 유지되더라고요. 게다가 앞면은 전면패널에 가려서 안보이니 색상 상관없이 조용한것으로 찾아서 넣어줬습니다.
다음은 CPU블럭입니다. BARROW 제품인데 얘는 국내에선 파는곳이 없는 모델입니다. 가격은 제법 저렴해서 2만원정도를 주고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아래쪽이 입수구(제트플레이트가 있는 부분)고 위쪽이 출수구입니다. 꼭 맞출필요는 없지만 안따를경우 온도가 높아질수도 있다고 하네요.
뒷면엔 마 좀 떼고써라! 고 붙어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잘 몰랐는데 LED 지원모델이더라고요. 어쩐지 옆에 2000원 추가된 옵션이 하나 더 있다 싶더니.. 저기에 4핀짜리 자체 LED모듈을 설치하면 3색 LED를 조합해서 무지개색을 순환하거나 특정색을 선택하는식으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원래 핀이 우측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드라이버로 분해해서 방향을 바꿔줬습니다.
다음은 VGA입니다. 원래 750Ti를 잘 쓰고 있었고, 배틀그라운드도 그럭저럭 잘 하고 있었는데 750Ti에 수냉을 해주자니 너무 사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1060을 지르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내구성이나 회사평판, 전용 워터블럭이 있는 모델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하다보니 모델 결정이 어려웠는데 결국 기가바이트의 1060 3GB ITX 모델을 구매했습니다. 가격이 적절하면 6GB를 샀겠지만 시기가 시기이다보니 해외에서 관세내로 나온 3GB 제품을 집어왔습니다.
워터블럭은 전원부까지 쿨링이 가능한 풀커버 블럭으로 구매했습니다. 구성품으로는 고정나사와 물막이피팅이 있는데, 고정나사는 기존 쿨링팬것을 그대로 재활용해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나사 6개를 풀면 쿨링팬은 쉽게 분해가 됩니다. 기존 쿨러를 보니 써멀테이프가 이곳저곳 충실하게 붙어있고, 히트파이프도 나름 알차게 구성되어있습니다. 이정도 되니까 ITX크기로도 제로팬이 가능한게 아닌가 싶네요. 저 써멀테이프를 재활용하고자 떼어서 전원부에 붙여둔 뒤 메모리쪽도 떼었지만...
말아먹어서 돌돌 말아서 버렸습니다...ㅋㅋ
그래서 나머지부분은 워터블럭에 번들된 써멀테이프(검정색)로 해결했습니다. 처음에는 전부 1장두께로 붙였다가 전원부 일부분이 워터블럭에 잘 밀착되지 않아서 테이프를 붙였다 떼었다 하면서 워터블럭을 여러번 장착-분해를 반복했었습니다. 위는 그 삽질의 결과물입니다. Bykski 워터블럭을 쓰신다면 전원부 높이는 신경쓰시는게 좋을것 같네요.
아무튼 워터블럭도 미리 세척해줍니다. 보면 핀이 CPU보다는 덜 촘촘하게 생겼습니다. 잠깐 딴얘기를 하자면 사실 이전세대의 Barrow, Bykski의 VGA워터블럭은 성능이 정말 안좋았다고 합니다. 본인들도 그걸 알았는지 잽싸게 EK를 카피하여(...) 위와 같은 모양을 가지게 되었고, 성능도 비슷해졌다는 웃지못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워터블럭을 구하게 해주는 가성비 워터블럭계의 구세주라고 할 수 있겠죠.
다 했으니까 장착해줍니다. 장착시엔 1.5슬롯정도의 두께를 가지게 되고, 쿨링팬 핀은 아예 사용하지 않게됩니다. 저는 장착시 워터블럭의 윗부분만 사용하기때문에 아래쪽 구멍은 미리 물막이피팅으로 막아줬습니다.
그리고 기존 쿨링팬은 잘 포장해서 원 패키지박스에 넣어줬습니다. 이거 완전 새거잖아!
물통은 위아래 분해가 되기때문에 빼서 세척해줍니다. 오링이 흰색이라 잘 안보이지만 윗뚜껑과 아래뚜껑모두 오링이 있어서 누수를 방지해줍니다. 사실 위아래는 바꿔서 사용해도 상관은 없다고 하네요. 뚜껑재질은 플라스틱인데, 나사홀에 찌꺼기가 남아있기도 하기때문에 잘 살펴서 제거해줍니다.
이건 펌프와 결합한 모습입니다. 물통 안쪽에 못보던 정류피팅(회오리현상 제거)이 있지요. 펌프는 원래 은색을 주문했으나 없다고 되게 미안하다고 말하길래 파란색으로 받았습니다. 이 펌프도 LED가 지원되는데다가 LED모듈까지 같이왔는데 완성샷을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펌프용 모듈을 CPU에 쓰는바람에 펌프는 LED가 있는데도 못쓰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나저나 여기저기 찾아보고 Barrow 17W PWM DDC펌프를 샀는데 정말 정숙하면서 힘이 셉니다. 꼭 사세요. 두번 사시길 바랍니다.
사실 CPU와 VGA 온도 외에 물온도도 재보고싶어서 온도계 피팅을 주문했었는데 어쩌다보니 선을 끊어먹고 말았습니다
ㅠㅠ
암튼 이제 부품준비가 끝났으니 메인보드를 다시 떼서 워터블럭을 장착해줍니다.
VGA 워터블럭은 정면이 아무리 멋져도 옆모양밖에 안보이기 때문에, 수냉하는분들은 라이저카드가 적용되는 케이스를 선호하시더라고요. 저는 라이저 대신 물막이피팅만 금색으로 교체해서 포인트를 줬습니다.
이제 수로관을 만들어줄 차례입니다. 저는 외경 지름 14mm PETG재질 파이프를 사용했습니다. 내경은 8~12mm까지 있지만 보통 10mm관을 많이 사용하고, 외경의 경우 12~16mm중 16mm가 선호도가 높다고 합니다. 굵어서 이쁘게 보인데요. 저는 공간을 고려해서 14mm로 결정했습니다. 아래에 검정줄은 줄오링이라고해서 실리콘재질로 된 도구입니다. 이걸 어떻게 쓰는가하면..
이렇게 파이프 안에 넣어서, 관을 밴딩할 때 관 안쪽에 일정한 내경을 유지하도록 도와줍니다. PETG관을 가열해야 구부릴 수 있기때문에, 열풍기도 하나 구매했습니다. 딱히 좋은제품은 필요없더라고요. 가장 저렴한 블랙&데커 제품을 샀는데, 그마저도 1, 2단중에 1단에 놓고 밴딩을 해줬습니다.
줄오링을 안넣고 밴딩을 하면 잘 될수도 있지만, 위처럼 파이프가 안으로 파여들어가기도 합니다. 넘모 아까운 것...
가열을 할 때는 빙글빙글 돌려주면서 골고루 익혀줘야하는데, 한쪽면만 너무 익히면 위 사진처럼 기포가 생기게 됩니다. 밴딩이 처음이라서 실패한부분을 가지고 이것저것 테스트해보고, 아래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컷팅연습도 많이 했습니다. 하면서 드는 생각이 차라리 밴딩 준비물 값으로 피팅을 더 살걸그랬나... 싶더라고요.
암튼 차근차근 하나둘씩 조립하면서 길이를 맞춰봤습니다. 컴프레션피팅은 뚜껑이 있으면 파이프가 안들어가기때문에 뚜껑을 빼고 파이프를 넣은 뒤 길이를 측졍해주는식으로 만들었습니다. 굇수님들은 눈대중으로 만드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8ㅅ8
그래도 90도 밴딩틀이 있어서 열심히 구부려보니 생각보다 볼만한 모양새가 나왔습니다. 케이스를 변경하는바람에 원래 계획과는 다른 수로구성이 되어서, 간단한 모양인데도 고민하느라 시간을 많이 썼어요. 게다가 조이는데 생각보다 힘을 많이 들여야해서 지문이 없어질뻔했다는걸 몸소 체감했습니다.
PETG관을 컷팅한 이후엔 끝을 사포로 갈아줬습니다. 안해도 된다고는 하는데 혹시나 피팅 안쪽 고무링(O링)이 상하면 누수로 이어지기때문에 열심히 사포질을 했었죠. 완성사진을 보면 수로가 약간 삐뚤빼뚤한데, 그날은 더이상 컷팅하고 사포질할 엄두가 안나서 그냥 조립해주고 냉각수를 부었습니다.
냉각수는 메이헴사의 X1 클리어를 사용했습니다. 사실 다른 빌드를 보면 굉장히 다양한 색상과 질감이 존재하는데, 저는 입문이기도 하거니와 관리의 용이성을 보고 클리어 냉각수를 구매해봤습니다. 클리어라 말그대로 물처럼 생겼습니다. 첫 구동시에는 모든수로에 기포가 꽉차서 흘러가는모습에 헉 이게 원래 그런건가 싶었는데, 한시간정도 돌리니까 물통말고는 기포가 없어지더라고요. 다른분들처럼 완전히 빠지려면 2~3달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뒷판은... 어... 어쨌든 닫혔다는것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첫 수냉을 마쳤습니다. 시행착오가 없진 않았지만 재미있던 경험이었던것 같고, 쿨링효과가 정말 확실한것 같습니다. CPU, GPU둘다 최고온도가 45도정도 되더군요. 그래픽카드는 50도 이하 제로팬 적용모델이라 GPU-Z로 확인하면 팬은 항상 0%로 고정되어있습니다. 오히려 손으로 만져봤을때 HDD가 좀더 따끈따끈해서 뭔가 냉각을 해줘야 하나 고민하고 있네요.
하면서 느꼈던것은 생각보다 국내에 이러저러한 가이드글과 영상이 많아서 스스로도 수월하게 만들어볼 수 있었다는것, 그리고 Barrow 나 Bykski 부품들은 원산지인 중국(특히 타오바오)에서 구매하면 국내구매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하게 구성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가격적으로 이득이라니 저렴하게 맞추긴 좋겠지만 역시 손재주를 좀 타겠네요... 저는 힘들거같아요!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