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10일만에 3천만명이 플레이한 게임이 있다? 어그로를 끌기 위한 유튜브 섬네일에나 들어갈법한 말이지만, 정말로 그런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콜 오브 듀티: 워존입니다. 엄연한 유료 게임이었던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의 리부트를 기반으로 만들어 기본기가 탄탄하고, 설치에 필요한 공간이 175GB에 달하는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무료로 풀어버리는 승부수를 던진 결과, 그 동안 배틀로얄 장르에 질렸던 게이머들을 다시 끌어 모으며 출시 초기부터 흥행에 성공한 것처럼 보입니다. 당분간은 이와 경쟁할 만한 게임이 나온다는 소식이 없으니, 콜 오브 듀티: 워존의 대세는 한동안 계속될 듯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게이밍 PC와 그래픽카드를 가늠하는 기준 역시 콜 오브 듀티: 워존에 맞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콜 오브 듀티: 워존의 기반인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요구 스펙은 그리 높지 않지만, 이 게임이 배틀 로얄 장르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넓은 전장을 무대로 삼고, 상황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게임이기에 프레임 변화에 매우 민감하지요. 또 더 나은 그래픽을 위해 옵션을 올리고 해상도를 높이며 여기에 추가로 안정적인 프레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권장 스펙 이상의 넉넉한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그럼 어느 정도의 스펙을 갖춰야 콜 오브 듀티: 워존을 플레이하는데 지장이 없을까요?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그래픽카드입니다. 컴퓨터의 다른 부품은 여러 분야에서 활약할 여지가 있으나, 그래픽카드는 거의 대부분이 게임을 위해 삽니다. 설마 아직도 이걸로 채굴하겠다는 분은 안 계시겠지요. 그래서 선택하기가 은근히 까다롭습니다. 오직 게임 하나 때문에 하이엔드 그래픽카드에 거액을 투자하는 건 분명 부담되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낮은 등급의 GPU를 고르기도 애매합니다. 지금 당장은 큰 문제가 없겠으나, 나중에 나올 신작 게임을 감당하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래픽카드는 앞날을 위해서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갖춘 모델을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가격대는 20만원 중반에서 30만원 초반대지만, 여기에선 좀 더 넉넉하게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30만원 중반에서 많아도 40만원 초반을 넘지 않는 그래픽카드를 골라 봤습니다. 그렇게 나온 GPU가 라데온 RX 5600 XT와 지포스 RTX 2060입니다. 라데온 RX 5600 XT는 상위 모델과 견줄만한 GPU 구성을 유지하되, 가격을 낮추기 위해 메모리 스펙만 조정한 모델입니다. 고해상도까지 필요하지 않다면 괜찮은 선택이죠. 지포스 RTX 2060은 업그레이드된 슈퍼 시리즈가 나왔으나, 성능과 함께 가격까지 오르면서 똑같은 시장을 공략하는 제품이라고 보긴 좀 어려워졌습니다.
라데온 RX 5600 XT는 MSI 라데온 RX 5600 XT 메크 OC D6 6GB가 가장 저렴합니다. 34만 6500원. 테스트에 사용한 SAPPHIRE 라데온 RX 5600 XT PULSE OC D6 6GB Dual-X도 36만 6800원입니다. 대부분의 모델이 30만원 중반대며, 고급형 모델이라 해도 40만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반면 지포스 RTX 2060은 가장 저렴한 MSI 지포스 RTX 2060 벤투스 S OC D6 6GB이 37만원이입니다. 테스트에 사용한 HV 지포스 RTX 2060 STORM X Dual V2 OC D6 6GB도 38만 5천원. 그 뒤로는 다들 39만원, 40만원입니다. 고급형 모델쯤 되면 40만원 초중반까지는 봐야 합니다. 가격은 라데온 RX 5600 XT가 싼데, 성능은 어떨까요?
CPU는 라이젠 5 3500X를 골랐습니다. 이보다 더 좋은 CPU도 있지만 라이젠 5 3500X를 고른 이유가 둘 있습니다. 우선 가격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CPU는 당연히 더 비쌉니다. 3D 게임이 목적이라면 CPU는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하고, 그래픽카드에 예산을 적극적으로 투입하는 게 현명한 방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10만원 중반까지 가격을 낮춘 라이젠 5 3500X는 매우 매력적인 제품이지요. 또 가격만 낮춘 것도 아닙니다. 콜 오브 듀티: 워존을 넉넉하게 실행하고도 남을 6코어 구성에 4.1GHz까지 부스트되는 클럭, 32MB의 대용량 게임 캐시를 갖춰 그래픽카드가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CPU가 정해졌으면 다른 스펙은 어렵지 않습니다. 16GB 듀얼채널 메모리는 이제 기본이죠. 콜 오브 듀티: 워존이 다른 스펙은 높지 않아도 메모리는 많이 먹습니다. 권장 스펙이 12GB니까요. 그리고 라이젠을 사용한다면 메모리 클럭 3200MHz가 국룰입니다. 오버클럭하기도 어렵지 않고 기본 클럭 3200Mhz인 메모리를 사도 됩니다. 메인보드는 A320만 해도 램 오버까지 다 지원하고요.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오히려 스토리지일것 같네요. 게임 용량이 175GB, 윈도우까지 더하면 240GB SSD 하나를 게임 하나에 전부 써야 하니까요. 게임을 살 돈으로 SSD 하나 샀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워존은 공짜잖아요.
콜 오브 듀티: 워존은 아직은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그래서 패치가 잦습니다. 이번 테스트는 3월 19일에 나온 모던 워페어 1.16.2 버전으로 진행했는데요. 3월 초에 진행했던 테스트(https://gigglehd.com/gg/6848861 )와는 성능이 또 다릅니다. 그래픽 옵션을 높였을 때의 성능이 전체적으로 많이 나아진 듯 합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기 위해 게임 최적화에 많은 공을 들인 것 같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핵도 열심히 잡아주면 정말 좋을텐데요.
그래픽카드 드라이버도 새로 나왔습니다. AMD는 라데온 소프트웨어 아드레날린 2020 에디션 20.3.1, NVIDIA는 지포스 게임 레디 드라이버 445.75 WHQl입니다. 3월 말에 출시된 하프라이프: 알릭스나 둠 이터널 등에 최적화된 드라이버입니다. 콜 오브 듀티: 워존의 최적화는 그 전에 나왔던 버전에서 적용됐으며, 이번 드라이버의 릴리즈 노트에는 관련 내용이 없습니다. 그래도 성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니 함께 표기합니다.
콜 오브 듀티: 워존의 성능 테스트는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그래픽 설정 프리셋이 없습니다. 일관된 설정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소리죠. 이번 테스트에서는 그래픽 설정을 4단계로 나누고, 각각 단계에 맞춰 옵션을 조절해가며 진행했습니다. 2단계로 나뉘어진 설정 항목은 매우낮음/낮음, 기본값/높음으로, 3단계로 나뉘어진 항목은 매우 낮음/기본값/높음에서 켜는 식으로 설정했습니다. 앰비언트 오클루전 아래의 항목들은 항상 켜둔채로 고정했습니다.
워존의 성능 테스트가 까다로운 또 다른 이유는 벤치마크 툴의 부재입니다. 내장 벤치마크가 없다면 리플레이라도 있어야 돌려보기가 쉬울텐데 그거마저 없습니다. 또 게임 특성상 상황에 따라서 프레임 차이가 매우 크게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두 개의 장면에서 프레임을 나눠 측정했습니다. 우선 비행기에서 맵이 마킹을 한 후 낙하할 때까지를 측정하고, 그 다음엔 착지한 후에 맵을 이동할 때의 프레임을 구했습니다. 물론 게임에서 교전 상황에 따라 프레임의 변동폭이 매우 커질 수 있으니, 성능이 항상 이렇게 나온다고 생각하진 마세요.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라고 보시는 게 안정할 듯 합니다.
1920x1080, 비행부터 낙하까지
1920x1080, 착지 후 맵 이동
2560x1440, 비행부터 낙하까지
2560x1440, 착지 후 맵 이동
3840x2160, 비행부터 낙하까지
3840x2160, 착지 후 맵 이동
비행과 낙하/착지 후 맵 이동의 두 가지 상황에서 1920x1080/2560x1440/3840x2160의 세 가지 해상도, 매우 낮음/낮음/기본값/높음으로 나눈 네 가지 프리셋으로 테스트했는데, 이 결과의 설명을 잠시 뒤로 미루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라데온 RX 5600 XT의 승리입니다. 상황이나 설정에 따라서 결과가 역전되거나 특이할만한 변화를 보여준다면 '승리'라는 확정적인 표현을 쓰지 않겠으나, 이번에는 매우 일관된 결과가 나왔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단어는 없어 보입니다. 어떤 조건에서건 콜 오브 듀티: 워존에서는 라데온 RX 5600 XT가 지포스 RTX 2060보다 더 높은 성능을 보여줍니다.
두 그래픽카드 모두 1920x1080 해상도에서는 평균 100프레임 이상은 뽑아내며, 그래픽 옵션에 따라서는 144Hz 리프레시율의 게이밍 모니터에 맞출만한 성능까지 나옵니다. 2560x1440 해상도에서는 세 자리수의 프레임은 라데온 RX 5600 XT만 가능합니다. 지포스 RTX 2060은 두 자리수의 벽을 넘지 못합니다. 60프레임은 넘으니 게임 플레이에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요. 3840x2160 해상도에서는 두 그래픽카드 모두 60프레임을 사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나옵니다. 그래도 지포스 RTX 2060보다는 라데온 RX 5600 XT가 더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긴 말을 할 필요 없이, 콜 오드 듀티: 워존만을 위해서 40만원 대 안밖의 예산에서 그래픽카드를 구입하겠다면 라데온 RX 5600 XT의 승리입니다. 어떤 해상도나 어떤 그래픽 옵션을 설정해도 경쟁 상대보다는 더 높은 프레임을 보여주며, 성능뿐만 아니라 가격도 더 저렴합니다. 더 높은 성능, 더 낮은 가격을 마다하고 굳이 다른 선택을 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