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얼마전부터 삘이 와서 책상 위에 케이블을 읍쌔버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은 역시 무선 마우스에 적응하는 일이었습니다. 다만 오락도 하고 뭣도 하고 하다보니 결국엔 무선 마우스 스펙을 따지게 되더라구요.
덕택에 시작된 무선 마우스 고민은 한때 로지텍 G700을 사면서 해결이 됐지만, 마우스가 괜히 소모품이란게 아니란걸 입증하듯 결국 2번의 수리와 2번째 기기를 들였어도 결국 리시버 인식마저 오락가락하기에 다른걸 사게 만들었습니다.
보통 남이 쓰던걸 께름칙하다고 안 사는 경우는 많지만 그러기엔 너무 쌌고. 꼬질한 마우스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것도 나름 맛이라고 생각하기에 다름 사람 기변할때 냉큼 물었습니다
로지텍 G900 카오스 스펙트럼입니다.
중고로 샀지만 이전 사용자가 평소에 기기에 관심이 있다면 꽤나 괜찮은걸 살 수 있단걸 새삼 깨닫게 되는 제품 패키지입니다. 요즘 로지텍 마우스들은 점점 박스가 경박단소해진다는게 이때부터 이미 느낄 수 있게 됐습니다. 603정도쯤 되면 선마저 없어져서 더 작아지지만, 한 회사의 플래그십이니만큼 그정도까지 줄이는건 좀 아닌 모양입니다.
속박스를 빼고 뚜껑열면 바로 보이는 G 로고. 900임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솔찌 G9X 이후의 최상위 모델이 이런 유무선 마우스가 될줄은 나올때까지도 몰랐고 나온 뒤에도 의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양손잡이 마우스일줄은 더더더더더욱 몰랐고 말이죠.
마우스 들어내고 포장재 하나 더 들어내면 케이블이랑 악세사리가 나옵니다. 마우스가 암만 무선이라지만 이거 신경 안 쓰고 박스를 버리면 비싼 마우스를 버리는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이보시오 으사양반.
그래도 손기름 좀 묻었길래 빡빡 닦고 난 뒤에 찍은 샷.
반투명 플라스틱에 코팅을 한 형태입니다. 전 사용자가 2년이나 썼음에도 아껴 썼는건지 튼튼한건지 칠 하나 안 벗겨졌네요. 검정색 플라스틱 프레임은 역시나 지문이 잘 묻습니다.
저는 휘두르는 쇠빠따에 오른손이 작살나도 오른손을 안 쓰면 안 되는 지극히 편향된 사람이라 양손잡이 마우스조차 그립감을 탐탁치 않아하는 성격이지만 나름은 납득을 할 수 있는 레이아웃입니다. 양쪽에 모드 엄지버튼을 사용할 수 있으며, 안 쓰는 마우스버튼은 자석식으로 탈착이 가능하단 점은 플래그십 마우스 다운 섬세함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양손 모두를 만족시키기엔 잘 나온 한손잡이 마우스가 너무 많이 나와 있는지라, 양손 모두 최상이라고 말하긴 좀 그렇습니다.
버튼은 뭐 왼/오 버튼 양손 모두 사용가능한 엄지버튼 그리고 좀 더 직관적인 DPI 변환 버튼과 무한 휠, 브레이킹 휠 버튼이 모두 한손으로 조작 가능하게 짜여 있습니다.
바닥 온 오프 스위치와 그 아래의 마우스 LED 온 오프 스위치가 있습니다. 903에는 무게조절추를 겸해서 나온 충전 패드가 위치하지만 요때는 케이블 충전 말곤 따로 없기 때문에 그냥 무선마우스스런 배치가 돼 있습니다.
타입C가 나오기 전만 하더라도 USB 꽂을 때 사용자들을 제일 괴롭히는건 역시 헷갈리는 방향이 아닌가 합니다. 700같은 마우스도 그렇고 반대로 끼면 안 된다는걸 기계적으로 보여주려는지 전면에 USB 포트 가이드 홀과 함께 마이크로5핀 연결의 충전 포트가 있습니다. 끼면 유선 빼면 무선은 흔하니까 별 설명은 필요없지 싶네요.
로지텍 제품의 빌드 퀄리티는 알아주는 수준입니다. 특히나 코팅 부분에서는 다른 제품보다 더 만족하고 있기도 하구요. 그 튼튼하다는 PBT 키캡을 한달이면 갈아버리는 제 손아귀인지라 2년 쓰고 저정도에서 그친 거는 오히려 칭찬해줄 만 합니다. 한달 정도는 코팅이 버티겠지
음
아무래도 무선이고, 동급 스펙의 센서를 이용한 하위 모델과의 비교를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일전에 소감까지 썼던 뚱땡이 603과 대 보니 900은 상당히 파격적인 디자인이군요. 다만 이런저런 디테일이 많고 버튼이 많은 지라 심플한 제품을 좋아한다면 603이나 703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의외로 등빨 자체는 딱 봐도 603이 더 듬직한 편입니다. 한 5mm정도 낮다고 느껴지는지라 손에 꽉 차는 느낌의 603이랑 다르게 손 작은 저도 약간 남을 정도의 그립이 나옵니다. 덕분에 땀은 덜 차네요.
거기에 배터리가 내장이라 107그램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AA 배터리가 두개 들어가면 130그램이 넘는 603보다 훨씬 가볍습니다. 물론 가벼운 마우스가 손에 덜 피곤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그 무겁다는 G700을 7년동안 쓴 저한테는 그냥 다 새털같습니다. 900은 무게추가 없기 때문에 나름 호불호라면 호불호일듯.
센서 성능은 현존 최고 성능인 PIXART PMW3366(3360의 파생형이지만 로지텍만 쓰니께 음...) 센서고, 자타가 공인하는 고성능 제품이다보니 포인팅 정확성이나 그런 부분은 따로 말 안하더라도 쉽게 확인 가능할 것 같습니다. 어치파 전 FPS도 안 하걸랑요. 솔찌 저한텐 좀 과분하긴 하네요. 다만 DPI를 무척 높여 쓰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센서 성능은 그래도 일정 수준 이상은 돼야 됩니다.
소프트웨어는 역시나 꼴에 최신 제품이라고 로지텍 셋포인트에선 인식조차 안 돼서 불편한 LGS를 쓸 수 밖에 없는데 903 이거는 버튼 좀 많다고 내장-게임 인식으로 모드 전환시 딜레이가 꽤 있습니다. 이거는 LGS 업데이트로 해결 될런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LGS를 쓰는 모든 마우스가 그렇듯 셋 포인트에는 간단한 매크로를 포함하는 마우스 설정 자체 저장은 G900도 예외없이 안됩니다. 참 불만입니다.
제가 700을 7년이나 썼던 이유 중에 하나라면 역시 버튼 많고(이것저것 단축키 지정을 하되 그게 엄지버튼으로 다 될때) 센서 나름 좋고 여차할땐 무선이고 무한휠인 점이었는데 버튼 많고만 빼면 어느정도 타협해서 쓸 만은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려됐던 배터리 시간. 지금 산지 석달 넘은 603은 배터리가 바닥날 생각을 안 하고 있습니다. 모니터링을 해 봐도 그냥 잔뜩 남았응게 신경 끄셔 수준이구요.
G900은 이런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갑자기 픽 죽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종일 써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여차하면 선 땡기면 될 거 같고 아직까진 문제를 안 일으키고 있네요. 스펙 상 완충 기준으로 26시간 연속 사용이니 한동안 신경 꺼도 될 거 같습니다.
이제 마우스도 어지간하면 무선화가 되면서 훨씬 책상이 깔끔해졌습니다. 이정도면 뭐 나름 고집 쎄우면서 타협은 본 거 같네요. 파플 되는 후속 모델인 903도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전 503의 히어로 센서 무선 모델 나올때까진 이걸로 참아봐야 되지 싶습니다. 쓰던거지만 G102살 값에 900 산거면 절하고 써야죠 뭐. 안 그렇겠습니까.
이제 한동안 마우스 걱정은 없어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