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라는 충격적인 가격으로 혜성같이 등장했던 라즈베리파이는 이제 너무 유명해져 원래 용도인 수업용 말고도 정말 온갖 프로젝트에 활용되며 갖가지 악세서리가 나와있죠.

 

저는 이 라즈베리파이를 UPS 기능도 할 겸 배터리로 구동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찾아보았습니다.

 

 

구글링해 보니 대부분 라즈베리파이가 일반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microB / USB-C를 이용한다는 점을 감안해 일반적인 보조배터리와 스마트폰 케이블을 이용해 라즈베리파이를 구동하는 방법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케이블 없이 배터리가 바로 라즈베리파이에 직접적으로 연결되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더 찾아보니 HAT 형태로 쓰는 배터리가 눈에 띄더군요. 뭔가 조잡해 보이는 배터리를 쓴 물건부터 구 모토로라 핸드폰 배터리 (모델명은 BP7X라 합니다)를 활용한 PiJuice라는 제품까지 나오더랍니다. 그러나 이런 HAT 악세서리의 경우 위에다가 씌우다 보니 방열판이나 쿨링팬 같은 악세서리를 장착하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았고 PiJuice같은 경우 Digikey 가보니 무슨 82,000원이라는 1820mAh짜리 배터리에 투자하기에는 너무 비싸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대충 검색하다 보니 $49에 5000mAh 배터리를 제공하며 HAT 형태로 씌우지 않는 RPi용 배터리인 PiSugar 2 Pro를 발견하게 되어 일단 냅다 주문 해 보았습니다. 참고로 무료 배송이며, 이 업체 홈페이지는 무려 Github 레포가 끝입니다 ( https://github.com/PiSugar/PiSugar/ ) ..

 

전반적인 스펙은 이렇다고 하네요. 설명에 따르면 라즈베리파이2B, 3B, 3B+, 4에서 사용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렇게 받은 PiSugar 2 Pro.

 

먼저 개봉부터 해 보겠습니다. PiSugar 2 Pro는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아져서 왔고 구성물은 플라스틱 케이스, 배터리 본체, 설명서 그리고 (사진에 나오진 않지만) 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다음 전반적인 생김새입니다. 검은색 기판에 검은색 배터리 그리고 Apple 배터리를 연상시키는 Authorised Service Provider Only 문구도 있습니다.

 

 

좀 더 살펴보자면 기판과 배터리 사이에 자석이 있어 딱 달라 붙으며 원하면 떼어내고 다른 배터리를 부착해서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어지간해서는 그냥 쓰던 배터리를 계속 쓰지 않을까 싶네요.

 

 

기판 쪽을 자세하 살펴보면 먼저 광저우의 PiSugar Kitchen에서 설계했다는 문구가 보이며 각종 칩들이 보입니다. 칩은 제가 봐도 모르기 때문에 설명...을 달 건 없네요. 옆에 보이는 것은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USB-C 포트, 버튼, 활성화 버튼, 스위치, microB 포트입니다.

 

깨알 Made by human on earth라는 문구가 괜히 웃기네요.

 

 

반면 깔끔해 (?) 보이는 기판과는 달리 배터리는 뭔가 좀... 그렇습니다. 분명히 새 제품인데... 뭔가 막 한번 뜯은 거 같은 흔적이 있는 등 뭔가 이상한 마감을 보여줍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사용 해 보겠습니다. HAT으로 붙이는 것도 아니고 케이블로도 붙이는 것도 아니면 과연 어떻게 라즈베리파이와 연결할까요? 정답은 바로 뒤에 핀으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라즈베리파이 뒤에 PiSugar 2 Pro를 저렇게 핀에 맞춰서 장착하면 저 핀을 통해 전기가 공급되어 라즈베리파이를 구동하게 된다고 그러더라구요. 라즈베리파이 뒤에 배터리를 부착한 뒤 동봉된 나사를 통해 서로 고정해 주시면 됩니다.

 

 

붙이면 대략 이런 모양새입니다. 아무래도 배터리가 두껍다보니 전반적인 두께가 두꺼워지긴 했습니다.

 

장착을 한 뒤에는 먼저 기판에 있는 "Activate" 버튼을 눌러 활성화를 해준 뒤 스위치를 "ON"으로 두면 됩니다. 그러면 라즈베리파이에 전력이 공급되며 부팅이 시작됩니다.

 

 

충전은 USB-C 포트 또는 micro USB 포트로 충전할 수 있으며 동시에 꽂으면 아마.. 안 되겠죠? 그리고 라즈베리파이에 달려있는 포트에 전기를 공급한다고 해서 배터리가 충전되지는 않고 오히려 배터리가 작동을 멈춘다고 하네요.

 

충전을 하면 파란색 LED가 들어옵니다. 라즈베리파이를 여기서 켜면 파란색 불이 하나 더 들어옵니다.

 

배터리를 연결하신 뒤에 라즈베리파이를 켜고 다음 명령어를 실행하면 배터리 관리 프로그램을 실행시킬 수 있습니다.

curl http://cdn.pisugar.com/release/Pisugar-power-manager.sh | sudo bash

 

 

설치한 뒤 라즈베리파이 또는 원격 컴퓨터에서 라즈베리파이 IP:8421 하면 관리 페이지가 표시됩니다. 여기서는 배터리 충전 상태와 예약 켜기 설정, 그리고 기판에 달려있는 버튼을 프로그래밍 할 수 있고 PiSugar에 내장된 RTC 시간을 동기화할 수 있습니다.

 

 

기능을 하나하나씩 살펴보면, 먼저 예약 켜기 설정. 사진에는 없지만 어떤 요일에만 켤 건지도 설정 가능하고 배터리를 계속 붙여두면 예약된 시간에 켜질 수 있게 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버튼 기능 프로그래밍. 커스텀 스크립트를 실행시키거나 전원을 끄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끄는 걸로 해놨습니다.

 

 

Safe Shutdown 기능. 아마 배터리가 낮으면 알아서 라즈베리파이를 꺼주는 기능이겠죠..?

 

 

배터리 아이콘을 누르면 몇% 이하에서만 배터리를 충전할 건지 설정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기능들이 다 달려 나오는 건 칭찬할 만 하다 싶군요.

 

 

충전기를 뽑으면 Charging 표시가 사라지고 남은 %가 표시됩니다. 뭐 예상 사용시간 같은 건 안 나오지만 원래 믿지도 않아서 보질 않기에... 다만 보시다시피 분명 위에서는 97%였는데 갑자기 충전기를 뽑자마자 88%까지 내려갔습니다. 처음에는 배터리가 쭉쭉 빠지길래 순간 뭐 5분도 못 가는 건가 해서 놀랬는데.. 이 상태에서 충전기를 다시 꽂으니 또 순식간에 97%가 됩니다. 아무래도 배터리 잔량은 영 못미더운거 같습니다..

 

 

완전 배터리만으로 라즈베리파이를 구동하는 모습. 제가 원했던 모습(?)입니다.

 

이걸로 라즈베리파이가 몇 시간 가는지까진 아직 테스트는 못 해봤고 저렇게 시험구동만 해봤는데 일단 라즈베리파이 자체가 원채 저전력 기기다 보니까 배터리로만 구동하면 그래도 몇시간은 충분히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건 나중에 가능하면 시험해 보는 것으로..

 

전반적으로 관리 소프트웨어에는 제가 필요한 기능 (충전량 제한, 예약 켜기)도 충분히 있었고 5000mAh 정도 되는 꽤 대용량이며 뒤에 깔끔하게 딱 붙는 배터리라 마음에 드는 지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뒤에 장착한 경우... 시중에 호환되는 케이스 악세서리가 사실상 없다고 보셔야 합니다. 특히 나사구멍을 먹고 있기 때문에 나사로 케이스에 고정해야 하는 케이스들을 쓸 수가 없고... 덕분에 쿨링팬이 있는 케이스가 하나 있는데 못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배터리 잔량이 오락가락하는게 뭔가.. 믿음이 깎이는군요. 나중에 터지지나 않을(?)란지..

 

PiSugar 측에서는 3D 프린터로 인쇄 가능한 케이스 도면을 제공하고 있긴 한데 아직 3D 프린터가 준비되지 않아서 당분간은 그냥 쌩으로 써야 하지 싶습니다 (ㅜㅜ) 그래도 HAT처럼 위를 가리진 않으니 위에 방열판이라던가 추가 HAT 악세서리를 달기 용이해 보이는 점은 좋아보입니다.

 

 

이상 PiSugar 2 Pro를 간단하게 사용해 본 소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