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아이비브릿지에서 AMD 라이젠 2700X로 시스템을 갈음한 지 한 달하고도 열흘이 지났습니다. 달라진 점이라면 평소 위처3, 어쌔신 크리드 : 오딧세이, 메탈 기어 솔리드5를 즐기던 겜순이의 표정이 좋아졌달까요? 모니터 속 개롤트(위처3 주 캐릭터)가 더 활발히(?) 움직여줘서 게임할 맛이 난다나 뭐라나... 듬직하고 우람한 풍채, 고운 자태의 AMD 레이스 프리즘 쿨러도 한몫 거들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원가 절감에 너무나 충실해서 선 감싸는 것도 귀찮아, 디자인도 못생긴 인텔 쿨러는 속이 거북해지는 것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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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도 있긴 합니다. 쿨러를 떼면 CPU가 같이 뽑히는 '공포의 무 뽑기'. 아시다시피 인텔 보드는 메인보드 걸쇠로 CPU를 눌러서 쿨러를 쉽게 분리시킬 수 있지만, AMD 보드는 3~5분의 예열 후 쿨러를 좌우로 살짝 비틀어 떼내야 합니다. 케이스에 한 번 집어넣고 안 쳐다볼 시스템이라면 모르겠는데, CPU 벤치마크 같은 거라든지, 정기적으로 케이스 갈이를 하는 분들에게 AMD CPU를 뽑는 일은 참 번거롭고 골치 아픈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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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할 방법이 없진 않습니다. 서멀 그리스 말고 서멀 패드를 올리는 겁니다. 꾸덕꾸덕 달라붙은 서멀을 닦지 않아도 되고, 공포의 무 뽑기도 겪을 일이 없거든요. 아마존에서 쓸 만한 제품을 찾으니 '그래파이트 서멀 패드'가 나왔습니다. 열전도성이 보통의 서멀 그리스보다 괜찮은데, 전기가 잘 통하는 물질이라 조심해야 한다는 사용 후기가 등록돼 있더군요. 패드가 흘러내리지만 않으면 되니까 문제없다 생각하고 바로 샀어요. 40x40mm는 12.99달러, 30x30mm는 9.99달러에 파는데, AMD CPU 용이라면 40x40mm로 고르면 됩니다. 한국 직배는 5달러가 들길래 2장 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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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법은 간단해요. CPU랑 쿨러에 묻은 서멀 그리스를 깨끗이 닦고, CPU 위에 서멀 패드를 올려서 쿨러를 끼우면 됩니다. 쿨러를 끼다가 패드가 원래 위치에서 벗어날까 조심히 끼웠는데, 쿨러를 다시 떼 보니 제 위치에 잘 붙어 있었어요. 패드에 쿨러의 히트파이프 단면이 잘 찍힌 걸 보니 흘러내릴 걱정은 괜한 기우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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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서 CPU 온도를 봤어요. 가만히 두면 섭씨 42도, 유튜브나 인터넷을 하고 있으면 50~60도 사이, 게임을 몇 가지 돌리면 75도, 최신 버전의 시네벤치를 몇 번 돌리면 85도를 오르내립니다. 열전도성에 비해 표시되는 온도는 무난합니다. CPU 전압이 1.43V 수준으로 높아서 그렇지, 게임하는 내내 CPU 쿨러의 회전 속도는 1000rpm을 밑돕니다. 조용하죠.
다른 문제는 없냐고요? 한 달 전에 보드를 MSI B450 박격포로 바꾸며 쭉 쓰는 중인데, 그냥 편안합니다. 쇼트로 컴퓨터가 꺼지는 일도 없었고, 온도 유지 및 냉각도 잘 되며, 손발로 컴퓨터를 툭툭 건드려도 잘만 돌아가요. 패드가 엄청 얇으니까 밀착이 잘 되는 AM4 가이드, 4방향 나사 조임 방식의 CPU 쿨러에 쓰는 게 좋아요. 푸시핀 타입 CPU 쿨러는 틈을 메우기 힘드니, 제품 구매를 권하지 않습니다. 인텔 CPU 유저분들에겐 30x30mm를 권장합니다.
내 손에 서멀 그리스가 묻는 게 싫고, 양 조절 실패, 공포의 무 뽑기로 고통받고 있다면, 저는 '그래파이트 서멀 패드'를 추천드립니다.
추가) 서멀 그리스 두 개 질렀어요. 주말 중에 테스트 해서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한 1~2주 더 기다려도 안오면 취소하고 이걸 사던가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