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마침내 10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데스크탑 버전, 코멧레이크-S를 내놓았습니다. 전작인 9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출시되기 시작한 것이 2018년 10월, 모든 라인업을 갖춘 것은 대충 1년 전의 일이니 10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출시가 늦은 건 아닙니다. 그런데 왜 신제품이 늦었다는 느낌이 들고, 그마저도 새로움이 느껴지지 않는 걸까요? 그건 지난 몇 년 동안 인텔이 보여준 답답한 모습 때문일 겁니다. 14nm 공정을 대체할 새로운 공정의 개발은 지지부진하고, 무슨 레이크라고 이름은 계속 바뀌었으나 아키텍처의 근본은 여전히 스카이레이크입니다. 이번에 나온 코멧레이크 역시 예외는 아니죠.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재탕이면 어떻고 삼탕이면 어떻습니까. 사골 한 솥을 펄펄 끓여서 몇 그릇을 내가도 여전히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오고, 거기서 깊은 국물이 느껴진다면 여전히 현역이죠. 스펙을 훝어보고 또 14nm나며 실망하는 건 어쩔 수 없으나, 그렇다고 성능도 확인하지 않은 채로 구닥다리를 재탕한 물건 취급해선 안될 일입니다. 그래서 데스크탑용 10세대 코어 프로세서, 코멧레이크-S의 성능을 확인한 후에 판단하기로 했는데요. 테스트가 끝난 지금은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텔의 사골에서 아직 국물이 나오는 건 분명하지만, 굳이 이 돈을 주고 사먹을 필요가 있는건가 싶네요.
코멧레이크, 인텔 코어 i5-10400
코멧레이크의 라인업은 넓습니다. 아래로는 코어 i3부터 위로는 코어 i9가 우선 발표됐으며, 국내 시장에는 코어 i5, i7, i9에서 각각 한 가지 모델이 출시됩니다. 공식적인 경로로 제공 받았다면 이거 세개를 모두 테스트했을지도 모르겠으나, 언제나 그렇듯 그쪽에선 도움을 받은 건 없고요. 비공식적인 경로로 코어 i5-10400 하나만 진행했습니다. 그것도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바쁘다보니 출시 당일에서야 겨우 받았네요. 그래서 사진을 성의있게 찍을 여유가 없었고, 테스트도 많은 양을 진행하진 못하고 간단하게 줄였습니다. 하지만 인텔 10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대략적인 수준을 파악할만한 정도는 된다고 봅니다.
인텔 코어 i5-10400 프로세서는 인텔의 코어 i5-9400, 코어 i5-9400F에서 업그레이드된 제품입니다. 커피레이크 리프레시에서 코멧레이크로 오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코어/스레드 구성이겠지요? 6코어 6스레드가 6코어 12스레드로 늘어났고, 그 만큼 멀티스레드 성능이 나아졌으리라 기대하게 됩니다. 싱글스레드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2.9GHz의 기본 클럭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부스트 클럭이 4.1GHz에서 4.3GHz로 올랐거든요. 또 L3 캐시 메모리도 9MB에서 12MB로 늘어났습니다. 따라서 싱글스레드와 멀티스레드를 비롯한 전체적인 성능이 모두 9세대보다 높아졌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하지만 그대로인 부분도 있습니다. 14nm 공정과 65W TDP는 9세대 그대로입니다. 메모리 클럭 지원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그건 상위 모델에만 한정된 이야기고요. 코어 i5는 여전히 DDR4 2666MHz입니다. 사실 변화 없이 그대로라면 오히려 낫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소켓은 LGA 1200으로 바뀌었고, 메인보드 칩셋은 400 시리즈가 됐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8/9세대 프로세서를 위한 300 시리즈 칩셋과 LGA 1151 소켓에서는 10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쓰지 못합니다. 10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쓰겠다면 CPU 뿐만 아니라 메인보드까지 함께 바꿔야 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초기 도입 비용이 꽤 큰 편입니다.
10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9세대 코어 프로세서보다 더 높은 성능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만 스펙만 봐도 뻔히 보입니다. 하지만 10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평가할 때 중요한 건 9세대와의 비교가 아닙니다. 현재 CPU 시장에서 비슷한 가격대에 판매되는 다른 제품과 비교해서 얼마나 높은 경쟁력을 갖췄는지를 평가해야 합니다. 코어 i5-10400의 가격은 25만원 정도. 지금은 출시 초기이니 가격이 안정화되면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20만원에 판매되는 라이젠 5 3600과 15만원에 판매되는 라이젠 3 3300X, 그리고 기존의 9세대 제품이자 18만원 선에 팔리는 코어 i5-9400F와 비교했습니다.
기본적인 테스트 환경은 앞서 진행했던 라이젠 3 3300X, 라이젠 3 3100의 테스트와 같습니다. 각각 시스템의 메모리 클럭은 CPU에서 지원하는 상한선에 맞춰 AMD 라이젠은 DDR4-3200,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DDR4-2666로 설정했습니다. 용량은 양쪽 모두 똑같이 16GB 듀얼 채널입니다.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RTX 2080 Ti며, 윈도우는 현재 공개된 최신 정식 버전인 윈도우 10 1909를 사용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전에 올렸던 글을 참조하세요. [보급형 시장 평정. AMD 라이젠 3 3100, 라이젠 3 3300X https://gigglehd.com/gg/7256371 ] 코어 i5-10400만 새로 테스트해서 여기에 붙였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테스트 결과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코어 i5-10400은 코어 i5-9400보다 분명 더 높은 성능을 내 줍니다. 더 높아진 부스트 클럭과 늘어난 L3 캐시 용량 덕분에 싱글스레드 성능이 향상됐고, 6코어에 하이퍼스레딩을 더하면서 멀티스레드 성능 역시 크게 개선됐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10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성공적인 업그레이드를 이룬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경쟁 상대인 AMD가 끼어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코어 i5-10400의 성능은 라이젠 5 3600와 비슷한 수준일 뿐이며, 때로는 라이젠 3 3300X보다도 낮은 성능을 보여줄 때도 있습니다. 일부 게임에선 더 높은 결과가 나오기도 하지만 인상적인 수준은 아닙니다.
CPU-Z 17.10.64
CPU-Z 19.01.64 베타
CPU-Z 19.01.64 AVX2
시네벤치 R15
시네벤치 R20
wPrime
7Zip
코로나
AIDA64 메모리
AIDA64 L1캐시
AIDA64 L2 캐시
AIDA64 L3 캐시
3D마크 타임스파이
3D마크 타임스파이 익스트림
3D마크 포트로얄
3D마크 파이어스트라이크
3D마크 파이어스트라이크 익스트림
3D마크 파이어스트라이크 울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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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아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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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비전 2
리그 오브 레전드
AMD 때문에 성능도 가격도 애매해진 10세대 프로세서
코어 i5-10400의 현재 가격은 25만원입니다. 하지만 그 성능은 20만원짜리 라이젠 5 3600과 비슷합니다. 코어 i5-10400이 출시 초기라 조금 비싸다고 해도, 앞으로 5만원씩이나 더 저렴해질 것 같진 않군요. 여기에 메인보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0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소켓을 LGA 1200으로 바꿨으며, 이를 제공하는 메인보드는 400 시리즈 뿐입니다. 기존 소켓과 호환이 된다면 8세대나 9세대 프로세서 사용자들이 업그레이드를 생각해 볼 수 있겠으나, 메인보드까지 새로 사야 하는데 굳이 비싼 인텔 10세대 프로세서를 고를 이유가 없습니다. 비슷한 성능에 가격은 더 저렴한 라이젠 3000 시리즈가 있는걸요.
제 8700K가 2년 반 만에 절반 가격의 10400에게 따라 잡히는군요..ㅠㅠ
그래도 벤치 결과에서는 6c 12t에 비해 별로라 4.8-5.0 오버 먹인 87k가 더 좋다는 점이 다행이군요.
다음세대에서는 97k도 가시권에 들어오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