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스마트 홈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느정도의 불편은 그냥 대강 감수하며 사는 편인 것이 가장 큰 이유.
그런데, 얼마 전에 애플 홈팟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https://gigglehd.com/gg/photo/3679630)
홈팟은 소위 말하는 스마트 스피커이지만, 스마트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스피커에 관심이 있어서였습니다.
그런데 홈팟 이 녀석, 애플의 홈킷을 이용합니다.
재생 자체는 에어플레이를 이융하지만,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나 각종 설정은 iOS/macOS의 홈 앱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macOS 모하비에서부터 제공하는 홈 앱
지금이야 이것저것 달아 놓았으니 나름 폼이 나지만, 원래는 홈팟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홈팟 하나만 있어도 시리를 통한 기본적인 제어는 가능하지만, 그래도 홈까지 설정을 해 놓았는데 안 써먹자니 아쉽습니다.
잘 생각해보니 기존에 사용하던 스마트 디바이스가 없지는 않습니다.
그 중에 샤오미 미에어 공기청정기가 있는데, 이 녀석은 샤오미 자체 앱을 이용한 제어만 제공합니다.
요즘 나오는 샤오미의 Aqara 브랜드 제품들처럼 애플의 홈킷 프로토콜 연동을 지원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잘 찾아보니, 홈브릿지(https://github.com/nfarina/homebridge) 라는 홈킷 컴패터블리티 레이어 앱이 있습니다.
여기에 추가로 샤오미 공기청정기 플러그인(https://github.com/seikan/homebridge-mi-air-purifier)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아하, 그래서 신발장 안에서 돌아가고 있는 우분투 서버에 올려 봤습니다.
PM2상에서 돌아가는 홈브릿지. node.js 기반 앱입니다.
다만 샤오미 미에어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LAN상에서의 주소와 엑세스 토큰이 필요한데,
IP야 공유기상에서 잡으면 되지만 토큰을 찾는 게 잘 안 되어서 고생 좀 했습니다.
결국은 공기청정기의 AP에 노트북을 직접 연결시켜서 miio(https://github.com/aholstenson/miio)를 돌리는 것으로 성공.
홈브릿지를 통해서는 샤오미 Mi Home 앱이 제공하는 기능 중 몇가지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공기질에 따른 자동화 등.
Mi Home 앱과 홈브릿지에 동시에 연결할 수 있다면 가능할 것 같은데, 아쉽게도 그렇게는 구성을 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다른 홈킷 연동 앱 (아래에서 다룰 Elgato Eve 등) 을 통해 센서 값을 통한 자동화 설정은 가능합니다.
왼쪽부터 네 개의 액세서리가 미에어에서 제공하는 컨트롤 및 센서입니다.
미에어에서 제공하는 센서는 전부 연동됩니다. 온도, 습도, 그리고 미세먼지 농도.
다만 미세먼지 농도는 엑세서리의 상세 설정 페이지에 들어가야 숫자로 볼 수 있으며, 홈 화면에서는 얼마나 좋은지만 볼 수 있습니다.
공기청정기능 자체는 끄고/켜고와 자동/수동 모드, 그리고 수동 모드시의 팬 속도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차일드락이나 LED 표시등, 제어시 비프음 등도 별도로 제어할 수 있도록 설정도 가능합니다.
음... 다 좋은데 뭔가 아쉽습니다. 그러던 도중 탄소온열요가 눈에 들어옵니다. 타이머가 없는 녀석입니다.
전력소모도 낮고 화재위험도 적고 다 좋은데,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차단은 되지만 수동으로 껐다 켜야 해서 불편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애플 홈킷을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스마트 플러그를 구매했습니다.
Elgato Eve 제품군입니다. 왼쪽은 온습도계, 우측은 스마트 플러그.
아마존 독일에서 구매한 제품들이 대한통운 사고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금방 와 주었습니다.
국내에도 여러 스마트 플러그 제품들이 있지만, 애플 홈킷을 지원하는 제품은 아직 없었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브런트 스마트 플러그를 홈브릿지에 잘 물리면 될 것 같기도 한데,
귀찮기도 하고 네이티브 연동을 원해서 결국 해외에서 구매하였습니다.
독일에서 구매한 이유는 그래도 EU 플러그가 우리나라 플러그랑 어느정도 호환이 되기 때문. 좀 타이트하기는 합니다.
홈킷 액세서리 코드는 기기와 매뉴얼에 붙어 있습니다
애플의 프로토콜답게 연동은 아주 간단합니다. 전원을 넣고 앱에서 액세서리 코드를 입력하는 것으로 등록 완료. 신기합니다.
브런트의 스마트 플러그와 비교하면 훨씬 연동이 간편합니다.
다만 역시 기능을 100% 활용하려면 자체 앱을 같이 사용하는것이 좋습니다. Elgato의 Eve 앱을 설치합니다.
iOS의 홈 앱과 Elgato Eve 앱
온습도계는 기본적인 온습도 외에 기압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초 설정 시 폰의 GPS를 이용해 고도를 측정합니다.
CR2450 배터리를 사용하여 크게 부담은 없습니다. 제조사측에서는 1년은 간다고 하네요.
스마트 플러그는 홈 앱 상에서는 단순히 껐다 키는 것만 제공합니다.
하지만 온습도계와 스마트 플러그 둘 다 Eve 앱 상에서는 추가로 기능을 제공합니다.
온습도계의 경우 기압은 자체 앱에서만 볼 수 있으며, 스마트 플러그의 경우 다양한 전력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lgato Eve 앱이 제공하는 정보들
스마트 플러그의 경우 전력 사용량에 대해서 자동으로 금액으로 계산해 주는데, 어디선가 전기요금을 받아옵니다.
물론 각 가정마다 실제 요율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값을 원하면 수정할 수 있습니다. 누진세는 반영해오지 못 할 것 같네요.
시리로 홈 제어
물론 가장 중요한 시리로 홈 제어도 잘 동작합니다. 원래라면 홈팟으로 제어하겠지만 스크린샷을 위해 macOS에서.
홈팟의 뛰어난 Hey Siri 인식률 덕분에 집안 어디에서도 잘 알아듣습니다. 물론 거리가 떨어지면 어느정도 목소리는 높여야 합니다.
홈 앱 상에서의 자동화
홈 앱 내에서의 자동화는 아주 잘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Eve 앱 등을 이용해서 좀 더 상세한 트리거 및 컨디션 조정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자면 위 스크린샷에서는 집에 들어올 때 공기청정기를 키고, 집에서 나갈 때 공기청정기와 전기요를 끕니다.
그리고 집에서 안 나갔거나 중간에 켰을 경우를 대비해 시간에 맞춰서 전기요를 한번 더 끄고,
9시 30분에 방 온도가 24도 미만이면 전기요를 자동으로 켜 주는 것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그룹을 지정하여 여러 액세서리를 동시에 동작시키거나, 장면을 구성하여 여러가지 동작을 한번에 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마음같아서는 전등도 홈킷으로 제어하고 싶은데, 문제는 스마트 형광등은 아직 시장에 없습니다.
스위치를 스마트 스위치로 교체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제 집이 아니기도 하고 무엇보다 돈이 꽤 많이 들어갑니다.
그렇다고 스마트 전구와 전구 스탠드를 구성하자니 사실 이쪽도 돈이 만만찮게 들어가서 구경만 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장점
- 애플답게 뛰어난 사용성
- iOS, macOS, tvOS, watchOS 상에서 시리 지원
- (홈팟 사용시) 뛰어난 음질 및 음성 인식률
단점
- 자동화 등을 통한 홈팟 제어는 아직 불가능
-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홈킷 지원 제품이 적음
: 필립스 휴의 경우 국내에는 E26 전구만, 그것도 색 변화하는 고가 제품만 들어오고 있습니다.
GU10이나 E14 규격의 좀 더 작은 전구나, 디밍 또는 껐다 켰다만 지원하는 보급형 라인은 안 들어옵니다.
- (홈팟 사용시) 시리가 한국어를 못 합니다. 역시 아무래도 스마트 홈의 중심은 스마트 스피커라...
참고사항
- 어쨌거나 홈브릿지 등의 서드파티 호환 솔루션이 있습니다. 쓰기에 쉽지는 않습니다. 만들기는 더 어렵습니다.
- 이건 홈킷에만 적용되는 사항은 아니지만, 와이파이 제어 모듈이 들어가는 만큼 각 악세서리의 가격이 싸지는 않습니다.
- 홈팟이 없어도 아이패드만 가지고도 홈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대신 들고 나가지 않는 아이패드여야 하는 모양.
총평
- 아직은 얼리 어댑터나 쓸 법 합니다. 특히 국내에서 활용범위가 매우 적습니다.
- 대신 일단 쓰면 편하긴 편합니다. 이걸로 조명이나 냉난방, HVAC에 가스밸브도 제어하고 싶네요.
- 홈브릿지로 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아주 무궁무진한 것 같습니다. node.js로 개발만 할 수 있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