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케이스라면 한켠에 하드디스크를 젠가처럼 쌓아놓고 커스텀 수냉 키트에 화려한 LED 팬을 주렁주렁 붙인것도 모자라, 측면 패널엔 유리창을 내서 안에 이런저런 부품들이 들어있다고 과시하는 제품을 떠올리기 마련이나, 세상 사람 취향이 다 똑같지만은 않습니다. 부품은 딱 필요한 것만 넣고, 통풍구 많아봤자 시끄럽기만 하며, 화려한 튜닝은 오히려 지저분할 뿐, 단순 간결 깔끔이야말로 올래써도 질리지 않고 유행을 타지 않는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프랙탈 디자인은 이런 수요층을 공략하는 디자인을 앞세운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제품이야 프랙탈 디자인 말고도 많고그 전에도 있었지만, 프랙탈 디자인이 브랜드의 위치와 컨셉을 잘 잡은 덕에 다른 제품들은 짝퉁 취급을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을 정도입니다. 과연 프랙탈 디자인의 케이스가 그 비싼 돈값과 이름값을 제대로 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이지만요. 여기에선 강화유리 한장 안 넣은 작은 미들타워인데도 10만원이 넘는 Fractal Design Define C 케이스가 어떤지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품명 |
Fractal Design Define C 프랙탈 디자인 디파인 C |
메인보드 폼펙터 | ATX, 마이크로 ATX, 미니 ITX |
확장 슬롯 | 7개 |
드라이브 베이 |
3.5/2.5인치 겸용 2개 2.5인치 전용 3개 |
쿨링팬 |
전면 120mm 1개 기본 장착. 최대 120mm 3개, 140mm 2개. 후면 120mm 1개 기본 장착 상단 120mm/140mm 2개 하단 120mm 1개 |
방진 필터 | 전면, 상단, 하단 |
수냉 라디에이터 |
전면 360, 280, 240, 140, 120mm. 폭 144mm 상단 240, 120mm. 높이 40mm까지 후면 120mm. 폭 125mm |
CPU 쿨러 높이 | 168mm |
파워 장착 길이 | 175mm. ATX 폼펙터 |
확장 카드 길이 | 315mm |
우측 선정리 공간 | 15~35mm |
상단 구성 | USB 3.0 2개, 3.5mm 오디오 입/출력 1개씩, 전원/리셋 버튼, 전원/HDD LED |
색상 | 검정 |
케이스 크기 |
케이스 399x210x440mm 돌출부 포함 413x210x453mm |
케이스 무게 | 6.8kg |
박스 크기 | 6.8kg |
박스 무게 | 8.4kg |
가격 | 119,000원(2017년 9월 다나와 최저가 기준) |
박스. 케이스 박스를 바로 택배 발송하는 거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국내 출시 제품에 한국어로 된 설명서 같은거라도 넣어주는 게 아닌데 저렇게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여둔 건 썩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개봉하기 전에 이게 리퍼비시는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되네요.
반대편. 이곳의 이미지를 통해 케이스의 구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완충용 스폰지와 보호 비닐 구성. 보호 비닐이 좀 두껍긴 하지만 그정도야 7만원짜리 케이스만 되도 해줍니다.
비싼 몸값을 하기 위해서인가 꽤나 정갈한 디자인의 설명서가 있습니다. 케이스가 얼마나 복잡하다고 설명서까지 필요하냐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설명서 자체의 수준이 매우 뛰어납니다. 단점은 위에서 말한대로 한국어 같은 건 없다는 거. 물론 그림만 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요.
프랙탈 디자인 디파인 C의 앞모습입니다. 정말 저게 전부 다입니다. 상단의 하드디스크 액세스 LED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프랙탈 디자인의 로고조차도 없습니다. 케이스에 이것저것 붙어있는게 딱 질색이라면 혹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전면 패널의 재질은 플라스틱이며, 표면의 무늬는 헤어라인보다는 나뭇결에 더 가깝습니다. 만졌을 때의 느낌은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재질은 5~7만원대 제품에서도 많이 접할 수 있죠. 애시당초 화려함을 기대하고 산 케이스는 아니지만, 12만원에 걸맞는 특별함은 없습니다.
상단엔 3.5mm 마이크/이어폰, 리셋 버튼, 전원 LED가 달려있는 전원 버튼, 2개의 USB 3.0 포트가 있습니다. USB 2.0과 USB 3.0이 있으면 당연히 3.0을 쓰겠으나, 메인보드 핀헤더에 아직도 2.0 포트가 남아있는 세상에 딸랑 3.0 2개만 넣어주는 건 별로 높은 점수를 받을만한 부분은 아닙니다. 하다못해 USB 타입 C 포트라도 있었다면 이런 소리까진 안하겠죠. 그렇다고 이게 나온지 워낙 오래되서 타입 C 같은 최신 규격과 거리가 있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작년 10월에 나왔거든요. 물론 이게 다 가격표에 12만원이라 써져 있어서 하는 소리입니다. 7만원 짜리 케이스엔 이런 말 안합니다.
가격 이야기를 자꾸 하는 이유는, 비싼 만큼 값어치를 하길 기대하면서 샀기 때문이죠. 분명 질감이나 만듬새는 아주 나쁜건 아니나, 10만원이 넘는다고 생각하면 군데군데 눈에 거슬리고 트집잡을만한 건수가 보입니다.
전면 패널이 플라스틱인건 괜찮습니다. 다만 그걸 어떻게 만들었느냐에 따라 안 괜찮을 수 있습니다. 상단 포트를 뒤쪽에서 보면 플라스틱 커버가 반듯하지 않고 모서리가 튀어나와 있습니다. 특히 전원 버튼의 경우 입체감을 주려고 일부러 저렇게 만들었나 생각이 들 정도.
케이스 상단입니다. 이렇게 보니 이 케이스의 앞/뒤 길이가 제법 짧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요샌 케이스 전면에 하드디스크로 탑을 쌓을 필요가 없으니 그만큼 케이스 길이를 줄여도 상관 없을 것입니다.
상단 방음 패널을 떼어내면 타공망이 보입니다. 여기에 쿨링팬을 장착합니다. 수냉 라디에이터는 달 수 있다고 써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쿨링팬과 라디에이터 포함해서 두께를 40mm 이하로 줄였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 슬림형 팬을 구하면 라디에이터를 케이스 상단에 달았다고 생색은 낼 수 있겠네요.
방음 패널. 꽤나 두껍습니다. 방음 패널을 넣은 케이스는 많지만, 눌렀을 때 푹신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오래간만이네요. 그리고 상단 패널에 꽉 물립니다. 덕분에 뜯어내기가 여간 까다로우나 이걸 단점이라 할건 아닐 듯.
좌/우측 패널은 별거 없습니다. 케이스 전면에 달린 통풍구가 전부. 이건 튜닝창이 달린 모델이 아니라서 양쪽 패널이 모두 같습니다. 2개의 고정 나사는 패널에서 분리되지 않아 관리하기 편합니다.
사진은 빠졌지만 철판 두께는 0.7mm. 케이스 철판 두께 측정할 때마다 하고 싶은 말인데, 이걸 설렁설렁 대충 측정하면 결과가 다르게 나오겠죠. 손이 빨개지고 고무장갑이나 천으로 감싸야 측정기를 돌릴 수 있을 정도로 꽉 조여서 0.7mm입니다. 가격 생각하면 인심이 후하진 않으나 그래도 이 가격에 그건 너무했다 소리는 안 들어줄 정도의 절묘한 선을 지키고 있습니다.
바닥에는 먼지 필터가 있습니다. 케이스 뒤쪽이 아니라 앞으로 당겨서 빼기에 관리가 편합니다.
손잡이 부분이 케이스 표면에 착 달라붙어 있고, 먼지 필터의 면적은 꽤나 넓습니다.
바닥입니다. 네 모서리에 원형 받침대가 있네요.
뒷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케이스 전체를 통틀어서 여기가 가장 고급스럽게 보입니다. 120mm 팬 한개가 기본 장착됐습니다. 쿨링팬의 날개 색상에 맞추기 위해서인가 확장 슬롯 커버도 하얀색이네요. 그냥 검은색으로 다 맞추지 프랙탈 디자인은 검은색 팬이 없나 생각도 들지만, 어차피 뒷면이니까 눈에 잘 띄진 않겠죠.
측면 패널. 이쪽에 부착된 방음 패드도 나름의 쿠션이 느껴집니다. 이걸로 케이스 내부의 소리를 얼마나 줄여줄 것인지는 파악하기 힘들지만, 방음 패드라는게 표면의 작은 요철을 통해 소리를 흡수하는 게 목적이니 나름대로 믿음은 갑니다. 방음 컨셉이라고 말하는 케이스 중에는 무슨 마우스 패드같은거 하나 붙여놓고 소음을 줄여준다는 제품도 있으니까요.
내부 모습입니다. 파워와 하드디스크를 케이스 하단에 넣어 따로 분리하고, 이쪽은 메인보드와 확장 카드, 수냉 쿨러를 위한 공간으로만 사용합니다.
다만 상당수의 미들타워 케이스가 전면에 각종 드라이브를 장착하던 시절 그대로의 크기를 유지한 반면, 디파인 C는 케이스 전면에 수냉 라디에이터 말고는 따로 달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앞-뒤 길이가 좀 더 짧죠.
메인보드 장착 트레이 정 가운데엔 지지대가 있습니다. 이걸 축으로 삼아 다른 메인보드 고정 나사를 조이면 되지요. 다만 이게 풀 사이즈 ATX 메인보드에선 상당히 유용한데, 마이크로 ATX만 되도 메인보드 고정에서 마이너스 요소가 됩니다. 이 케이스에 작은 메인보드를 쓰겠다면 이 지지대는 풀어내고 일반 나사 체결 지지대를 조립하는 게 나을 듯.
케이스 상단에는 2개의 140mm 쿨링팬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수냉 라디에이터의 경우 쿨링팬 포함 40mm라는 제한이 걸립니다. 그냥 속 편하게 케이스 상단에는 라디에이터까지 달기 힘들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수냉 라디에이터는 전면에 달아야겠죠.
뒤쪽에 장착된 쿨링팬과 확장 슬롯 커버. 저소음 지향 케이스지만 이쪽은 벌집 모양 그릴로 뚫려 있습니다.
케이스 전면입니다. 1개의 쿨링팬이 기본 장착됐습니다. 쿨링팬 인심이 썩 후하진 않네요. 비싼 수입 케이스일수록 그렇지만서도. 전면 패널엔 5.25인치 오픈 베이는 물론이고, 3.5인치나 2.5인치 드라이브를 장착할만한 공간도 없습니다. 많은 드라이브를 장착하겠다면 아예 고려 대상에서 배제될 제품이죠. 요새는 SSD 두어개 하드디스크 한두개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전면 플라스틱 패널은 아래쪽을 붙잡고 앞으로 당기면 분리됩니다. 저렴한 케이스는 이 부분이 너무 헐렁해서 불안하거나, 지나치게 꽉 조여서 분리할 때마다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곤 합니다만 이건 그렇지 않습니다.
케이스 전면의 먼지 필터입니다. 전면 패널의 앞부분은 막혀 있으나 양 옆은 뚫려 있으니 그 부분으로 공기와 먼지가 들어올 수 있겠죠.
오른쪽 패널을 열어봤습니다. 뭔가 들어 있네요.
그 정체는 케이스 상단에 장착하는 먼지 필터입니다. 기본 장착된 상단 패널 커버를 사용하면 저소음, 이 필터로 바꾸면 나름 쿨링 성능에 신경 쓴 케이스가 됩니다. 그래봤자 수냉 라디에이터는 여기에 달기 힘드니 반쪽짜리 아닌가 생각도 들지만.
케이스 우측의 선정리 공간은 그리 넉넉하진 않습니다. 대부분의 케이블은 사진 좌측, 케이스 전면으로 빼며 메인보드 트레이 뒷면에 케이블을 우겨넣을만한 공간은 나오기 힘듭니다. 여기는 그냥 2.5인치 드라이브를 장착하는 용도로만.
고무 마개를 씌운 선정리 홀로 케이블을 꺼내 벨크로 케이블 타이로 묶어줍니다. 아주 정석적인 구조지요.
전면 패널의 연결 케이블. 포트 수가 많지 않아서 구성도 단촐합니다.
파워 왼쪽에는 2개의 3.5인치/2.5인치 겸용 베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케이스의 경우 2.5인치 베이가 따로 있으니까 여기까지 2.5인치 드라이브를 장착하는 일은 별로 없겠지요. 허나 디파인 C는 2.5인치 드라이브가 여기로 내려와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 이유는 나중에.
도장 상태. 케이스 표면이 저랬다면 불량이란 소릴 듣기 충분하겠으나, 여긴 안 보이는 곳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봅시다. 드라이브를 고정하는 위치엔 고무 스탠드가 있어 진동과 소음을 줄여줍니다.
3.5인치 드라이브를 장착. 2.5인치 드라이브는 안쪽의 작은 나사 구멍에 맞춰서 답니다. 물론 고무 스탠드 같은건 필요 없겠죠.
액세서리 박스.
구성품이 나와 있는 건 매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구성품.
파워를 트레이에 장착해서 안으로 밀어 넣습니다. 사진의 파워는 하단 파워 구조의 케이스가 유행하기 전에 나온거라, 케이블이 짧아서 결국은 사용을 포기했습니다.
2.5인치 드라이브를 장착하는 트레이입니다. 고정 나사가 트레이에 달려 있으니 사용 자체는 별로 어렵진 않습니다만.
부품 장착 후. 메인보드 트레이 뒷면이 공간이 없다고는 하나 파워 케이블 정도는 넣을 정도는 나옵니다.
파워 길이는 175mm까지.
CPU 쿨러 장착용 홀 뒤에 2.5인치 드라이브용 패널을 장착합니다. 따라서 CPU 쿨러를 따로 교체한다면 이걸 떼어내야 합니다. 선정리 다 해둔 사람 입장에선 귀찮겠지요. 메인보드 트레이 아래쪽에 남는 공간이 많은데 굳이 여기에 이렇게 달아둘 필요가 있을지는 의문. 그렇다고 파워 케이블을 달기 편하냐면 딱히 그런것 같지도 않네요.
주요 선정리 공간은 넉넉한 편.
조립이 끝난 시스템입니다. CPU 쿨러나 확장 카드를 달기엔 넉넉하다못해 충분한 공간이 나옵니다. 이 케이스가 미들타워 치고는 작다고 하나, 여기에 마이크로 ATX를 넣어 쓰기는 좀 아까운 게 사실이죠. 그럴바엔 프랙탈 디자인의 더 작은 케이스를 사던가요. 사실 프랙탈 디자인은 ATX나 마이크로 ATX나 가격 차이가 안 난다는 게 문제니, 그럴바엔 큰거 산다 이런 소리가 나올법도 한데.
확장 카드 길이는 315mm. 케이스 전면에 수냉 라디에이터를 달았다면 약간 아슬아슬할 수도 있겠네요. 허나 요새는 그렇게 큰 그래픽카드가 많이 나오진 않지요.
CPU 쿨러 높이는 168mm. 120mm 구경 팬을 사용하는 CPU 쿨러까지는 무난하게 들어갈 겁니다.
Fractal Design Define C
프랙탈 디자인 디파인 C는 ATX 폼펙터의 미들타워 케이스나, 같은 규격을 채택한 여느 케이스와 비교하면 다소 크기가 작습니다. 상단 커버를 바꾸고 측면 강화유리 모델을 사용하면 쿨링이나 튜닝에도 쓸 수 있겠으나, 기본적으로는 단순한 구성과 디자인의 저소음 지향 케이스입니다. 크기에 비해서 가격이 꽤 비싼 편인데, 어떤 부분은 분명 비싼 값어치를 하지만 간혹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도 디자인이 취향에 맞다면 당연히 사겠지요. 가성비를 따지기 전에 말입니다.
핵심 키워드: 아담한 미들타워, 간결한 디자인, 저소음 추구
사기 전에 확인할 것: 상단 라디에이터 호환성, 작은 만큼 부족한 확장성, 무엇보다 10만원이 넘는 가격. 이 돈으로 더 큰 케이스를 사거나, 비슷한 컨셉과 기능의 케이스를 사고 남는 돈으로 치킨을 먹을 수 있음.
추천 대상: 미들타워 중에서 크기를 최대한으로 줄인 케이스, 튜닝은 관심 없고, 프랙탈 디자인이란 브랜드를 고집하거나, 딱 이 디자인 아니면 안되겠다고 답을 정해놓은 사람.
디파인 C 제품의 US MSRP는 강화유리 모델이 95불, 아크릴 윈도우 모델이 90불, 창문 안 달린 모델이 80불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