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은 지름을 낳는다고들 하지요. 카메라 가방을 Kani CV-057( https://gigglehd.com/gg/756496 )로 바꾼 뒤로 저는 태블릿에 함께 사용할 새로운 키보드를 찾아보게 됐습니다. 기존에 사용 중이던 키보드도 '얇으면서도 스탠드를 내장해야 한다'는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에 따라 고른 물건인데, 새 카메라 가방에선 8인치 태블릿보다 더 큰 물건이 들어갈만한 공간은 없더군요. 일반 키보드가 8인치 태블릿보다 작을리는 만무하고, 그래서 왠지 내구성이나 신뢰도가 떨어질 것 같다는 이유로 선호하지 않았던 접이식 키보드를 알아보게 됐습니다.
기존에 사용 중이던 노벨뷰 NVK123 키보드도 몹시 실용적이고 배터리도 나름 오래가는 녀석인지라 누나한테도 하나 사줄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는데요. 그 대신 참 저렴해 보인다는 단점이 있어서 이번에는 가격을 좀 더 내고서라도 마이크로소프트의 폴더 블루투스 키보드같은 걸 살까 생각도 해 봤으나, 다나와의 블루투스 키보드 목록을 둘러보다보니 은근히 평이 괜찮고 크기도 작고 생긴 것도 나쁘지 않고, 결정적으로 가격도 아주 비싸지 않은 제품이 하나 있더군요. 그래서 사게 된 것이 퓨전FNC INOTE X-Folding Laser 키보드입니다.
제품명 | 퓨전FNC INOTE X-Folding Laser 키보드 |
크기 | 328.06x101.99x5.8mm |
무게 | 176g |
무선 규격 | 블루투스 3.0 |
무선 작동 거리 | 최대 10m |
키 스위치 타입 | 펜타그래프, 시저 스위치 |
내장 배터리 | 리튬 배터리, 최대 40시간 사용, 30일 대기, 2시간 충전 |
가격 | 33800원 (2017년 2월 다나와 최저가, 케이스 별도) |
박스 크기가 참 작습니다. 이 키보드는 접었을 때 크기가 작고, 전체 두께도 얇다는 걸 컨셉으로 내세우는 제품이니 굳이 포장 부피를 늘릴 필요는 없겠지요. 박스에는 제품명이 써져 있는데 끝에 붙어있는 레이저가 뭘 듯하는지는 제품 개봉 후 지금까지도 도통 모르겠습니다.
구성품은 키보드 본체와 충전 케이블이 전부입니다. 제품을 보호해 줄 완충재를 많이 넣었다고도 할 순 없네요. 나쁘게 말하면 포장이 허술하고, 좋게 말하면 환경 보호 자원 절약인데 둘 중 어느 쪽인지는 알아서 판단하시길.
번들 케이블도 만듬새가 썩 마음에 들진 않습니다. 이걸로 스마트폰 고속 충전이 될거라고 기대되지 않네요. 대신 규격은 흔해빠진 마이크로 USB니까 이를 대체할 케이블을 찾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키보드 아래에 설명서가 깔려 있었습니다. 여기에선 제품의 주요 스펙과 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사용 방법이라고 해봤자 페어링 단축키와 운영체제 전환, 멀티미디어 키 사용법 정도인데 이건 그냥 키보드를 보면 압니다.
제조사 설명에 의하면 세무 가죽 느낌의 표면 처리라 질감이 부드럽다고 하는데, 표면을 만졌을 때의 느낌은 나쁘지 않습니다. 서피스의 타입 커버를 만지는 것과 같은 느낌이네요. 하드 커버를 씌우지 않고 이런 재질로 마감을 했기에 키보드를 얇게 만들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합니다. 대신 그만큼 내구성에선 마이너스 요소가 생긴다는 건 알아둬야 할 듯.
접었을 때의 크기입니다. 지갑보다는 크고 장지갑보다는 애매하게 작다고 봐야할 듯. 7인치 태블릿이 들어갈 수 있는 가방이라면 이 정도 크기의 키보드는 무조건 들어간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접었을 때의 두께는 5.8mm라고 하는데, 폈을 때 워낙 얇아서 그런지 키보드를 접고 거기에 케이스까지 씌우면 생각보다는 두껍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두께 자체는 하드 커버 케이스를 사용한 블루투스 키보드와 비교해서 딱히 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을 듯.
키보드를 폈습니다. 좌/우가 따로 떨어져 있고, 각도도 일자가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인체공항 키보드나 커브드 키보드와 비슷한 형태라고 할 수 있겠네요. 평소 인체공항 키보드를 즐겨 사용한 저같은 사람한테는 분명한 장점이지만, 인체공항 키보드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듯. 특히 키보드 왼쪽에 붙어있는 B/ㅠ 키는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립니다.
폈을 때는 크기가 제법 커집니다. 왼손과 오른손 사이에 힌지 역할을 하는 부분과 빈 공간이 있다보니 좌우 길이가 더 커지곤 하는데요. 손을 나란히 붙이지 않고 편하게 벌려서 쓸 수 있다는 점에선 높게 평가할 수 있으나, 공간이 협소한 곳에선 쓰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사실 접이식 키보드 자체가 사용 환경을 많이 가리곤 하지요. 키보드 자체에 지탱하는 힘이 없으니 무조건 평평한 곳에서 놓고 써야 하니까요.
8인치 태블릿과 노벨뷰 NVK123 키보드, 퓨전FNC INOTE X-Folding Laser 키보드의 비교 사진입니다. 퓨전FNC INOTE X-Folding Laser 키보드가 좌우로 차지하는 공간이 확실히 크네요. 상하 공간은 오히려 적은 편이지만요.
접으면 태블릿보다 작습니다. 덕분에 휴대성은 나름 괜찮은 편. 무게도 이 정도면 들고 다닐만 하다 싶네요. 스프링과 잠금 장치를 사용한 접이식 키보드와 비교하면 좀 못 미더워 보이기도 하지만, 간단한 구조 덕분에 오히려 잔고장은 없고, 키보드를 접었다 펴는 것만으로 커버가 찢어질 정도로 내구성이 떨어져 보이진 않습니다. 다 쓰기 나름이겠지요.
개인적으로 펜타그래프 키보드의 최고봉은 애플 키보드라 생각하며 그 다음이 마이크로소프트나 로지텍이라 봅니다. 문제는 3등이 없다는 거지요. 저가형 펜타그래프 키보드는 하나같이 감이 별로라 영 만족스러운 타이핑이 나오지 않았거든요. 원래 사용하던 노벨뷰 NVK123 키보드도 키감 자체는 딱히 높이 평가하지 못하였으나, 퓨전FNC INOTE X-Folding Laser 키보드는 그보다는 괜찮은 느낌이 나옵니다. 키를 눌렀을 때 힘이 좀 들어가긴 하지만 아주 저가형의 느낌은 아니라서 다행이네요.
키의 크기는 여느 블루투스 키보드보다 꽤 크며, 키와 키 사이의 여유 공간도 넉넉히 확보한 블럭 타입이라 오타는 많지 않을 겁니다. 오타가 없다가 아니라 많지 않다고 말하는 건 인체공학 키보드에 가까운 키 배열과, 펑션키와 숫자키의 공유, 1열 키의 작은 크기, 우측 특수키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 때문에 의도치 않은 오타가 생길 수 있거든요.
퓨전FNC INOTE X-Folding Laser 키보드를 사용해서 이 사용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작성 중인데, 왼쪽 부분의 키 배열은 흠잡을 데가 없으나 오른쪽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스페이스 바의 길이도 애매하고 한/영 전환 키가 너무 오른쪽으로 몰려있고, 엔와 시프트도 크기가 참 작네요. 상/하 화살표 키를 한 자리에 몰아 넣었다는 건 애교로 봐줘야 할 듯.
키 배열의 문제는 결국 얼마나 자주 사용해서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달린 문제인데, 이 키보드는 크기와 무게, 디자인과 배터리 사용 시간이 나쁘지 않은 편이니 적응할 때까지 사용할만한 물건은 되리라 봅니다.
이 키보드에서 높게 평가할만한 특징 중 하나가 전원 스위치가 따로 없고, 키보드를 펼치면 전원이 켜지며 접으면 꺼진다는 겁니다. 전에 사용중이던 블루투스 키보드는 전원을 매번 끄고 켜줘야 하는지라, 전원을 켜둔채로 방치했던 적도 있거든요. 전원, 페어링, 충전 등의 상태는 키보드 중앙에 위치한 상태 표시 LED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다만 충전 상황은 키보드를 접었을때도 파악 가능하도록, 바깥쪽에 LED를 달아두는 게 어떨까 싶네요. 큰 불만은 아닙니다만. 배터리는 최대 40시간 사용 가능하고 충전에는 2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블루투스 키보드 자체가 전력 사용량이 아주 높은 물건은 아니다보니 사용 시간에는 별 불만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4900원 짜리 옵션인 하드커버 케이스 겸 태블릿/스마트폰 받침대입니다. 명색이 따로 구입하는 옵션인데 비닐 한장 붙여둔 게 포장의 전보네요. 저러다가 깨지면 어쩌려고.
구조는 매우 간단합니다. 솔직히 4900원 주고 사기에는 좀 애매하지 않나 싶은 구성이지요. 그래도 배송료를 아낀다는 명목으로 사는 김에 함께 사는 게 사람의 심리 아니겠습니까.
스마트폰처럼 작은 물건은 지지대를 바깥으로 꺼내서 고정하고, 태블릿처럼 큰 물건은 양 옆에 나 있는 홈에 태블릿을 끼웁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모두 케이스가 따로 씌워져 있다면 이것으로 지탱이 안될 수 있습니다.
나름 덩치가 있는 스마트폰인 홍미 프로를 거치.
8인치 태블릿을 거치.
키보드를 케이스에 꽂기만 하면 수납은 끝납니다. 케이스가 키보드를 완전히 감싸는 것도 아니고, 반대편은 아예 뻥 뚫려 있으니 키보드를 보호하는 케이스로서의 역할보다는 태블릿 거치대를 함께 들고다닌다는 점에 의미를 둬야 할 것입니다. 케이스에 키보드를 넣어둔 채로도 충전이 가능하다는 건 장점일지도.
키보드에 케이스를 씌우면 두께가 좀 더 늘어납니다. 얇은 스마트폰 두게를 겹친 수준은 되겠네요. 이것 때문에 가방에 안 들어가는 일은 생기지 않을 거라 생각하나, 그래도 내부 공간에 여유가 얼마나 있는지는 확실히 알아둘 필요는 있습니다.
접이식 블루투스 키보드 중에는 이보다 저렴한 제품도 많습니다. 접었을 때 크기와 두께가 작은 키보드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허나 세무 가죽 느낌의 디자인과 전체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지녔음을 감안하면 가격이 꽤 괜찮게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격 대비 만족도는 상당히 높습니다.
그렇지만 대중적인 제품이라 할 순 없습니다. 인체공학 디자인과 좌/우 분리형 키 배치 등은 적응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또 항상 평평한 곳 위에 놓고 써야 한다는 점도 있지요. 제품 DB에선 무릎 위에 놓고 치던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타이핑이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구입 전에 키 배열을 보고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는 제품입니다.
마소 접이식이랑 비교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 집니다.
(제품명의 레이저는 아마 면도날을 쓰려다 오타가 심하게 난게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