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형. AMD 프로세서에 흔히 붙는 수식어 중 하나입니다. 막 출시됐을 때보다 시간이 자난 후에 더 높은 성능을 낸다는 소리죠. 물론 처음 나올 때부터 완성된 성능을 보여주는 게 가장 좋겠죠. 하지만 게임이나 드라이버 개발자들이 제품을 더 잘 파악해서 제 성능을 발휘해낼 시간이 필요하고, 처음에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드웨어를 쓸 더 좋은 방법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또 게임과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기능에도 유행이 있습니다. 야심차게 도입한 새로운 기능을 처음에는 제대로 쓰는 게임이나 프로그램이 몇 없어도, 나중에는 그 활용 빈도가 늘어나면서 성능이 재평가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성장형 프로세서라는 말은 AMD의 CPU와 GPU를 가리지 않고 양쪽 모두에서 고루 쓰였습니다. CPU의 경우 불도저가 처음에는 이렇다 할 힘을 보여주지 못했으나, 오버워치 같은 몇몇 게임에서는 경쟁 상대 부럽지 않은 성능을 보여준다는 사실이 발견되기도 했고요. 라이젠도 초창기에는 멀티코어 성능에 이목이 집중됐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게임에서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라이젠 5000 시리즈 쯤 되면서 순수한 성능으로 압살하다보니 성장형까지 갈 것도 없이, 최고의 성능을 보여주는 완성형 CPU가 됐지요. 그래서 AMD CPU에서는 성장형이라는 표현을 예전만큼 쓰진 않는 분위기입니다.
이에 비해 그래픽카드 쪽에선 여전히 성장형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편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우선 라데온 RX 6000 시리즈의 RDNA2 아키텍처는 출시된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는 신형입니다. 인피니티 캐시를 비롯해 전에 없던 개념을 도입한 아키텍처인 만큼, 아직은 최적화해서 성능을 더 높일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볼 수도 있겠죠. 또 다이렉트 X 레이 트레이싱과 다이렉트 X 얼티밋을 비롯한 새 기능이 보급되고 있습니다. 이들 기능은 단순히 도입하는 걸로 그치는 게 아니라 꾸준히 가다듬고 개선할 필요가 있으며, 그 과정에서 지원하지 않던 기능이 추가되며 성능 역시 더 높아질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AMD는 얼마 전에 라데온 소프트웨어 21.4.1 버전을 발표했습니다. 그래픽카드 드라이버야 매달 꾸준히 나오지만, 이번에는 따로 발표를 할 만큼 그 비중이 큰데요. 우선 새로운 기능이 많습니다. 라데온 그래픽카드가 장착된 시스템의 게임을 스트리밍 플레이할 수 있는 AMD 링크의 경우, 스마트폰이나 셋탑 박스 아니라 윈도우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게 되면서 그 활용 범위가 더욱 넓어졌습니다. 또 설치 옵션이 늘어났고 컬러 교정 기능을 추가했으며, 더욱 간편해진 녹화와 스트리밍, AV1 코덱에서 하드웨어 DRM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이런 기능을 놓고 보면 AMD가 큰 의미를 두고 소개할만한 이유는 충분해 보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성능 향상이죠. 우선 AMD는 대작 게임이 나올 때마다 출시 당일에 맞춰 성능 최적화 패치를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나온 패치가 지금까지 30건에 달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출시 초기에만 최적화 작업에 집중하고 이후엔 잊혀지는 게 아니라 꾸준히 성능을 끌어 올렸습니다. 울펜슈타인: 영 블러드를 예로 들면 출시 초기에 비해 성능이 최고 23%가 올랐다고 합니다. 엄청난 변화지요. 그렇다면 다른 게임에선 어떨까요? 23%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성능 향상 효과를 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성능 향상은 일부 게임과 특정 상황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결과인 걸까요?
이걸 알아보기 위해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우선 라데온 RX 6000 시리즈 그래픽카드가 있어야겠죠. MSI 라데온 RX 6800 XT 게이밍 X 트리오 D6 16GB 트라이프로져2를 사용했습니다. https://gigglehd.com/gg/9201679 다른 조건은 모두 똑같이 맞췄습니다. 요새 저렴해진 가격으로 인기가 높은 라이젠 7 5800X를 사용하고 메인보드는 MSI MEG X570 갓라이크, 메모리는 DDR4 3200MHz 16GB입니다. 여기에서 그래픽 드라이버만 바꿔서 테스트했습니다. 라데온 RX 6800 XT 발표와 함께 나온 드라이버인 라데온 소프트웨어 아드레날린 20.11.2와 최신 버전인 라데온 소프트웨어 아드레날린 21.4.1의 두 개를 썼습니다.
3D마크 타임 스파이
3D마크 타임 스파이 익스트림
3D마크 포트 로얄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익스크림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울트라
우선 3D마크입니다. 라데온 소프트웨어 20.11.2보다 21.4.1 버전이 점수가 더 높은 건 맞는데, 그 차이가 아주 크진 않습니다. 비율로 따지자면 1% 정도네요. 1% 성능 향상을 위해 굳이 그래픽카드 드라이버를 업데이트할 필요까진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3D마크는 출시된지 제법 오래 된 프로그램이며, 모든 그래픽카드를 개발하고 테스트할 때 가장 먼저 찾는 벤치마크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3D마크는 그래픽카드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이미 최적화가 이루어졌으며, 연구 역시 될 만큼 된 상태라고 봐야 되겠죠. 그러니 3D마크에서 별 차이가 나지 않아도 이상할 건 없습니다. 실제 게임에서의 성능을 봐야죠.
일부 게임에서는 최신 드라이버가 설치되지 않았을 때 경고 문구를 표시하기도 합니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가 대표적이죠.
사이버펑크 2077의 경우 최신 버전의 드라이버를 설치하면 라데온 RX 6000 시리즈에서 다이렉트 X 레이트레이싱 프리셋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형 드라이버에서는 선택 항목 자체가 사라집니다. 이건 사이버펑크 2077이 성능 최적화 문제 때문에 다이렉트 X 레이트레이싱을 넣었다가 빼는 와중에 생긴 일이기도 합니다만, 어쨌건 성능 뿐만 아니라 새로운 그래픽 기능을 쓰기 위해서라도 새 드라이버로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내장 벤치마크가 없어 게임 리플레이로 테스트해야 하는데, 새 버전이 나오면 기존 버전의 리플레이를 쓰지 못하죠. 그래서 매번 테스트를 완전히 새로 해야 하고, 그 점수 차이도 들쑥날쑥한 편인데요. 여기에서는 풀 HD 해상도 기준 10%, 2560x1440에서는 19%의 성능 차이를 보여주었습니다. 4K도 15%나 나네요. 이쯤 되면 그래픽카드를 한 단계 위로 업그레이드한 수준입니다.
포트나이트
해외에서는 인기가 아주 높은 게임이죠. 이것도 내장 벤치마크가 없어 게임 리플레이로 테스트했는데요. 가장 성능 차이가 많이 나는 풀 HD에서는 8%, 4K 해상도에서도 5%의 차이가 났습니다. 퍼센트로 따져서 이 정도지, 프레임으로 치면 10프레임 이상입니다. 상당히 큰 변화지요.
사이버펑크 2077
여기에서도 풀 HD 4%부터 시작해 4K에서는 12%까지도 차이가 납니다. 성능 차이도 성능 차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는데, 라데온 소프트웨어 20.11.2 버전에서는 다이렉트 X 레이트레이싱을 쓰지 못합니다. 21.4.1로 업데이트하면 이 옵션이 생기고요. 성능을 떠나서 게임에서 쓸 수 있는 기능이 달라지는데, 최신 버전의 드라이버를 마다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더트 5
더트 5 (다이렉트 X 레이트레이싱)
더트 5는 얼마 전 업데이트를 통해 다이렉트 X 레이트레이싱의 지원을 공식 추가했습니다. 지금까지 더트 5의 레이 트레이싱 성능은 일부 테스터들에게만 공개된 코드를 써서 진행했으나, 이제는 모든 게이머들이 더트 5에서 레이 트레이싱을 쓸 수 있습니다. 레이트레이싱을 쓰지 않을 때보다 성능 변화는 작지만, 어쨌건 신형 드라이버에서 더 높은 성능을 내줍니다.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콜드 워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콜드 워 (다이렉트 X 레이트레이싱)
라데온 소프트웨어 21.4.1의 위력은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콜드 워에서도 그대로입니다. 2560x1440 해상도에서 최대 8% 정도 더 앞선 성능을 보여줍니다. 레이 트레이싱을 켜면 4K 해상도에서 12%의 성능 차이가 나옵니다. 다른 조건과 해상도에서도 최신 버전의 드라이버가 더 높은 성능을 보여주는 건 당연하고요.
테스트 결과를 정리하면 특정 게임/환경에서 최고 23%의 성능 향상이 있다는 AMD의 주장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닙니다. 배틀그라운드에서는 그래픽카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과 같은 수준의 효과를 볼 수 있었고요. 다른 게임에서도 적지 않은 성능 향상을 이끌어 냈습니다. 3D마크같은 벤치마크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실제 게임에서의 성능이 올랐기에 그 의미는 더욱 큽니다. 라데온 RX 6000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때 성능에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으나 지금은 그때보다 더욱 높아졌습니다. 이 정도의 변화가 있다면 라데온 RX 6000 시리즈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물론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원활한 공급과 안정적인 가격입니다. AMD는 2021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순이익이 3배 늘어난 역대급 성과와 함께, 라데온 RX 6000 시리즈의 생산량을 더욱 늘릴 것이라 약속했습니다. 몇 달 안에는 최신 그래픽카드 드라이버로 성능이 더욱 높아진 라데온 RX 6000 시리즈를 더 쉽게, 그리고 더 저렴하게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라데온 소프트웨어 21.4.1에서 변화한 성능을 보았으니,여기에 추가된 기능도 간단히 소개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어떤 기능이 있는지는 https://gigglehd.com/gg/9906219 여기에서 설명했었습니다.
게임 녹화 기능의 설정이 간단해졌습니다. 녹화하기와 스트리밍 중 하나를 고르고, 마이크와 카메라의 기본적인 설정을 한 다음 화질을 조정하면 끝납니다. 저는 아무것도 몰라서 그냥 다음 다음 다음을 눌렀습니다.
이렇게 대충 설정해도 녹화는 잘 되네요. 게임에서 Alt + R을 눌러 라데온 오버레이 창을 열고, 거기에서 녹화 시작을 누르면 게임이 녹화됩니다. 끌 때는 마찬가지로 오버레이를 열어 종료를 누르면 됩니다. 좌측 상단의 프레임 표시에 나온대로 게임 녹화 기능이 게임 성능에 큰 영향을 주진 않습니다.
녹화가 끝난 영상은 간단한 편집도 가능합니다.
다음은 이번 버전에서 4.0으로 업데이트된 AMD 링크입니다. 지금까지는 모바일 디바이스나 애플 TV 같은 일부 셋탑박스에서만 게임을 스트리밍해 플레이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윈도우 시스템에서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당연히 게임을 실행할 시스템에 라데온 그래픽카드가 있어야겠죠. 가장 먼저 할 일은 라데온 소프트웨어의 설정에서 AMD 링크 서버를 켜는 것입니다.
이제 다른 장치를 연결할 준비가 됐습니다.
스마트폰에 AMD 링크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게임을 실행할 시스템과 같은 네트워크에 연결합니다. 그러면 AMD 링크가 자동으로 연결 대상을 찾아 보여줍니다.
QR 코드나 서버 PIN을 사용해 연결 시스템을 확인합니다.
연결이 끝나면 네트워크를 측정해 스트리밍할 해상도와 프레임을 선택합니다. 이건 네트워크 상태에 따라 달라지겠죠.
스마트폰에 연결이 끝났습니다.
이제 스마트폰에서 사이버펑크를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위한 가상 터치패드도 지원합니다.
AMD 링크 4.0에서 추가된 윈도우 지원의 경우, AMD 링크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를 따로 배포하지 않습니다. 라데온 소프트웨어에서 AMD 링크를 열어야 하지요. 이 말인즉 게임을 실행하는 쪽과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스템 모두에 라데온 그래픽이 탑재되어 있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게임 플레이하는 쪽에 라데온 그래픽이 있는데 굳이 스트리밍으로 플레이할 필요가 있을까 의아해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기능의 진짜 용도는 이겁니다. 라이젠 APU를 탑재한 노트북과 라데온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시스템을 조합해, 노트북에서 본격적인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죠.
라이젠 5 4500U가 탑재된 노트북을 사용 중입니다. https://gigglehd.com/gg/7443962 AMD 홈페이지에 가니 아드레날린 21.4.1 드라이버를 배포 중이네요.
AMD 링크 서버의 설정은 위에서 소개했지요. 노트북에서는 서버가 아니라 클라이언트로 써야 하니 우측 상단의 윈도우 AMD 링크 열기를 누릅니다.
네트워크를 검색해 AMD 링크 서버를 찾아 보여줍니다.
여기에서도 스트리밍 최적화 설정 작업을 합니다.
AMD 링크 장치에 윈도우 노트북이 추가됐습니다.
실제 게임 플레이 장면입니다. 네트워크 상태만 좋다면 데스크탑과 별 다를게 없지요. 높은 스펙을 요구하는 게임을 침대 위에 굴러다니면서, 혹은 쇼파 위에 파묻혀서, 아니면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서 플레이하고 싶다면 라데온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시스템과 AMD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을 조합하는 방법을 적극 추천해 봅니다.
배그는 정말 성능향상폭이 몸에 느껴질 정도로 올라가버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