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서 글만 써 두었던걸 느낌을 공유(?) 하고 싶어서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했습니다.
경어체지만 블로그 글이여서 이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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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world!
이건 아무리 봐도 사치다.
작년에 새 노트북을 사놓고 계속 쓰겠다고 했으면서 다시 사다니, 이거 완전 허세가 가득 찬 허세왕이 아닌가 싶었다.
이미 내 손에 들려있는 박스를 보면서 일어나니 모든 수업을 빼먹은 그 공포감보다 내 통장잔고가 더 무서웠다.
그렇게 난 “이걸” 질렀다.
#1.
XPS 15, Dell사의 최고급, 플래그쉽 노트북. 위로는 프리시전이라는 형을 두고, 이복형제로 에일리언웨어가 있지만 그래도 명실상부한 플래그쉽 노트북, 마그네슘과 알류미늄으로 마감 된 이 노트북을 보며, “그래 이 디자인이지” 라는 안도감과 처음 나만의 노트북을 만졌던 처음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가격은 통장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2.
난 노트북을 10년 이상 사용하고, 참 많은 기종을 사용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삼성, 엘지등 국내 기업부터, 소니, hp, 레노버 등의 외국 기업, 그리고 중소기업 한성까지 말이다. 그건 아무래도 학교 공부는 등한시하고 컴퓨터에만 몰두했던 나의 모습, 아니 그냥 노트북이라는 소형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던 나 아닐까 싶었다.
#2.5
XPS라는 이름보다는, 인스피론이라는 이름을 먼저 알고 있었다. 중2때 유학파 친구가 처음으로 들고 온 노트북이였기 때문이다. 당시 난 소니 바이오 Z를 쓰며 “명실상부 마감과 성능은 제일이지” 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이 제품을 보고 “이 꼼꼼한 마감과 엄청난 옵션은 무엇이지?” 라는 의문점으로 가득찼다. 그리고 어릴 적 잡지에서 본 Dell이 커스터마이징 되는 PC시장에 처음으로 뛰어들어 성공한 기업이라는 것도 어렴풋이 기억났다.
#3.
그렇게 관심가진 Dell에서, XPS라는 노트북을 보았을 때 난 할말을 잃었다. 중학생이었던 내 눈으로도 마감과 그 성능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렴풋이 그 당시 나를 도와주셨던 멘토 분께서 “XPS”라는 노트북을 쓰며 만족한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래서 그 때부터 “XPS”는 나의 로망이 되었다.
#4.
XPS 15 9560은 9550에서 마이너 체인지 된 7새대 i시리즈가 달린 노트북이다. 이미 9570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통장이 비명을 지르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꿩 대신 닭이라고 그렇게 9560 중고를 사고 써보니, 역시다.
“역시 내 로망 노트북이 맞았어”
이전 노트북과 비교하면 그래픽 성능은 마치 42평 집에서 28평 집으로 이사를 간 것처럼 많이 동떨어진 성능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도 2kg이내에서 이정도 컴퓨팅 파워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써보니, 베젤리스 화면을 보면서 무언가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정확한 반발감을 가지는 키감은 외부 키보드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자긍심까지 부여해 주었다.
그러나 이런 감성적인 부분만 있겠는가, 뭔가 맞으면서도 내 눈에 걸리적거리는게 약간씩 보이기 시작했다.
#5.
세상에 완벽한 노트북은 없다고 하였는가. 이 노트북 결함은 약 2가지이다. 오디오, 고주파음
그리고 난 그 2가지가 문제인 제품을 샀다. 분명 새 제품을 산거인데도 말이다. 이 2가지 문제점은 이미 유명한 문제점이라, 해결 방안이 없고, 양품을 뽑는 것이 갑이라는 말을 들었다. (사실 와이파이 문제도 있지만, 9560와서는 델 커스텀 칩을 안써서 그나마(?) 나아졌다.)
그 문제점을 결국에는 고치긴 했는데, 방법이 괴랄하다.
1. 오디오
오디오 문제점은 스피커 헤드셋 전환이 안되서 일어나는 오류이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 드라이버도 다 깔아보고, 하나하나 깔아봤지만, 결국 해결 방안은 딱 하나였다.
윈도우에서 깔아주는 버전이 아닌, 리얼텍 최신 드라이버를 깔아서 해결하였다.
2. 고주파음
아, 이거는 할 말이 너무 많다. 사람 짜증나게 하는 것은 저주파음이 아니라, 마치 처음부터 척지고 태어난 것처럼 모기와 사람간의 전쟁을 의미하는 소리인, 고주파음이다. 내가 산 제품은 usb만 꽂으면 미칠듯이 모기소리가 나서 옆에 있는 친구가 모기 있다면서 모기를 잡으러 간다며 에프킬라를 사게 해버린 노트북이다.
해외 포럼에서는 제품의 케이블을 이동시키거나 차폐를 시켜서 해결했다는데, 내 제품은 친구가 완벽하게 낚일 정도의 불딱이었나 보다. 결국 메인보드 교체를 통해서 어느정도 줄였지만, 아직도 심심하면 한번씩 소리가 나서 자신이 있다는 존재감을 만들어 준다(코딩할때면 더 심하게 난다!)
#6.
결함이고 뭐고 난 아직도 로망을 믿는다. 누가 그러지 않았는가, 로망은 최고의 희망이자, 마약이라고. 위에 써놓은 저런 단점들과 지금 와서는 많이 대체제가 존재하는 노트북이며 남은거라곤 “2015년 최고의 윈도우북” 이라는 타이틀 뿐이다. 하지만 난 감히 이렇게 말한다.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최고의 노트북”이라고.
#goodbye, world!
많은 사람들이 노트북을 산 스토리를 말해주면 물었다.
“그게 꼭 필요해? 맥도 있고 다른 노트북도 널렸는데”
나는 웃으며 답했다.
“저의 로망이었습니다.”
내 친구가 노트북을 보고 물었다.
"그게 그렇게 좋았어?"
나는 아무말 없이 미소만 지었다.
예전 컴팩 노트북이 그래서 속수무책이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