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A23 5G (SCG18)는 일본내에서 캐리어모델(통신사 유통모델)로만 유통된 일본 내수용 기종으로, 기본적으로 한국에 출시된 갤럭시 A23(SM-A235, SD680 탑재)이나 해외 일부 지역에 출시된 갤럭시 A23 5G (SM-A236, SD695 탑재)와는 전혀 다른 기종입니다.
스가 정권 시절부터 일본 정부에서 휴대폰 요금 인하라는 명분을 앞세워 휴대폰 보조금 금액의 상한을 조이고 있는 상황이라, 일본에서 저가폰 시장이 많이 커졌습니다. 샤오미, ZTE, oppo 등 중국 메이커들의 진입도 활발하며, 애플이 저가?형인 아이폰 SE 시리즈를 계속 내고 있는 것도 일본시장의 영향이 꽤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이 일본시장의 특성을 살려 내놓은 엔트리기종이 갤럭시 A23 5G (일본판)이 되겠습니다. 이걸 "A23e"라는 이름으로 남아시아 쪽 시장에 풀려고 한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는데, 실제로 출시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 기종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은 일본이 유일합니다.
사양
AP: 미디어텍 디멘시티 700 옥타코어
- 빅코어 Arm Cortex-A76 @2.2GHz, 2코어 / 리틀코어 Arm Cortex-A55 @2GHz, 6코어
- GPU Arm Mail-G57, MC2
램: LPDDR4X 4GB
스토리지: 64GB UFS 2.2 (2레인), microSD 확장 가능
화면: 5.8인치 TFT-LCD (PLS), 1560x720 해상도, 주사율 60Hz, 294ppi
카메라: 후면 광각 f/1.8 5천만화소, 전면 5백만화소
무게: 168g
배터리: 4000mAh 리튬 이온 폴리머
지문인식 센서: 전원버튼에 통합
SIM: 물리 nanoSIM 1개, eSIM 1개 (DSDS)
방수등급: IPX5/IPX8, 방진 IP6X
지원 주파수대역:
- GSM 850, 900, 1800, 1900
- WCDMA 850, 2000
- LTE Band 1, 3, 11, 18, 26, 28, 41, 42 (FDD 및 TDD/UQ WiMAX2+ TD-LTE 호환모드 대응)
- NR Band n3, n28, n41, n77, n78 (sub-6G) / n257 (mmWave)
간편결제: NFC FeliCa/おサイフケータイ® 대응, 삼성페이 미지원
SAR: 두부 1.209W/kg 신체 1.075W/kg (한국 기준 전자파 2등급)
외관
박스입니다. 이것만 보면 그냥 평범한 갤럭시처럼 보이지요.
하지만 열어보면 뭔가 잘못된 점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구성품으로 본체와 심카드 뽑는 핀 하나, 종이쪼가리들 ("퀵스타트 가이드"와 "이용에 있어서의 주의사항")이 끝입니다. 그러니까 USB-C 케이블 하나조차 안 넣어준겁니다. 환경 보호에 대한 au의 의지가 느껴지십니까?
사실 애플이 환경™을 위해 충전기를 빼기 한참 전부터 일본 통신사모델 휴대폰들은 대부분 박스에 충전기가 안 들어있었습니다. 이 친구들이 진짜 환경보호의 원조인 것입니다.
뭐 사실 통신사에서 유통하는 충전기를 대리점에서 같이 팔아서 돈을 더 벌기 위한 통신사의 수작이지요. 예를 들어, au에서 구매를 권장하는 충전기는 USB-C 케이블 일체형 충전기인 "TypeC공통어댑터02"인데요, 27W PD 충전을 지원하는 충전기가 단 3,025엔입니다.
외관은 전면과 후면 카메라 렌즈를 빼면 당연히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습니다. 측면은 PC+GF10%, 후면은 PC 재질로 유광 코팅이 되어 있습니다.
그나저나 일본친구들은 설명서에 제품 재질까지 적어 놓네요. 매뉴얼의 나라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거예요.
전면. 수화용 스피커 옆에 물리 근접센서가 들어가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전면 카메라*와 인피니티-V 컷아웃된 5.9인치 PLS LCD 디스플레이가 있습니다. 720p 해상도로 약 295ppi. 저가형 LCD 기종이라 (특히 하단) 베젤은 꽤 넉넉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5백만 화소 갤럭시코어 GC5035)
뒷면. 카메라를 한 32개쯤 달아놓는 요즘 휴대폰 트렌드와는 달리, 5천만화소의 광각 카메라가 단 하나! 달려있어 깔끔합니다. 센서는 삼성 아이소셀 S5JKN1로 5천만 화소에 f/1.8, 1/2.76", OIS는 없습니다.
그 외에는 LED 플래시가 있고, 일본 국내용 NFC/FeliCa 간편결제인 오사이후케이타이® 마크가 있습니다. 삼성페이는 안됩니다. 애초에 삼성페이 MST 모듈 자체가 안 들어있을걸요.
우측에는 볼륨버튼 + 광학식 지문인식 통합 전원 버튼이 있습니다.
하단에는 모노 스피커, USB Type-C 포트, 마이크가 있습니다. 또 뒷면의 하단부에는 Galaxy 로고가 보입니다.
삼성이 일본에서 의도적으로 삼성 브랜드를 숨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꽤 유명했었는데 사실 이것도 옛날 얘기고, 재작년쯤부터는 일본판에도 SAMSUNG 로고가 박혀서 나옵니다. 다만 이 기종은 Galaxy 브랜딩에서 SAMSUNG 브랜딩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쯤에 나와서요. A54부터는 일본판에도 삼성 로고가 들어갑니다.
부팅 스크린도 출고상태인 안드로이드 12에서는 Galaxy만 딸랑 나오지만, 안드로이드 13으로 올리고 나면 SAMSUNG Galaxy A23 5G (Secured by Knox) 라고 풀로 나오게 됩니다.
좌측에는 SIM카드 + microSD 트레이가 있습니다. 물리 SIM은 하나만 들어가지만 eSIM을 지원하여 듀얼심 구성이 가능합니다.
SIM 카드의 고무실링 처리가 되어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방수방진도 지원됩니다.
작은? 휴대폰들과 크기 비교. 좌측은 갤럭시 S7, 우측은 아이폰 6입니다.
A시리즈인데도 ODM이 아닌지 베트남산으로 되어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저가형이다 보니 사전설치 앱이 많은데(사전설치 앱을 하나 넣을 때마다 앱 개발사에게 리베이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저가형 기종일수록 사전설치 앱이 더럽게 많습니다), 통신사 앱은 물론이고, 구글 앱도 종류별도 깔려 있고 오피스에 원드라이브 아웃룩은 물론 링크드인, 페이스북, 인스타, FB메신저에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틱톡까지 아주 난리도 아닙니다만 대부분 삭제나 비활성화가 가능합니다.
삭제나 비활성화가 안 되는 앱이 없는 건 아닌데, 그런 친구들이라도 adb의 힘을 쓰면 삭제가 되고요 뭐...
싹 지워줍시다.
이 제품은 안드로이드 12/One UI 4로 출시되었고, 2023년 4월에 안드로이드 13/One UI 5로 업데이트되었습니다.
현재 최신 소프트웨어 버전은 2024년 1월 18일에 배포된 빌드번호 TP1A.220624.014.SCG18KDS1BWL1로 One UI 5.1, 안드로이드 보안 패치 레벨은 2023년 12월입니다. au의 안드로이드 14 업데이트 대상 목록에 올라가 있기는 한데, 아직 릴리즈가 안 됐습니다. 일본 통신사들이 다 그렇죠 뭐.
다만 A23은 초-슈퍼-엔트리한 모델이라서 갤럭시 안드로이드 메이저업데이트 3/4회, 보안업데이트 4/5년 보장 목록에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얼마나 지원받을 수 있을지는 미스태리입니다. 나름대로? 인기가 있었던 모델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해 주지 않을까 기대해 볼 뿐입니다.
One UI Core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경량화된 버전인지 화면녹화 기능이나 빅스비 등이 없습니다.
또 갤럭시 스토어에 One Hand Operation, Nice Catch 등은은 있는데 굿락이 없습니다. apk를 구해서 깔면 동작하는가 확인하기에는 제가 너무 귀찮읍니다.
다만 차별점은 그 정도고 실험실, 듀얼 앱, 제스처 등 있을 건 다 있어 보입니다. 특히 eSIM으로 듀얼심이 지원되는 기종이란 걸 감안하면 듀얼 앱은 필요하겠지요.
일반적인 갤럭시와 다른 점 -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일단 이건 갤럭시이기 때문에 사용방법 등은 국내에 유통되는 같은 세대의 갤럭시와 거의 동일합니다. 최소한 유플 LTE 회선 기준으로 별도 등록이나 설정 없이 유심만 끼우면 VoLTE, SMS, MMS 모두 문제없이 동작하고요, T전화 설치 없이 통화녹음도 가능합니다. 때문에 학생폰이나 효도폰으로 쥐여드린다고 해도, 외산폰과는 달리 사용법을 몰라 헤멜 일은 잘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갤럭시라도 일단 일본 내수용이기 때문에 몇 가지 미묘하게 거슬릴 수 있는 점들은 존재합니다.
1. SMS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캐리어메일을 주로 쓰고 SMS/MMS는 타 통신사간에 주고받지 못했기 때문에 일본판 기종에서 SMS/MMS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건 한 10년 전 갤럭시 J 시절 얘기고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문제는 기본 메시지앱이 삼성 메시지가 아니라 일본 통신3사의 자체 RCS앱인 +メッセージ로 들어가 있다는 점인데요. 일단 한글조차도 지원이 안 되는 앱이기 때문에, 비활성화시켜버리고 그냥 구글 메시지 앱이나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받아 쓰는 편이 좋습니다.
(좌측이 +메시지, 우측이 구글 메시지)
2. 쉬운 사용 모드 위젯
효도폰으로 사용하는 거라면 갤럭시의 쉬운 사용 모드를 쓰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걸 켜면 자동으로 추가되는 즐겨찾는 연락처 위젯 하단부에 <Galaxy 使い方相談> 라는 메뉴가 있습니다.
이 폰이 우리 아이, 우리 부모님 첫 스마트폰 컨셉으로 나온 기종이라, 무료 갤럭시 사용법 상담센터 바로 전화하기 버튼을 달아놓은 건데요, 일본에서 갤럭시 저가형이 꽤 많이 팔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하는데 한국에서 눌러봐야 0120으로 시작하는 일본 번호로 걸립니다.
위젯을 통째로 삭제하시고, 이 기능이 필요하다면 연락처 앱에 따라오는 위젯으로 대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3. 캘린더
캘린더 앱에 일본 공휴일이 표시됩니다. 캘린더 앱의 설정에서 공휴일 표시를 끌 수 있고, 구글 캘린더의 옵션을 통해 한국 공휴일을 추가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 쉬는 날이 빨간 날로 표시되는 건 어떻게 끌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찰칵 소리가 납니다. 이건 한국판도 그러니까 뭐...
50MP 픽셀비닝, 동영상은 FHD30/HD30까지만 가능하고 프로모드는 삼성 저가형 특유의 옵션이 3개밖에 없는걸로 들어가있습니다.
성능
미디어텍 디멘시티 700은, 같은 회사의 조금 더 유명한 헬리오 G99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칩셋입니다. CPU 코어 구성은 둘 다 2.2GHz A76 2코어, 2GHz A55 6코어로 아예 동일하고요. 디멘시티 700은 TSMC 7nm 공정이고 G99는 6nm이라거나, 디멘시티 700은 5G NR을 지원하고 G99는 지원하지 않는다 정도 차이입니다.
그렇다면 대략 한국 정발 갤럭시 A24와 비슷한 성능인 셈이지만, A23 5G 일판은 해상도가 720p로 낮기 때문에 더 쾌적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뭐든 눌렀을 때 반응이 오기까지 저가형 특유의 한박자 굼뜬 느낌이 없고, 재깍재깍 뜨는 편입니다.
영상: https://twitter.com/paranscreen/status/1760672154444824700
기본 설정으로 램플러스 4기가를 땡겨 쓰도록 되어있는데, 이 때 eMMC가 아니라 UFS 2.2 스토리지가 들어간 것도 체감 속도에 한몫을 했겠지요? 32기가비트(4기가라는 뜻) LPDDR4X 4266MT/s + UFS 2.2 64GB 멀티칩 패키지인 삼성 KM5P9001DM-B424가 들어갑니다.
아래는 모두 램플러스 4GB 켜진 상태에서 테스트했습니다.
Geekbench 5 CPU - 싱글 523 멀티 1705
대충 멀티코어로 보면 스냅드래곤 845 수준, 싱글코어는 845보다 높고 855보다 못합니다.
Geekbench 6 - 싱글 689점 멀티 1818점, OpenCL 1191점 Vulkan 1220점.
3DMark Wild Life - 평균 7.18FPS. 게이밍 폰은 아닌것이지요. 하지만 덕분에? 발열은 거의 없습니다.
CPDT - Seq Write 83.97MB/s Rnd Write 23.88MB/s, Seq Read 513.22MB/s Rnd Read 14.13MB/s, MemCopy 5.98GB/s입니다.
충전은 PD/AFC 모두 15W로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요즘 세상엔 아쉬운 수준이긴 하지만 뭐 배터리가 4000mAh니까요.
총평: 이 가격에 이 폰을?
갤럭시 A23 5G(일본판)은 꽤 흥미로운 기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수방진이 지원된다든가, 후면 카메라가 1개뿐이라든가, 오직 일본에서만 구할 수 있는 기종이라든가와 같은 점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기종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가격입니다. 일본 총무성은 기기값이 4만엔 이하인 기종의 단말기지원금의 상한액을 최대 2만엔(소비세를 생각하면 2만2천엔)까지로 정하고 있는데, 이 기종은 출고가 자체가 3만엔대였는데다가 최근에는 가격이 2만엔대로 내려가면서 MNP(번호이동)뿐만이 아니라 기종변경(기변)으로도 0엔에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1만엔대 초반의 미개봉 신품이 중고시장에 마구마구 풀리고 있습니다. 저는 미개봉 신품을 큐텐에서 배송비 포함 109달러에 구매했고, 만약 일본여행을 가실 일이 있다면 전자제품 중고샵에 들려서 면세까지 받는다고 하면 10만원 언더로도 구매가 가능합니다.
삼성의 휴대폰 시장 점유율에 A시리즈와 M시리즈 저가형들이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런 A시리즈에서 숫자가 2까지 내려가게 되면 보통 화면은 크지만 무겁고 화딱지나게 느리다든가 해서, 이런 폰을 쓰게 되는 학생층에서 삼성 안티를 양산한다는 뒷이야기도 잘 알려져 있지요.
하지만 갤럭시 A23 5G (일본판)은 전혀 그런 느낌이 없습니다. 싸고 작고 가볍고 빠릿빠릿하고 있을 것만 있다는 느낌이지요. 이 기종의 일본 캐치프라이즈는 <첫 번째 스마트폰으로는 "적당히 좋은" 정도가 딱 좋아>인데, 이 제품의 특징을 정확히 살린 문장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도 가격이 다 용서해 주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