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라이젠 5 3500X의 메모리 스펙에 맞춰서 3200Mhz 테스트를 추가했기에, 성능 부분의 내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미 글을 보셨던 분이라도 다시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3세대 라이젠은 성공인 데뷔를 마쳤습니다. 이건 개인적인 평가가 아닙니다. 객관적인 지표가 이를 증명합니다. 가장 최근 자료만 하나 뽑아볼까요. 3분기에 다나와의 조립 PC 견적/판매 서비스인 샵다나와를 통해 판매된 조립 PC 중에서 AMD CPU의 탑재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샵 다나와 링크) 그러니 3세대 라이젠이 국내 조립 PC 시장의 대세가 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겁니다. 이게 국내에 한정된 반응도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으니까요. AMD의 2019년 3분기 실적이 2005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2019년 3분기 AMD 실적 링크) 다 3세대 라이젠의 실력으로 이룬 성과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흐름이 오면 타야하고, 물이 들어오면 노를 저어야겠지요. 이 분위기를 확실하게 굳히기 위해 AMD는 또 하나의 라이젠 3000 시리즈 프로세서를 출시했습니다. 젠2 아키텍처와 7nm 공정으로 높은 싱글스레드 성능과 게임 성능은 그대로 가져오고, 6코어 6스레드로 다중 작업에서도 부족함 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가격 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린 라이젠 5 3500X입니다. 이렇게 보면 정말 완벽해 보이는 CPU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단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중국 시장에만 출시된다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간절한 요청 끝에 한국 시장에서도 라이젠 5 3500X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라이젠 5 3500X, 무엇이 달라졌나?
라이젠 3000 시리즈, 코드네임 마티스의 핵심 스펙은 같습니다. 라이젠 5 3500X도 예외는 아닙니다. 데스크탑 PC 업계 최초의 7nm 공정으로 제조된 젠 2 아키텍처를 도입, 기존보다 15% 향상된 IPC와 두 배로 늘어난 L3 캐시 용량을 갖췄습니다. L2캐시와 L3 캐시를 더한 게임 캐시의 용량은 무려 35MB에 달합니다. 그 결과 싱글스레드 성능이 대폭 향상됐고 게임 성능도 따라 올랐습니다. 쿨링 솔루션과 메인보드가 뒷받침한다면 프리시전 부스트가 작동해 작동 클럭을 한층 더 끌어 올립니다. 그래서 기본 클럭은 3.6GHz지만 최대 부스트 클럭은 4.1GHz까지 올라갑니다. CPU 클럭 뿐만 아니라 지원하는 메모리 클럭도 3200Mhz로 높습니다. 고클럭 메모리를 사용해 성능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성장 잠재력을 갖춘 CPU지요.
코어 수는 6개, 스레드 수도 6개입니다. AMD는 스레드 수를 늘려 멀티스레드 성능을 최적화하는 SMT 기능을 적극적으로 제공해 왔으나, 라이젠 5 3500X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 위해 SMT 기능이 빠졌습니다. 이게 라이젠 5 3500X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줄여도 6코어 6스레드, 메인스트림 시장에서 활용하기에 충분한 숫자입니다. 또 비슷한 가격에 팔리는 경쟁 상대인 인텔의 8세대/9세대 코어 i5 시리즈와 똑같은 구성입니다. 그리고 국내 시장에는 가격 대 성능비를 극대화하기 위해 박스 패키지가 아닌 멀티팩으로 출시됩니다. 멀티팩은 CPU 패키지는 없지만 제공하는 A/S에는 변함이 없으며, 65W의 TDP까지 커버하는 레이스 스텔스 쿨러를 번들 제공해, 따로 쿨러를 준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20만원 CPU의 경쟁: 코어 i5-9500F와 비교
라이젠 5 3500X는 중국에서 먼저 출시됐습니다. 소식이 빠른 분들은 이미 벤치마크를 접해 보셨겠지요(참고 링크). 초기에 나온 벤치마크들은 대부분 코어 i5-9400F와 비교했는데 가격만 보면 그쪽이 맞습니다. 하지만 성능으로 따지면 결코 그 정도의 급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상위 모델인 코어 i5-9500F에 가까운 성능을 보여주고 있지요. 아래에선 싱글 스레드부터 멀티 스레드까지 단순 연산과 렌더링, 각종 게임까지 다양한 벤치마크를 통해 성능을 측정했는데요. 두 CPU의 아키텍처 차이에 따라 여러 프로그램과 테스트 내용에서 우위가 갈리지만, 라이젠 5 3500X의 전체적인 성능은 코어 i5-9500F 급이라고 결론내릴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가격도 더해야 합니다. 라이젠 5 3500X 가 조금 더 싸니 이쪽의 손을 들어줘야 되겠군요.
하지만 이게 라이젠 5 3500X의 참 모습이라고 단언하긴 이릅니다. 성능에 미치는 요소가 하나 더 있거든요. 아래 테스트는 우선 DDR4-2666Mhz 메모리를 장착해서 진행했습니다. 코어 i5-9500F가 DDR4-2666Mhz까지만 공식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3세대 라이젠은 최하위 모델인 3500X도 차별하지 않고 DDR4-3200Mhz까지 지원합니다. 그런 CPU에 DDR4-2666Mhz 메모리로만 테스트를 진행하는 건 역차별 아닐까요? 어떤 자동차가 빠른지를 비교한답시고 최고 속도를 제한하는 것이나 다름 없지요. 그래서 라이젠 5 3500X는 DDR4-3200Mhz 메모리를 장착해서 추가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고클럭 메모리를 쓰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운 것도 아닙니다. 중급형인 B450에서 기본 지원하며, 보급형 칩셋인 A320만 되도 메모리 오버클럭 3200Mhz는 간단하거든요. 흔해빠진 삼성램이어도 문제 없습니다. '라이젠 램 국민오버' 같은 검색어의 절반만 쳐도 자동 완성이 될 정도니 말 다했죠. 반면 인텔은 CPU에 일단 제한이 걸려있고, AMD B450 급의 중급형 칩셋인 B365에서도 2666Mhz까지만 지원합니다. 고클럭 메모리를 쓰기가 많이 어렵다는 소리죠. CPU의 순수 성능과 가격 외에도 메모리 차이까지 감안해서 추가 테스트한 결과, 대부분의 테스트 항목에서 최종 승자는 라이젠 5 3500X 되겠습니다.
라이젠 5 3500X. 마티스, 6코어 6스레드, 베이스 클럭 3.6GHz, 부스트 클럭 4.1GHz, 35MB 게임 캐시, TDP 65W
최저가 188,900원. http://prod.danawa.com/info/?pcode=968647
L2 캐시는 코어마다 512KB, L3 공유 캐시는 16MB가 2개. 모두 더해서 35MB의 대용량 게임 캐시가 있습니다.
소켓은 AM4로 기존의 AMD 시스템과 완벽하게 호환됩니다. 높은 호환성은 AMD CPU의 장점이지요.
인텔 코어 i5-9500F. 커피레이크 리프레시, 6코어 6스레드, 베이스 클럭 3GHz, 부스트 클럭 4.4GHz, 9MB L3 캐시, TDP 65W
최저가 193,800원. http://prod.danawa.com/info/?pcode=8170126
여기에선 코어 i5-9500을 대신 사용했으나, 내장 그래픽의 유/무를 제외하면 CPU 스펙은 같습니다. 그리고 코어 i5-9500F가 더 싸지요. 그래서 라이젠 5 3500X의 경쟁 상대로 취급하는 제품입니다.
메모리는 코어 i5-9500F의 제한에 맞춰 DDR4-2666Mhz로 설정했습니다. 하지만 라이젠 5 3500X의 경우 이보다 더 높은 DDR4-3200Mhz의 메모리를 지원하며, 고클럭 메모리를 사용 시 성능은 더욱 높아집니다.
2666Mhz로만 테스트하면 라이젠 5 3500X의 성능 일부를 막아두고 테스트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판단해서, DDR4-3200Mhz 테스트를 추가했습니다. 인텔은 CPU 차원에서 지원하지 않으니 3200Mhz를 꽂아봤자 DDR4-2666Mhz로 작동하는지라 굳이 추가하진 않았습니다.
테스트에는 DDR4-2666Mhz 8GB x2 메모리와 지포스 RTX 2070 그래픽카드, 윈도우 10 1903을 사용했습니다.
아래 테스트에서 앞의 두 항목, 그러니까 코어 i5-9500(사실상 코어 i5-9500F와 같습니다)와 라이젠 5 3500X의 점수는 1차 업로드한 버전과 같습니다. 그 뒤에 라이젠 5 3500X에 3200Mhz 메모리를 조합한 테스트를 추가했습니다.
(마지막의 AVX2 테스트는 라이젠 5 3500X 부분에 오타가 수정했습니다. 점수가 낮은 19.01.64 베타의 점수가 그대로 AVX2 테스트로 들어갔었습니다.)
CPU-Z에 내장된 벤치마크입니다. 기본 테스트인 17.01.64와 19.01.64는 두 CPU의 성능이 거의 비슷하며, 마지막의 AVX2만 명령어 세트의 차이가 결과에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AVX2 명령어를 쓰지 않는 절대 다수의 프로그램에서는 동급의 성능을 낸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라이젠 5 3500X는 같은 클럭의 메모리를 썼을 때 코어 i5-9500보다 살작 낮지만, 3200Mhz 메모리를 조합하면 그 이상으로 성능이 올라갑니다.
인텔이 싫어하는 것 같은 프로그램인 시네벤치입니다. 체험단 테스트에서 빼라고 하거든요. (참고 링크 ) 여기에서도 두 CPU는 거의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6코어 6스레드로 기본 체급이 같고, 3500X가 클럭은 낮아도 효율적인 아키텍처와 대용량 캐시 덕분에 싱글스레드에서도 괜찮은 성과를 냈다고 보여집니다.
고클럭 메모리를 추가하고 나니 인텔이 왜 싫어하는지 그 이유를 더욱 확실하게 알게 됩니다. 라이젠 5 3500X의 성능이 코어 i5-9500보다 많이 올라갔습니다.
wPrime에서도 동급입니다. 3500X가 조금 더 빠르긴 한데 이 정도 차이는 그냥 똑같다고 해 줍시다. 고클럭 메모리 사용 시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집니다.
2가지 압축 프로그램의 경우 CPU의 아키텍처와 프로그램 특성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왔습니다. WinRAR은 라이젠이 우수하고 7Zip은 인텔 쪽이 더 높은 성능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메모리 클럭을 3200Mhz로 올리자 3500X가 9500K를 넘어섰습니다.
라이젠이 특별히 고클럭 메모리에 최적화됐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인텔도 고클럭 메모리를 쓰면 성능이 오르겠지요. 그저 코어 i5-9500/코어 i5-9500F가 지원하지 않을 뿐.
3세대 라이젠 출시 후 산드라 벤치마크가 2020으로 업그레이드됐습니다. 그래서 이번 테스트에는 최신 버전을 사용해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테스트인 연산 성능은 두 제품이 비슷한 성능을 냈으며, 다른 테스트에선 CPU의 특성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인텔은 멀티미디어와 과학 연산 성능에서 좋은 결과를 보였고, AMD는 암호화와 금융 분석의 옵션/몬테 카를로 연산, 특히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분야인 AI와 머신 러닝 부분의 대부분 항목에서 경쟁 상대보다 높은 성능을 냈습니다. 또 멀티코어 효율도 라이젠 쪽이 우수하고 전력 효율의 ALU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라이젠 5 3500X의 메모리 클럭을 3200Mhz로 올리자 연산 성능에서는 인텔 코어 i5-9500을 앞섰습니다. 또 전원 효율에서도 거의 근접한 수준까지 향상됐습니다.
메모리와 캐시 성능입니다. 라이젠은 CPU 다이와 IO 다이가 따로 분리되고, 캐시의 용량과 훨씬 크기 때문에 숫자만 보고 두 제품을 비교해선 안될 것입니다. 당장 L3 캐시 용량만 해도 얼마가 차이나는데요.
라이젠 5 3500X와 3200Mhz 램의 조합에서 메모리 성능이 대폭 오른 건 당연합니다. 메모리 클럭이 늘었으니 메모리 성능도 자연스레 늘어납니다.
렌더링 테스트도 종류가 다양합니다. X264와 X65의 새로운 벤치마크 툴을 이번 테스트에 추가했습니다. 코어/스레드 수가 같기에 두 CPU는 거의 같은 수준의 성능이 나옵니다.
렌더링에선 고클럭 메모리가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진 않았습니다. 렌더링에 필요한 대역폭이 그 정도로 넓지는 않다고 봐야겠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어도 라이젠 5 3500X는 충분히 훌륭한 렌더링 성능을 갖고 있습니다.
PC마크 10에서는 라이젠 5 3500X가 더 유리합니다. 상세 항목에 따라서 갈리지만 라이젠 쪽의 성능이 더 높다고 보여집니다.
3200Mhz의 메모리를 조합하면 그 격차는 더욱 커집니다. PC마크에 포함된 여러 테스트들, 오피스부터 이미지 편집까지 다양한 일상 작업에서 좋은 효과를 보여준다고 여겨집니다.
VR마크의 결과도 비슷합니다. 두 CPU 사이에 성능 차이가 있으나, 더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테스트일수록 격차가 줄어듭니다.
3D마크는 인텔 쪽이 다소 우세하나, 테스트 특성상 고해상도로 갈수록 그 차이는 줄어듭니다. 순수하게 CPU가 미치는 영향을 보자면 CPU 스코어/피직스 스코어를 보면 되는데, 3200Mhz 메모리를 장착 시 라이젠 5 3500X는 상당한 상승 효과가 있었습니다.
3D마크는 간단하게 시스템 성능을 비교할 수 있어 많이 쓰는 프로그램이지만, 그보다는 진짜 게임이 더 중요하겠지요. 거기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15종의 게임을 3가지 해상도에서 비교했습니다. 게임 내 옵션은 모두 최고로 설정했습니다. 두 CPU 모두 지포스 RTX 2070 같은 하이엔드 그래픽카드를 운용하기에 충분하며, 테스트 게임/해상도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같은 수준의 성능을 낸다고 보여집니다. 가격이 비슷하니 성능도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군요. 라이젠이 조금 더 싸지만요.
하지만 이건 언제까지나 위에서 강조한대로 두 시스템의 조건을 완전히 똑같이 했을 경우의 이야기입니다. 코어 i5-9500F는 DDR4-2666Mhz까지만 쓸 수 있지만, 라이젠 5 3500X는 DDR4-3200Mhz의 고클럭 메모리까지 지원합니다. 더 높은 클럭의 메모리를 지원하는 것 역시 특성이고, 이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진정한 성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2666Mhz의 메모리에서도 라이젠 5 3500X는 코어 i5-9500/코어 i5-9500F와 비슷한 성능을 냈지만, 3200Mhz와 조합하니 코어 i5-9500/코어 i5-9500F를 넘어서는 게임 프레임을 기록했습니다. 3200Mhz 메모리의 조달이 까다롭지도 않습니다. 보급형인 A320 칩셋에서도 메모리 오버클럭은 가능하거든요. 감히 앞날을 예측해 보자면 앞으로는 라이젠 5 3500X와 3200Mhz 메모리/램 오버의 조합이 가성비 게이밍 시장에서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듯 합니다.
가격대만 경쟁할만 하게 나온다면 인텔보단 라이젠을 고르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