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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 2세대를 나오자마자 산 지 2년쯤 된 시기였습니다.
쓰던 SE 2세대가 성능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는데, 배터리가 슬슬 버틸 수 없게 됐습니다.
아침 7시쯤 나간다 치면 점심 때 쯤 이미 배터리가 바닥을 보이고, 집에는 저녁에나 들어가는데 이걸 어쩌나 싶어서 배터리만 바꿀까 했는데 당장 막 샀을때도 이것보다 한시간 정도만 더 갔던 기억이 있어 하루를 버티기엔 턱없이 모자라고 오히려 돈만 버리는 짓이 될 것 같아서 그냥 바꾸기로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예전에 작성한 SE 리뷰에서도 아래와 같이 요약을 했고요.
좋지만 요즘 시대에
4.7인치의 화면과 짧은 배터리를
버틸 수 있으신가요?
그래서 처음엔 13미니를 구해볼까 했는데, 12미니보다는 오래간다고 해도 지금 쓰는 SE 2세대보다 드라마틱하게 오래가긴 어려울 것 같아서 13으로 가려고 했지만 새벽에 뜬 13프로 핫딜이 너무 좋아서 허겁지겁 올라탔네요.
외관
- 더럽게 무거워요, 생폰이 200g인데 케이스 끼우면 옛날에 잠깐 쓰던 노트 생각이 날 정도로 무겁습니다. 덕분에 여름철에는 주머니에 넣었다간 주머니안에서 흔들흔들 거리다 어디 엄한데 칠 미래가 보이네요.
- 카메라가 차지하는 면적이 많이 크고 징그러울 정도에요. 두 개정도면 적당하다고 매번 생각하는데 저만 그런 것 같아요. 딱 XS때가 제일 밸런스 좋지 않았나 싶은데...
- 옆면이 12부터 다시 아이폰 4시절처럼 각져졌죠. 그립감은 두꺼워진 덕분인지 나름 괜찮네요.
- 문제는 옆면이 유광이라 지문이 너무 잘 묻어요. 생폰으로 쓰기엔 징그러울 정도.
- 여전히 라이트닝 포트에 USB 2.0, C타입 안넣어주는 건 그렇다 쳐도 3.0지원 안하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니네들 아이패드 프로 2세대에는 라이트닝에 3.0 잘만 넣었잖아?
- 맥세이프는 딱 붙는게 꽤 인상적이던데 아쉽게도 가격이 가격이다보니...
- 디스플레이는 아주 인상적입니다. 눈도 편하고, 아몰레드의 리얼블랙이 영상 볼 때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최대 1000니트, HDR시 1200니트의 밝기로 야외 시인성 또한 굉장히 좋고, 최대 120Hz 가변 주사율을 지원하는 ProMotion으로 애니메이션은 부드럽고, 배터리는 더 많은 용량을 탑재한 13과 비슷하거나 더 오래가고요.
카메라와 스피커
- 누끼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처음 인물모드 나올 7+시절에 비하면 장족에 가까운 발전.
- 야간 모드 또한 굉장히 좋습니다. 빛이 진짜 조금이라도 있으면 꽤 밝게 찍혀요. 핸드폰 카메라의 한계가 있겠지만 디테일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 3배 망원은 좀 애매해요. 광각은 너무 멀리 찍혀서 가까이 가야하고, 그 불편함을 메워주는게 2배였는데 3배는 불편해요. 너무 가깝게 찍히니까 한참 뒤로 물러가야 원하는 그림이 나오는데 이래가지곤 차라리 광각으로 찍고 크롭을 하는게 나을 것 같아요.
- 초광각에 AF가 달려서 접사가 되는 것도 편리하고 의외로 쓸 데가 많아서 좋습니다. 기능은 없어서 못 쓰는 것보단 있는데 안 쓰는게 훨씬 나으니까요.
- 전면 카메라는 안 써봤고 앞으로도 쓸 일 없으니 패스.
- 동영상은 센서시프트 OIS가 탑재된 덕분에 정말 좋아요. 삼각대도 없이 그냥 걸어가면서 찍는데 이렇게 부드럽게 찍힐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흔들림이 없습니다.
- 스피커는 울림통이 SE 2세대보다 커진 덕인지 SE 2세대보다 더 크고 우렁찬 소리를 내주고, 깨지는 소리도 없어요. 폰에서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아침 알람을 더욱 잘 들을 수 있게 됐어요.
성능
- 스마트폰 최강 성능인데 뭐 두 말 할 필요가 있을까요, 당장 전에 쓰던 SE 2세대가 S22보다 싱글 코어 성능이 더 좋습니다...
- SE 2세대도 느리다는 생각은 안했는데 그게 굼뜨게 보일 정도에요, 생각보다 앱 로딩이 더 빨라졌습니다.
- 반면 램은 좀...리프레시가 잘됩니다. 프로딱지 달아놓고 정가 135만원부터 시작하는게 고작 램 6기가라니 램크루지 애플한테 뭘 바라겠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8기가는 넣어줬어야지.
- Face ID는 아주 빠르고 정확합니다. 아침에 눈 뜬 직후가 아니라면 대부분 인식 잘하고요.
- 마스크를 썼을 때가 문제인데 앞머리로 이마를 가리고 있거나 하면 잘 안될 때가 많아요. 그 외에는 그냥 인식 했을 때보단 한 템포 느리게 열리는 수준이라 참을 수 있을 정도. 근데 그럴거면 전원버튼에 지문인식 넣으면 되지 않나 싶은데 애플의 생각은 좀 다른가 봐요?
- 배터리는 아주 훌륭하고 만족스럽습니다. 와이파이를 써도 4시간 조금 더 가던게 거의 두배가 갑니다. 물리적인 용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죠.
- 시리는 아직도 멍청하네요. XX동 날씨 알려줘 -> 어느 위치를요? 로 대답하고 있으니 차라리 옆에 있는 구글 홈 미니한테 물어보고 말지...
결론
램이 모자라서 무거운 거 한번 켜면 우수수 다 죽어버리는 것 빼고는 좋아요. 카메라도 커진 만큼 찍히기는 훨씬 잘 찍히고, 성능도 좋아서 앱도 빨리빨리 잘 뜨고, 배터리도 오래가고, 가격 빼고는 다 만족스러워요. 뭔가 핸드폰이 정가가 거진 140부터 시작한다는게 아직 저는 익숙하질 않아서...아마 핫딜 아니었으면 그냥 13을 샀을 것 같아요. 13이 프로모션 빼고 크게 빠지는게 있는 것도 아니고 당장 전에 쓰던게 60Hz였으니까 적응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요.
뭐 그래도 처음으로 써보는 풀 스크린 폰인데, 버튼이 없는게 그렇게 문제되지도 않고 제스처도 편해서 의외로 만족스러웠고 전에 쓰던 SE 2세대가 정말 균형이 안 맞는 폰이라는 걸 이걸 쓰고나서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폰은 역시 단순 성능만 좋아가지고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걸 사라고 어필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아이폰 13프로는 꽤 밸런스가 좋은 기기라고 생각합니다. 왜 SE 3세대가 지독하게 안 팔렸는지 알 수 있게 되었고요.
쓸데없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